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이 뭐길래: 국민에게 미칠 영향은?

성분명 처방은 약값 절감과 유통 투명성 강화라는 기대와 환자 안전, 책임 소재 혼란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제도다. 의사와 약사는 각각 처방권과 조제권을 둘러싼 주장에 나서지만, 외국 사례처럼 예외 규정, 명확한 선택 기준, 인센티브 설계가 뒷받침될 때만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이 논쟁이 의사-약사 갈등을 넘어 의료 시스템의 신뢰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성분명 처방이 뭐길래: 국민에게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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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 처방권 침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악법"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한편 약사들은 "연간 최대 9조 3천억원의 약품비 절감"을 내세우며 성분명 처방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복잡해 보이는 이 논쟁은 과연 우리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대체 성분명 처방이 무엇이길래 약사와 의사는 투쟁까지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논쟁은 국민인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걸까?

성분명 처방 vs 상품명 처방, 무엇이 다른가?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두통약 '타이레놀'을 예로 들어보겠다.

상품명 처방 (현재 방식): 의사가 처방전에 '타이레놀 500mg'이라고 적는다. 약사는 반드시 '타이레놀'이라는 상품을 환자에게 주어야 한다. 다른 회사에서 만든 동일 성분의 약을 주려면 원칙적으로 처방을 내린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성분명 처방 (새로운 방식): 의사가 처방전에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500mg'이라고 적는다. 약사는 '아세트아미노펜 500mg'이라는 성분을 가진 약 중에서 타이레놀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제약사의 더 저렴한 약이 될 수도 있는 제품을 선택해 환자에게 줄 수 있다.

즉,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지정하느냐, 약의 핵심 '성분'만 지정하느냐의 차이다. 이 작은 차이가 의사와 약사의 업무 영역에 대한 권한과 이익, 그리고 국민의 약값 부담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과 리베이트, 숨겨진 진실

사실 이 논쟁의 이면에는 '리베이트'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리베이트는 제약회사가 자사 약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의사에게 제공하는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이는 약값을 부풀리고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성분명 처방을 찬성하는 측은 이것이 리베이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구조 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의사가 특정 상품을 지정할 수 없게 되면 제약사는 더 이상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이유가 없어진다. 대신 동일 성분 약들끼리 가격 경쟁이 붙어 약값이 저렴해지고 리베이트로 쓰일 자금 자체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반면,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이 리베이트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의사에서 약사로 옮길 뿐이라고 반박한다. 약사가 여러 제약사의 약 중 하나를 선택할 권한을 갖게 되면, 제약사들은 이제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자사 약을 써달라고 영업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핵심은 제도 설계에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처방의 80% 이상이 성분명으로 이루어지고 대체조제율도 각각 91%, 85%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단순히 성분명 처방만 도입한 게 아니다.

독일은 약사가 최저가 제네릭을 조제하도록 의무화했고, 프랑스는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되 인센티브와 행정적 불이익으로 의사들의 처방 습관을 개선했다. 영국은 Drug Tariff 제도를 통해 정부가 인정하는 약가 목록을 공개하고 투명성을 확보했다. 즉, 약사의 자의적 선택이 아니라 가격 기준, 정부 추천, 환자 선택 등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만약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약사의 선택권만 보장한다면 리베이트가 약사에게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적절한 보완 장치가 마련된다면, 리베이트 고리를 끊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약사들은 왜 '성분명 처방'에 찬성하는가?

약사들과 시민단체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약값 부담 감소'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다.

실제로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 동일한 효능을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받은 복제약(제네릭)은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예를 들어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의 경우, 최저가 544원에서 최고가 2,460원까지 가격 차이가 약 5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현재는 의사가 비싼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면 환자는 그 약을 그대로 살 수밖에 없다.

대한약사회는 2025년 최신 연구를 통해 성분명 처방 도입 시 약품비 절감(4~8조원)과 사회적 비용 감소(리베이트 억제, 의약품 사용 과오 감소, 폐의약품 처리 비용 등 포함)를 합쳐 연간 최대 9조 3,614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분명 처방이 도입되면 약사가 더 저렴한 복제약을 조제할 수 있게 되어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줄어들고 건강보험 재정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유행 당시 특정 해열제가 품절되었던 것처럼 특정 상품의 약이 없을 때 동일 성분의 다른 약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의사들은 왜 성분명 처방에 반대하는가?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대하는 핵심 근거는 '환자 안전'과 '처방권 침해'다.

의사들은 의약품의 처방이 단순히 성분명, 즉 화학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 병력, 병용약물, 흡수율,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정 약제와 용량을 선택하는 전문적인 진료행위라고 주장한다.

생동성 시험,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의료계가 제네릭을 의심하는 핵심 근거는 생동성 시험의 신뢰도 문제다. 생동성 시험은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약효가 동등함을 증명하는 시험인데, 식약처는 국정감사에서 생동성이 입증된 동일성분 동일함량 의약품은 효과가 동등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주성분이 같더라도 약을 만드는 기술(제형 기술), 첨가물, 흡수 속도에 따라 약효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치료역이 좁은 약물(NTI, Narrow Therapeutic Index) 예컨대 항경련제, 면역억제제, 항응고제 등 아주 작은 용량 차이에도 민감한 약물의 경우 이 작은 차이가 중증질환자나 노인, 소아 환자에게는 치료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생동성 시험은 건강한 성인 남성 20~30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것이 실제 환자들 특히 여성, 노인, 어린이, 여러 질환을 함께 앓는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 소재다. 의사가 '아세트아미노펜 500mg'이라고 처방했는데 약사가 A제약사 제품을 선택했고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현행법상 처방은 의사가 조제는 약사가 책임진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 하에서 최종 제품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면 의사는 환자가 어떤 제품을 복용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 상태에서 부작용이나 약물 상호작용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게 의료계의 우려다.

