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뉴스룸이 AI 인용과 사람 방문, 둘 다 잡는 법
앤트로픽 AI 크롤러의 크롤링 대 레퍼럴 비율은 73,000:1. AI는 기업 뉴스룸 콘텐트를 샅샅이 학습하지만, 사람을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AI에게 인용되고 싶은 욕망과 사람이 직접 방문하길 원하는 욕망이 충돌하는 구조적 긴장입니다. GEO는 팩트 중심을, SEO는 스토리를 요구합니다. 두 목표를 동시에 잡는 열쇠는 AI용 팩트 레이어와 사람용 스토리 레이어의 분리에 있습니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12일
AI 시대 기업 뉴스룸 생존 전략 시리즈 2편
기업 홍보팀에게 물어보면 거의 모두가 같은 대답을 합니다. "챗지피티나 클로드,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우리 회사를 언급해줬으면 좋겠다." AI 검색이 일상화되면서 AI의 답변 안에 회사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새로운 홍보의 목표가 됐습니다. 1편에서도 말씀드린 GEO입니다. AI가 두루 두루 쓰이다 보니 TV 광고나 포털 검색 상위 노출보다 AI의 한 문장이 더 강력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같은 홍보팀이 이렇게도 말합니다. "뉴스룸에 사람들이 직접 방문해서 우리 이야기를 읽어줬으면 좋겠다." 기업 뉴스룸은 홈페이지처럼 단순한 아카이브가 아닙니다. 방문자가 콘텐트를 소비하고 브랜드를 경험하고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전환(conversion)이 일어나는 공간입니다. 글을 읽고 회사에 호감을 가진 사람, 채용 공고를 발견한 지원자, 협력 가능성을 탐색하는 파트너사 등 이 모든 관계는 실제 방문에서 시작됩니다.
두 가지 욕망은 정당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충족될 수 있을까요?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가 2025년 발표한 분석 데이터가 이 질문을 정면으로 찌릅니다. 앤트로픽의 AI 크롤러는 웹사이트를 73,000번 방문할 때 실제 방문자를 단 1명 돌려보냅니다. 오픈AI는 1,700:1, 구글(Google)은 14:1입니다. AI는 콘텐트를 샅샅이 학습하지만 사람을 보내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2026년 기업 뉴스룸이 마주한 진짜 딜레마입니다.
AI 인용은 홍보다: 그렇다면 닫을 이유가 없다
1편에서 다룬 GEO의 역설을 기억합니다. "열어야 AI에게 보이고, 닫아야 저작권을 지킨다." 그런데 기업 뉴스룸은 그 역설의 한 축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닫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사는 콘텐트가 수익의 원천입니다. AI가 무단으로 학습하면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robots.txt로 차단하고 소송을 제기하고 라이선싱 대가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기업 뉴스룸의 목적은 다릅니다. 삼성 뉴스룸의 콘텐트는 삼성 제품을 팔기 위한 홍보물입니다. SKT 뉴스룸의 글은 SKT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존재합니다. AI가 이 콘텐트를 학습해서 "삼성은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용자에게 전달한다면 그것은 손실이 아닙니다. 공짜 홍보입니다.
이 직관은 데이터로도 뒷받침됩니다. GlobeNewswire의 2025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AI 검색의 인용 중 82%는 언론에 실린 기사(Earned Media)에서 나옵니다. 기업이 직접 배포한 보도자료를 AI가 인용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AI는 기업이 직접 만든 콘텐트보다 언론이 그 기업을 다룬 기사를 더 많이 인용합니다. 이 구조에서 기업 뉴스룸이 열심히 콘텐트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언론이 다루고, AI가 인용하는 소스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기업 뉴스룸은 적극적으로 열어야 합니다. 다만 '닫을 이유가 없다'는 명제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AI가 기업 뉴스룸의 정확한 정보를 다른 출처의 오류 데이터와 결합해 왜곡된 답변을 생성할 경우 기업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언급됩니다. 공짜 홍보가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허위 정보가 브랜드 이름에 붙는 순간입니다. 흔히 말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즉 AI 환각 현상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가하는 리스크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 뉴스룸은 이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지 않거나 인식하더라도 대응 수단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의 영역이 아닙니다. 브랜드 훼손에 대한 법적, 규범적 대응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떤 수단이 있는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 주제는 3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문제는 열고 나서 생깁니다.
제로 클릭이라는 벽
AI 오버뷰(Overview)가 포함된 구글 검색에서 이용자의 83%는 검색 결과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답을 AI가 이미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는 "이 회사가 어떤 기술을 개발했는가"를 AI에게 물어보고, AI는 기업 뉴스룸의 콘텐트를 학습해 답변합니다. 그리고 이용자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낍니다. 기업 뉴스룸 사이트는 따로 방문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로 클릭(zero-click)의 구조입니다. 브랜드는 언급되지만, 방문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AI 인용이 많아질수록 실제 유입은 줄어드는 역설이 여기서 생깁니다.
