불이익변경금지는 솜방망이 판결을 고정시키는 장치가 아니다

불이익변경금지는 솜방망이 판결을 고정시키는 장치가 아니다

항소하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없다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형사소송법 제368조)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검사가 함께 항소하면 이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에도 형의 종류는 올릴 수 없지만 벌금액은 올라갈 수 있다. 법적 오해는 무지보다 너무 많이 요약된 지식에서 생긴다. 1심에서 형편없이 낮은 형벌을 받은 내란범들이 2심에서 더 중한 형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디.
Read more
쉼이라는 잘못: 노동하지 않는 시간을 범죄화하는 사회

쉼이라는 잘못: 노동하지 않는 시간을 범죄화하는 사회

2026년 1월, 20~30대 '쉬었음' 인구가 76만 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용어를 바꾸고, 기본소득당은 월 100만 원을 제안한다. 그러나 두 접근 모두 하나의 전제를 공유한다. 쉬는 시간은 무언가를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 개념은 다르게 말한다. 노동하지 않는 순간도 그 자체로 완결된 가치를 지닌다. 그렇다면 이 사회는 쉬는 시민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
Read more
[AI 아첨의 시대 #2] 고스트라이팅 118년의 역사가 말하는 것

[AI 아첨의 시대 #2] 고스트라이팅 118년의 역사가 말하는 것

AI가 기사를 쓰면 그 저작권은 누구 것인가. 한국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한다. AI 단독 생성물은 보호받지 못한다. 포춘 에디터 리히텐버그 모델처럼 AI가 초안을 쓰고 인간이 편집한 경우, 그 경계는 아직 판례에 없다. 기업이 AI로 기사를 대량 생산할수록 지식재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만들어진다. 고스트라이팅 118년의 역사가 지금 이 질문을 다시 던진다.
Read more
[AI 아첨 시대 #1] AI가 아첨할 때, 저널리즘은 무너진다

[AI 아첨 시대 #1] AI가 아첨할 때, 저널리즘은 무너진다

포춘 에디터 닉 리히텐버그는 AI로 6개월에 600편을 쓰고 트래픽 20%를 만들었다. 같은 주, 스팬포드는 AI가 인간보다 49% 더 자주 이용자의 행동이 옳다고 말한다는 것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두 사건은 연결되지 않은 채 보도됐다. 그런데 AI가 헤드라인 프레임을 받아 기사를 쓸 때, 그 AI는 구조적으로 아첨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기자가 사실과 마찰해야 할 바로 그 지점에서 AI는 동의한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윤리 문제인가, 아니면 설계의 문제인가.
Read more
정개특위 파행: 사전투표 폐지를 요구한 국힘의 속내

정개특위 파행: 사전투표 폐지를 요구한 국힘의 속내

2026년 4월 8일 정개특위 1소위가 파행됐다. 국민의힘이 외국인 선거권 강화와 사전투표 폐지를 요구하며 회의를 거부했다. 민주개혁진보 5당의 정치개혁 입법 시한인 4월 10일까지 이틀이 남은 시점이다. 두 요구는 정개특위 의제와 무관하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라 파행의 설계다.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이미 세 번 어겼다. 절차를 어기면 어기는 쪽에 이익이 돌아간다. 레이로그 정치개혁 시리즈 5편.
Read more
27년 허점을 찾아낸 뮈토스가 46분 해킹은 막을 수 있을까

27년 허점을 찾아낸 뮈토스가 46분 해킹은 막을 수 있을까

2026년 3월, 악성 패키지 하나가 46분 만에 AI 스타트업 수천 곳의 접속 정보를 빼갔다. 같은 달 앤트로픽의 클로드 뮈토스 프리뷰는 27년 동안 숨어 있던 오픈비에스디 보안 허점을 혼자 찾아냈다. 두 사건은 AI 보안의 서로 다른 두 전쟁터를 가리킨다. 글래스윙이 탁월한 영역과 닿지 못하는 영역은 어디인가.
Read more
카타르의 시설에서 CNN이 편집한다면  독립 저널리즘은 가능한가

카타르의 시설에서 CNN이 편집한다면 독립 저널리즘은 가능한가

CNN은 2025년 카타르 미디어 시티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편집 콘텐트는 CNN이 완전히 통제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자유 언론 최하위권 국가인 카타르의 법적 환경 안에서 편집 독립은 선언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드워킨의 법 원칙 개념을 빌리면, 편집 독립은 규칙이 아니라 원칙이다. 구조적 자기검열이 반복될 때 그 원칙은 소멸하지 않되 서서히 압도당한다. 카타르에서 제작한 CNN 크리에이터스는 어떻게 저널리즘을 구현할 것인가.
Read more
동맹이 아니라 구속이다: 한국이 트럼프를 믿을 수 없는 이유

동맹이 아니라 구속이다: 한국이 트럼프를 믿을 수 없는 이유

트럼프는 한국에 방위비 400~500% 인상을 요구했고, 합의된 무역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며, 조지아 현대 공장의 한국인 엔지니어 317명을 쇠사슬로 묶어 추방했다. 그리고 2026년 3월, 한국이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감수하며 받아들인 사드를 자신의 이란 전쟁에 가져갔다. 전직 주한 미국대사 제임스 레이니가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한국이 스스로의 조건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까지, 이것이 즉흥적인 행위가 아닌 구조적 패턴임을 공개 발언한 미국인은 거의 없었다.
Read more
햇빛과 바람이 돈이 되는 날: 기본소득당 전남광주햇빛바람특별시 공약 해부

햇빛과 바람이 돈이 되는 날: 기본소득당 전남광주햇빛바람특별시 공약 해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광주 햇빛바람 특별시' 공약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 확대,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 한빛원전 축소폐쇄까지 3대 원칙과 4대 정책을 담은 이 공약에는 '기본소득'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구조를 들여다보면 공유부 배당 논리가 그대로 작동한다. 신안군 햇빛연금과 알래스카 영구기금의 계보 위에 서 있는 이 공약이 지역 발전의 선순환 고리가 될 수 있는지 해부한다.
Read more
처벌할 수 없다고 합법은 아니다: 트럼프 이란 위협과 국제법의 공백

처벌할 수 없다고 합법은 아니다: 트럼프 이란 위협과 국제법의 공백

트럼프가 WSJ 인터뷰에서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다리"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은 무력의 위협 자체를 금지하고, 로마 규정 제8조는 민간 시설 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한다. 법적 위반은 명백하다. 그런데 처벌은 왜 불가능한가. 그리고 처벌 불가능한 불법이 반복될 때 국제법은 어디로 가는가. 하지만 우리는 트럼프를 전범으로 취급해야 한다. 불행한 역사는 완전히 청산되지 않으면 반드시 반복하기 때문이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