약계는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은 동등하므로 문제없다고 하지만, 의료계는 그 동등성의 범위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간극을 메우지 않는 한 성분명 처방은 환자 안전에 공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또한 이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합의된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최종적인 약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면 처방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의사의 전문적인 처방권이 침해된다는 입장이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성분명 처방이 보편화되어 있다. 세계 주요국의 대체조제율을 보면 일본 82%, 독일 83.3%, 프랑스 88.4%, 영국 85%, 미국 91%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도 채 되지 않는 0.79%에 불과하다.

다만, 이들 국가에는 중요한 안전장치가 있다.

첫째, 예외 규정이다. 항경련제, 면역억제제처럼 치료역이 좁은 약물(NTI)의 경우, 의사가 반드시 특정 상품명으로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한다.

둘째, 의사의 대체 불가 권한이다. 약사가 임의로 약을 바꾸면 안 된다고 의사가 처방전에 명시할 수 있다. 이를 opt-in 방식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다.

셋째, 명확한 선택 기준이다. 약사가 자의적으로 약을 고르는 게 아니라, 최저가 의무 조제(독일), 정부 추천 목록(영국), 환자 선택권 보장(미국) 등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

넷째, 인센티브/페널티 제도다. 성분명 처방을 하거나 저렴한 약을 조제하면 의사나 약사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고 불필요하게 비싼 약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유도한다.

일본은 상품명 처방 시에도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이중 시스템으로 제네릭 사용률을 82%까지 끌어올렸다. 중요한 건 이들 국가 모두 단순히 성분명 처방만 도입한 게 아니라 환자 안전과 가격 경쟁을 동시에 보장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를 함께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이 논쟁의 핵심 당사자는 결국 환자인 우리 국민이다. 성분명 처방이 도입되면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먼저 긍정적 측면이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약값 부담 감소다. 약사가 동일 성분의 저렴한 복제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가계의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 여기에 의약품 접근성 개선이라는 실용적 가치가 더해진다. 특정 약이 품절되어도 환자가 병원을 재방문해 새 처방전을 받을 필요 없이, 약국에서 바로 동일 성분의 대체 약을 조제받을 수 있다.

더 깊은 차원에서는 의약품 유통 구조의 투명성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도가 제대로 설계된다면 의사와 제약사 사이의 불법 리베이트 고리를 약화시킬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분명 처방은 단순한 처방 방식의 변경을 넘어 의료 생태계 전반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은 그만큼의 리스크도 동반한다. 가장 가시적인 문제는 환자의 혼란이다. 약국을 방문할 때마다 약의 모양, 색깔, 포장이 달라지면 특히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고령 환자들이 약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잘못 복용할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의학적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겹친다. 생동성 시험을 통과했다는 것이 실제 임상 환경에서도 완전히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는가에 대한 의료계의 의구심, 특히 치료역이 좁아 미세한 차이도 치명적일 수 있는 약물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더 복잡한 것은 책임 소재의 모호함이다. 약사가 선택한 약으로 인해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가 발생했을 때, 처방권을 가진 의사와 조제권을 행사한 약사 중 누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법적, 윤리적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성분명 처방은 환자 안전과 의료 책임 체계라는 두 개의 근본적 질문에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핵심이다

성분명 처방은 단순히 의사와 약사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약값 부담'을 줄일 것인가, '미세한 안전성의 차이'까지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가치 판단의 문제이며 그 이면에는 '리베이트'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분명한 것은 성분명 처방이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처럼 정교한 제도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 약사에게 저렴한 약을 조제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환자가 직접 약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 약값 차등을 두는 등의 명확한 선택 기준
  • 치료역이 좁은 약물이나 중증환자에 대한 예외 규정과 의사의 대체 불가 권한
  • 약사의 자의적 선택이 아닌 가격, 정부 추천, 환자 선택에 기반한 투명한 시스템
  • 국민들이 복제약을 믿고 복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철저한 안전성 관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
  • 문제 발생 시 명확한 책임 소재

이러한 보완책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그런데 이 논쟁을 지켜보며 우리는 두 가지 불편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만약 의사들이 정말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왜 동일 성분 약물 중 가장 비싼 오리지널만을 고집하는 걸까? 안전이 문제라면 일부 NTI 약물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면 되는데 왜 모든 약에 대해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가? 그리고 생동성 시험을 신뢰할 수 없다면 왜 그 시험 기준을 강화하자는 요구는 하지 않는가?

둘째, 약사들이 정말 국민 건강과 재정 절감을 생각한다면 왜 성분명 처방 도입 전에 약사 대상 리베이트 방지 장치부터 먼저 요구하고 투명성을 담보하지 않을까? 의사의 리베이트를 비판하면서 자신들에게 선택권이 넘어왔을 때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이 논쟁이 단순히 직업 간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의 건강과 부담, 그리고 투명성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답은 이미 외국의 사례 속에 있다. 문제는 우리 의사, 약사들이 그것을 제대로 벤치마킹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