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독점의 딜레마: 정개특위 구성에서 드러난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

12.3 계엄 시도는 시민들의 저항으로 단시간에 좌절됐지만 1년이 지난 아직도 내란은 청산되지 않은 채 국회는 여야 합의라는 미명 하에 양당 중심의 정개특위를 구성하며 소수정당을 주변으로 내몰고 있다.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을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는가? 이와 함께 비교섭단체 배제 구조, 교섭단체 20석 기준(유신의 유산)과 국고보조, 상임위 권한 독점이 낳는 불평등을 짚는다. 내란청산은 책임자 처벌은 물론 교섭단체 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비례 강화, 연합정치 제도화 등 구조 개혁으로 양당 카르텔을 해체해야 완성된다.

거대양당 독점의 딜레마: 정개특위 구성에서 드러난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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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수괴 윤석열, 12.3 계엄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다

2024년 12월 3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헌법을 찢었다. 계엄령 선포라는 광기 어린 시도는 국민의 저항으로 6시간 만에 무산됐지만, 그 상흔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거리에서 촛불과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지켜낸 민주주의. 그 함성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금 국회에서는 합의의 틀을 쓴 배제의 정치가 벌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거대양당 독식 카르텔

12월 10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구성안의 내용은 간단하다. 민주당 9명, 국민의힘 8명, 비교섭단체는 단 1명. 총 18명이다.

잠깐, 여기서 질문 하나. 국민의힘은 지금 협상의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는가?

12월 3일 밤, 내란수괴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국민의힘은 무엇을 했는가? 일부는 국회 본관 앞을 막아섰고 일부는 침묵했으며 일부는 대통령을 옹호했다. 12월 7일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이탈로 투표 자체를 불성립시켰다.

내란에 공조한 정당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내란을 방조하고, 은폐하고, 엄호한 정당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들과 '여야 합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손을 잡았다.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여야 동수 원칙, 관행, 협상의 산물. 그런데 숫자 너머의 진실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등 5개 비교섭단체 정당이 존재한다](https://namu.wiki/w/제22대 국회). 이들의 의석을 모두 합치면 20석. 하지만 단 1명의 위원만이 이들을 '대표'하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치개혁을 가로막는 자들이 들어섰고 정치개혁이 가장 절실한 당사자들이 배제됐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도입, 연합정치 제도화 같은 핵심 의제들은 모두 소수정당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논의할 자리에서,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18분의 1로 희석된다.

내란 공조 정당과의 '합의'라는 기만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왜 민주당은 내란 공조 정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는가?

국민의힘은 지금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 국회를 봉쇄하려 했을 때, 그들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방기했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헌법적 의무의 포기다.

더 심각한 건 그 이후다. 탄핵이 가결된 지금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을 감싸고 있다. "탄핵은 정치 보복", "선거로 심판받아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내란수괴를 변호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심지어 "계엄은 정당했다"는 망언까지 쏟아냈다.

이런 정당과 '정치개혁'을 논의한다? 이게 정상인가?

민주당의 논리는 이렇다. "게임의 법을 정할 때는 일방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정청래 대표의 말이다. 즉, 국민의힘과 합의하지 않으면 정개특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표면적으로는 현실적인 판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양당 카르텔의 논리다. 내란에 공조한 정당을 여전히 '정상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순간, 민주당은 내란의 책임으로부터 국민의힘을 면죄해주는 셈이 된다.

양당 체제라는 공범 구조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양당 체제 그 자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그리고 그 전신들)은 지난 수십 년간 권력을 주고받으며 사실상 정치적 카르텔을 형성해왔다.

이 구조 속에서 두 정당은 서로를 '적'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상호 의존 관계다. 양당 중 하나가 몰락하면 다른 한쪽도 위태로워진다. 왜냐하면 양당 체제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절대 쓰러뜨리지 않는다. 아니, 쓰러뜨릴 수 없다. 국민의힘이 무너지면 보수 유권자들은 새로운 제3당으로 갈 것이고, 그러면 민주당도 진보 유권자들을 제3당에게 빼앗길 위험에 처한다. 양당 체제의 붕괴는 곧 기득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내란 이후에도 유지되는 카르텔

12.3 내란은 이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를 폐쇄하려 했다. 군대를 동원해 의원들을 체포하려 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유례없는 쿠데타 시도였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이에 공조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런 정당은 정치적으로 매장된다. 유권자들의 심판은 물론이고, 다른 정당들로부터도 완전히 고립된다. 독일에서 나치 협력 정당이 어떻게 됐는지 보라. 프랑스에서 비시 정권 협력자들이 어떻게 됐는지 보라.

