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로봇의 히틀러가 될 것인가
2025년 11월, 테슬라 주주 75%가 머스크에게 1조 달러 보상을 승인했다. 조건은? 100만 로봇택시, 100만 휴머노이드, 시가총액 8.5조 달러. 머스크는 직접 말했다. "로봇 군대에 강력한 영향력이 없으면 불편하다." 이건 산업권력이 아니다. 당신의 이동, 노동, 일상을 통제하는 존재권력이다. 문제는 머스크가 악인인가가 아니다. 우리가 21세기 봉건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이 집중된 후에는 이미 늦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산업권력이 존재권력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035년 어느 월요일 아침. 당신은 로봇택시 없이는 출근할 수 없다. 공장은 옵티머스(Optimus,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없이는 가동되지 않는다. 배송도, 청소도, 간병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모든 로봇의 25%를 한 사람이 통제한다.
2025년 11월 6일 테슬라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에게 1조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다. 75%가 찬성했다고 한다. 머스크는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 두 대 옆에서 환호했다. 테슬라가 개발 중인 옵티머스다. "Look at us, this is sick(우리를 보라, 이건 대단하지 않은가)."
문제는 이게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21세기 봉건제의 설계도다.
산업권력에서 존재권력으로
머스크는 지난 10월 투자자들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If we build this robot army, do I have at least a strong influence over this robot army? I don't feel comfortable building that robot army unless I have a strong influence."
"이 로봇 군대를 만든다면, 나는 최소한 이 로봇 군대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 강력한 영향력 없이는 로봇 군대를 만드는 게 편안하지 않다."
편안하다(comfortable)는 표현에 주목하자. 100만 대의 로봇택시와 100만 대의 휴머노이드, 그리고 1000만 건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구독을 통제하는 것이 '편안함'의 문제라니. 그는 또 "자신이 개발하는 로봇 군대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지 않을(didn't fall into the wrong hands)" 만큼의 지분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더 이상 산업권력이 아니다. 존재권력이다.
20세기에 한나 아렌트는 국가의 물리적 강제력 독점을 경고했다. 21세기에는 민간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차이가 있다면 20세기의 권력은 명시적이었고 21세기의 권력은 은밀하다는 것이다. 로봇택시는 편리하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한다. 자연히 대중교통이 쇠퇴하면서 선택할 옵션이 사라진다. 어느새 로봇택시는 필수재화가 된다. 그리고 그때 선택은 강제로 바뀐다.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소극적 자유"를 말했다. 간섭받지 않을 자유. 당신이 로봇택시를 타든 타지 않든 그건 당신의 선택이어야 한다. 하지만 로봇택시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 되는 순간 자유는 환상이 된다.
1조 달러 보상의 실체: 12단계 로드맵
이번 보상 패키지는 12개의 단계(tranches)로 나뉘어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완성된다. 머스크가 각 단계를 순차적으로 달성할 때마다 테슬라 전체 주식의 약 1%에 해당하는 지분을 받는다. 최종적으로 그의 지분은 현재 15%에서 25%로 늘어난다.
12 단계 중 1 단계부터 만만치 않다. 우선 머스크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현재 1.5조 달러에서 2조 달러로 끌어올려야 한다. 여기에 더해 운영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850만 대에 더해 1,150만 대의 신차를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뒤에 있다. 최종 단계에 도달하려면:
- 시가총액 8.5조 달러 (현재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합계)
- 2,000만 대 차량 배송
- 100만 대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
- 100만 대 로봇택시 운영
- 1,000만 건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 구독 (3개월 기간 기준)
- 조정 EBITDA 4,000억 달러 (2024년 실적 160억 달러의 25배)
참고로 머스크가 획득하는 주식은 즉시 매도할 수 없다. 각 단계를 달성하면 의결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실제 매각은 7.5년 또는 10년 후에야 가능하다.
네 개의 렌즈로 본 위험
법의 시선: 공공재의 사유화
전기, 수도, 통신은 모두 한때 혁신적인 민간 기술이었다. 그러다 필수 인프라가 되었고 공공 규제가 필요해졌다. 로봇은? 아직 법적 카테고리조차 없다. 실제로 델라웨어 법원은 2024년 머스크의 2018년 보상 패키지를 무효화했다.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종속되어 있다(beholden)"는 이유였다. 기업 내부의 견제조차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테슬라는 그에게 로봇 군대를 맡기려 한다.
디지털 봉건제
중세에는 땅의 소유자가 지배자였다. 산업시대에는 공장의 소유자가 지배자였다. AI 시대에는 로봇 군단의 소유자가 지배자다. 차이가 있다면 땅과 공장은 고정되어 있지만 로봇은 이동하며 침투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집에, 당신의 직장에, 당신의 이동 경로에.
"로봇 군대에 강력한 영향력이 없으면 편안하지 않다"는 머스크의 말은 봉건 영주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땅이 내 것이 아니면 불편하다. 농노가 내 통제 아래 있지 않으면 불편하다.
