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붕괴': 헤드라인 저널리즘이 파괴하는 사회의 신뢰
코스피가 5,099로 떨어진 걸 '붕괴'로 보도하는 한국 언론.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헤드라인에 부정 단어 하나 추가 시 클릭률 2.3% 증가한다. 독자는 기사의 44%만 읽고 45초만 머문다. 클릭베이트는 단기 트래픽을 늘리지만 장기적으로 신뢰를 파괴한다. 한국 언론 신뢰도는 31%로 48개국 중 37위. 1880년대 황색 언론부터 이어진 선정주의는 알고리즘과 결합해 자기증식 사이클을 형성했다. 부정 편향과 손실 회피라는 뇌 메커니즘이 클릭베이트를 작동시킨다. 정확한 단어 사용, 맥락 복원, 독자 존중만이 신뢰받는 방법이다.
1. 코스피 2.39% 하락은 왜 '붕괴'가 되었나
2026년 2월 2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2.39% 하락한 5,099.29를 기록했다. 아주경제는 이를 "코스피 5100선 붕괴…워시 쇼크에 외국인 매도세"로 보도했다. 여러 경제지들도 2%대 하락한 장을 붕괴로 표현했다. 일부는 쇼크를 함께 사용해 이중으로 공포를 증폭했다.
붕괴는 국어사전이 정의하는 대로 ‘쌓인 것이 무너져 내리고, 체제나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코스피가 2.39% 하락했다고 해서 시장이 제 기능을 잃었는가. 거래는 계속됐고, 가격 발견 메커니즘은 작동했으며, 유동성은 유지됐다. 이건 붕괴가 아니라 변동성이다. 조정이다. 하락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정확한 단어 대신 가장 자극적인 단어를 골랐다.
습관이고 버릇이고 아니면 의도적 선택이겠지만 여기에는 과학적 배경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2023년 발표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실험(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 게재)은 22,743명의 참가자와 약 105,000개의 헤드라인 변형, 총 570만 회의 클릭을 분석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헤드라인에 부정 단어를 하나 추가할 때마다 클릭률이 평균 2.3% 증가했다. 긍정 단어는 클릭률을 감소시켰다. 부정 단어가 긍정 단어보다 적게 사용됐음에도 효과는 압도적이었다.
기자들은 이 메커니즘을 이미 몸으로 깨달았다. 붕괴는 하락보다 강하고 급락이나 폭락보다도 강하다. 단어 하나로 클릭률 2.3%를 올릴 수 있다면 광고 수익 모델에 의존하는 언론사에게 붕괴는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다. 분석은 시간이 걸리고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붕괴라는 단어 하나면 모든 설명을 생략할 수 있다.
2. 독자는 기사의 44%만 읽는다: 클릭베이트의 경제학
네덜란드 미디어 분석 회사 스마토크토(Smartocto)는 2025년 3월부터 5월까지 231개 브랜드의 343,167개 기사를 분석했다. 총 33억 4,900만 건의 기사를 읽은 데이터다. 독자는 평균 기사의 44.06%만 읽었다. 절반도 읽지 않는다. 독자가 콘텐트를 실제로 읽는 데 소비하는 평균 시간은 45.04초였다.
45초. 기자가 취재하고 분석하고 작성한 기사를 독자는 45초 동안 본다. 이 짧은 시간 안에 독자의 주의를 붙잡지 못하면 기사는 사라진다. 그래서 헤드라인이 독자가 접하는 유일한 정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통신규제기관 오프컴(Ofcom)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70%가 온라인 뉴스를 소비하는데, 16-24세의 80%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헤드라인이 전부다. 경쟁이 치열하고 정보가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클릭베이트는 독자의 주의를 끄는 기본 전략이 됐다.
