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가져올 기본소득의 미래

AI 시대의 기본소득은 사회적 복지와 기술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국의 기본소득당은 현재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인 사회안전망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반면, 전 오픈AI 연구원 마일스 브런디지는 AI가 가져올 막대한 생산성을 모두가 공유하기 위한 미래의 분배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 두 비전은 출발점이 다르지만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논의로 만나고 있다.

AI 시대 기본소득 논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로, 사회안전망과 AI가 창출한 풍요를 대비시킨 미래적 일러스트.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노동과 창의성을 대체하는 시대로 진입하면서 생계를 위한 노동이라는 인류의 오랜 숙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하나의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다. 이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기본소득당이 주장하는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이다.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현 시대의 양극화와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규정한다.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든든한 우산을 제공함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비를 활성화하여 경제 선순환을 유도하려는 논리이다. 이는 전통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확장한 것으로 현실적 재원 마련 방안과 점진적인 도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전(前) OpenAI 연구원인 마일스 브런디지와 같은 기술 낙관론자들이 제시하는 파격적인 비전이다. 그가 주장하는 월 1만 달러(약 1,300만 원)의 기본소득은 단순히 복지 차원을 넘어선다. 브런디지는 AI가 인류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 노동 없는 풍요의 시대를 열어줄 것이며 기본소득은 이 풍요를 모두가 함께 누리기 위한 분배의 도구라고 말한다.

그는 이 거대한 재원이 바로 AI가 창출할 AI 기반 성장(AI-enabled growth)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참고: Business Insider ). 이 주장은 현실의 재정 계산을 뛰어넘는 미래 기술이 가져올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철학적 담론에 가깝다.

이 두 가지 관점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지만 이들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거대한 나침반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두 개의 지도와 나침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 계약이 시작될 것이다.

AI와 기본소득의 만남: 두 비전의 결합

두 관점은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AI 시대의 현실 속에서 점차 융합되고 있다. 기본소득당의 현실적인 접근은 재원 마련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힌다. 국민의 세 부담을 늘려야 하고, 기존 복지 제도와의 충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지급이라는 원칙은 언뜻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경제 구조와 사회적 합의 속에서는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당은 어린이, 청소년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최근에는 농어촌 지역에 월 30만 원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소액에서 시작하는 점진적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현실성을 담보하지만 AI로 인한 일자리 충격을 완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반면 브런디지의 월 1만 달러 비전은 현실적 한계와는 동떨어진 이상론으로 여겨진다. AI가 정말 그런 막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부를 어떤 방식으로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재하다. AI 기반 성장은 아직 입증되지 않은 낙관적인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기술 유토피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비판받는다.

그러나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AI는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기술적 실업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과제이다. 이 지점에서 두 비전은 필연적으로 융합된다.

기본소득당의 현실적 시작과 브런디지의 미래의 재원이라는 개념이 결합될 때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기본소득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 당장은 소액으로 시작하더라도 그 재원을 AI가 창출하는 부에서 점진적으로 확보해 나가면서 규모를 키워가는 방식이다. 이는 AI세(Tax on AI)나 로봇세(Robot Tax)와 같은 새로운 세법 논의로 이어진다. AI 기술로 인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인 기업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여, 그 재원을 기본소득 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 진보의 혜택을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새로운 분배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AI 시대, 기본소득의 새로운 재원들

AI 시대의 기본소득은 전통적인 세금 모델을 넘어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첫째, 데이터세이다. 오늘날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로 불리며 빅테크 기업들은 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결국 국민 개개인의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여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개인의 데이터를 새로운 형태의 생산 자산으로 인정하는 법적, 철학적 변화를 수반한다.

둘째, 탄소세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량에 세금을 부과하고, 그 수입을 기본소득으로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는 환경 보호와 소득 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탄소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도 논의되고 있다.

셋째, 공공 투자 펀드이다. AI 기술이 가져올 부를 선제적으로 축적해 공공 투자 기금(Sovereign Wealth Fund)을 조성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투자 수익을 국민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부를 재분배하는 것을 넘어 미래의 부를 창출하고 그 결실을 모든 국민이 공유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새로운 재원 모델들은 단순히 경제적 해법을 넘어 법과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노동의 가치는 무엇인가?', '생산의 주체는 누구인가?',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등, AI가 가져올 새로운 질서 속에서 우리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한다. 기존의 민법, 세법, 노동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과제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AI 시대 기본소득: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 준비

AI 시대의 기본소득은 더 이상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적 복지 정책이 아니다. 이는 AI가 가져올 기술적 실업과 사회적 양극화를 관리하고 인간이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필수적인 사회적 인프라이다.

브런디지의 낙관론처럼 AI가 언젠가 월 1만 달러의 기본소득을 가능하게 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그의 비전은 AI가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는 위협이 아니라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와 자유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소득당의 현실적인 주장은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 세계의 법과 제도로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기본소득은 기술 전문가, 법률가, 경제학자, 그리고 정치인이 모두 참여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는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비하고, 그 변화의 열매를 모두가 공정하게 나누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AI 시대, 기본소득에 대한 준비는 곧 인간다운 삶에 대한 준비이다.

Q&A

Q1: 기본소득당과 브런디지의 기본소득 개념은 무엇이 다른가?
A: 기본소득당은 현재의 불평등과 고용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반면, 브런디지는 AI가 가져올 막대한 부를 분배하여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미래의 분배 수단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Q2: 이 두 가지 개념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나?
A: 현실적인 재정 부담을 고려해 소액의 기본소득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되, 재원을 기존 세금이 아닌 AI가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에 부과하는 AI세와 같은 방식으로 확보하여 점차 규모를 키워가는 형태로 결합될 수 있다.

Q3: AI 시대에 기본소득의 재원은 어떻게 다양화될 수 있나?
A: AI 기술 활용에 부과하는 AI세 외에도, 데이터세, 탄소세, 그리고 AI로 창출된 수익을 공적 기금으로 관리하는 국부 펀드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Q4: AI 시대에 기본소득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AI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적 실업과 양극화에 대비하고, 인간이 생계 노동의 부담에서 벗어나 창의적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필수적인 논의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맺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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