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품격: 팀 쿡은 왜 멜라니아 영화를 보러 갔을까
프레티가 사망한 날, 한 거대 기술 기업의 수장은 멜라니아의 영화 상영회에 참석했다. 이것은 도덕성 논쟁이 아니다. 리더의 품격과 기업의 사회적 매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했고, 팀 쿡은 현실 정치 속에서 제국을 지킨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는가로 증명된다. 사회적 비극 앞에서 리더의 '불참'은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연대의 메시지다. 파티에 가지 않을 용기, 어쩌면 이것이 이 시대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일지 모른다.
와이어드가 애플의 팀 쿡이 알렉스 프레티가 죽은 날, 날씨도 궂어서 핑계를 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멜라니아의 4천만 달러짜리 자화자찬 다큐멘터리의 백악관 상영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와이어드는 팀 쿡 한 사람을 겨냥해서 기사를 쓴 건 아니다. ICE의 만행이 깊어가는 데도 여전히 입을 닫고 있는 빅테크 CEO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기사 마지막에 와이어드는 팀 쿡에게 질문을 던졌다. 프레티가 죽은 날, 왜 그 멜라니아 행사에 갔느냐고. 주주에게 보답했고, 전임자의 유산을 존중했으며, 멋진 에어팟도 선보였고 명예로운 은퇴를 누릴 자격이 있는, 품위와 절제의 상징인 그가 왜 그랬냐고.
질문은 단순하지만 사실 답은 복잡하다. 이것은 한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심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리더가 사회적 비극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더 근본적으로는 리더의 품격이란 무엇이며 기업의 사회적 매너는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창조자와 외교관, 그들의 서로 다른 우주
스티브 잡스는 세상의 룰에 편입되는 대신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데 몰두했다. 그의 사회적 책임은 제품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정치 권력과의 사교는 솔직히 말해서,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는 워싱턴의 파티장보다 쿠퍼티노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더 편한 사람이었고 대통령보다 픽사 애니메이터와의 대화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의 품격은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와 본질에 대한 집중에서 나왔다. 세상이 그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는 자신이 만든 제품의 완성도로 답했다. 그에게 리더십이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었다.
팀 쿡은 다르다. 그는 거대한 제국을 지켜야 하는 수성의 리더다. 잡스가 창조자였다면, 쿡은 외교관이다. 그의 세계는 현실 정치와 경제 논리 속에서 움직인다. 중국과의 관계, 유럽의 규제, 미국 정치권과의 균형 등 이 모든 것이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다.
그의 품격은 안정적인 관리와 이해관계의 조율에서 나온다.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만든 것은 그의 능력이다. 하지만 바로 그 능력이 때로는 '파티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외교관의 숙명이랄까.
빈자리가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
기업의 사회적 매너는 무엇을 하는가(Doing)로만 증명되지 않는다. 무엇을 하지 않는가(Not Doing)의 섬세함에서 완성된다.
프레티가 사망한 날, 거대 기술 기업의 수장이 할 수 있었던 선택은 여러 가지였다. 조문을 보낼 수도 있었고 성명을 낼 수도 있었고 조용히 추모할 수도 있었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모든 선택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하지만 멜라니아의 영화 상영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회적 비극 앞에서 리더의 불참은 '나는 당신의 슬픔과 함께한다'는 가장 조용하고도 강력한 연대의 메시지다. 날씨 핑계라도 대고 가지 않았더라면 그는 더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다.
물론 불참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정치적 리스크, 사업적 리스크. 초대한 측의 기분을 상할 수도 있고, 향후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외교관이라면, 진짜 리더라면 그 리스크를 계산에 넣어야 한다. 더 큰 리스크는 공동체의 슬픔을 외면했다는 인식이 만들어질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파티에 가는 것은 쉽다. 초대받았고 가면 좋고, 안 가면 욕 먹을 테다. 논리는 명확하다. 하지만 가지 않는 것은 그 논리를 넘어서는 판단을 요구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진정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정말 왜 그는 참석해야 했을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프레티가 죽은 날, 그는 왜 멜라니아의 영화 상영회에 갔을까?
아마도 그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외교적 필요성, 사업적 판단, 혹은 단순히 이미 수락한 약속이었을 수도 있다. 그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리더십은 합리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리더의 행보는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상징이 된다. 그리고 그 상징은 말보다 강하게, 성명서보다 선명하게 기업의 가치를 드러낸다.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품격을 가진 리더를 원하는가? 답은 각자가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진정한 리더의 품격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는가로 증명될 수도 있다는 사실.
팀 쿡의 입장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나는 몹시 실망했다. 맥북 프로로 글을 쓰고 아이폰으로 통화하고 애플워치의 알람을 보는 내가 어쩐지 좀 부끄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