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키멀 방송 중단: 브렌던 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진짜 이유

2025년 9월 하순, 지미 키멀의 방송 중단은 단순한 연예계 논란이 아니었다. 찰리 커크 암살 사건에 대한 키멀의 발언을 빌미로 FCC 위원장 브렌던 카가 ABC를 압박해 토크쇼를 무기한 중단시킨 이 사건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딜레마인 표현의 자유와 규제 권력의 경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프로젝트 2025의 설계자인 카가 어떻게 새로운 언론 통제 패턴을 실험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심층 분석한다.

지미 키멀 방송 중단: 브렌던 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진짜 이유

사건의 전개: 하나의 발언이 불러온 정치적 지진

9월 10일 오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가 유타밸리대학에서 22세 타일러 로빈슨에 의해 암살된다¹. 커크는 트랜스젠더 관련 질문을 받던 중 저격당했다.

9월 12일: 로빈슨이 체포되면서 그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공화당 집안에서 자랐지만 최근 1년간 "좌파적 성향으로 변해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게 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².

9월 15일 (월요일): 바로 이 시점에서 키멀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 "우리는 주말 동안 새로운 저점을 찍었다. MAGA 무리들이 찰리 커크를 죽인 이 아이를 자기들과는 다른 존재로 묘사하려고 절망적으로 노력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점수를 얻으려 하고 있다"³고 말했다.

키멀 발언의 치명적 함정
키멀의 발언을 자세히 뜯어보면 미묘하지만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다. 그는 "MAGA 무리들이 찰리 커크를 죽인 이 아이를 자기들과는 다른 존재로 묘사하려고 절망적으로 노력한다"고 말하면서, 논리적 전제를 깔아놓았다. 즉, '원래는 MAGA 진영 사람이 맞는데 그들이 부인하려 한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일러 로빈슨이 공화당 집안 출신이지만 최근 1년간 좌파로 전향한 상태였고, 트랜스젠더 연인과 동거하며 성소수자 권리를 적극 지지했으며, 커크를 "너무 많은 증오를 퍼뜨린다"며 좌파적 관점에서 혐오했다는 것이 밝혀졌다⁴.

9월 16일 (화요일): 검찰이 공식 기소장을 통해 로빈슨의 구체적 동기를 공개했다.

9월 17일 (수요일): FCC 위원장 브렌던 카가 키멀과 ABC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쉬운 길을 택하든 어려운 길을 택하든" 조치가 필요하다고 위협했다⁵.

9월 18일 (목요일): ABC가 키멀 쇼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⁶.

브렌던 카: 프로젝트 2025의 실험장을 만든 남자

FCC 위원장 브렌던 카의 정치적 성향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카는 단순한 통신 규제 관료가 아니라 보수 운동의 핵심 인물이다. 카는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한 '프로젝트 2025'의 FCC 장을 직접 집필했다⁷. 이 922페이지 분량의 문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청사진으로 알려졌다. 카는 여기서 "FCC는 표현의 자유를 증진해야 한다"고 썼지만⁸ 정작 자신이 위원장이 된 후에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로젝트 2025에서 카는 "오늘날 소수의 기업들이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부터 쇼핑하는 장소까지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며 구글, 메타 등 기술 기업들을 겨냥했다⁹. 하지만 실제로는 보수적 관점에 대한 '검열'에 맞서겠다는 명분으로 언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아이러니의 극치: 표현의 자유에서 검열로

2019년 카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검열해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라고 썼다¹⁰. 하지만 키멀 사태 이후 그는 '오피스' 드라마의 춤추는 장면 GIF로 화답했다¹¹. 이는 그의 정치적 변화 혹은 본래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NPR이 지적한 바와 같이, 카는 취임 후 8개월 동안 "대통령을 보도하거나 비판하거나 풍자한 이들의 표현의 자유에 전쟁을 선포했다"¹². 그는 ABC, CBS, NBC 등 주요 방송사들에 대한 조사를 잇따라 개시했고, 심지어 NPR과 PBS에 대해서도 상업 광고 규정 위반을 이유로 수사에 착수했다¹³.

FCC 위원장이 분노한 진짜 이유

카가 눈에 불을 켜고 덤빈 건 단순히 "팩트 체크" 때문이 아니다. 더 깊은 정치적 계산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키멀의 발언은 "보수 진영에서 또 총기 테러를 저질렀지만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서사를 퍼뜨릴 수 있었다. 카 입장에서는 이런 "허위 서사"가 고착화되기 전에 강력하게 차단해야 했다.

