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가 세상을 바꾼다: 다보스가 보여준 균열과 변화
2026년 1월 셋째 주, 세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AI의 미래를, 워싱턴에서는 반도체 자립을, 도쿄에서는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시대를 얘기하고 있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수십 년 간 세계를 떠받친 전제들, 기술 낙관주의, 글로벌 공급망, 무한한 유동성이 동시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와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가 다보스 포럼에서 던진 경고와 희망이 있다.
1. 임계점 2026년: AGI, 예상보다 빠른 도래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6년 또는 2027년이면 인간 노벨상 수상자 수준의 능력을 갖춘 AI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고수했다. 그는 이 예측의 핵심 근거로 'AI가 AI를 구축하는(AI building AI)' 자가 발전 루프를 꼽았다. AI가 스스로 코드를 개선하고 차세대 모델 연구를 가속하는 이 단계는 기술 발전 곡선을 수직으로 끌어올릴 변곡점이 될 것이다.
다보스의 공동 세션에서 아모데이는 "AI 모델이 1년 내에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년 내에는 여러 분야에서 노벨상 수준의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향후 10년 안에 인간의 모든 인지 능력을 갖춘 시스템, 즉 AGI가 등장할 확률을 50%로 제시하며 큰 틀에서 아모데이의 타임라인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신중론을 더했다. 하사비스는 AGI에 도달하기 위해 "한두 가지의 핵심적인 돌파구(breakthroughs)"가 더 필요하며, 특히 적은 데이터로 학습하는 능력, 지속적인 학습, 장기 기억, 그리고 정교한 추론 및 계획 능력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사비스는 자신이 정의하는 AGI를 명확히 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인지 능력을 보여주는 시스템, 그리고 내가 말하는 '모든'은 정말 모든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항상 기념하는 최고 수준의 인간 창의성, 우리가 존경하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능력까지 포함한다." 그는 AI가 이미 어려운 수학 방정식을 풀고 증명되지 않은 추측을 다루기 시작했지만, 진정한 인간 수준으로 인정받으려면 자체적인 획기적 추측을 개발해야 하며 이는 "훨씬 더 어려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 구분 | 다리오 아모데이 (Anthropic) | 데미스 하사비스 (Google DeepMind) |
|---|---|---|
| AGI 도래 시점 | 2026~2027년 (노벨상 수준) | 5~10년 내 (향후 10년 내 50% 확률) |
| 핵심 동력/과제 | AI의 자가 발전 루프 | 1~2개 추가 기술적 돌파 필요 |
| 소프트웨어 개발 | 1년 내 전면 대체 | 초급 업무부터 고용 둔화 시작 |
| 주요 발언 | "AI가 AI를 구축하는 순간이 결정적" | "인간 최고 수준의 창의성까지 포함해야 진정한 AGI" |
별도 세션에서 제기된 근본적 회의론
한편 다보스의 AI 하우스에서 얀 르쿤 - 튜링상을 수상한 AI 선구자이자 2025년 11월 메타를 떠나 Advanced Machine Intelligence Labs(AMI)를 설립한 인물 - 은 더욱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LLM이 그토록 성공한 이유는 언어가 쉽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주장했다.
르쿤은 물리적 세계가 제기하는 도전과 대조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코드를 작성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실제 세계를 다루지는 못한다. 그래서 가정용 로봇도 없고 레벨 5 자율주행차도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물리적 세계를 세계 모델이라는 말로 부연 설명한다.
르쿤은 현재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가 "세계 모델(world model)"을 구축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행동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능력 없이 에이전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없다. 우리가 세상에서 행동하는 방식은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계획할 수 있게 해준다."
"AI 업계는 완전히 LLM에 중독됐다(LLM-pilled)"고 그는 선언했다. 메타가 LLM에만 집중하고 거대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결정이 자신이 회사를 떠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모두가 같은 것을 하고 있다. 모두 같은 도랑을 파고 있다."
2. 폭발하는 성장, 흔들리는 일자리
AI의 경이로운 발전은 경제적 가치로 직결되고 있다. 앤트로픽의 매출은 2023년 1억 달러에서 2024년 1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모델의 인지 능력 향상이 곧바로 수익 창출 능력으로 이어진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그러나 이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고용 시장의 불안이라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모데이는 다보스에서 5년 내에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50%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하사비스 역시 이미 인턴십이나 초급 업무 수준에서 고용 둔화가 감지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미 2024년 IMF는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특히 선진국은 그 비율이 60%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AI가 노동 시장에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으며,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고조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 코그니전트의 CEO 라비 쿠마르는 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더 현실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다보스를 앞두고 발표한 코그니전트 연구에 따르면, 현재 AI 기술만으로도 미국에서 약 4조5천억 달러의 노동 생산성을 끌어낼 수 있다. 물론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 4조5천억 달러는 여러분이 기존 비즈니스의 재창조(reinvention)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기업에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라고 쿠마르는 말했다. 그는 이를 인간 노동과 AI가 수행하는 디지털 노동의 "통합(integration)"이라고 불렀다.
"기술 재교육(skilling)은 더 이상 부차적인 일이 아니다. 사람들을 미래로 전환시키고, 더 높은 임금과 상향적 사회 이동성을 창출하고, 이를 공유 번영을 만드는 노력으로 만들기 위한 인프라 스토리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쿠마르는 주장했다.