그런데 한국에서는? 내란 발생 2주 만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정개특위 구성을 '합의'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게 정상적인 민주주의인가? 아니다. 이건 양당 카르텔의 자기보존 본능이다.

2022년 지방선거: 500석 무투표 당선이 말하는 것

양당 체제가 만들어낸 참극을 보자. 숫자가 말해준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은 508석이었다. 기초의원부터 기초단체장까지, 후보가 한 명만 나와 투표도 없이 당선된 사례가 500석이 넘는다. 광역의원만 해도 274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이게 정상적인 민주주의인가?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 후보가 나오면 당선이 확정되고, 반대 성향 유권자들은 아예 투표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대구와 경북의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단독 출마로 실득표율 90%를 넘기는 사례가 속출했고,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단독 출마했다.

이것이 양당 카르텔이 만들어낸 구조적 사표(死票)의 현실이다. 투표해봤자 소용없다는 무력감, 내 목소리는 어차피 묻힌다는 냉소주의가 지역주의와 결합하면서, 한국 정치는 '선택 없는 선거'라는 기형으로 변질됐다.

그리고 두 정당은 이 구조를 의도적으로 유지해왔다. 왜냐하면 이 구조가 그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상도에서는 국민의힘이, 전라도에서는 민주당이 무조건 이긴다. 각자의 텃밭은 확실하게 보장되고 전국 단위에서만 경쟁하면 된다. 완벽한 담합 구조다.

민주당의 위선: "내란청산이 우선"이라는 기만

12월 12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개혁진보4당 대표들이 만났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조국 대표는 "정개특위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민주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합리적 위원 배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의 답은 명확했다. "게임의 법을 정할 때는 일방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민의힘과의 합의가 필수라는 뜻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메시지도 있었다. "정치개혁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이 내란청산"이라며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이건 위선이다.

물론 내란청산은 중요하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공범들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논리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만약 내란청산이 최우선이라면, 왜 내란 공조 정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가?

내란청산을 말하면서 동시에 내란 공조 정당을 정상적인 파트너로 인정한다? 이건 정치적 기회주의다. 내란청산은 명분으로 내세우되, 실제로는 양당 카르텔을 유지하겠다는 속내다. 진정으로 내란청산을 원한다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1. 국민의힘을 정치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 내란 공조 정당과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2. 소수정당과 연대해야 한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모두 12.3 내란 반대 투쟁에 함께했다. 이들과의 연대가 진정한 민주헌정수호다.
  3. 양당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 내란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적 원인이 바로 양당 카르텔이다. 이 구조를 해체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내란이 또 온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의힘과 협상하고 소수정당은 배제하고 양당 체제는 온존시킨다. 이게 내란청산인가? 아니다. 이건 내란의 구조적 원인을 방치하는 것이다.

거리에서 외친 구호를 기억하는가

거리에서 외친 구호를 기억하는가? "탄핵하고 구속하라"와 함께 "정치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내란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낡은 정치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이었다.

왜 윤석열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나? 양당 체제가 정치적 다양성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에게는 A와 B,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졌다.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 최고 권력자가 됐다.

왜 국민의힘은 내란에 공조했나? 양당 체제가 정당 간 견제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을 비판하면 공천에서 탈락하고, 정치 생명이 끝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켜도 침묵한다. 양당 체제에서 당 충성도는 헌법보다 우선한다.

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상하나? 양당 카르텔이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원한다면, 국민의힘 없이도 소수정당과 연대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양당 체제가 무너지면 민주당의 기득권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양당 체제다.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또 다른 내란이 올 수 있다.

교섭단체 20석 벽: 유신의 유산

현재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20석 이상이다. 이 기준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3년까지는 10석이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73 년 2월, 박정희 유신정권이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교섭단체 요건을 20석으로 상향했다. 의회정치를 고사시키고 독재를 공고화하려는 의도였다.

