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투자 100조원 #2: 기회와 과제

한국의 강점은 ICT 인프라, 제조업 기반, 교육열이다. 그러나 100조원 투자에는 효율성 문제, 한국형 AI 모델의 현실성, 인재 부족과 사회적 비용이라는 과제가 따른다. 글로벌 트렌드와 정책적 대안을 바탕으로 한국 AI 투자의 길을 모색한다.

미래 산업 현장에서 AI 기술과 인간 노동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상징적인 이미지. 기술 발전의 양면성과 AI 시대의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한국의 강점과 독특한 자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과 다른 독특한 강점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5G 네트워크 구축 속도는 AI 서비스 확산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둘째, 한국의 제조업은 AI 기술을 실제로 적용할 때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전통 강세 산업과 AI 기술의 결합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것이다. 실제로 스트라드비전이 자동차 산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셋째,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인재 풀은 AI 산업 발전의 핵심 자산이다. STEM 교육의 우수성과 높은 교육열은 AI 전문 인력 양성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 투자, 기회인가 위험인가

한국 정부는 2025년 현재 연간 25조 3천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 중 AI 분야에만 1조 6천억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202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100조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AI·데이터·반도체 등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7] 이는 AI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반도체, 데이터센터, AI 팩토리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디지털 혁신 전략의 일환이다.

대규모 투자의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

하지만 이 1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현실성과 효율성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투자 규모 자체의 문제다. 전 세계 AI 스타트업이 2024년 한 해 동안 유치한 투자가 1,100억 달러(약 160조 원)인 상황에서 [8] 한국 정부가 디지털 전환 전체에 100조 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상당한 규모다.

더 심각한 문제는 투자 효율성이다. 앞서 언급한 HBR의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기업의 절반 이상이 AI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단 4%만이 AI를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2] 또한 RAND 연구소는 AI 프로젝트 중 60~70%가 기대 성과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이는 AI 투자 자체의 성공률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현실도 마찬가지다. 업스테이지나 뤼튼테크놀로지스 같은 대규모 투자를 받은 기업들도 아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립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한국형 AI 모델의 기술적 현실성 검증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AI 모델 개발 계획도 기술적 현실성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GPT-4와 국내 최고 수준 모델들 간에는 학습 데이터 규모, 모델 구조, 연산 인프라 등에서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오픈AI는 GPT-4 개발에만 수백억 달러를 투입했고, 현재도 연간 50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2025년 초부터 API 사용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각각 수십조 원씩 투자하며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디지털 전환 투자만으로 이들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술 발전 속도다. AI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다. 정부가 계획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개발을 시작하는 동안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다음 세대 기술을 출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이 한국형 AI 모델 개발을 “갈라파고스형” “쇄국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책 실패 시 대안의 부재

가장 걱정하는 일은 이 대규모 투자가 실패할 경우에 대한 대안이나 출구전략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100조 원 규모의 디지털 전환 투자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히 예산 낭비를 넘어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현재 정부 정책은 상당히 적극적인 투자 전략에 가깝다. 포트폴리오 다양화, 단계별 성과 평가, 중간 검토를 통한 방향 수정 같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만약 AI 분야의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거나 글로벌 투자 환경이 위축된다면, 한국도 상당한 투자 손실을 겪을 위험이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전략적 접근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이 2022년 108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7% 성장하며 2032년 1,18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9] 한국은 이 거대한 시장 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창작 영역에서의 AI 활용은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K-콘텐트의 글로벌 성공을 바탕으로 AI 기반 창작 도구와 플랫폼 개발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딥브레인에이아이의 AI 아바타 기술이나 더화이트커뮤니케이션의 AI 통합상담 솔루션 등이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절대 간단할 수 없는 도전 과제

한국 AI 투자 생태계가 직면한 도전과제는 간단하지 않다. 인재 부족, 일자리 변화, 디지털 격차, AI 과의존 문제 등은 사회적 비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정부의 투자가 반드시 성공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 제조업 기반, 교육열이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 이 강점과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형 AI 전략은 실패를 통해서라도 길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고,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며,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100조 원 투자가 거품이 아니라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

  1. 한국 정부 AI 투자 계획 (100조 원 펀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2. 글로벌 AI 스타트업 투자액 2024년 1,100억 달러 – Crunchbase
  3.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전망 (2022–2032년, CAGR 27%) – Bloomberg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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