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특별법 행안위 통과, 무엇이 문제인가
2026년 2월 12일, 전남광주행정통합특별법이 국회 행안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전체 특례 274개 중 119개가 정부의 수용 불가 판정을 받은 채로 통과된 미완성 법안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부처 의견 조회조차 없이 심사에서 배제됐고, 강기정 광주시장조차 "재정지원이 빠져 아쉽다"고 했다. 겨우 틀만 만든 법안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국회는 행정통합특별법 심사에 소수정당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야야 한다.
2026년 2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세 지역의 행정통합특별법이 각각 통과됐습니다.
이중에서 전남광주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를 합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를 새로 만들고,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행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광주와 전남이 하나의 지방정부로 합쳐지고, 그 규모와 권한을 서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입니다.
팩트 1. 심사 과정이 왜 이렇게 빠른가
행안위는 민주당 13명, 국민의힘 7명,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각 1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소득당은 22명 중 1석을 가진 소수 야당입니다.
용혜인 의원은 2월 4일 별도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8일 만인 2월 12일에 행안위가 통과됐습니다. 기본소득당 논평에 따르면 소위 심사 3일 동안 거대 양당 법안에만 부처 의견 조회가 이뤄졌고 기본소득당 법안은 부처 의견 조회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 주장은 현재까지 반박된 사실이 없습니다.
팩트 2. '졸속 처리' 비판은 기본소득당만의 주장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재정지원이 빠진 것이 아쉽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광주시의회는 성명을 내어 "재정, 권한 이양 없는 특례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청회에서도 광주전남 지역 시장, 지사, 국회의원들이 "논의 과정이 형식적이고 빠르다"고 잇따라 지적했습니다.
너무 빨리 밀어붙였다는 비판은 기본소득당뿐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사회 전반에서 동시에 나온 목소리입니다.
팩트 3. 통과된 법안에 실제로 빠진 내용은 무엇인가
상당히 많습니다. 정부 부처 검토 과정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전체 274개 특례(386개 조문) 중 119건이 '수용 불가' 의견을 받았습니다. 이 숫자는 광주상공회의소와 전남도가 공식 확인한 수치입니다.
광주시의회는 "AI, 에너지 등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권한이 여전히 중앙에 묶여 있다면 통합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남도 역시 필수 특례 31건 중 19건만 전부 또는 일부 반영됐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재정 특례와 실질적 권한 이양 조항이 빠진 상태로 '틀만 만든' 법안이 통과된 셈입니다.
팩트 4. 민주당은 왜 서둘렀나
민주당은 "제도적 틀의 시작으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입장입니다. 설 연휴 직후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지역 통합을 정치적 성과로 가져가려는 타이밍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민주당은 이를 부정합니다.
제3자 시각으로 본 문제의 핵심 세 가지
첫째, 절차의 문제입니다. 소수 야당 법안이 부처 의견 조회 없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채 심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소위 심사가 3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단 한 건의 의견 조회도 없었다면 입법 절차로서 아쉬운 부분이 남습니다. 법안의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 다양한 시각이 심사 테이블에 올라오는 것이 의회 심의의 기본입니다.
둘째, 내용의 문제입니다. 통과된 법안 자체가 미완성이라는 점은 여당, 지자체, 시민사회 모두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형식을 갖춘 것은 맞지만 내용을 채우는 싸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셈입니다.
셋째,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합니다. 법안은 법사위와 본회의를 아직 남겨두고 있습니다. 기본소득당이 요구하는 민주적 통제 장치, 지역에서 요구하는 재정 특례 복원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반영되느냐가 진짜 관건입니다. 그러나 행안위의 태도를 보아하니 다른 의견을 얼마나 더 수렴할지 의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 표결에 불참하며 사실상 논의에서 빠졌습니다. 이 글에서 그들의 입장을 별도로 다루지 않는 이유입니다.
국회는 소수정당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기득권에 기한 거대양당 체제에 만족해서 소수정당을 무시할 때 이 땅의 민주주의는 사라집니다. 다시 한 번 행정통합특별법에 대한 국회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