승자전식을 넘어선 시스템 장악
머스크가 받을 보상의 조건을 다시 보자.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10년 안에 8.5조 달러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현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를 합친 것과 같다. CalPERS와 뉴욕시 연금 기금은 이 패키지에 반대했다. "천문학적(astronomical)"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100만 로봇택시 + 100만 휴머노이드 + 1,000만 FSD 구독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건 단순한 시장지배력이 아니라 '시스템 장악력'이다. 데이터가 AI를 훈련시키고 AI가 로봇을 작동시키고 로봇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기강화 루프. 여기에 경쟁은 없다. 오직 집중만 있을 뿐이다.
조정 EBITDA 4,000억 달러라는 목표를 보자. 조정 EBITDA는 쉽게 말해 연간 수익 4천억 달러라는 말인데 이 2024년 실적(160억 달러)의 25배다. 이런 성장은 자동차 판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로봇 인프라가 사회 전반에 필수재가 되어야만 가능한 숫자다.
투표권과 실질권의 분리
75%가 찬성했다고? 머스크는 이미 테슬라의 약 15%를 소유하고 있고,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배력은 훨씬 크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로봇택시가 서울의 거리를 누비고, 옵티머스가 부산의 공장에서 일하는데 그 의사결정은 미국 텍사스의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진다. 테슬라 주주가 아닌 99.9%의 시민은 어디에도 목소리를 낼 곳이 없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로봇을 법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물리적 네트워크 인프라로서. 일정 규모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는 기업은 공공 이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데이터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로봇택시 플랫폼을 바꿀 수 있는 권리.
둘째, 소유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도시가 로봇 인프라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공유지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공기와 물처럼, 로봇 인프라도 공공재로 간주되어야 하는 임계점이 있다.
셋째, 민주주의를 재구성해야 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주주뿐 아니라 노동자,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중이해관계자 모델. AI 거버넌스는 주주총회가 아니라 공론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악인 판정은 나중에, 구조 개혁은 지금
머스크가 악인인가? 아직 모른다. 히틀러는 명백히 악한 인간이었지만, 머스크에 대해서는 판정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만들고 있는 구조는? 이미 위험하다.
19세기 역사가 액턴 경은 말했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선한 독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권력 그 자체가 사람을 부패시키기 때문이다. 역사의 교훈은 분명하다. 히틀러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그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권력이 집중된 후에는 늦다.
2035년 어느 월요일 아침. 당신의 아들이 묻는다. "아빠, 왜 우리는 이 로봇택시만 타야 해?" 당신은 대답한다. "2025년에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문제는 머스크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21세기 봉건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팩트는 분명하다: 100만 로봇택시 + 100만 휴머노이드 + 1000만 FSD 구독 = 산업권력이 아닌 존재권력이다.
주주총회 무대에서 머스크는 말했다.
"What we're about to embark upon is not merely a new chapter of the future of Tesla but a whole new book
우리가 시작하려는 것은 단순히 테슬라 미래의 새로운 장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책이다)."
그렇다. 새로운 책이다. 문제는 그 책의 저자가 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로봇의 주인이 한 사람일 것인가, 우리 모두일 것인가.
Q&A: 핵심 요약
Q1. 머스크의 1조 달러 보상 패키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A1. 12개 단계로 나뉘며, 각 단계마다 테슬라 주식의 약 1%를 받는다. 최종적으로 지분이 15%에서 25%로 늘어난다. 첫 단계는 시가총액 2조 달러 달성이고, 최종 단계는 8.5조 달러(현 애플+MS+엔비디아 합계)다. 운영 목표로는 2,000만 대 차량 배송, 100만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 100만 로봇택시 운영, 1,000만 FSD 구독, 조정 EBITDA 4,000억 달러(현재의 25배) 등이 있다. 획득한 주식은 의결권은 즉시 행사 가능하지만 매각은 7.5~10년 후에야 가능하다.
Q2. '산업권력'과 '존재권력'은 어떻게 다른가?
A2.산업권력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힘이다. 존재권력은 당신의 이동, 노동, 일상을 통제하는 힘이다. 로봇택시가 편리한 선택지일 때는 산업권력이지만, 유일한 이동 수단이 될 때는 존재권력이 된다. 선택이 강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100만 로봇택시 + 100만 휴머노이드(Optimus) + 1,000만 FSD 구독은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사회 인프라의 장악을 의미한다.
Q3. 75% 찬성이면 민주적 절차 아닌가?
A3.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미 15% 지분과 이사회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 델라웨어 법원이 2018년 패키지를 무효화한 이유가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종속되어 있다(beholden)"는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 주주가 아닌 99.9%의 시민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로봇이 우리 도시를 누비는데, 결정은 텍사스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진다.
Q4.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있나?
A4. 있다. 첫째, 로봇을 '물리적 네트워크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 전기, 수도, 통신이 그랬듯 필수 인프라는 공공 규제를 받아야 한다. 둘째, 데이터 이동권과 플랫폼 전환권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일정 규모 이상 로봇 기업에는 공공 이사가 참여해야 한다. 넷째, AI 거버넌스를 주주총회가 아닌 다중이해관계자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다섯째, 로봇 인프라에 대한 공적 지분 또는 도시 소유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Q5. 머스크는 악인인가?
A5. 아직 모른다. 히틀러는 명백히 악한 인간이었지만, 머스크에 대한 판정은 유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구조는 이미 위험하다. 역사의 교훈은 명확하다. 선한 독재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권력이 집중된 후에는 늦다. 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라 권력 구조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액턴 경의 말처럼,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문제는 머스크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21세기 봉건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