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의 마음과 이성은 무엇을 해야 할까

AI가 인간 이성을 대신해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 결론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인간의 몫이다. 이성은 효율적으로 판단하지만 윤리적, 도덕적 질문은 마음의 영역이다. 자율주행차의 딜레마나 AI의 오류에서 보듯 AI는 패턴 인식에 능할 뿐 숫자 이면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공감과 통찰로 마음의 판단력을 강화해야 한다. AI 시대에 이성과 마음의 조화로운 통합이 필요하다.

AI 시대, 인간의 마음과 이성은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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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œur a ses raisons, que la raison ne connaît point.
마음은 그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나, 이성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블레즈 파스칼, 『팡세』(Pensées, Laf. 423, Sel. 680)

AI가 인간의 이성을 대신해 사고하고 판단하는 시대가 되었다. 거대 언어 모델은 논리와 통계, 데이터의 패턴을 바탕으로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결론을 도출한다. 그러나 묘한 결핍이 있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왜 그 결론이 의미 있는가'를 스스로 묻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이 인간의 마음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다.

인간의 이성은 오랜 세월 동안 세상을 분석하고 세분화하며 발전해 왔다. 철학, 과학, 법률, 수학 등은 모두 이성의 언어로 쓰였다. AI는 이 이성을 디지털화했다. 이제는 인간보다 더 논리적이고 일관된 판단을 내리는 기계가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AI의 판단이 항상 옳거나 선한 것은 아니다. 이성의 완벽함이 윤리의 완전함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을 복제한 AI, 그리고 남겨진 질문

2024년,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AGI(범용 인공지능)에 이르는 로드맵을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인간의 추론 능력을 뛰어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GPT-4는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의 성적을 거두고 의사 면허 시험에서도 합격선을 넘었다. 그러나 같은 해, AI가 생성한 법률 문서에 존재하지 않는 판례가 인용되어 법정에서 문제가 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AI는 이성의 완벽한 복제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맥락 없는 패턴 인식에 불과하다. 정답을 찾기에 능숙하지만 그 정답의 필요성과 의미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이 코드를 완벽하게 작성하더라도 그 코드가 어떤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개발자가 판단해야 한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책임의 무게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파스칼이 본 마음의 이유

파스칼은 이성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였다. 그가 말한 '마음의 이유'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선함, 연민, 믿음의 감각을 뜻한다. 이 감각은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당시 이성이 신을 이해하려 했고 파스칼은 그 한계 사이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신은 이성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의해 느껴진다." 이 말은 오늘날 이렇게 바뀔 수 있다. "AI는 이성의 이유를 파악하지만 인간은 그 이유의 의미를 가슴으로 경험한다."

AI는 결함 없이 추론하지만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 기계는 정답을 찾아내고, 인간은 의미를 창조한다. 이 차이가 바로 마음의 역할을 명확히 한다. 이성은 판단의 도구이며 마음은 그 판단에 의미를 부여하고 책임을 묻는다. AI 시대에 인간의 마음은 단순한 감정 저장소를 넘어 윤리적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중추적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

계산할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사고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한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성은 확률적 계산을 통해 최적의 선택을 제시한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그 희생을 단순한 숫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도덕적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MIT의 모럴 머신(Moral Machine) 프로젝트는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전 세계 4천만 명의 의견을 수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문화권마다, 상황마다 답이 상반되게 나타났다. 어떤 사회에서는 노년층보다 젊은 층을 우선시했고, 어떤 사회에서는 보행자보다 탑승자의 생명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절대적인 정답은 없었고, 누구의 가치와 기준을 따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만 남았다.

이처럼 마음은 숫자와 공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를 지킨다. 그곳은 인간이 책임져야 할 자리이다.

마음의 판단력을 연마하는 법

AI가 인간의 일과 창조 활동, 심지어 감정까지 모방하는 시대에 우리는 마음을 더욱 강하게 연마해 판단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마음의 판단력이란 단순한 감정적 충동이 아니라 공감과 통찰에 기반한 사려 깊고 신중한 사고를 의미한다. 이는 알고리즘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와 감정적 온도를 지닌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다음 질문들을 일상에서 자주 던져야 한다.

  • AI가 제공한 답변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이 결론이 놓친 맥락은 없는가?를 먼저 숙고해야 한다.
  • 효율성을 기준으로 한 판단 대신 이 결정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을까?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 데이터와 통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개인의 사연과 이야기를 찾아내려 노력해야 한다.

이는 AI를 부정하거나 배척하는 게 아니라 AI를 효과적으로 도구로 이용하되 그 과정에서 인간의 판단과 주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성의 빠른 판단에 마음의 깊이 있는 성찰을 더하는 연습, 이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리터러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성과 마음의 조화

결국 이성은 인간을 멀리까지 인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옳은지의 여부는 마음이 결정한다. 이성은 길을 밝히고 마음은 그 길의 근본적인 의미를 탐구한다.

AI 시대의 인간은 이 두 가지를 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냉정하면서도 명확한 사고로 세상을 분석하고 동시에 따뜻하고 공감적인 마음으로 그 분석을 인간답게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

파스칼의 말대로 이성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마음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남아 있다.

"AI가 인간의 사고 과정을 대체할 때,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은 변함없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음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