이 현상은 이미 통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Chartbeat가 2,500개 뉴스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2025년 한 해 동안 구글 검색 유입이 33% 감소했습니다. 일부 퍼블리셔는 트래픽의 90%를 잃었습니다. 언론사 기준입니다만 기업 뉴스룸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AI에게 더 잘 보이도록 최적화하면 할수록, 사람은 더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콘텐트에 집중하면, AI의 학습 소스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목표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GEO와 SEO, 최적화의 두 언어
프린스턴(Princeton), 조지아텍(Georgia Tech), IIT 델리(IIT Delhi), 앨런AI(Allen AI) 연구팀이 2024년 KDD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GEO 논문에 따르면, 출처 인용, 통계 삽입, 권위 있는 인용구를 포함할 경우 AI 검색 가시성이 최대 40% 향상됩니다. AI는 구조화되고 팩트 중심이고 명확한 답을 담은 콘텐트를 선호합니다. 짧고 직접적인 문장, 정확한 수치, 출처가 명시된 주장이 AI에게 잘 보이는 콘텐트의 특성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끌어들이는 콘텐트는 다릅니다.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감정을 건드려야 하며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의 통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예상 밖의 각도. 이런 요소가 있어야 사람이 클릭하고, 읽고, 공유합니다. 기업 뉴스룸이 오랫동안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온 가치가 여기 있습니다.
AI 최적화와 사람 최적화는 콘텐트의 결이 다릅니다. 완전히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하나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팩트 요약 중심의 GEO 최적화 콘텐트는 AI에게 잘 읽히지만 사람이 굳이 방문할 이유를 만들지 못합니다. 스토리 중심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사람을 끌지만 AI가 인용하기 좋은 구조는 아닙니다.
둘 다 잡으려 하면 어중간한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하나를 포기할 수 있는가
여기서 기업 뉴스룸 담당자라면 솔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 뉴스룸의 실제 목적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이 콘텐트를 만드는가?
AI 인용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면 전략은 명확합니다. 핵심 팩트를 명확하게 서술하고 수치를 앞에 배치하고 AI가 인용하기 좋은 구조로 콘텐트를 설계합니다. 방문자 유입은 감소할 수 있지만 AI 검색에서 브랜드 존재감은 높아집니다. 이 전략은 특히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이려는 B2B 기업, 또는 투자자, 파트너사 같은 특정 정보 탐색자를 대상으로 할 때 유효합니다. AI가 "이 분야의 전문 기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회사 이름을 언급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목표입니다.
실제 방문과 전환을 우선시한다면, 방향이 달라집니다. AI가 대신 요약해줄 수 없는 깊이, AI 검색에서는 만날 수 없는 경험을 콘텐트에 담아야 합니다. 현장 인터뷰, 내부 데이터, 전문가와의 대담,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관점. 사람이 AI가 아닌 뉴스룸에 직접 올 이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더 많은 투자와 더 긴 시간이 필요한 전략입니다.
두 전략을 동시에 완벽하게 실행하는 것은 현실에서 어렵습니다. 예산과 인력이 무한하지 않고 콘텐트의 결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기업 뉴스룸이 현실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만 그 선택이 명확한 전략 판단이어야 하고, 모호하게 둘 다 하려다 둘 다 놓치는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그래서, 두 개를 동시에 잡으려면
그렇다고 선택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1편에서 제안한 '선택적 개방(Selective Openness)' 프레임은 기업 뉴스룸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논리가 다릅니다.
1편의 선택적 개방은 "무엇을 열고 무엇을 닫을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기업 뉴스룸의 선택적 개방은 "무엇을 AI용으로 쓰고, 무엇을 사람용으로 쓸 것인가"의 콘텐트 레이어 분리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습니다. AI가 인용하기 좋은 팩트 중심의 요약 콘텐트(보도자료, 핵심 팩트시트, FAQ)를 AI 학습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동시에 사람만이 소비하고 싶어지는 스토리와 분석을 별도 레이어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전자는 AI 가시성을 확보하고, 후자는 실제 방문자를 끌어들입니다. 두 레이어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지만 같은 뉴스룸 안에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스토리 레이어가 AI가 대신해줄 수 없을 만큼 충분히 깊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AI가 요약할 수 없는 것, AI가 재현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람을 뉴스룸으로 불러오는 힘이 됩니다.
결국 73,000:1은 위협이 아니라 거울입니다. 기업 뉴스룸이 AI에게 학습될 만한 콘텐트만 가지고 있다면,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AI도 사람도 오게 하려면, 사람만이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브랜드 저널리즘이 2026년에도 존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비즈니스 저널리즘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