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특집 Part 1: 반도체 3사 키노트 배틀그라운드
CES 2026의 키노트 현장은 신기술 선포가 아니라 AI 인프라의 주도권을 둘러싼 선언의 무대였다. 엔비디아는 물리 세계를 작동시키는 AI 생태계를, 인텔은 AI PC의 대중화를, AMD는 클라우드부터 엣지까지 전방위 전략을 제시했다. AI가 더 이상 차별화가 아닌 기본 인프라가 된 지금, 경쟁의 기준은 성능이 아니라 비용 구조, 지속성, 그리고 생태계를 설계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AI는 존재하는 것으로서 가치가 없다.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을 입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26년 1월 5일, 라스베이거스. 이 날, 세 개의 키노트가 연달아 무대에 올랐다. 젠슨 황(Jensen Huang, NVIDIA), 짐 존슨(Jim Johnson, Intel), 리사 수(Lisa Su, AMD)가 키노트의 주인공들. 이들이 서로 다른 내용을 말했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똑같았다. 누가 2026년 AI 인프라를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었다.
서비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할 것 없이 이제 AI는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모든 칩이 AI를 말하고 모든 디바이스가 AI를 탑재한다. 중요한 점은"AI를 사용했어요"가 아니라 “얘는 이런 저런 AI 생태계 안에서 작동해요"다. 반도체 3사의 키노트는 이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을 제안했다.
NVIDIA: 칩은 기본, 무대는 물리적 세계다
젠슨 황(Jensen Huang)은 예의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에 섰다. 그의 곁에는 R2-D2를 닮은 소형 로봇 두 대가 있었다. 황이 몸을 낮춰 말을 걸자 로봇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성에 반응하고 훈련 영상에 맞춰 움직였다.
와이어드는 이 장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칩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칩이 만들어낸 세계를 보여준다."
이것이 CES 2026에서 엔비디아가 선택한 메시지였다. GPU 성능 수치가 아니라 AI가 실제 세계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작동하는가.
베라 루빈은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은 블랙웰 후속으로, 6개 칩을 통합 설계한 첫 시스템이다. 루빈 GPU는 336억 개 트랜지스터, 베라 CPU는 227억 개 트랜지스터를 탑재했고 각 슈퍼컴퓨터는 이 구성을 2세트씩 장착한다.
황은 기자 간담회에서 말했다.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베라 루빈이 현재 완전한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건 성능 숫자가 아니다. 황은 "추론은 이제 일회성 답변이 아니라 사고 과정"이라고 말했다. 베라 루빈은 블랙웰에 비해 추론 성능은 5배 빠르고 토큰당 비용은 10배 감소했으며 전력 효율은 5배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이제 더 빠른 칩이 아니라 AI 추론 경제학을 팔겠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당신의 AI 비용을 우리가 10분의 1로 줄여드리겠다."
알파마요: 자율주행이 추론을 만났을 때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알파마요(Alpamayo)라는 오픈소스 추론 모델 패밀리를 공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CLA에 탑재될 이 모델은 센서로 입력된 지시를 받아 조향, 브레이크, 가속할 뿐 아니라 차량 스스로 취하려는 행동을 추론하고 설명한다.
황은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뿐 아니라, 모델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까지 오픈한다. 그래야만 모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2027년 로보택시 상용화, 2028년 이후 개인 소유 완전자율주행 차량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6개 도메인, 하나의 생태계
엔비디아는 클라라(Clara, 헬스케어), 어스-2(Earth-2, 기후과학), 네모트론(Nemotron, 추론), 코스모스(Cosmos, 로봇), GR00T(embodied AI), 알파마요(Alpamayo, 자율주행)라는 6개 오픈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와이어드는 엔비디아를 가리켜 더 이상 AI를 계산하는 회사가 아니라 AI가 현실을 작동시키는 방식을 설계하는 회사, 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엔비디아는 더 이상 GPU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도메인별 AI 모델, 시뮬레이션 툴, 데이터셋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탈바꿈 한다는 사실이다. 개발자들은 엔비디아 칩을 사는 게 아니라 엔비디아 생태계에 들어간다.
인텔: PC의 다음 진화를 연다
인텔 CEO 립-부 탄(Lip-Bu Tan)의 선언도 명확했다. "이 칩, 팬써 레이크(Panther Lake)는 PC의 다음 진화를 여는 제품이다.” 이를 이어 받은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의 짐 존슨(Jim Johnson)은 팬써 레이크를 "가장 광범위하게 채택될 AI PC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팬써 레이크 : 18A의 마지막 승부수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모델명 펜써 레이크(Panther Lake)는 쉽게 말해 GPU와 CPU를 통합한, 18A 공정으로 제작된 첫 클라이언트 프로세서다. 예약 주문은 1월 6일부터 받고 글로벌 출시는 1월 27일이다. 200개 이상의 파트너 디자인이 준비되어 있다.
와이어드는 18A 공정의 의미를 이렇게 짚는다. "기존의 반도체 제조 방식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대신 트랜지스터 구조와 전력 공급 방식을 근본적으로 설계해 TSMC와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성공하면 큰 보상을 얻지만 실패하면 치명적일 수 있는 고위험 고보상 전략” 이라고 말이다.
인텔은 Arc B390 통합 GPU로 배틀필드 6를 최고 화질에 가까운 설정에서 초당 145프레임으로 구동할 수 있다고 시연 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다만 이 수치는 화면 해상도를 보정해 주는 기술과 실제 프레임 사이에 가짜 프레임을 여러 장 끼워 넣는 멀티프레임 생성 기능을 함께 사용한 결과다.
