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일상 속 두 번째 두뇌가 되었다

전 세계 7억 명이 사용하는 ChatGPT,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오픈AI와 하버드 대학이 110만 건의 실제 대화를 분석한 결과,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의 사고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었다. 이용자의 49%가 질문을 통해 AI와 소통하며, 70%가 업무 외 일상에서 활용한다. 성별 격차는 사라지고 창작의 주도권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AI 시대의 진짜 인사이트를 데이터로 확인해보자.

인간의 뇌와 연결된 디지털 신경망을 표현한 AI 세컨드 브레인 개념 일러스트레이션
인간의 뇌와 디지털 신경망은 개념적으로 연결되어 가고 있다.

챗지피티 사용 연구에서 얻는 5가지 핵심 인사이트

인공지능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간의 사고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9월 15일 오픈AI와 하버드 대학은 공동 연구를 통해 전 세계 7억 명이 매주 챗지피티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전체 성인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구자료 원본
How People Use ChatGPT (NBER Working Paper No. 34255, 2025)

단순한 이용자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왜 AI를 사용하고 있는가였다. 연구진은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110만 건의 실제 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AI와 인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는 더 이상 명령을 받아 실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과 대화를 통해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1. 기술의 민주화: 성별과 국경을 넘나드는 AI 혁명

AI는 더 이상 남성 기술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챗지피티 초기 몇 개월 동안 사용자의 약 80%가 남성이었던 것은 전형적인 얼리어답터 현상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2025년 6월 기준, 여성 이용자 비율이 52%로 역전된 것이다. 2022년 12월 남성 80%, 여성 20%였던 비율이 불과 2년 반 만에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지역별 성장 패턴이다.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에서의 챗지피티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GDP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 사이의 중간소득 국가들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싼 교육이나 전문 도구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 접근성이 곧 기회의 평등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항목

수치 / 변화

설명

주간 활성 이용자 수

약 7억 명 (weekly active users) 

소비자 플랜을 사용하는 사용자 기준 전체 주간 액티브 유저

2024년 6월 vs 2025년 6월의 일일 메시지 전체량

→ 2024년 6월: 전체 메시지 약 4.51억 건/일→ 2025년 6월: 약 26.27억 건/일 

Work 관련 대화 + 비업무 대화 포함한 전체량

Work 관련 메시지 비율 변화

2024년 6월: 약 47% → 2025년 6월: 약 27% 

전체 대화 중 업무 관련 대화의 비율

비업무(non-work) 메시지 비율

2025년 6월 기준 약 73% 

대화 유형 분류 (“Asking”, “Doing”, “Expressing”)

Asking 약 49%, Doing 약 40%, Expressing 약 11% 

Asking = 정보 탐색/조언 요청, Doing = 실질적 작업 요청, Expressing = 감정·생성적/표현적 대화

주요 주제(topic) 분포

Practical Guidance + Seeking Information + Writing 이 세 가지 주제가 전체 대화의 거의 80% 차지 

Practical Guidance = 튜터링·어드바이스 등 사용자 맞춤 조언 포함, Seeking Information = 사실적 정보 요청 등, Writing = 이메일/검토/번역/요약 등

코딩 관련 요청 비율

전체 메시지 중 약 4.2% 정도 

감정적·개인적 표현 (emotional / companionship)

관계/개인 반성(personal reflection) 약 1.9%, 역할놀이(role play) 포함 기타 표현 낮음 

2. 질문하는 인간: AI는 답변기가 아닌 사고 파트너

챗지피티 사용의 49%가 질문하기였다는 연구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AI가 주로 글을 써주거나 코딩을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전체 대화의 거의 절반이 조언이나 정보를 구하는 질문 형태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질문하기(Asking)가 49%, 실행하기(Doing)가 40%, 표현하기(Expressing)가 11%였다. 질문하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판단을 구하는 대화이고, 실행하기는 "이걸 해줘"처럼 구체적인 작업을 요청하는 것이며, 표현하기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나 잡담을 의미한다.

특히 업무 관련 대화에서는 질문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 사람들은 AI에게 단순히 작업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같은 판단과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이는 AI의 진정한 가치가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마치 신뢰할 만한 동료나 멘토와 대화하듯 AI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3. 업무와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범용 도구

업무 30%, 일상 70%라는 수치는 AI가 생활 전반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챗지피티 사용의 70%가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목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업무에서는 주로 문서 작성 및 편집, 전략 수립과 문제 해결,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 용도로 활용된다. 특히 업무용 대화의 40%가 문서 작성 관련이었다. 일상에서는 학습과 자기계발이 전체 대화의 10.2%를 차지했고, 창작 활동 지원과 정보 검색, 개인적 조언 구하기가 주를 이뤘다.

주요 사용 목적을 살펴보면 실용적 조언이 29%, 정보 탐색이 24%, 글쓰기 지원이 24%로 상위 3개 항목이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글쓰기 지원의 3분의 2가 새로운 텍스트 생성이 아닌 기존 텍스트 수정과 개선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AI가 인간의 창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협력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4. 창작의 주도권은 여전히 인간에게

도구는 중립적이지만, 창의성은 인간의 선택 속에서 발휘된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창작의 죽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실제 사용 패턴을 보면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연구에 따르면 순수 창작 즉 픽션 작성은 전체 사용의 1.4%에 불과했다. 대신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AI를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의 출발점으로 활용하거나, 초안 작성 후 반복적인 수정과 개선 과정에서 도움을 받거나, 다양한 관점에서의 피드백을 얻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 사용 사례를 보면 이런 식이다. "소설의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해줘. 그 중에서 내가 선택해서 스토리를 발전시킬게."

이는 AI가 창작 과정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종 결정권과 창의적 방향성은 여전히 인간이 쥐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AI가 더 풍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창작의 본질은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가능성 중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하는 데 있다.

5. 습관이 될수록 깊어지는 활용도

사용할수록 더 창의적으로, 더 전략적으로 활용하게 된다는 것이 연구에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패턴 중 하나였다. 이를 '코호트 효과'라고 한다. 코호트 효과란 같은 시기에 특정 서비스를 시작한 이용자 집단이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는 공통적인 행동 변화 패턴을 의미한다. 챗지피티의 경우 초기 사용자들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다양하고 고도화된 방식으로 AI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번역, 요약, 간단한 질문 정도로 시작하지만 숙련 단계에 접어들면 복잡한 분석, 전략 수립, 학습 설계로 발전한다. 고도화 단계에 이르면 창의적 협업과 장기 프로젝트 관리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질문하기 형태의 사용이 실행하기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AI를 단순한 도구에서 사고와 판단을 도와주는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질문 형태의 대화가 실행 형태보다 4배 이상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AI의 진정한 가치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습관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일수록 AI를 명령 실행자가 아닌 사고 동반자로 활용하고 있었다.

두 번째 두뇌로서의 AI

이번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20년 전 구글이 "정보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했다면, 지금 AI는 "사고와 창작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고 있다. 누구나 복잡한 분석을 요청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어려운 결정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이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가장 만족도가 높은 AI 사용법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AI와 대화하며 새로운 관점을 얻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창의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AI가 "두 번째 두뇌"가 되어가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그 질문들이 곧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인간의 사고 파트너로서, 우리의 두 번째 두뇌로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