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뉴스룸, AI에게 인용당하는 것이 승리인가 굴복인가
온라인 검색의 60%가 클릭 없이 끝난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3년 안에 검색 트래픽이 4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AI가 검색의 문지기가 된 세상에서, 기업 뉴스룸의 질문은 단순해진다. AI가 반드시 인용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AI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설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GEO 전략의 두 버전, '지적 알리바이'의 조건, 그리고 인용이 곧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까지.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23일
브랜드가 AI에게 반드시 인용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제로클릭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일까. 나는 이 블로그를 통해 계속 이 질문을 해왔다. AI의 근거가 되는 것과 자기 스스로 살아남는 것은 정반대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반대의 방향을 틀어 넣는 몇 가지 팁들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의 답을 포기할 수가 없다. 내가 만든 콘텐트가 AI 뒤로 숨는 건 너무 속상하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창에서 링크가 사라진 날
2026년 3월 17일, Informa TechTarget은 기업들이 AI 검색에서 자기 브랜드가 어떻게 언급되는지 진단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발표 자체는 평범한 마케팅 뉴스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발표의 배경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오늘 아침 스마트폰을 켜고 무언가를 검색했다면, 아마 그 답을 구글이나 챗지피티가 줬을 것이다. 링크도 있었겠지만 굳이 클릭할 필요는 없었다. 그 편리함 뒤에서, 수십 개의 브랜드 사이트와 기업 뉴스룸이 조용히 말라가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 뉴스룸에게 남은 질문은 두 가지다. AI가 반드시 인용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AI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설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검색의 최대 60%가 단 한 번의 클릭도 없이 끝난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2026년 1월 51개국 280명의 뉴스 경영진을 조사한 결과, 앞으로 3년 안에 검색에서 오는 트래픽이 4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숫자 뒤에 있는 현실은 간단하다. AI가 검색의 마지막 문지기가 됐다.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한 브랜드는 없는 것과 같다.
AI는 왜 남의 글을 빌려 쓸 수밖에 없는가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는 이 변화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AI가 답변을 만들 때 내 브랜드의 데이터와 논거를 쓰게 만드는 전략이다. 검색 결과 상위에 올리는 기존 SEO와는 목표 자체가 다르다.
Princeton 연구팀이 2024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은 10,000개 질문에 9가지 방법을 테스트해 AI 노출을 최대 41%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단순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넣는 것. AI가 숫자가 포함된 내용을 사실 근거로 먼저 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AI의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챗지피티든 퍼플렉시티든 클로드든, AI는 답변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세상에 이미 있는 글에서 패턴을 읽고 조합할 뿐이다. AI는 현장에 가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조사 데이터가 없다. 아무리 똑똑해져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는 정보는 답변에 쓸 수 없다.
바로 여기서 브랜드의 기회가 생긴다. AI가 남의 글을 빌려 쓸 수밖에 없다면, 빌려줄 좋은 재료를 가진 쪽이 유리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 하나를 먼저 짚어야 한다. GEO를 실행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고 결과가 정반대다. 첫 번째는 형식만 따라 하는 것이다. FAQ 구조를 쓰고, 수치처럼 보이는 문장을 쓰고 전문가처럼 들리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자기만의 데이터 없이 형식만 흉내 내면, 모든 브랜드가 결국 같은 모양이 된다. 이 문제는 이전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두 번째는 내용을 채우는 것이다. AI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데이터,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수치, 우리 브랜드만이 가진 관점을 쌓는 것. 이 경우 GEO는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무기가 된다. 이 글이 말하는 GEO는 두 번째다.
나는 이것을 AI의 지적 알리바이(Intellectual Alibi)라고 부르겠다. AI가 어떤 주제에 대해 답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출처가 되는 것. 내 데이터 없이는 AI가 그 주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 그것이 새로운 전략의 핵심이다.
사라지지 않는 사실이 AI를 이기는 방법
철학자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1925년 출간한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사실은 해석이나 편의에 의해 지워지거나 바꿔 쓸 수 없다고. 그것을 그는 '스터번 팩트(stubborn facts)'라고 불렀다.
이 말은 AI 시대 콘텐트 전략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직접 검증한 수치,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 브랜드만의 고유한 인사이트는 마음대로 바꾸거나 대체할 수 없다. 브랜드가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두면, AI는 그것을 인용하거나 아예 답변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2026년 보고서는 트래픽을 잃은 언론사들이 "AI가 쉽게 요약해버릴 수 없는" 원본 취재, 맥락 분석, 인간 중심 스토리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만의 얘기가 아니다. 기업 뉴스룸과 브랜드 콘텐트 전략 전체에 해당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이 방향 전환에는 불편한 함정이 있다.
