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사법부: 이래도 사법부 독립을 외칠 것인가
2025년 5월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 조사 결과,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3.8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6개 국가기관 중 검찰(3.2점)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불과 6개월 전 48%였던 법원 신뢰도가 급락한 배경에는 내란 재판 지연, 피의자 김건희 수사 과정에서의 편향적 판단, 그리고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지귀연 판사의 롬살롱 접대 의혹 등 권력층에 대한 특혜성 사법 처리가 있다. OECD 조사에서도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49.1%로 20개국 중 15위에 그쳤다.
10점 만점에 3.8점, 국민이 내린 사법부의 성적표
이미 많이들 잊었겠지만 2025년 5월,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유권자 패널조사 결과는 여전히 충격적이다¹.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고작 3.8점에 불과했다. 이는 검찰(3.2점)에 이어 6개 국가기관 중 뒤에서 두 번째라는 참담한 수치다. 헌법재판소(5.2점)는 물론이고, 그토록 비판받는 국회(3.8점)와 동일한 수준이다¹.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사하기 6개월 전만 해도 법원은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2024년 12월 전국지표조사에서 법원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8%로 헌법재판소(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¹. 2025년 9월을 기준으로 다시 조사한다면 아마도 이 비율은 더 떨어졌을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명확하다. 사법부 스스로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정치의 시녀가 된 사법부, 독립은 어디에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이 이토록 공허하게 들린 적이 있었을까? 사법부는 윤석열 내란수괴 정부에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고 내란 일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다. 이재명 정부로 바뀐 이후 그들의 태도가 변했다. 국민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을 외치며 자신들만의 성역을 내놓으라고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판결 속도, 사회적 지위에 따라 엇갈리는 법의 잣대였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정치 성향별 신뢰도 격차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당 지지층의 법원 신뢰도는 3.2점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4.5점을 기록했다¹. 이는 사법부가 더 이상 중립적 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독립적이라면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으로부터 동등한 신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사법부는 정치의 시녀가 되어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정권을 잃어버린 내란수괴의 편을 들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보인다.
OECD 꼴찌 수준의 참담한 현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한국 사법부의 신뢰도는 오래전부터 참담한 수준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49.1%로 20개국 중 15위에 그쳤다². OECD 평균 56.9%보다 7.8%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덴마크(83%), 노르웨이(83%), 스위스(81%) 등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³.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국민이 법원을 믿지 못한다면 법치주의는 무너지고 사회 전체의 신뢰 체계가 붕괴된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자부하지만 사법부 신뢰도만큼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권층을 위한 별도 저울, 무너진 법의 권위
최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구체적인 사건들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재판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사법부의 행태는 국민들의 실망을 극에 달하게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보여준 모습은 과연 공정한 사법부의 그것이었는지 의문이다. 내란이라는 중대 범죄에 대한 재판이 고의적으로 지연되는 듯한 모습 그리고 일반 재소자들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특혜가 주어지는 상황을 목격하며 국민들은 사법부가 자신들이 충성하는 권력자들에게만 관대한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피의자 김건희와 관련된 일련의 수사 과정에서도 사법부의 편향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명품가방 수수, 주가조작 의혹 등 중대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영장 신청이 번번이 기각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혐의라면 일반 시민에게는 어떤 잣대가 적용되었을지, 국민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귀연의 롬살롱 접대 의혹이다. 2025년 5월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이 의혹은 현재까지도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채 사법부의 신뢰를 계속해서 갉아먹고 있다. 650만원 가량의 접대가 발생했다는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4개월이 넘도록 조사 중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지귀연 본인은 "친목 차원의 식사"라고 해명했지만, 법원 차원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야말로 사법부가 투명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다. 이들은 한국 사법부가 얼마나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얼마나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법 앞의 평등'이 권력자들 앞에서는 한낱 휴지조각이 되는 현실을 목격하며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법 관료주의의 폐해
한국 사법부의 문제는 구조적이다. 대법원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위계질서, 인사권을 통한 통제, 관료주의적 문화가 사법부를 경직시켰다⁴. 판사들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기보다는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안전한" 판결을 내리는 데 급급하다.