이 구조가 언론사를 압박한다. 2024년 한국 방송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약 20% 급감했다. 젊은 층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했고 오티티(OTT) 서비스가 성장했다. 언론사들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제이티비씨, 케이비에스, 티비에스, 에스비에스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탐사보도팀이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국민일보, 조선일보, 세계일보는 탐사팀을 아예 없앴다. 케이비에스는 4명, 에스비에스는 10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수익은 줄고 인력은 감소하는데 클릭은 늘려야 한다. 이 압박 속에서 기자들은 정확성보다 자극성을, 균형보다 극단을, 분석보다 선동을 선택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언론의 정확성 평가는 5점 만점에 3.11점이다. 2023년 3.16점에서 0.05점 하락했다. 전문성은 3.34점으로 0.03점 떨어졌다. 사회적 약자 대변은 2.90점, 정부 비판과 감시는 2.99점으로 보통(3점)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3. 한국 언론 신뢰도 31%: 클릭은 늘고 신뢰는 줄다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2025년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한국 언론의 전반적 신뢰도를 31%로 기록했다. 48개국 중 37위다. 여전히 하위권이다. 방송사별로 보면 엠비씨가 61%로 1위, 제이티비씨가 59%, 와이티엔이 55%였다. 방송사가 신문사보다 높은 신뢰도를 유지했지만 전반적 수치는 부끄럽다.
한국 독자 51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이선민 등, 디비피아)는 클릭베이트 헤드라인이 뉴스 품질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선정적이고 기만적인 헤드라인에 노출된 독자는 동일한 본문을 읽은 후에도 정확성, 진실성, 정보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독자들은 짜증, 실망, 허무함 같은 부정적 감정을 강하게 느꼈다. 결과적으로 헤드라인이 독자를 유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독자는 그 뉴스를 다시 이용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미국 연구진(Pengnate et al., 2021)은 클릭베이트가 이용자의 호기심과 각성 수준을 높이지만 동시에 실망 위험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신뢰도와 재방문율이 감소한다. 중국 연구진(Wang et al., 2025)은 뇌파검사(EEG)를 통해 과장과 시각적 수사가 즉각적 주의 포착에 효과적이지만 감정을 내포한 단어가 더 빠르게 감정적 반응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언론사들이 붕괴를 남발할수록 독자는 진짜 붕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매일 외치는 양치기를 누가 믿겠는가. 모든 것이 붕괴라면 아무것도 붕괴가 아니다. 위기 인식의 둔감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다. 언론이 스스로 경보 시스템을 파괴했다.
4. 황색 언론에서 클릭베이트까지: 선정주의의 140년 역사
이 현상은 새롭지 않다. 1880년대 미국에서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는 신문 판매 경쟁을 벌였다. 두 사람은 과장된 헤드라인과 선정적인 뉴스로 독자를 끌어모았다. 퓰리처는 옐로 키드(Yellow Kid)라는 만화를 신문에 실어 인기를 끌었다. 이 시기의 저널리즘을 황색 언론이라 부른다. 합법적이고 올바르게 연구된 뉴스는 거의 제공하지 않으면서 뉴스 이벤트를 과장하고 선정주의를 조장하는 눈길을 끄는 헤드라인을 사용했다.
영국 타블로이드는 이 전통을 계승했다. 더 선(The Sun)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라노 호 격침을 "잡았다(GOTCHA)”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368명이 사망한 비극을 승리로 축하했다. 초기 판에서 이 헤드라인을 사용했다가 이후 판에서 수정했지만 이미 꽤 수익을 올렸다. 더 선은 "우리가 박살낼 거야(We'll Smash 'Em)” 같은 헤드라인으로 전쟁을 무조건 지지했고 일일 판매 부수가 100만 부 이상 증가했다.
데일리 메일(The Daily Mail)은 100년 이상 선정주의와 허위정보 유산을 쌓았다. 1924년 지노비예프 편지 사건에서 영국 공산당에 보낸 편지를 유출하고 선정적으로 보도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 프레스 가제트가 2025년 7월 분석한 데일리 메일 헤드라인은 극단적 클릭베이트의 전형이다.