그로부터 52년이 흘렀다. 유신은 끝났지만, 유신의 유산은 여전히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 50년 넘게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이 조항은 사실상 소수정당 배제 장치로 작동해왔다.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유산을 함께 지켜왔다. 20석 기준은 양당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3당이 성장하면 양당의 의석이 줄어든다. 교섭단체가 늘어나면 협상 구조가 복잡해지고, 양당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된다.

그래서 양당은 입으로는 정치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유신의 유산을 온존시켜왔다. 이번 정개특위 구성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9, 국민의힘 8, 비교섭단체 1. 완벽한 양당 독점 구조다.

주요국 교섭단체 기준 비교

국가 기준 비고
한국 20석 (6.7%) 1973년 이후 불변
독일 전체 의석 5% 비례대표제
프랑스 15석 (2.6%) 하원 기준
일본 2석 회파 구성

독일은 전체 의석의 5%, 프랑스는 15석(2.6%), 일본은 단 2명만 있어도 회파를 구성할 수 있다. 한국의 6.7%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에 교섭단체 기준을 낮춰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유신시대의 기준을 52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 왜? 둘 다 기득권자이기 때문이다.

교섭단체가 되면 달라지는 것들

왜 다들 교섭단체에 목을 매는가? 숫자로 보자.

1. 정책연구위원과 입법지원비

  •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국고 지원 + 수십억 원대 입법지원비
  • 비교섭단체: 없음

2. 국고보조금

  • 전체 보조금의 50%를 교섭단체 수로 균등 분배
  •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 5%만 배정
  • 나머지는 의석수와 득표율로 재분배

예를 들어, 조국혁신당은 12석으로 전국 득표율 약 10%를 기록했지만,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국고보조금은 의석수 비례 배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만 받는다.

3. 상임위 간사 배정

  • 교섭단체: 모든 상임위에 간사 1명씩 배정 (17개 상임위)
  • 비교섭단체: 배제

간사는 단순한 직책이 아니다. 의사일정 조정, 안건 선정, 법안 심사 순서 등 상임위 운영의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특히 정보위원회는 교섭단체 소속 의원만 참여 가능하다. 북한이나 외국 정보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교섭단체에게만 주어진다.

4. 의사일정 결정권

  • 본회의 일정, 상임위 일정, 법안 상정 순서 등 모든 의사결정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 협의로 결정
  •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회의 직전에야 통보받거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말이 이를 잘 요약한다. "예산안 등 중차대한 문제뿐 아니라 본회의 일정조차도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회의 직전에 통보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 모든 특권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독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두 정당은 내란 이후에도 여전히 협력하고 있다.

30% 득표율, 5% 의석점유율의 역설

지난 4·10 총선을 돌아보자.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을 비롯해 비교섭단체 정당들의 총득표율은 약 30%였다. 그러나 의석수는 겨우 16석에 불과했다. 30%의 민심이 5%의 의석으로 압축되는 선거제도. 그리고 그 5%마저 교섭단체 문턱 때문에 실질적 권한에서는 더욱 주변화된다.

이게 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의 시뮬레이션인가? 더 심각한 건, 이 왜곡된 구조가 내란을 방치하는 구조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내란에 공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108석을 갖고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간사를 임명하고,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반면 내란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소수정당들은? 20석을 합쳐도 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한다. 정개특위에서는 단 1명의 목소리만 낼 수 있다.

이게 정상적인 민주주의인가? 내란 공조 정당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민주주의 수호 정당은 배제되는 구조?

정개특위,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정개특위의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개혁을 논하는 자리에서 개혁 대상자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재벌 총수들만 모아놓고 재벌개혁을 논의하는 격이다. 검찰 고위층만 모아놓고 검찰개혁을 논의하는 격이다. 당사자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주고 자기 살 깎기를 기대하는 건 망상이다.