이런 구조에서 진정한 사법부 독립은 불가능하다. 독립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만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내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사법부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통제 시스템 하에서 움직이고 있다.
투명성 없는 밀실 행정
사법부의 또 다른 문제는 투명성의 부재다. 판사 인사, 예산 배정, 정책 결정 등 모든 과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진다. 국민들은 사법부가 어떤 기준으로 운영되는지 어떤 원칙에 따라 판결이 내려지는지 알 수 없다.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고신뢰 사회에서는 사법부의 운영이 투명하게 공개된다⁵. 판결문의 공개는 물론이고, 판사들의 윤리 기준, 인사 원칙, 예산 사용 내역까지 모든 것이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하지만 한국의 사법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개혁을 거부하는 기득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법부가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비판과 불신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여전히 "사법부 독립"이라는 방패막이 뒤에 숨어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시민참여재판 확대, 판결문 공개 확대, 사법부 인사 시스템 개혁, 법관 윤리 강화 등 수많은 개혁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사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사법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명확히 해야 한다.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의 특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사법부가 독립을 외치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불공정 인식의 심각성
한국 사회에서 법 집행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74%에 달한다⁶.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국민 4명 중 3명이 사법부를 불신하고 있다는 의미다. 불공정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득권의 부정부패(37.8%)와 지나친 경쟁 시스템(26.6%)이 지적되었다⁶.
이러한 불공정 인식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 하락과 직결된다. 국민들이 법원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사법부의 권위와 정당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
10점 만점에 3.8점.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절망적인 평가다. 이 상황에서 사법부가 여전히 "독립"을 외친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사법부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 맞서 싸울 것인가. 후자를 선택한다면,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이 될 것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만,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한국의 사법부는 영원히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사법부 독립을 외치기 전에, 먼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3.8점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사법부는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다. 조희대는 사퇴하고 지귀연을 조사해야 한다. 내란무리에 동조한 판사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양형을 선고한 판사에 대해서도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출처
¹ 한겨레, "두 번째로 높았던 '법원 신뢰도' 6개월 새 밑에서 두 번째로 추락", 2025년 5월 15일
https://www.hani.co.kr/arti/politics/election/1197519.html
² 한국경제, "한국 의회·사법시스템 신뢰도 저조…OECD 하위권", 2023년 10월 2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0029714Y
³ 네이버 블로그, "OECD 국가별 사법부 신뢰도", 2020년 12월 25일
https://m.blog.naver.com/s2ethan/222185020950
⁴ 서울대학교 철학논구, "비판이론에 의한 헤겔사회철학의 현대적 수용과 거부", 1995년
https://s-space.snu.ac.kr/handle/10371/10640
⁵ 미래조선, "사람이 만드는 공동체, 덴마크에서 찾은 사회적 자본의 비밀", 2025년 3월 12일
https://futurechosun.com/archives/114209
⁶ 한국리서치, "[기획] 한국사회 공정성 인식조사", 2023년 6월 28일
https://hrcopinion.co.kr/archives/11716
추가 참고자료
- 연합뉴스, "국민 3명중 2명 '사회 불공정'…중장년, 청년보다 불공정 인식", 2024년 8월 4일
https://www.yna.co.kr/view/AKR20240802142700530 - 매일경제, "'헌재 믿을만, 검찰 못믿어'...사법기관 신뢰도 조사 결과는", 2025년 3월 14일
https://www.mk.co.kr/news/politics/11264418 - 법률신문, "OECD '한국 사법신뢰 최하위권'", 2015년 8월 12일
https://www.lawtimes.co.kr/news/94881 - 국가지표체계, "형사사법기관 신뢰도"
https://www.index.go.kr/unity/potal/indicator/IndexInfo.do?cdNo=2&clasCd=10&idxCd=F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