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과징금 판결: 조정 대신 조작으로 바뀐 판결의 의미
2025년 10월 16일 대법원이 네이버의 267억 과징금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과징금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 조정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임을 명확히 하며 한국 플랫폼 규제의 기준을 새로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조작이라는 자극적 표현으로 판결의 본질을 왜곡했다. 클릭 경쟁에 매몰된 보도 프레임 속에서 조정과 조작의 차이가 사라졌고 이는 여론을 왜곡 시켰다.

2025년 10월 16일, 대법원이 네이버에 부과된 267억원 과징금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은 단순한 과징금 취소가 아니다. 한국 플랫폼 규제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만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검색 조작이라는 자극적인 단어 아래, 판결의 핵심은 묻혀버렸다.
판결의 진짜 이야기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에 부과한 267억원(쇼핑 265억원, 동영상 2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원점에서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자사 쇼핑몰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를 지원하기 위해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부당하게 조정했다고 봤다. 또한 네이버TV 같은 자사 동영상이 유리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그런데 대법원은 세 가지 핵심 지점에서 공정위의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첫째, 알고리즘 조정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다. 대법원은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하면서 검색 결과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검색 알고리즘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개선 과정에는 다소간 편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 개선 과정의 일부 편향만으로는 경쟁 제한 의도를 추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경쟁제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가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경쟁 오픈마켓의 거래액도 꾸준히 증가했고 입점 사업자 수도 유지됐다. 대법원은 "오히려 이 사건 행위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신규사업자들이 오픈마켓 시장에 진입해 안착하는 등 오픈마켓 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장점유율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시장 경쟁이 망가졌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수십 차례의 알고리즘 조정 중 5건만 선별해 처분한 것도 문제다. 알고리즘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데, 그중 일부만 골라내어 경쟁제한 의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런 선별적 처분이 "실제 의도나 목적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법원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용역과 타사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요구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의 제목을 나열해보겠다.
이데일리: '검색조작' 네이버 266억 과징금 원점…파기환송
한국경제: 대법 '네이버 과징금 267억' 판결 뒤집었다
매일경제: 네이버 쇼핑검색 알고리즘 조정 '공정위 266억 과징금' 파기환송
서울와이어: 네이버 '검색 조작' 266억 과징금 원점 재검토
ZDNet: 네이버 '쇼핑 알고리즘 조작' 과징금 소송 파기환송
공감신문: 네이버 쇼핑 알고리즘 조작 의혹, 대법원 판결로 재검토
뉴스데일리: 大法, 네이버 '쇼핑알고리즘 조작' 과징금 결정 파기환송
서울경제: 대법원, 네이버 과징금 267억원 판결 뒤집어…'법리 오해 있어’
8개 언론 중 6개가 조작이라는 단어를 썼다. 문제는 대법원이 사용한 용어는 조정, 변경이었다는 점이다.
한 단어가 만든 프레임의 폭력
조작과 조정은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다. 조작은 부정적이고 범죄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무언가를 몰래, 부당하게,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조정은 중립적이다. 개선하고, 최적화하고, 변경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명확히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판단했다. 즉 조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공정위가 처음 사용한 조작이라는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제목만 읽는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아, 네이버가 검색을 조작했는데 대법원이 봐줬구나. 역시 대기업은 법 위에 있네." 실제 판결의 취지는 정반대다. "알고리즘 개선은 정상 영업활동이다. 경쟁제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공정위의 법리 적용에 문제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다. 프레이밍의 폭력이다. 한 단어가 독자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복잡한 법리 판단이 대기업 봐주기라는 단순한 구도로 축소되는 순간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첫째, 클릭베이트 저널리즘의 유혹이다. 조작이 조정보다 클릭이 잘 나온다. 자극적이니까. 언론사들은 포털 유입과 광고 수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정확성보다 주목도를 우선하게 된다.
둘째, 법률 이해 부족이다. 일부 기자들은 파기환송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파기환송은 네이버가 이긴 게 아니다. 공정위의 법 적용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심리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제목만 보면 "판결 뒤집었다", "원점으로"라는 표현으로 마치 네이버가 승소한 것처럼 보인다.
셋째, 최초 보도자료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라간다. 공정위는 처음부터 "검색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했다고 표현했지만, 언론은 더 자극적인 조작으로 바꿨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뭘까
이번 판결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다. 플랫폼의 자율성과 시장 공정성, 그 균형점은 어디인가?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은 게이트키퍼의 자사 우대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미국은 반독점법으로 사후적으로 규제한다. 한국은 이제 "실질적 경쟁 제한이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것은 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 같은 다른 플랫폼들에게도 중요하다. 이들 모두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다. 쿠팡의 로켓배송, 배민의 배민1, 카카오의 서비스 간 연계가 그렇다. 이제 이런 행위들이 다른 잣대로 판단될 수 있다. 여기서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무조건 플랫폼을 두둔하는 것도, 무조건 규제하자는 것도 답이 아니다. 실제로 시장 경쟁이 망가졌는가, 소비자에게 피해가 갔는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막혔는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상한 건 조중동을 비롯해 연합 등 통신사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거다. 이번 판결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검색 알고리즘 우대와 관련한 대법원의 첫 번째 판단이고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의 균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네이버 외 다른 플랫폼, 예컨대 쿠팡, 카카오, 배민 등에 모두 적용되는 일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팩트만이 살아남는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좋은 저널리즘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되, 왜곡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얻을 수는 있지만, 신뢰는 잃는다. 이번 네이버 판결은 한국 디지털 경제의 헌법 판례 같은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모든 플랫폼 규제 사건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그런 중요한 판결을 검색 조작이라는 보도해 버린 것은 저널리즘의 패배다. 언론의 역할은 복잡한 세상을 번역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번역 과정에서 의미가 왜곡되면 그것은 번역이 아니라 창작이 된다. 그리고 창작된 뉴스는 결국 팩트 앞에서 무너진다.
팩트와 균형 잡힌 이야기만이 살아남는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원칙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콘텐트 크리에이터의 책임이다.
Q&A
Q1.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무엇인가?
A1. 알고리즘 조정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며, 공정위가 경쟁제한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시장점유율 변화가 아니라 실제 경쟁 제한 여부를 봐야 한다.
Q2. 언론 보도의 문제는 무엇인가?
A2. 8개 주요 언론 중 6개가 "조작"이라는 자극적 단어를 제목에 사용했다. 대법원은 "조정·변경"이라는 중립적 용어를 쓰며 정상 영업활동으로 봤다. 한 단어가 판결의 의미를 왜곡했다.
Q3. 왜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
A3. 클릭베이트 저널리즘, 법률 이해 부족, 공정위 보도자료 프레임의 답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조작"이 "조정"보다 주목도가 높고, 법률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Q4. 이 판결의 한계는 무엇인가?
A4. 파기환송이므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하면서 공정위가 추가 입증을 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 자율성을 인정했지만, 어디까지가 정상 영업이고 어디서부터 경쟁 제한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Q5. 이 판결이 플랫폼 산업에 미칠 영향은?
A5. 쿠팡, 배민, 카카오 등 다른 플랫폼에게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자사 서비스 우대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실질적 시장 경쟁 제한 효과가 입증되면 규제 대상이다. 플랫폼 자율성과 시장 공정성의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