3. 반도체 지정학: '새로운 석유'를 둘러싼 각축
아모데이가 던진 가장 큰 논란은 고성능 AI 칩 수출 제한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칩 판매를 승인하자, 그는 이를 "북한에 핵무기를 파는 것"에 비유하며, 경제적 이익보다 기술 안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안전 우려가 아니다. 같은 주 미 상무부가 발표한 대만반도체(TSMC)의 2,500억 달러 애리조나 투자는, 반도체가 '새로운 석유'가 됐음을 보여준다. 20세기에 중동 석유가 그랬듯 21세기에는 누가 첨단 칩을 만드느냐가 패권을 결정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그레그 입은 이를 "20여 년 전 셰일 혁명에 비견될 만한" 사건으로 평가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며, 그 대가로 미국은 대만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는 관세를 면제한다. 이 공장들은 엔비디아, 퀄컴, 애플이 설계하는 AI, 통신, 모바일용 첨단 칩을 생산한다. 그동안 이런 첨단 칩 생산은 대만과 한국에 집중돼 있었고 이는 미국의 핵심 취약점이었다.
미국이 셰일을 통해 중동 안정에 덜 집착하게 됐듯 반도체 자립은 대만을 지키는 데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동아시아 안보 구조 전체를 재편할 잠재력을 지닌다.
미국은 이미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대한 전례 없는 반도체 및 AI 기술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사비스 역시 국제적인 협력과 안전 기준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지만 두 CEO 모두 기업 간,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현실적으로 개발 속도를 늦추기는 어렵다는 딜레마를 인정했다.
한편 캐나다는 이 변화하는 지형에서 실용적 선택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고 합병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마크 카니 총리는 방향을 조정했다. 중국과 전기차 관세를 낮추는 대신 중국이 캐나다산 카놀라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거래를 성사시킨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이 거래는 제3국들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4. 기술적 사춘기와 문명의 선택
아모데이는 인류가 처한 현재 상황을 칼 세이건의 소설 <콘택트>를 인용해 '기술적 사춘기(technological adolescence)'에 비유했다.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손에 쥐었지만, 이를 책임감 있게 다룰 지혜와 성숙함은 아직 갖추지 못한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이다.
이 비유는 단지 AI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가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를 위협하면서까지 그린란드를 요구한 이유는 그곳이 희토류와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냉각 인프라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그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교체를 추진한 것도 석유 통제가 우선이었다. AI가 강해질수록,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Geopolitics)은 더 원초적으로 변한다.
다보스 직전,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넘기지 않으면 유럽과 무역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했고, 행정부는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WSJ의 그레그 입은 이를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되돌아보듯 회상할" 순간으로 평가했다. 장벽의 붕괴가 서방의 승리를 상징했다면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은 가치로 결속된 서방의 종말을 상징한다.
유럽이 공유의 토대로 여기는 것은 민주주의, 자유, 인권이다. 반면 트럼프 진영이 말하는 결속의 기준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원이다. 현재로서는 나토가 유지되고 있고 무역 평화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21일 화요일, 주식은 하락하고 국채 금리와 금 가격이 급등했던 시장의 혼란은 서방을 묶어온 정치, 경제 제도가 서서히 해체될 때를 걱정하고 있다.
AI는 질병 정복, 기후 변화 해결 등 엄청난 혜택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자율 살상 무기, 생화학 무기 개발, 독재 정권의 감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인류는 이제 브레이크보다 가속 페달이 훨씬 민감한 차량을 몰고 있다.
5. 에필로그: 이제 1월도 끝나지 않았다
대담의 말미, 하사비스는 낙관론을 표명했다. 모든 고도 문명이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멸한다는 비관론을 거부하며 인류가 이미 여러 위협을 극복해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래는 정해진 파국이 아니라 인류의 선택과 노력으로 써 내려가는 역사라는 것이다.
내년 이맘때, 세상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하사비스와 아모데이는 입을 모아 "AI 시스템이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AI building AI)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향후 1년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는 깨닫는다. 그 순환의 고리가 닫히는 순간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만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칩을 만들고, 누가 전력을 통제하며,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느냐는 지정학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2026년 1월 셋째 주, 세계는 AI와 지정학이라는 두 개의 단층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섰다. 하사비스와 아모데이가 AGI의 임박을 경고하는 동안 트럼프는 나토를 위협하고 TSMC는 미국으로 이전했다. 게다가 한국의 반도체 공장도 요구하고 있다. 그레그 입의 말처럼, "수십 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단 몇 주 만에 수십 년의 변화가 압축되는 순간도 있다." 우리는 지금 그 순간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1월이다.
참고 자료
[2] Fortune, "AI luminaries at Davos clash over how close human-level intelligence really is", 2026.
[3] Reuters, "How AI and politics dominated Davos", 2026.
[4] Fortune, "AI luminaries at Davos clash over how close human-level intelligence really is", 2026.
[5] IMF, "AI Will Transform the Global Economy. Let’s Make Sure It Benefits Humanity.
[6] CNBC, "AI impacting labor market 'like a tsunami' as layoff fears mount",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