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마케터, AI 시대의 생존 전략을 다시 쓰다

50대 중반 콘텐트 마케터가 AI 폭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지 기록한 실전 에세이. 통계에 흔들리지 않고, 사람·관계·전략이라는 마케팅 본질과 AI 협업 역량을 재구성해 중장년 커리어 전환의 길을 모색한다.

50대 중반 마케터, AI 시대의 생존 전략을 다시 쓰다
50대라고 하면 무조건 할아버지를 그리는 미드저니...

나는 50대 중반의 콘텐트 마케터다. 지난 30년간 콘텐트와 디지털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뛰었다. 그러나 최근 AI가 몰고 온 변화의 폭풍 앞에서 막막함을 느꼈다. 미국의 에이전시들이 AI 전환율 90%를 넘겼다는 소식이나 한국고용정보원이 화이트칼라 직업군의 AI 대체율이 2027년 70.9%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보면서 내 앞에 놓인 마지막 몇 년의 직장 생활이 과연 무사할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AI와 마케팅, 비즈니스 저널리즘 같은 주제로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바라보던 AI 시대의 풍경이 다소 과장되었음을 깨달았다. 통계가 제시하는 ‘대체 가능성’은 곧바로 ‘대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AI 영향권’이라는 개념은 ‘완전한 소멸’과는 거리가 멀다. 챗GPT나 미드저니 같은 도구들이 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내 역할 전체를 대체하고 있다는 생각은 성급한 결론이었다.

마케팅 본질은 AI가 아닌 ‘사람’에게 있다

내가 놓치고 있던 본질은 바로 마케팅이 단순히 기술적 도구의 활용을 넘어선다는 점이었다. AI가 정교한 카피를 쓰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클라이언트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고, 시장의 미묘한 흐름을 읽어내며, 복잡한 인간관계를 조율하여 장기적인 브랜드 비전을 제시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다.
지금껏 나는 AI를 도구로 사용했지만, 언젠가는 나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나이는 들고, 나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젊은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때는 온다. 그러니 AI라는 좋은 도구가 있다 한들, 이 분야에서 나의 역할은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고민은 끝이 없었다.

은퇴 후 삶, ‘프리랜서’의 낭만 대신 ‘경험의 재구성’으로

이전에는 은퇴 전 남은 시간을 잘 정리해서 막연히 프리랜서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30년간 조직에 익숙했던 내가 갑자기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AI 기술만으로 차별점을 만들기에는 이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제 나는 다른 관점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나의 강점은 젊은 세대가 쉽게 가질 수 없는 ‘삶의 깊이’와 ‘시장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있다. 우스개를 빌려서 쉽게 말하면 「너는 늙어봤니? 나는 젊어봤다」 수준이라는 거다. 여기에 AI를 접목하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더욱 강화한다. AI로 단순 업무는 자동화하되 고객과의 전략적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AI가 도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층적인 시장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는 컨설팅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사무직은 AI에게 던져놓고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다.

위기를 기회로: 나만의 AI 시대를 개척하다

나는 더 이상 정부나 회사의 정책에 기댈 생각은 없다. 나의 생존은 내가 책임진다. 50대 중반의 마케터로서 AI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30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에 적응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때로는 나의 지난 경험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AI가 과연 화이트칼라에게 유리할 것인가 하는 염려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AI를 가장 많이 쓰는 분야가 화이트칼라라고 하니 일시적인 대량 실직 사태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새로운 시작의 기회이기도 하다. AI는 나의 직업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의 전문성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것이다.

지금껏 많은 시간을 AI와 보내면서 나는 스스로 꽤 성장했다. 잘 모르는 분야를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문에서는 AI를 따라올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AI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다. 게다가 미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새로운 기능이 쏟아지는 AI 분야의 변화는 일반인은 예상하지도 못할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AI는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AI를 다루는 사람이 AI를 다루지 않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 그러면 뭐, 결국 AI를 죽어라 공부해야 하는가? 아니다. 무엇보다 AI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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