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AI 독립선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2025년, 대한민국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AI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기업, 스타트업, 학계가 총출동한 이번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원 투입과 오픈소스 전략, 무빙타깃 평가 도입 등으로 기존과 차별화된다. 마지막 국가대표 모델 선정까지, 한국 AI 생태계의 총체적 진단이 시작됐다.

2025년 6월 20일, 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공고를 처음 봤을 때 이제서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전 정권이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무식하게 깎아버린 탓에 우리나라는 AI 경쟁에서 이미 한참 뒤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는 없다. ChatGPT가 세상을 바꾼 지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AI는 구글의 Gemini에,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여전히 글로벌 모델들의 그림자에 머물고 있다. 프로젝트명이 '독자'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현주소를 정확히 보여준다.
프로젝트의 본질: 숫자로 말하는 진정성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명확하다. 6개월 이내 출시된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달성하는 것이다. 100%가 아닌 95% 설정은 겸손이 아니라 현실적인 전략이다. GPT-4나 Claude와 완전히 동등한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같은 링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겠다는 의미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자원 지원의 구체성이다. 팀당 GPU를 500장에서 최대 1000장 이상까지 지원한다는 것은 수백억 원 규모의 인프라를 의미한다. 데이터 공동구매에 연간 100억 원, 개별 데이터 구축·가공에 30억~50억 원, 해외 인재 유치에 20억 원까지 구체적인 숫자들이 명시되었다. 이러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보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전시 행정이 아님을 느꼈다. 특히, 인재 지원이 프로젝트의 기간과 관계없이 2027년까지 지속된다는 조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인재를 남기겠다는 전략이 진정한 국가 전략이다.
15개 컨소시엄의 총력전: 생태계의 현주소
7월 21일 공모 마감 결과, 총 15개의 컨소시엄이 신청했다. SK텔레콤, LG AI연구원, KT,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NC AI와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업스테이지, 루닛, 모티프테크놀로지스 같은 혁신적 스타트업도 참여했다. 특히 KAIST가 단독 주관사로 신청한 것도 흥미롭다.
컨소시엄의 면면을 보면, 한국 AI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총출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자본력, 스타트업의 기술력, 학계의 연구력이 모두 결집한 구조다. 15개 중 최종 5개만 선정되는 서바이벌이지만, 이 과정 자체가 한국 AI 역량의 총점검이 될 것이다.
다만 삼성의 부재는 아쉽다. 삼성은 갤럭시 AI를 통한 온디바이스 AI에 집중하며, 구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모델 활용을 선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국의 AI 기술주권 확보 과정에서 가장 큰 IT 기업인 삼성의 부재는 공백을 남길 것이다.
오픈소스 전략: 현명한 선택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오픈소스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기술 독점이 아니라 생태계 구축이 목표이다. 폐쇄형 모델로는 OpenAI나 구글과 경쟁하기 어렵다. 오픈소스로 접근해야 개발자 커뮤니티를 끌어들이고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 Meta의 Llama 시리즈가 오픈소스를 통해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확장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우리도 단순히 국산 AI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개발자들이 활용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단계평가마다 무빙타깃(Moving target)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도 현명한 접근이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고정된 목표는 위험할 수 있다.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목표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OpenAI의 GPT-4가 o1으로, 구글의 Gemini가 Gemini 2.0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속도를 보면, 우리도 유동적인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서기를 바란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의 말처럼 "AI 시대 대한민국의 기술주권 확보와 모두의 성장을 도모하는 생태계 구축"이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특히 국민 모두에게 적합한 AI 솔루션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한국어에 최적화된, 한국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며, 한국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AI가 필요하다. 교육 현장의 AI 튜터, 의료진을 돕는 AI 어시스턴트, 중소기업의 업무 효율화를 위한 AI 도구들이 외국 기업 AI에 의존하지 않는 현실이 오기를 기대한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 그러나 실패는 없다
솔직히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불법 계엄 독재 정권의 욕심 때문에 AI 패권 경쟁에 늦게 출발한 우리가 의미 있는 자리를 확보할 마지막 기회이다. GPT-5나 Claude 4가 나오고, AGI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우리만의 기반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
2027년까지 최대 2개의 국가대표 모델을 선발한다는 계획은 길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한국의 기술력과 인재 풀을 고려하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AI 시대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가 될 수 있다. 실패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8월에 선정될 5개 컨소시엄과 이후 여정을 기대하며 한국 AI의 미래를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