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즈데이와 아담스 패밀리, 80년된 비정상 가족이 진화한 서사

1938년 찰스 애덤스의 만화에서 시작된 아담스 패밀리는 시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정상’에 질문을 던져온 문화적 아이콘이다. 1960년대 TV 시트콤은 중산층 가정을 풍자했고, 1990년대 영화는 정치적 구호까지 비틀며 웬즈데이를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2020년대 넷플릭스 드라마 〈Wednesday〉는 웬즈데이를 Z세대의 주인공으로 부활시켰다. 괴짜 가족의 서사는 어떻게 세대를 건너 살아남았을까?

보름달이 뜬 밤, 아담스 패밀리 저택 앞에 서 있는 웬즈데이 아담스를 그린 흑백 고딕풍 일러스트.

웬즈데이 시즌 2 파트 1을 마치고 넷플릭스를 뒤지는 순간 <아담스 패밀리>라는 영화 제목이 두 개 눈에 들어왔다. 웬즈데이 성이 아담스 아니야? D가 두 개 들어가는 아담스? 속으로 혼자 낄낄거리다가 아무 생각없이 챗지피티에 웬즈데이 아담스와 아담스 패밀리는 무슨 관계야, 라고 물었더니 그 웬즈데이가 아담스 패밀리네 웬즈데이라는 거 아닌가? 이건 또 뭔 할루시네이션이야, 이러고 찾았더니, 참나. 세상엔 나만 모르는 게 많더라. 아담스 페밀리가 웬즈데이의 오리지널 버전 아닌가. 

1938년 찰스 애덤스의 만화에서 시작된 아담스 패밀리는 80여 년간 시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정상이란 무엇인가'에 질문을 던져온 문화적 아이콘이다. TV 시리즈부터 할리우드 영화, 그리고 Z세대의 넷플릭스 드라마까지, 웬즈데이를 중심으로 한 이 가족의 서사는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뉴요커에서 시작된 괴짜 가족의 탄생 (1938-1964)

찰스 애덤스가 1938년 <뉴요커>에 처음 그려낸 이 기묘한 가족은 이름조차 없었다. 창백한 얼굴, 검은 옷차림, 무덤을 마당 놀이터 삼는 이들은 당시 미국이 추구하던 밝고 건전한 가정의 정반대편에 서 있었다. 

1964년 흑백 TV 시리즈로 본격 데뷔한 아담스 패밀리는 당대 시트콤의 클리셰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화목한 중산층 가정을 그릴 때, 이들은 고딕 저택에서 무덤 같은 저녁식사를 나누며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괴짜 가족이 오히려 노멀한 가족보다 더 행복하다는 역설을 보여준 것이다. 

할리우드가 포착한 사회 풍자의 날카로움 (1991-1993)

1991년 할리우드는 이 가족을 다시 불러냈다. 영화 <아담스 패밀리>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사회 풍자로 진화했다. 잃어버린 형제 페스터 아닌 페스터가 엄마라는 이름의 악당, 재산을 노린 변호사, 사적 감정에 얽혀 기울어진 판사(어째 요즘 한국을 보는 것 같은가)와 함께 어울리면서 진짜 페스터가 되어 간다. 

993년 속편 〈Addams Family Values〉는 한층 노골적인 풍자를 보여준다. 제목 자체가 당시 미국 보수 정치권이 즐겨 쓰던 구호 ‘Family Values’를 차용한 것이다. 영화 속 웬즈데이는 여름 캠프에서 금발의 정상 아이들과 맞부딪히며 추수감사절 연극을 불태워버린다. 이는 미국 사회가 미화한 역사와 위선을 정면으로 조롱하는 장면으로 아담스 패밀리의 블랙 코미디 정신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 영화에서 크리스티나 리치가 연기한 웬즈데이는 냉소와 지성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밈에서 되살아난 웬즈데이의 힘

이후 수십 년 동안 아담스 패밀리는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대중적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인터넷 밈과 레트로 문화의 흐름 속에서 웬즈데이의 무표정과 독설이 다시 살아났다. 세상이 점점 정상이라는 기준에 균열을 내기 시작하면서 웬즈데이의 시선은 오히려 더 현재적 의미를 띠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22년, 넷플릭스는 드디어 〈Wednesday〉를 선보인다. 이제 서사의 중심은 가족 전체가 아니라, 웬즈데이 한 사람이다. 네버모어 아카데미라는 괴짜들의 학교에서 웬즈데이는 우정과 갈등, 미스터리와 자기 정체성을 탐험한다. 흥미로운 장치는 1990년대 웬즈데이를 연기했던 크리스티나 리치가 이번에는 교사이자 숨겨진 빌런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누굴까?). 과거의 웬즈데이가 새로운 웬즈데이를 시험하는 구조 속에서 제나 오르테가의 웬즈데이는 드디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젠지의 주인공이 된 웬즈데이 

결국 아담스 패밀리의 서사는 80여 년 동안 변주를 거듭해 왔다. 1960년대 TV 시리즈는 가족 전체를 통해 정상 사회의 위선을 비틀었고 1990년대 영화는 법과 정치 담론까지 조롱하며 웬즈데이를 문화 아이콘으로 세웠으며 2020년대 드라마는 웬즈데이를 Z세대의 정체성 서사로 확장시켰다.

아담스 패밀리는 단순한 괴짜 가족극이 아니라, 시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정상성’에 질문을 던진 문화적 장치였다. 그리고 그 계보의 중심에 선 인물은 언제나 웬즈데이였다. 냉소와 독립성으로 무장한 그녀는 이제 단순한 가족의 딸이 아니라, 한 세대의 주인공으로 부활했다.

Q&A

Q: 웬즈데이가 아담스 패밀리 출신이라는 걸 왜 모르는 사람이 많을까?

A: 솔직히 말하면, 넷플릭스가 너무 잘 만들어서 그렇다. 웬즈데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니까 굳이 가족사를 몰라도 빠져들 수밖에. 게다가 요즘 애들한테 1990년대 영화는 고전이잖아? 오히려 이게 캐릭터의 힘을 증명하는 거 아닐까. 시대를 초월해서 살아남았다는 뜻이니까.

Q: 아담스 패밀리가 80년간 사랑받는 이유는?

A: 한마디로,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얼굴로 돌아오는 천재성 때문이다. 1960년대엔 "정상 가족이 뭐가 정상이야?"라고 물었고, 1990년대엔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족 가치가 진짜야?"라고 비웃었다. 2020년대엔 "나다워야 한다는 게 뭔데?"라고 묻고 있고. 매번 시대의 아픈 곳을 정확히 찌르니까 안 사랑할 수가 없지.

Q: 넷플릭스 웬즈데이가 기존 시리즈와 다른 점은?

A: 이제 웬즈데이가 주인공이 됐다는 거다. 예전엔 가족 전체의 한 조각이었다면, 지금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어. 그것도 네버모어 아카데미라는 무대에서 말이야. 솔직히 이게 맞다. 웬즈데이만큼 강렬한 캐릭터가 조연으로 머물 이유는 없으니까.

결국 아담스 패밀리의 진짜 비밀은 이거다. 매 시대마다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믿는 것들의 허상을 보여준다는 것. 웬즈데이의 냉소적 미소 뒤에 숨어 있는 건 따뜻한 진심이었고, 그게 80년 동안 우리 곁에 머물 수 있었던 이유겠지. 지금도 어딘가에서 웬즈데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세상의 가식을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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