AI에게 잘 보이려다 신뢰를 잃는 함정
AI에 잘 인용되고 싶다는 욕심은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을 위한 글쓰기로 쉽게 빠진다.
Informa TechTarget은 이번 서비스 출시 발표에서 자사 미디어 사이트들의 AI 유입 트래픽이 2025년 한 해 동안 235% 늘었고, AI 추천을 통한 회원 가입이 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GEO가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다. 동시에 이 전략의 이익은 누가 가져가고 비용은 누가 치르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기업들이 AI 인용을 위해 근거 없는 수치를 집어넣거나 없는 권위를 포장하거나 맥락 없는 자극적인 문장을 만든다면? 그 알리바이는 처음부터 가짜다. AI는 그것을 인용하고 수백만 명의 독자는 거짓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가공된 수치와 진실된 데이터를 걸러내는 것은 결국 내부 검증 프로세스와 편집 독립성의 문제다. GEO 전략이 확산될수록, 그것을 실행하는 팀과 그것을 검증하는 팀이 분리돼야 한다. 도구는 누구나 쓸 수 있다. 그 도구로 무엇을 만드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저널리즘 윤리와 브랜드 책임의 문제다.
AI가 반드시 나를 인용하게 만드는 세 가지 조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AI의 '지적 알리바이'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세 가지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첫째, 데이터를 직접 가지고 있어야 한다. AI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수치를 우리만 갖고 있어야 한다. 자체 설문, 내부 분석, 독점 인터뷰가 그것이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의 2024년 AI 소비자 조사가 수없이 인용되는 이유는 하나다. 그 데이터를 가진 곳이 거기뿐이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자기만의 조사 데이터를 꾸준히 발행할수록, AI가 그것을 인용하는 빈도도 따라서 늘어날 것이다.
둘째, 주장이 뚜렷하고 확인 가능해야 한다. AI는 모호한 표현보다 구체적인 수치와 명확한 주장을 먼저 집어든다.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AI가 쓰기 어렵다. "51개국 280개 뉴스 조직 경영진의 62%가 자사 AI 실험 결과를 '제한적'으로 평가했다"는 바로 쓴다. 구체적인 수치가 AI 인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연구로도 확인됐다.
셋째, 한 주제를 꾸준히 깊이 다뤄야 한다. AI는 한 번 잘 쓴 글보다, 같은 주제를 오랫동안 깊이 다뤄온 출처를 더 믿는다. 2~3년 동안 한 주제를 중심으로 쌓은 콘텐트는 단기간에 대량으로 찍어낸 최적화 콘텐트보다 훨씬 강한 알리바이가 된다. Forrester에 따르면 B2B 구매자들이 소비자보다 3배 빠른 속도로 AI 검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속도라면, 지금 쌓기 시작한 콘텐트 자산이 2~3년 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클릭이 아니라 인용이 목표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2026년 보고서는 언론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AI가 쉽게 조각내기 어려운 몰입형, 서사 중심 콘텐트"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응답자의 79%가 영상, 71%는 오디오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데이터가 말하는 것은 하나다. 클릭을 잃은 브랜드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뿐이다. AI에게 인용당하거나, AI가 대신할 수 없는 형식으로 가거나.
그리고 이 두 길은 결국 같은 곳으로 이어진다. 대체할 수 없는 것을 만드는 것. AI가 아무리 합성해도 흉내 낼 수 없는 데이터, 현장에서 직접 얻은 목소리, 우리 브랜드만의 관점. 이것들이 제로클릭 시대의 진짜 자산이다.
트래픽을 잃었다고 게임이 끝난 게 아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뀐 것이다. 이제 목표는 클릭이 아니라 인용이다. 독자가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AI가 우리 데이터를 쓰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승리다.
단, 인용이 곧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AI는 출처를 희미하게 처리하거나 맥락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원래 의미를 바꿀 수 있다. 브랜드가 재료를 제공하고도 크레딧을 잃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인용되는 것'과 '인용을 통해 브랜드 자산을 쌓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가 우리 브랜드를 인용하지 않고는 답변을 완성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과연 그것이 저널리즘의 새로운 승리인가, 아니면 알고리즘에 끌려다니는 새로운 굴복인가.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저널리즘의 방향이 결정된다.
이제 다음 단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AI가 우리 데이터를 인용할 때 지켜야 할 규범을 브랜드가 먼저 설계하는 것. 구애에서 규범 제정으로. 그것이 지적 알리바이 전략의 다음 국면이다. /ray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