또한 카는 자신이 설계한 프로젝트 2025의 미디어 통제 전략을 실제로 테스트할 기회를 잡았다. 키멀 사건은 "공익을 해치는 허위정보 유포"라는 명분으로 방송사를 압박할 완벽한 케이스였다. 게다가 지미 키멀 같은 A급 타겟을 제압함으로써 다른 언론인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조심하라"는 시그널이었던 것이다.

법철학적 해석: 권위주의적 통제의 위험성

이번 사태를 법철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먼저 H.L.A. 하트의 법체계론에 따르면 법체계의 정당성은 '승인규칙(rule of recognition)'에 달려 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이 특정 규칙을 법으로 받아들이는 공통된 기준을 의미한다.

FCC의 방송 규제 권한은 분명히 1934년 통신법에 근거한 법적 권한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권한의 행사 방식이 사회 구성원들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텍사스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조차 "갱스터 영화 굿펠라스에 나올 법한 마피아 보스의 협박"¹⁴이라고 비판했다는 것은 승인규칙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지프 라즈의 권위테제는 더욱 명확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라즈는 법적 권위가 정당하려면 '봉사적 권위(service authority)'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본다. 즉 개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는 것보다 권위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FCC의 개입이 과연 이 조건을 충족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키멀의 발언이 부정확했다면 이는 언론의 반박과 비판을 통해 교정되어야 할 문제였다. 정부 기관이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로널드 드워킨의 법적 해석론은 이번 사태를 또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다. FCC의 조치를 드워킨의 틀로 분석하면 원칙적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 법치주의, 권력분립 등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들이 훼손됐고 정책적 차원에서도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개입했지만 실제로는 공익을 해쳤다.

론 풀러의 법의 내재적 도덕성 이론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FCC의 행동은 명확성 위반("쉬운 길이냐 어려운 길이냐"라는 모호한 위협), 안정성 위반(기존 방송 규제 관행의 갑작스러운 변경), 일치성 위반(키멀만을 선별적으로 겨냥) 등 여러 조건을 위반했다.

새로운 언론 통제 패턴의 등장

이번 사건의 진짜 무서운 점은 새로운 언론 통제 패턴의 등장이다. 카의 진짜 교묘함은 직접적 검열 대신 우회적 압박을 택한 것이다. 넥스타는 62억 달러 규모의 테그나 인수 계획에 FCC 승인이 필요했고¹⁵, 싱클레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 방송사들은 FCC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는 처지였다.

카는 "쉬운 길이냐 어려운 길이냐"라는 모호한 위협을 가하고, 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키멀을 제거하도록 구조적 압박을 가했으며, 법적으로는 "권고"에 불과하다고 항변할 여지를 남겨뒀다. 이는 전형적인 "조잉보닝(jawboning)" 사례였다¹⁶.

과거의 검열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었다면, 지금은 구조적 취약점 공략(방송사들의 경영상 약점을 파악해 압박), 우회적 위협(법적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실질적 효과 달성), 민간 자율 가장("정부가 강요한 게 아니라 방송사가 알아서 했다"는 논리)으로 이뤄진다. 카 위원장이 "우리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대대적 변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¹⁷고 말한 것은 그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한국적 시사점

이런 패턴은 윤석열 내란수괴 정권의 한국에서도 충분히 재연됐다. 방통위나 언론중재위가 MBC 같은 비판적 언론에는 구조적 압박을 가했고 검사는 기소했으며 판사는 내란수괴 정권에게 유리하게 판결했다. 사실 내란수괴 정권은 대놓고 미디어를 협박했다. 여기에는 고소 고발도 의미 없었고 사법부도 현실의 권력에 굴복했다. 정권이 바뀌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내란수괴 일당이 가한 압력에 의한 재판은 모두 무죄로 판명났다.

지미 키멀 사태에서, 그리고 한국의 내란 사건에서도 진짜 위험했던 것은 농담이나 진실한 보도가 아니라, 정부 권력이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직접 통제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브렌던 카가 프로젝트 2025에서 "표현의 자유를 증진해야 한다"고 썼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정반대의 행동을 보인 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진짜 "역겨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주석