"단독: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과속 뺑소니 운전자에게 젊은 여성이 사망한 충격적 순간 – 20피트 공중으로 튕겨 나가 런던 버스 정류장에서 공포에 질린 목격자들 앞에 떨어진 장면"
씨씨티비(CCTV) 영상을 모바일에서 자동 재생했고 감정적 충격을 극대화했다. 독점성을 강조하고 유족의 슬픔을 무시했다. 저널리즘적 정당성 없이 순전히 클릭 유도 목적이었다.
영국 언론인 노조(NUJ)는 저널리즘 품질 하락을 인정했다. 업계가 설립한 자율규제 기구 아이피에스오(IPSO)는 높은 기준을 집행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 클릭베이트가 자기증식 사이클을 형성했다. 알고리즘은 극단적 감정을 선호하고 극단적 감정은 높은 참여도를 만들며 높은 참여도는 더 많이 노출시킨다. 더 많이 노출되면 더 많은 광고 수익으로 연결된다. 선정적이고 종종 거짓인 콘텐트가 진정한 뉴스를 압도한다.
5. 뇌는 왜 부정 뉴스를 선택하는가: 부정 편향의 신경과학
인간의 뇌는 부정 정보에 더 많은 주의와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부정 편향이라 부른다.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이 편향은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자동 반응이다. 부정 정보가 뇌에 더 끈적하게 남는다. 부정 정보는 위협 반응을 자동으로 활성화해 잠재적으로 해로운 경험을 계획하고 회피할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배울 때, 타인에 대해 배울 때, 의사결정을 할 때 부정 정보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는 위협을 탐지하고 생존에 유리한 진화적 적응이다. 저널리스트들은 이를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피가 흐르면 1면이다"라는 격언은 범죄, 유혈, 비극에 관한 스토리가 좋은 뉴스보다 더 많은 신문을 판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에이머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전망 이론은 손실 회피를 설명한다. 개인은 동등한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 손실의 심리적 영향이 동일한 크기의 이득보다 약 2배 강력하다. 부정 뉴스는 잠재적 손실 정보로 인식된다. 독자들은 이를 ‘놓치면 안 되는’ 위험 정보로 받아들인다. 긍정 뉴스는 상대적으로 덜 긴급하고 덜 중요하게 인식된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더 중요하고 빈번하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선정적 헤드라인은 기억에 더 쉽게 남아 현실 인식을 왜곡한다. 확증 편향은 기존 믿음을 확인하는 정보를 선호하게 만든다. 클릭베이트는 독자의 기존 믿음이나 두려움을 자극한다.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판단할 때, 그 정보가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지에 따라 중요도나 발생 빈도를 평가하는 사고방식의 오류입니다. 쉽게 말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사건이나 정보를 실제보다 더 자주 일어나거나 더 중요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심리 현상이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이 2023년 발표한 연구는 뉴스 헤드라인의 부정적 언어가 독자의 클릭 가능성을 증가시키며 기사 내용을 조정한 후에도 효과가 지속된다고 밝혔다. 뉴로이미지가 2021년 12월 발표한 뇌 반응 연구는 부정 헤드라인이 빠른 뇌 반응과 느린 뇌 반응 모두를 지배하며, 명시적 출처 신뢰도 평가와 무관하게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신뢰할 수 없는 출처의 감정적 뉴스가 성공하는 뇌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6. 클릭베이트의 역설: 단기 트래픽이 장기 파산을 부른다
클릭베이트는 단기적으로 트래픽을 늘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웹사이트와 퍼블리셔의 신뢰도를 파괴한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2021)은 클릭베이트 헤드라인이 전통적 헤드라인보다 나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일부 경우 오히려 더 나쁜 성과를 냈다. 독자들이 너무 흔해진 스타일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독일 연구는 전형적인 클릭베이트 문구가 클릭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독자들이 실제로 기사를 읽거나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장과 허위정보에 대한 좌절감이 특히 젊은 층을 뉴스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만들 위험이 있다. 신뢰를 잃으면 되찾는 데 훨씬 더 오래 걸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4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5년간 포함됐던 개별 언론사 신뢰도와 영향력 문항을 삭제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실시하던 조사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재단은 "공공기관에서 개별 언론사를 서열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됐다. 2023년과 2024년 로이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서 엠비씨가 2년 연속 신뢰도 1위(58%, 61%)를 차지했는데, 언론진흥재단이 2023년 리포트 번역본을 출간하면서 엠비씨 1위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언론진흥재단 자체 조사에서는 케이비에스가 1위, 엠비씨가 2위였다. 경향신문과 한국기자협회는 이를 "엠비씨 신뢰도 1위 결과 은폐 의도"로 보도했고, 재단은 논란이 일자 번복했다. 2024년에는 아예 개별 언론사 측정 자체를 중단했다.
