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인터넷은 권력 그 자체였다
2025년 한국의 인터넷은 여론 공간이 아니라 정치 권력이 되었다. 유튜브와 포털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확산시키며 허위정보와 극단적 프레임을 정상화한다. 정치인은 조회수에 최적화된 발언을 쏟아내고 언론과 플랫폼은 책임을 회피한다. 허위정보 규제는 필요하지만 검열 위험도 크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표현의 자유와 함께 플랫폼, 정치, 언론에 대한 책임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2025년의 인터넷은 더 이상 여론이 오가는 광장이 아니다. 유튜브,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인터넷은 정책을 만들고 적을 지목하며 현실을 왜곡하는 권력 그 자체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정치 역시 같은 구조 속에서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알고리즘이 만든 정치: 2024년 총선이 보여준 것
2024년 4월 총선 기간 나는 특정 실험을 했다. 새 구글 계정으로 유튜브에 접속해 정치 관련 영상 하나를 시청했다. 불과 3일 만에 홈 화면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보수 성향 영상을 보면 보수 채널만, 진보 성향을 보면 진보 채널만 추천됐다. 중도적 시각, 팩트체크, 정책 비교는 추천 목록 어디에도 없었다.
문제는 이것이 설계된 결과라는 점이다. 유튜브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추천 알고리즘이 시청 시간과 만족도를 핵심 지표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가장 오래 볼 만한 콘텐트를 예측해 제시하는데, 정치 콘텐트에서 시청 시간이 가장 긴 영상들은 대부분 확신을 강화하는 영상이다. 의심을 부르는 정보가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신념을 증폭시키는 정보라는 뜻이다.
네이버 뉴스 배치는 더 노골적이다. 네이버는 뉴스 추천에 클릭률, 체류 시간, 이용자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사실상 자극적인 제목과 논란이 뉴스 배치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 충격 발언, △△△ 논란, 진실은? 같은 제목이 상단을 장악하는 이유다. 정확성은 주요 지표가 아니다.
이 구조 안에서 한국 정치는 변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정치인의 주요 소통 채널은 국회 본회의, 기자회견, 당론이었다. 2025년 지금, 일부 의원들의 유튜브 구독자는 수십만을 넘는다. 이들은 국회보다 개인 채널에서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발언은 정책 검토가 아니라 조회수에 최적화된다.
책임 없는 권력: 누구도 거짓말에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2024년 총선 기간부터 2025년 현재까지, 한국 정치 유튜브 채널들에서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채널에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면 빠르게 수십,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그 뒤에야 사실 여부가 확인된다. 문제는 1년이 지나도 사후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기간 중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지만(제250조), 비선거 기간 정치인의 유튜브 발언은 법적 공백 지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라 인터넷 콘텐트를 심의할 권한이 있지만, 유튜브 같은 국제 플랫폼에 대한 실질적 제재 수단은 제한적이다. 시정 요구를 해도 플랫폼이 따르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다:
정치인: 법적 처벌 없이 주장 가능
유튜브: 플랫폼일 뿐이라는 입장 유지
포털: 해당 영상 관련 기사를 논란으로 재확산
유권자: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할 수단 부족
그러나 이 순환 구조 어디에도 최종 책임자는 없다. 허위 정보는 확산되고 정정 보도는 묻히고 다음 논란이 시작된다.
나는 30년간 콘텐트 산업에 일하면서 여러 대기업과 같이 일했다. 이들 기업이 콘텐트 하나를 내보낼 때 거치는 검증 단계는 대략 5단계다. 법무 검토, 사실 확인, 표현 적합성, 브랜드 이미지 부합성, 최종 승인. 그럼에도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책임진다. 물론 대행사도 그 책임을 나눈다.
그런데 정치인의 발언은? 국가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그 말에는 이런 검증 장치가 전혀 없다. 사실 확인도, 법적 검토도, 사후 책임도 없다. 오직 조회수만 있을 뿐이다.
포털의 이중성: 편집권은 없지만 배치 권한은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스스로 플랫폼이라 부른다. 뉴스를 생산하지 않으니 편집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2024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41.4%가 포털을 주요 뉴스 이용 경로로 꼽았다. 네이버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존재와 비존재의 차이다. 포털은 뉴스를 만들지 않지만 어떤 뉴스가 보일지는 결정한다.
네이버의 AiRS(AI 추천 시스템) 섹션은 개인화된 뉴스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알고리즘이 무엇을 기준으로 작동하는지, 왜 특정 기사가 추천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공개는 제한적이다. 블랙박스에 가깝다. EU의 Digital Services Act(DSA)는 대형 플랫폼에게 추천 알고리즘 작동 원리 공개를 의무화했다. 한국은 2025년 현재까지 이와 유사한 포괄적 규제가 없다.
결과는 명확하다. 포털은 권한은 갖되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 안에 있다. 이는 권력의 가장 위험한 형태다.
