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쓰기는 왜 실패하는가 #3: 거리의 촉을 맥락 지능으로 살려라

AI는 유려한 문장을 만들지만 독자와 상황을 읽지 못한다. 이 글은 인간 작가만이 가진 ‘맥락 지능’을 스트리트 스마트라는 생존 감각에서 출발해 분석한다. 독자 해독력, 상황 판단력, 전략 선택력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왜 인간의 경험과 실패의 깊이가 AI를 넘어서는지를 설명하며, AI 시대에 작가가 가져야 할 새로운 역할을 제시한다.

AI 글쓰기와 대비되는 인간 작가의 맥락 지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거리의 촉과 전략적 사고가 만나는 장면
Image Created by ChatGPT

이미 지난 두 번의 기사를 통해 AI가 아무리 유려한 문장을 만들어내도 결정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AI는 독자를 모르고 상황을 못 읽고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 AI에게 맥락 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의 장점이 드러난다. 인간은 맥락 지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지능의 본질은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거리의 촉이라 부르는 생존 감각과 맞닿아 있다. 예측 불가능한 길 위에서 상대를 읽고 위험을 피하며 순간적으로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이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의 원리는 고도의 지성이 오가는 회의실과 공론장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AI 시대에 인간 작가의 고유한 가치는 바로 이 거리의 촉을 세련된 맥락 지능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에 있다.

거리에서 배우는 생존의 법칙

스트리트 스마트는 답이 정해진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 속에서 제한된 정보만으로 상황의 본질을 꿰뚫고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며 나에게 가장 유리한 행동을 선택하는 생존 지능에 가깝다. 뒷골목은 규칙을 명문화하지 않는다. 어제의 최선이 오늘의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패턴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실의 역학 관계를 온몸으로 느끼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촉이다.

그런데 이 원리는 비단 험한 길 위에서만 통용되지 않는다. 회의실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동료를 설득해야 할 때, 온라인 공론장에서 우리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해야 할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스트리트 스마트를 발휘한다. 상대의 표정과 말투에서 숨은 의도를 읽고 회의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지하며 지금이 강하게 밀어붙일 때인지 한발 물러설 때인지를 본능적으로 판단한다. 거리의 생존 감각이 전문적인 환경에서 발현되는 것, 이것이 바로 본질적인 맥락 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이다.

자신의 한계를 이해하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타룬 칸나(Tarun Khanna) 교수는 맥락 지능을 "자신이 아는 것의 한계를 이해하고, 그 지식을 처음 배웠던 곳과 다른 맥락에 적응시키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1. 칸나 교수는 이 개념을 주로 국가 간 비즈니스 맥락에서 설명했다. 한 국가에서 통하는 경영 전략이 다른 국가에서 실패하는 이유, 제도적 공백(institutional voids)이 기업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틀이었다.

그러나 이 원리는 콘텐트 창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식이 통용되는 장소가 달라지듯 메시지가 전달되는 상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칸나 교수가 말한 "지식을 다른 맥락에 적응시키는 능력"은 곧 "메시지를 다른 독자와 상황에 적응시키는 능력"과 같다. 단순히 지식이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이를 글쓰기의 영역으로 가져오면, 이 맥락 지능은 크게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요소 1: 독자 해독력 - 마음의 지도를 그리다

첫째는 독자 해독력이다. 작가는 독자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가진 태도(우호/중립/적대/무관심)와 감정 상태, 숨은 욕망을 읽어낸다. 예를 들어, 같은 신약 개발 성공 소식을 전하더라도 주주들에게는 회사의 재무적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설명해야 한다. 난치병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과 치료 과정의 구체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AI가 평균 독자를 향해 무미건조한 사실을 나열할 때, 맥락 지능이 뛰어난 작가는 독자의 마음에 각기 다른 열쇠를 꽂아 넣는다.

요소 2: 상황 판단력 - 게임의 규칙을 읽다

둘째는 상황 판단력이다. 작가는 지금이 치열한 논쟁의 장인지, 마음을 얻어야 하는 설득의 시간인지, 아니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인지를 구분한다. 상황에 따라 소통의 규칙은 완전히 달라진다.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한 공감과 책임 인정이 핵심이지만 설득 상황에서는 차분한 논리와 비전 제시가 더 중요하다.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를 생각해보자. 시장이 과열된 상황이라면 안정과 규제의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라면 활성화와 지원의 프레임을 선택할 것이다. 상황의 미묘한 결을 읽고 그에 맞는 프레임을 짜는 것이 바로 상황 판단력의 핵심이다.

요소 3: 전략 선택력 - 무기고에서 최적의 도구를 꺼내다

셋째는 전략 선택력이다. 독자와 상황을 정확히 읽었다면 이제 작가는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 결정한다. 직설적으로 핵심을 찌를 것인가, 비유와 스토리로 우회할 것인가, 차가운 논리로 압박할 것인가, 따뜻한 감성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가 아니면 특정 메시지만을 부각하는 프레임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예를 들어 조직 개편에 대한 내부 반발이 심할 때를 생각해보자. CEO가 "회사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저항만 키울 수 있다. 대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우회적인 서사를 통해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먼저 보듬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AI의 문장 생성과 인간의 전략 선택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실패와 성공의 감각이 응축된 경험을 살려라

그렇다면 이 맥락 지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AI는 수만 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학습하지만 인간은 단 한 번의 쓰라린 실패와 짜릿한 성공의 촉감으로 학습한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작가가 가진 것은 3만 시간의 데이터가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몸으로 체득한 깊이다. 어떤 단어가 독자의 마음을 차갑게 식게 했는지, 어떤 문장이 예상치 못한 반향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기억이 그의 몸에 새겨져 있다. AI는 패턴을 학습하지만 인간은 경험의 의미를 체화한다. AI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바로 이 실패와 성공의 감각이 응축된 경험의 깊이이다.

결국 AI 시대에 인간 작가의 길은 명확해진다. 문장을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맥락을 읽고 판을 짜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거리의 생존 감각을 회의실의 설득력으로, 공론장의 영향력으로 변환시키는 연금술사 그것이 바로 맥락 지능을 갖춘 인간 작가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한 맥락 지능을 과연 어떻게 훈련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글쓰기를 하나의 게임으로 보고,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의 틀을 통해 전략적 글쓰기의 원리를 해부하며 그 구체적인 훈련 방법을 탐구해 본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