  1. CNN, "Charlie Kirk shooting suspect Tyler Robinson in custody," September 12, 2025
  2. CNN, "Analysis: What we know about Charlie Kirk's assassination," September 17, 2025
  3. NPR, "ABC pulls Jimmy Kimmel off air," September 18, 2025
  4. CNN, "Prosecutors seek death penalty for Charlie Kirk suspect," September 16, 2025
  5. NBC News, "Ted Cruz rips FCC chair's Jimmy Kimmel threat," September 19, 2025
  6. CNN Business, "How Brendan Carr helped take down Jimmy Kimmel," September 18, 2025
  7. Wikipedia, "Brendan Carr," accessed September 22, 2025
  8. The First Amendment Encyclopedia, "Brendan Carr," January 4, 2025
  9. CBS News, "Trump's FCC pick wrote Project 2025's chapter," November 19, 2024
  10. Distractify, "Brendan Carr's Project 2025 Called for Freedom," September 18, 2025
  11. CNN Business, "How Brendan Carr helped take down Jimmy Kimmel," September 18, 2025
  12. NPR, "FCC chair Brendan Carr leads Trump's charge against media," September 19, 2025
  13. Wikipedia, "Brendan Carr," accessed September 22, 2025
  14. NBC News, "Ted Cruz rips FCC chair's Jimmy Kimmel threat," September 19, 2025
  15. NBC News, "Jimmy Kimmel suspension puts spotlight on Brendan Carr," September 19, 2025
  16. The Free Press editorial, CNN Business, September 18, 2025
  17. CNBC, "FCC Chair Carr says 'we're not done yet'," September 18, 2025
  18. NBC News, "Ted Cruz rips FCC chair's Jimmy Kimmel threat," September 19, 2025

참고자료

CNN. "Charlie Kirk shooting suspect Tyler Robinson in custody." September 12, 2025.

CNN Business. "How Brendan Carr, the attack-dog FCC chair, helped take down Jimmy Kimmel." September 18, 2025.

NPR. "ABC pulls Jimmy Kimmel off air after comments made about Charlie Kirk killing." September 18, 2025.

NPR. "FCC chair Brendan Carr leads Trump's charge against the media." September 19, 2025.

NBC News. "Ted Cruz rips FCC chair's Jimmy Kimmel threat as 'unbelievably dangerous.'" September 19, 2025.

Wikipedia. "Brendan Carr." Accessed September 22, 2025.

The First Amendment Encyclopedia. "Brendan Carr." January 4, 2025.

CBS News. "Trump's FCC pick, Brendan Carr, wrote Project 2025's chapter on the agency." November 19, 2024.

Bloomberg. "The Story Behind FCC Chairman Brendan Carr's Role in Project 2025." February 28, 2025.

CNBC. "FCC Chair Carr says 'we're not done yet' after Jimmy Kimmel suspension." September 18, 2025.

Q&A

Q: 지미 키멀의 발언에서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는가?
A: 키멀은 9월 15일 "MAGA 무리들이 찰리 커크를 죽인 이 아이를 자기들과는 다른 존재로 묘사하려고 절망적으로 노력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용의자가 원래 MAGA 진영 사람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타일러 로빈슨이 최근 좌파로 전향해 트랜스젠더 연인과 함께 살며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상태였다.

Q: FCC 위원장 브렌던 카는 어떤 인물인가?
A: 카는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 FCC 장을 직접 집필한 보수 운동의 핵심 인물이다. 2019년엔 "정부가 언론을 검열해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라고 했지만, 현재는 정반대로 주요 방송사들을 압박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미디어 통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Q: 왜 ABC는 이렇게 빨리 굴복했는가?
A: 넥스타와 싱클레어 같은 주요 방송사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 승인을 FCC로부터 받아야 하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카가 "쉬운 길이냐 어려운 길이냐"라고 위협하자 이들이 먼저 키멀 쇼 방영을 거부했고, ABC도 뒤따라 무기한 중단을 발표했다.

Q: 이 사건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A: 정부가 직접적 검열 대신 구조적 취약점을 이용한 우회적 압박으로 언론을 통제하는 새로운 패턴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내란 정부 당시 방통위나 언론중재위가 비슷한 압박을 가했다. 

Q: 법철학적으로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A: 하트의 승인규칙 관점에서는 법적 권한은 있었지만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라즈의 권위테제로는 봉사적 권위 조건을 위반했으며, 드워킨의 통합성 이론으로는 민주주의 원칙과 정책 모두를 훼손했고, 풀러의 법의 내재적 도덕성 기준으로는 명확성, 안정성, 일치성 등 여러 조건을 위반했다고 평가된다.

Q: 이 사건의 더 큰 의미는 무엇인가?
A: 프로젝트 2025의 설계자가 실제 권력을 잡고 자신이 써놓은 "표현의 자유 증진" 원칙과 정반대의 행동을 보임으로써, 권위주의적 통치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는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으며, 민주주의 사회의 권력 분립과 견제 균형 원칙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