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네스트에 제미나이 적용, 스마트홈 미래될까?

구글이 제미나이를 스마트 스피커에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실제 구글 네스트와 아마존 알렉사 이용자가 느낀 기대와 현실. 지금까지는 ‘오늘 날씨’가 전부였던 AI 스피커와의 관계가, 제미나이를 통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냉정한 상상과 희망, 그리고 걱정을 담았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결국, 내 삶이 얼마나 달라지느냐는 것이다.

구글 네스트에 제미나이 적용, 스마트홈 미래될까?

나는 인공지능 스피커—이제는 스마트 스피커라고 불러야겠지만—를 꽤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처음엔 SKT 누구로 시작했고, 그 뒤로 구글 네스트와 아마존 알렉사까지 하나둘 늘려가다 보니 어느새 집에 스피커가 9대나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내가 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몇 년이 지나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 날씨 어때?’ 아니면 ‘조명 켜줘’ 혹은 ‘꺼줘’ 이게 전부다. 대화가 없을 때 화면이 있는 기기들은 디지털 시계 역할을 하고, 화면 없는 친구들은 조명등 역할을 한다. 생성 AI 등장 이후 아직 스마트 스피커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작년 8월 구글이 네스트 시리즈에 구글 어시스턴트 대신 제미나이(Gemini)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슬슬 미국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기능 미리보기가 공개되었고,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업데이트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한국어 서비스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AI들의 대화 기능이 급속이 업그레이드 되는 지금, 빨리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제미나이로 기대되는 스마트홈 변화

그래서 제미나이가 적용된 구글 네스트가 실제로 내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상상해보는 건 꽤 흥미롭다. 예를 들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거실 불 켜고, 재즈 음악 틀어줘’라고 말했을 때, 그걸 알아듣고 자동화 설정까지 해준다면? 지금까지 구글홈은 하나씩 끊어서 요청해야 했고 그나마도 안되는 게 더 많았지만 제미나이의 ‘도와줘서 만들어줘(Help me create)’ 같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쓰임새는 크게 달라지겠다. 특히 구글 네스트와 연동된 카메라가 상황을 인식하고 ‘택배 도착’이나 ‘고양이가 소파를 할퀴는 중’ 같은 정보를 알려준다면, 이건 뭐 신세계인 셈이다. 물론 카메라는 따로 사서 연결해야겠지만.

제미나이를 포함해 최근 AI의 대화 맥락 인식 능력은 단순 명령어 수준을 넘는다. ‘오늘 미세먼지 어때?’ 하고 물은 뒤에 ‘그럼 창문 열면 괜찮을까?’라고 덧붙였을 때, 질문의 흐름을 이해하고 맥락에 맞춰 대답할 수 있다면, 가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로봇 청소기는 이미 네스트나 알렉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청소 만큼은 당장에라도 쉽게 가능하겠다.

기능 외에도 제미나이는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유튜브 뮤직은 기본이고,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와 연결한다면 넷플릭스 켜줘, 러브 데스 앤 로봇 틀어줘 이렇게 순서대로 말할 것을 한 문장으로 바로 말할 수 있겠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AI와 대화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스마트 스피커에 적용되면 팔순을 눈 앞에 둔 우리 엄마도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대충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을테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 엄마의 친구가 고양이에서 스피커로 옮겨 갈 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중요한 건 생활의 변화

물론 이렇게까지 말하면 제미나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현실은 언제나 예외가 많다. AI가 감정을 파악하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고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 타이밍이면 오히려 더 거슬릴 수 있다. 공개된 스피커인 만큼 엉뚱한 대답이 나오면 난처해질지도 모른다. 예컨데 일정 잡아줘, 라고 했을 때 예상하지도 못했던 사람의 이름을 꺼낸다든지… (아, 상상하면 안된다)

그래도 나는 구글 네스트에 통합된 제미나이를 몹시 마음 졸여 기다리는 중이다. 이건 단순히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내 삶의 어떤 부분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느냐는 문제니까. 지금처럼 날씨 물어보고 조명 켜는 수준에서 조금 더 사람을 이해하는 대화가 가능해진다면 삶을 크게 바꿀 것이다. AI와의 관계가 진짜 ‘대화’가 될 수 있을지, 나는 그 실험에 얼른 발을 담그고 싶다.

다만 구글이 ‘기존 네스트는 하드웨어 스펙 상 안돼, 그러니까 새로 나온 거 사.’라고 할까봐 걱정이다. 설마 그러지 않겠지. 만일 구글이 그딴 행패를 부린다면 ‘오늘 날씨 어때’ 질문 하나로 몇 년간 구글 네스트를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크나큰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네스트에도 잘 돌아가게 해주라. 부디 부탁이야.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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