전통 언론의 공모: 논란을 증폭하는 자들
"유튜버 ○○○ 충격 발언…'정부 불법 지원' 주장"
"SNS 확산 중…야당 '진상 규명하라' vs 여당 '허위 정보'"
이런 제목의 기사는 이제 너무 흔해 충격을 주지 않는다. 지금 당장도 포털 뉴스를 뒤지면 이런 제목이 수십 건 나올 것이다. 기사는 유튜버나 정치인의 발언을 인용하고 양측 반응을 배치하고, 논란이 일고 있다며 마무리한다. 팩트체크는 없다. 해당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거나 검증되지 않았다는 문장도 없다.
전통 언론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클릭이 생존 지표가 됐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요 신문사의 디지털 매출 비중은 평균 29.8%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클릭이 줄면 광고비가 줄고 회사가 흔들린다. 그러니 자극적인 제목을 뽑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논란으로 포장해 속보의 본래 의미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내용을 속보로 내보낸다.
콘텐트 산업에서 일하면서 이런 식의 무책임한 글은 점점 더 심해진다는 걸 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정확성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과거엔 오보를 내면 신뢰를 잃었다. 지금은 늦으면 기회를 잃는다. 그러니 일단 내보내고 본다. 정정은 나중 문제다.
이 구조에서 인터넷에 올라탄 언론과 유튜브, 소셜 미디어는 더 이상 감시자가 아니다. 확산자다.
구체적 결과: 한국 정치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
1. 도덕적 적대 프레임의 승리
2024년 총선 주요 쟁점은 무엇이었나? 경제 정책? 외교 전략? 복지 개혁? 주요 정치 유튜브 채널들의 콘텐트를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내로남불, 위선, 도덕성 공격이 압도적이다. 정책은 복잡하다. 30초 영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상대를 위선자로 만드는 건 쉽다. 과거 발언을 찾아 현재와 비교하면 된다. 맥락은 빼고, 모순만 부각하면 된다.
유튜브 정치 채널 상위권의 영상 제목을 분석하면 패턴이 명확하다. 정책 분석보다는 폭로, 내로남불, 거짓말 같은 키워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조회수가 높은 영상일수록 이 경향은 더 강해진다.
2. 음모론의 정상화
정부가 국민을 감시한다, 선거가 조작됐다, 언론이 매수됐다는 식의 주장은 2025년 한국 정치에서 더 이상 주변부 담론이 아니다. 일부 정치인들이 공식 석상과 유튜브 채널에서 이를 언급하고, '증거'를 제시한다. 증거는 대부분 맥락을 제거한 통계, 출처 불명의 내부 문서, 익명 제보다.
문제는 이를 반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주장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선거 조작 주장은 10분 영상 하나면 충분하다.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면 선거 시스템 전체를 설명해야 한다. 누가 30분짜리 반박 영상을 볼 것인가?
3. 숙의의 실종
국회법에 따르면 법률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후 대체로 제안일로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쳐야 하며, 소위원회는 법안 회부 후 30일 이내 심사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법안 관련 영상들은 법안 발의 당일부터 독재법, 국민 기만이라는 제목을 단다. 법안 내용에 대한 분석은 없다. 오직 누가 발의했는가 만이 판단 기준이다.
숙의 민주주의는 시간을 요구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즉각성을 보상한다. 이 속도 차이가 정치를 잠식한다.
전환점인가, 위험한 도구인가: 2025년 12월의 선택
2025년 12월 24일, 국회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177명 중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 내란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통한 언론사나 유튜버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다. 불법정보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정보통신망 내에서의 유통을 금지한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를 허위정보 근절을 위한 필수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격렬했다. 야당은 입틀막법,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2박 3일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그 필리버스터가 적당했는지 내용이 합리적이었는지는 지금 따지지 말기로 하자. 사실 필리버스터라고 부르기도 창피하니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자의적 판단으로 허위조작정보를 심의할 수 있다며 위헌성을 지적했다. 법안이 상임위원회부터 본회의까지 여러 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졸속 입법" 비판도 쏟아졌다.
나는 이 법안을 보며 복잡한 심정을 느낀다. 콘텐트 산업에서 일하고, 지난 3년간 법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규제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목격해왔다.
필요성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서술한 것처럼 허위정보가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현실은 방치할 수 없다. 정치인이 유튜브에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수백만 조회수를 얻고 언론이 확인 없이 논란을 확산시키고 플랫폼이 우리는 책임 없다며 뒤로 빠지는 구조는 변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무책임한 정보 유통에 실질적 비용을 부과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위험성도 명백하다. 누가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가? 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 권한을 부여한다. 그런데 심의위원회는 독립기구가 아니라 정부 영향권 안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심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권력에 불리한 정보가 허위조작정보로 분류될 위험이 있다. 역사는 검열 도구가 항상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가 권력 유지 도구로 변질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우려되는 건 언론에 대한 적용이다. 법안은 언론사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시켰다. 탐사보도, 내부고발, 권력 비리 폭로 같은 저널리즘의 핵심 기능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한다. 모든 사실을 100% 확증하기 전에 보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잘못될 경우 손해액의 5배를 배상해야 한다면? 언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감시하기보다, 안전한 정보만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법이 전혀 무용하다고 보지 않는다. 문제는 법의 존재가 아니라 운용 방식이다.