숫자만 보면 인상적이지만, 실제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평균 프레임 수보다 조작에 대한 반응 속도와 체감 지연이다. 멀티프레임을 만들면 화면을 부드럽게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게이머들은 결국 손에 느껴지는 반응성을 기준으로 성능을 판단한다. 인텔은 팬써 레이크 기반 핸드헬드 게이밍 플랫폼 전체를 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부 사항은 올해 후반에 공개된다.
인텔의 던진 승부수는 대중화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를 장악하는 동안, 인텔은은 AI PC 시장 전체를 먼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8A가 성공하면 인텔 파운더리의 미래가 열린다. 실패하면 판이 다시 짜인다.
AMD: 우리는 전방위로 간다
키노트의 마지막 타자는 에이엠디(AMD)의 리사 수(Lisa Su)다. 그리고 마지막 답게 가장 야심찬 포트폴리오를 펼쳤다.
라이젠(Ryzen) AI 400, NPU 60 TOPS의 의미
AMD는 라이젠(Ryzen) AI 400 시리즈를 발표했다. 라이젠 AI 400 시리즈는 AMD가 만든 AI 기능이 강화된 PC용 프로세서다. 쉽게 말하면, CPU에 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전용 회로(NPU)를 더해 만든 차세대 라이젠 칩이다. NPU는 GPU와 달리 AI 연산만 전담한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Copilot+ PC 같은 AI 통합 환경, 실시간 음성/영상 처리, 이미지 생성 지원, AI 기반 생산성 도구, 창작 도구, AI 기능을 매끄럽게 만드는 보조 기능 등에 사용된다.사용자 경험을 매끄럽게 만드는 AI 보조 기능을 담당한다. 아키텍처는 Zen 5와 RDNA 3.5로 Ryzen AI 300과 동일하지만, 메모리 속도가 더 빨라졌다.
AMD는 숫자 싸움보다는 실제 성능에 더 초점을 맞췄다. 수치로는 60 TOPS라고 밝혔지만 수치의 의미 보다 실제로 사용할 때 얼마나 더 빠르고 자연스러운가에 중점을 둔 것이다.
게이머를 놓치지 않겠다
이와 함께 AMD는 라이젠 7 9850X3D를 발표했다. Zen 5 아키텍처와 3D V-Cache 기술을 탑재하며, 최대 5.6GHz 부스트와 104MB 캐시를 제공한다. 최대 27% 더 빠른 게이밍 성능을 자랑해 게이머들을 최대한 공략한다. 또한 라이젠 AI 할로(Ryzen AI Halo)도 발표했다. 리사 수는 이를 "세계에서 가장 작은 AI 개발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200B 파라미터 모델을 지원하고 최대 128GB 통합 메모리를 넣었고 윈도와 리눅스를 지원한다.
또한 Zen 6를 처음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 발표가 아니라, AMD가 TSMC 2nm 공정으로 넘어가는 로드맵을 확인한 순간이다.
오픈AI와 리퀴드 AI의 지원
오픈AI의 그렉 브록만(Greg Brockman)이 무대에 올라 "우리는 AMD에 수십억 달러의 하드웨어 주문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리퀴드(Liquid AI)의 CEO 라민 하사니(Ramin Hasani)는 자사가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 LFM 3.0을 발표하며 "실시간 오디오비주얼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항상 켜져 있으며, 백그라운드에서 선제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MD는 엔비디아처럼 데이터센터만 공략하지 않는다. 인텔처럼 PC만 공략하지도 않는다. 클라우드(EPYC), 엣지(Ryzen AI), 디바이스(Ryzen)를 동시에 밀어붙인다.
세 가지 전략, 하나의 질문
키노트 발표만 보면 엔비디아는 인프라를 장악했다. 인텔은 대중화를 노린다. AMD는 전방위로 움직인다. 각 사의 움직임은 저마다 다른 목표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CES 2026의 진짜 교훈은 따로 있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라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수석 애널리스트 앤셜 새그(Anshel Sag)가 말했듯, "모든 것이 AI가 되면 아무것도 AI가 아니다. AI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Everything is AI now, so nothing is AI).
AI는 기능이 아니라 질서가 된다
CES 2026은 신기술 전시회라기보다 권력 선언의 무대에 가까웠다. 엔비디아는 AI가 작동하는 세계를 설계하는 주체로 자신을 재정의했고, 인텔은 AI를 일상의 기본값으로 만드는 대중화를 택했으며, 에이엠디는 클라우드에서 엣지, 디바이스까지 끊김 없는 연결을 제시했다. 서로 다른 전략이었지만, 공통된 전제는 하나였다. AI는 이제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인프라라는 점이다.
그래서 경쟁의 기준도 바뀌었다. 더 많은 TOPS, 더 높은 프레임, 더 미세한 공정은 출발선일 뿐이다. 승부는 누가 더 오래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가, 누가 더 적은 비용과 전력으로 추론을 지속할 수 있는가, 누가 개발자와 이용자를 하나의 생태계 안에 묶어둘 수 있는가에서 갈린다. AI는 더 이상 기능이 아니라 비용 구조이자 운영 능력이며 신뢰의 문제다.
이 지점에서 CES 2026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앞으로의 AI 경쟁은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질서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싸움이라는 사실이다. 칩은 도구가 되고 모델은 수단이 되며 최종 승자는 그 위에 얹힌 경험, 경제성, 지속성을 설계한 기업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AI가 된 이후 살아남는 것은 AI를 가장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작동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