조국 대표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폭설 속에서 응원봉을 들었던 국민들은 지역당 부활을 요구한 적이 없다." 거대양당이 정개특위에서 가장 관심 있는 의제는 지역위원회(지역당) 합법화다. 현재 정당법상 금지된 지역 조직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는 명백히 기득권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시민들이 요구한 건 교섭단체 완화, 결선투표제, 비례대표 확대 같은 구조적 개혁이었다. 하지만 정개특위 구성안을 보면, 이런 의제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더 심각한 건, 민주당이 이 구조를 용인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충분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소수정당과 연대해 정개특위를 구성할 수 있었다. 민주당 175석 + 소수정당 20석이면 195석이다. 과반(151석)을 훨씬 넘는다. 국민의힘 없이도 얼마든지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안 했을까? 양당 카르텔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선택: 집권여당의 책임인가, 기득권의 보존인가

정청래 대표는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정개특위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책임감이란 무엇인가?

집권여당의 책임은 단순히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은 30%의 목소리도 대변하는 것이다. 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한 소수정당 지지자들도 국민이다. 그들의 1표는 민주당 지지자의 1표와 똑같은 무게를 갖는다.

더 나아가, 내란에 공조한 정당과 선을 긋는 것도 집권여당의 책임이다. 국민의힘을 정상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순간, 민주당은 내란의 책임으로부터 그들을 면죄해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A. 국민의힘과의 협상 테이블을 우선시하며 양당 카르텔을 유지하는가?
B. 소수정당과 연대하며 진정한 정치개혁의 길을 가는가?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행보는 명확하게 A다. 국민의힘과 합의하고, 소수정당은 배제하고, 양당 체제를 온존시킨다. 이건 집권여당의 책임이 아니라 기득권의 보존이다.

역사는 선택하는 자의 편이 아니라, 옳은 선택을 하는 자의 편이다. 민주당이 지금 B를 선택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똑같은 구조에 의해 자신들도 배제당할 것이다. 정치는 돌고 도는 법이니까.

우원식 의장의 딜레마: 권한은 있지만 의지는?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혁진보4당과의 면담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비교섭단체 구성 여부는 의장 권한이다. 국회 구성원의 5%(15명)를 기준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법적으로는 맞다. 국회의장은 비교섭단체 위원 배정에 대한 권한이 있다. 하지만 정치는 법 조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구성안을 의장이 단독으로 뒤집는다? 가능은 하지만,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거대양당의 반발, 여론전, 의장 중립성 논란 등이 쏟아질 것이다.

결국 우원식 의장의 결단이 중요하다. 그가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원한다면 그리고 내란을 막아낸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면, 비교섭단체 위원 수를 최소 3~4명으로 늘려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원식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당 카르텔을 깨는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장직은 중립을 요구하지만, 정치적 배경까지 지울 수는 없다.

물론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교섭단체 요건 자체를 낮추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까지, 의장의 권한 행사는 최소한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진정한 내란청산은 윤석열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란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그 구조가 바로 양당 카르텔이다.

1. 교섭단체 요건 완화: 20석 → 10석 or 15석

조국혁신당은 10석으로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는 15석으로의 완화 법안이 계류 중이다.

독일 5%, 프랑스 15석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10석~15석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되면 조국혁신당은 단독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고,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도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왜? 양당 카르텔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2. 결선투표제 도입

지방선거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무투표 당선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또한 유권자들은 1차 투표에서는 자신이 진심으로 지지하는 후보를, 2차에서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사표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면서 다당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3. 지방의회 중대선거구제 실질화 + 비례대표 강화

2022년 지방선거에서 일부 지역에 중대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3~5명 선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대부분 지역은 소선거구제다. 중대선거구제를 전면 확대하고 비례대표 비율도 최소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4. 연합정치 제도화

프랑스처럼 선거연합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현재는 정당 간 연대가 구두합의에 그치기 때문에 선거 후 공약이 휴지 조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연합을 제도화하면 책임정치가 가능해진다.

5. 정당 설립 기준 완화

현재 정당 설립을 위해서는 시, 도당 5개 이상, 각 시, 도당마다 1,000명 이상 당원이 필요하다. 이 기준을 완화해서 신생정당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6. 내란 공조 정당의 정치적 고립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을 정상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내란에 공조한 정당은 정치적으로 매장돼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내란을 막을 수 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내란청산을 원한다면, 국민의힘과의 모든 협상을 중단하고, 소수정당과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내란청산이고, 진정한 정치개혁이다.

[업데이트: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