만약 이 법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기구에 의해 운용되고 명백한 악의적 허위정보(딥페이크, 조작된 증거, 의도적 왜곡)에 초점을 맞추고, 언론의 정당한 취재 활동에는 면책 조항을 명확히 하고, 투명한 심의 절차와 신속한 이의제기 시스템을 갖춘다면 이 법은 지금까지 없었던 책임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법이 정치적으로 운용되고 모호한 기준으로 적용되고 권력 비판을 억압하는 도구가 된다면 이 법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도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2025년 12월 24일,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 법이 허위정보와 싸우는 무기가 될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될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감시하고 어떻게 요구하고 어떻게 저항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하길 바란다. 정치 유튜버들의 무책임한 선동이 줄어들길 언론이 클릭 장사 대신 사실 확인에 투자하길, 허위정보가 더 이상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지 않길 바란다. 동시에 나는 이 법이 오용될 가능성을, 권력이 이 법을 자신의 방패로 삼을 위험을, 비판의 목소리가 '허위정보'라는 이름으로 잠식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결국 법은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우리는 이 법의 운용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저항해야 한다.
대안은 무엇인가: 책임 구조의 재설계
규제가 답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은 더 큰 위험을 낳는다. 그러나 현재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1. 플랫폼 투명성 의무화
EU의 Digital Services Act는 대형 플랫폼(월 활성 이용자 4,500만 명 이상)에게 여러 의무를 부과한다:
- 추천 시스템의 주요 매개변수 공개
- 불법 콘텐츠 신고 시 명확한 처리 절차 제공
- 연례 위험 평가 및 독립 감사 실시
한국은 이런 포괄적 규제가 없다. 2024년 국회에서 논의된 플랫폼 관련 법안들은 주로 앱마켓 수수료나 결제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을 뿐, 알고리즘 투명성 조항은 포함하지 않았다. 포털과 유튜브가 무엇을 기준으로 콘텐트를 배치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이는 검열이 아니라 투명성 확보다.
2. 정치인 디지털 발언에 대한 책임 강화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를 처벌한다. 그러나 이는 선거 기간에 한정된다. 비선거 기간 유튜브 채널에서의 발언은? 법적 공백이다.
독일은 2017년 제정된 NetzDG(네트워크집행법)를 통해 특정 불법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의 신속한 삭제 의무를 규정했다. 프랑스는 2018년 '정보 조작 방지법'을 통해 선거 기간 중 허위 정보에 대한 긴급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한국도 비슷한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 단, 정부가 아니라 독립 기구가 판단해야 한다. 권력이 허위 정보 판단 권한을 쥐는 순간 그것은 검열 도구가 된다.
3. 팩트체크의 제도화와 신속화
현재 한국의 팩트체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팩트체크를 시도한 노력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팩트체크는 그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검색엔진에 나온 몇 가지 결과물은 소개하기에도 좀 민망했다.
대만은 여러 시민단체와 정부가 협력하는 팩트체크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요한 건 속도다.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24시간 안에 팩트체크가 나와야 한다. 3일 뒤 정정 보도는 무의미하다.
4. 미디어 역량 강화 교육
가장 근본적이지만 가장 느린 해법이다. 핀란드는 2014년부터 정규 교과 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시켰고, 이것이 허위 정보 대응 능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도 2016년부터 디지털 세계의 교육 전략을 통해 학교 교육에 미디어 역량을 통합했다.
한국은 2022년 교육부가 디지털 기초소양 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2025년 현재 정규 교과 과정으로의 전면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보의 출처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팩트와 의견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이것을 가르치지 않으면 다음 세대도 같은 구조에 갇힌다.
법철학적 질문: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나는 지난 3년간 법학을 공부하면서 하나의 질문에 계속 부딪혔다. 자유는 자유를 파괴할 권리를 포함하는가?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관용의 역설"을 말했다. 모든 것을 용인하다 보면 관용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까지 키우게 된다. 그들이 충분히 강해지면 관용적 사회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관용을 지키려면 불관용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한다.
2025년 인터넷 권력 문제는 같은 구조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그 자유가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 답은 이것이다. 자유는 책임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무엇을 말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말한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사회를 분열시킬 자유는 없다. 이는 검열이 아니다. 성숙한 민주주의의 조건이다.
알고리즘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
2025년의 인터넷 권력은 총칼을 들지 않는다. 대신 추천 알고리즘을 들고 있다. 검열하지 않는다. 대신 과잉 노출로 판단 능력을 마비시킨다. 침묵시키지 않는다. 대신 의미 없는 소음 속에 진실을 묻어버린다.
한국 정치가 이 구조를 방치한다면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게 될 것이다. 선거는 치러지되, 선택은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 유도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토론은 존재하되, 서로 다른 현실 위에서 각자 외친다. 이는 다원주의가 아니라 분열의 자동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터넷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된 인터넷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플랫폼에, 정치인에, 언론에,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권력을 감시하지 않는 자유는 결국 자유를 파괴하는 권력이 된다. 이것이 2025년을 마감하면서 내가 느낀,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