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특집 #1: Siri는 왜 아직도 멍청한가?

애플 Siri는 왜 여전히 답답할까? 프라이버시와 온디바이스 전략 그리고 AI 모델의 한계까지. Siri가 경쟁사의 대화형 AI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철학적 이유와 애플이 택한 전략의 명암을 해부한다.

Siri 특집 #1: Siri는 왜 아직도 멍청한가?

아이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Siri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있다. “시리야, 내일 날씨 알려줘”, “메시지 보내줘”와 처럼 기본적인 명령은 그럭저럭 해내지만, 조금만 복잡한 질문을 해보면 Siri는 여전히 엉뚱하거나 모르겠다는 무성의한 답을 내놓는다. 애플이 이토록 혁신을 자랑하는 회사라면, Siri 역시 ChatGPT나 구글 제미나이처럼 자연스럽고 똑똑한 비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Siri의 ‘멍청함’은 단순한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 애플이 선택한 전략의 결과다.

애플이 택한 프라이버시, 그리고 그 한계

애플은 경쟁사와 다른 길을 걷는다. 구글이나 오픈AI는 이용자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해 AI를 빠르게 발전시키지만,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Siri 역시 이 철학에서 출발했다. 이용자의 질문과 정보를 서버에 보내지 않고, 최대한 아이폰 안에서 직접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을 고집해왔다.

이 방식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점에서는 탁월하다. 이용자의 대화나 행동 패턴이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적다. 하지만 AI를 제대로 ‘훈련’시키고 더 똑똑하게 만들기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Siri가 개개인의 맥락이나 복잡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바로 이 데이터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WIRED: To Truly Fix Siri, Apple May Have to Backtrack on Privacy>

모델의 크기, 그리고 결정적 격차

요즘 AI는 모델의 크기가 곧 지능의 수준을 결정한다. ChatGPT의 최신 버전은 1조 개가 넘는 파라미터를 가진 초대형 언어모델을 바탕으로 하지만, Siri는 아이폰에서 무리 없이 돌아가야 하기에 30억 개 수준의 작은 모델만 쓴다. 그만큼 Siri는 기억력도 짧고, 맥락을 따라가거나 창의적인 답변을 내놓기가 어렵다.

애플은 부족한 연산 능력을 자체 서버(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통해 일부 보완하지만, 이 역시 외부에 데이터를 보내는 걸 극도로 제한한 결과라 유연성과 확장성이 떨어진다. 이용자는 그저 “Siri야”라고 말하지만, Siri는 본질적으로 ‘작은 뇌’를 가진 비서일 수밖에 없다.

약속만 남은 Siri의 혁신

애플은 해마다 Siri의 혁신을 약속해왔다. 사진, 메일, 일정 등 앱을 가로질러 맥락을 이해하는 Siri, 더 자연스럽고 개인화된 비서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Siri의 대규모 업그레이드 계획이 내부 테스트에서 기준 미달로 드러나 2026년 봄까지도 연기될 수 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참고 Bloomberg: Apple Delays AI-Powered Siri Upgrade Until 2026>

그동안 Siri는 소폭의 개선만 반복했다. 음성 호출이 간단해지고, 목소리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진 정도다. 그 사이 이용자들은 더 똑똑한 AI인 ChatGPT나 구글 어시스턴트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구조적 한계와 조직 문화

Siri의 기술적 뿌리 역시 한계의 원인이다. Siri는 원래 국방 기술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는데 한정된 명령에는 강해도 오늘날처럼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에 능한 AI로 발전시키기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여기에 애플 경영진이 오랫동안 Siri를 핵심이 아니라 부가 기능으로만 여긴 점도 한몫했다. Craig Federighi 등 임원진은 Siri보다는 iOS와 하드웨어 혁신에 집중했고, Siri 조직은 수차례 개편과 인력 이동을 겪었다.

<참고 City A.M.: Can ChatGPT save Apple’s AI woes?>

‘우리 방식’의 대가, 그리고 변화의 신호

Siri의 답답함은 결국 애플의 선택, 즉 “프라이버시 우선”과 “자체 기술 고집”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 전략이 완전히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 아이폰은 여전히 프라이버시와 보안 면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Siri는 경쟁사 AI처럼 빠르게 발전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애플은 외부 AI와의 협력(예: OpenAI, Anthropic)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Siri의 미래가 지금과 같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Siri가 멍청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애플이 택한 길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이다.

다음 편에서는, 애플이 최근 AI 전략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ChatGPT, Claude 등 외부 AI와의 협력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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