언론은 형식은 있으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제도는 있으나 신뢰는 없다. 기사는 있으나 저널리즘은 없다. 기자들은 여전히 취재하고 작성하고 송고하지만 그들이 생산하는 콘텐트는 정보가 아니라 자극이고, 분석이 아니라 선동이며 저널리즘이 아니라 광고 수익 최적화 전략이다.
7. 언론 신뢰 회복은 가능한가
붕괴는 끝이 아니다. 재건의 시작점이다. 2024년 12월 계엄령 사태 이후 전통 미디어는 팩트체크를 강화했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허위정보 확산 속에서 전통 미디어의 역할이 재조명됐다. 로이터 리포트는 방송사 신뢰도가 전년 대비 3-6%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뢰 회복의 조짐이다.
하락은 하락이라고 써야 한다. 조정은 조정이라고 써야 한다. 붕괴는 진짜 붕괴가 왔을 때만 써야 한다. 정확한 단어는 정확한 인식을 만들고, 정확한 인식은 정확한 판단을 만들며, 정확한 판단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숫자 뒤의 구조를 설명하고 현상 너머의 원인을 분석하며 오늘의 사건이 내일 어디로 가는지 맥락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저널리즘이다.
독자를 호구로 보지 않고 클릭이 아니라 신뢰를 쌓으며 단기 트래픽이 아니라 장기 관계를 구축하는 언론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붕괴를 남발하는 언론사들은 스스로 경보 시스템을 파괴하며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언어의 정직성을 회복하고, 맥락을 복원하며, 독자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한 문장 한 문장 쌓아올릴 때, 그것이 재건의 벽돌이 된다.
시장은 결국 작동한다. 독자는 결국 학습한다. 신뢰는 결국 가치를 증명한다. 붕괴한 것은 다시 세울 수 있다. 단, 똑같이 세우면 또 무너진다. 다르게 세워야 한다. 더 정직하게, 더 정확하게, 더 신뢰할 수 있게.
자료 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2024 언론수용자 조사
- 로이터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 한국
-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 7권 (2023), "부정성이 온라인 뉴스 소비를 이끈다"
- 스마토크토, "2025년에 중요한 미디어 지표"
- 프레스 가제트, "클릭베이트가 자기증식 사이클이 되었다"
- 이선민 등, 헤드라인의 선정성과 기만성이 뉴스 이용의도에 미치는 효과
- 왕 등, 사이버심리학·행동·소셜 네트워킹, 28권 1호 (2025)
- 펭네이트 등, 정보기술·정보관리 저널 (2021)
-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클릭베이트 헤드라인이 독자를 덜 유인할 수 있다" (2021)
-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부정적 헤드라인이 클릭 가능성을 높인다" (2023)
- 뉴로이미지, "부정 뉴스가 빠르고 느린 뇌 반응을 지배한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