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jeres de ojos grandes: 당연함을 의심하는 눈

<무헤레스 데 오호스 그란데스>는 당연함을 의심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여성의 삶을 통해 평등과 당연함을 재고하게 만든다. 작가 안헬레스 마스트레타가 도전하는 당연한 삶에 대한 고찰.

Mujeres de ojos grandes: 당연함을 의심하는 눈
책 속 <남녀 사이의 우정>에서 영감을 받아 Midjourney가 제작
어디 가는 거야?
클레멘시아가 작별 인사를 하며 문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가 물었다.
오늘 아침으로요.
클레멘시아는 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무헤레스 데 오호스 그란데스>가 묻는 질문

나는 스페인어를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모르는 외국어라도 한 두 단어 주어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무헤레스 데 오호스 그란데스>라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ojos라는 단어였다. 그 뒤에 grandes가 있으니 이건 무조건 grand일 거다. 그렇다면 큰 눈이란 뜻이고 앞의 de는 of 일테니 큰 눈의 OOO이 제목이다. 잠깐만,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여우가 늑대를 만났을 때> 인데? 맨 앞에 무헤레스라는 글자를 몰라도 이건 원서와 번역서의 제목이 너무도 다른 것이었다. 곧 확인했더니 무헤레스는 women이다. <큰 눈의 여성들> 이란 뜻이다. 그런데 왜 한국어 번역서는 <여우가 늑대를 만났을 때>인가? 이 책이 페미니즘의 선도적 책이라는데 오히려 여우니 늑대니 특성을 짓는 건 역행하는 것 아닌가.

여성 서사, 당연함을 깨는 용기

1985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멕시코의 한 사회, 한 시대의 여성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멕시코 여성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가정, 사회, 문화라는 틀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작가 안헬레스 마스트레타는 그 당연함에 도전한다. 그의 단편 속 여성들은 - 작가는 자기 고향 마을 근처의 친척이나 주변 여성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단다 - 무력하거나 희생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낡은 전통에 균열을 내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계를 향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나직하지만, 동시에 강렬하고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잠깐 잊고 있었다. 이 책이 올해로 출간된지 40년, 한국어 번역서가 나온지도 28년이 되었다는 것을. 지금은 당연하지만 그 때는 당연했을까? 그래서 번역서의 제목이 저렇게 양성의 특징이라고 주장되었던 것을 끄집어 낸 것일까?

평등과 자유, 삶을 선택하는 인간

시대의 오류를 깨닫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 ‘평등’이라는 단어를 곱씹는다. 사회학은 평등을 제도와 구조의 문제로 다룬다. 그러나 현실에서 평등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마스트레타의 여성들은 바로 이 가능성에 도전한다. 자신의 욕망, 사랑, 분노, 절망을 감추지 않는다. 나는 그런 솔직함에서 진짜 자유의 가능성을 본다. 자유란 주어진 틀을 벗어나려는 실천에서 시작한다. 마스트레타의 여성들은 삶을 선택한다. 그것은 곧,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자신만의 서사를 쌓아 올리는 일이다.

디지털 시대와 주체적 목소리의 의미

디지털 시대는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나는 한때 책을 통해서만 세계를 만났지만, 이제는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이 동시에 나를 에워싼다.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더 쉽게 잊혀지는 진실이 있다.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경험과 목소리다. 『무헤레스 데 오호스 그란데스』의 여성들이 당연한 현실에 질문을 던졌듯이, 디지털 세대의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그 질문의 시작이 바로 ‘당연함을 의심하는 용기’에 있다고 본다.

중년이 된 나는,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이 책을 읽었다. 내 딸은 남성과 동일한, 아니 우월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믿는다. 하지만 그 당연한 믿음조차도 언젠가는 의심하고, 갱신해야 한다. 삶의 조건이 바뀌고, 사회의 구조가 바뀐다면 삶의 구조도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각자는, 누군가보다 더 우월하거나 아니면 초라해하는 대신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그 주체적 선택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도 알게 될 것이다.

<무헤레스 데 오호스 그란데스>는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인간 모두의 이야기다. 책 속의 여러 주인공들 처럼 삶의 모든 당연함을 의심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만의 목소리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시대와 언어, 성별을 넘어선다. 나는 오늘도 묻는다. ‘나는 얼마나 당연함을 의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이 책이 남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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