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퓨리가 깨뜨린 글로벌 공급망의 파편 네 가지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에픽 퓨리 작전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이란은 즉각 지도자 위원회를 구성하고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반격에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1,100척 이상의 선박이 GPS 재밍에 마비됐고 전쟁위험보험은 철회됐다. 예측 시장에서는 약 6억 달러가 하메네이의 죽음을 두고 거래됐으며 국제법의 자위권 조항은 재해석 가능한 도구로 전락했다. 에픽 퓨리 작전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처지는 깨진 유리그릇 신세가 됐다.

지구 곡면 중동 지역 위에 떠 있는, 네 개의 깨진 조각으로 이루어진 투명 유리 그릇의 궤도 뷰. 불타는 듯한 주황색 균열이 조각들을 연결하며 호르무즈 해협 위에 있다. 각 조각은 디지털 코드, 불타는 산업 단지, 법 가벨, 금융 차트 이미지를 포함한다. 지명 라벨 "QATAR" 및 "UAE"가 보인다.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위에 위태롭게 떠 있는, 네 조각으로 깨진 유리 그릇의 개념적 이미지. 불타는 듯한 균열로 연결된 각 조각은 이 지역의 복합적인 위협들을 상징한다. Image Created by Google Gemini.

파편1. 참수 작전의 전술적 성공과 시스템적 패착

2026년 2월 28일 현지 시각 오전 7시경 개시된 에픽 퓨리 작전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기습 공습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 과정에서 사망했으며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이를 공식 확인했다(CSIS) (Wikipedia). 하메네이 사망 직후 이란은 대통령, 사법부 수장, 이슬람법학자로 구성된 지도자 위원회를 즉각 구성하고 보복 공세를 이어갔다. 이란의 드론과 탄도미사일이 사우디, 카타르, UAE, 쿠웨이트 등 인근국의 에너지 인프라와 미군 기지를 향해 발사됐다(Responsible Statecraft).

워너 상원의원(민주, 버지니아)은 루비오 국무장관 브리핑 이후 "이란에 의한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은 없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이번 전쟁을 (트럼프가) 선택한 전쟁(war of choice)으로 규정했다. 복수의 의원들이 동일한 표현을 사용했다(CBS News). 또한 미국은 의회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사후에 전쟁권한결의법(War Powers Resolution)에 따른 의회 통보를 제출했으나, 이는 사전 승인이 아닌 사후 통보에 불과하다. 현대 미국의 전쟁 관행에서 의회 선전포고는 1941년 이후 공식 발동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법 규범이 껍데기만 남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Stimson Center).

트럼프의 이번 전쟁은 다른 국가들 또한 '예방적 자위권'을 명분으로 선제 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고 결국 국제법이라는 보호막이 깨졌다. 리더십은 적을 죽이는 데 있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다. 미국은 적을 죽였는지는 몰라도 질서를 깨버렸다. 정원 호스의 수도꼭지를 총으로 쏴버린 격이다. 이제 에너지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은 채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있다.

파편2. 디지털 안개와 항로의 상실

에픽 퓨리 작전 개시 이후 24시간 이내에 중동 걸프 해역에서 운항 중인 1,100척 이상의 선박이 GPS 재밍과 AIS 스푸핑 공격의 영향을 받았다. 선박들의 AIS 신호는 공항, 원자력 발전소, 이란과 오만, UAE 내륙 지점에 있는 것처럼 조작됐다. (Windward) (Inside GNSS) 당연히 머스크(Maersk) 등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은 승무원 및 화물 안전을 이유로 걸프 항로를 우회하거나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전쟁위험보험은 해당 항로에서 사실상 철회되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 봉쇄된 것은 아니지만 3월 1일부터 주요 유조선의 실질적 통항은 거의 멈췄다. (Windward 48hr 리포트)

현대 글로벌 물류는 '데이터의 정확성'이라는 신뢰 위에 서 있다. 이란은 물리적 타격과 병행하여 선박 항법 시스템의 신뢰 자체를 무너뜨렸다. 미국은 폭탄으로 위협했고 이란은 전자파로 세계 물류의 신경계를 끊었다. 팩트는 "배가 멈췄다"는 것이지만 그 사회적 함의는 "디지털 항법에 대한 신뢰 체계가 무기화되었다"는 것이다.

파편3. 죽음을 베팅하는 자본주의의 규제 회색 지대

믿기 힘들지만 이번 분쟁을 둘러싸고 예측 시장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이란 관련 계약만으로 5억 2,900만 달러가 거래되었고 칼시(Kalshi)의 하메네이 권좌 이탈 관련 계약은 5,450만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합산하면 약 6억 달러다. (Bloomberg) (Casino.org) 하메네이 사망이 확인되자 칼시는 '사망 직전 마지막 거래 가격'으로 시장을 정산했다. 하메네이 사망에 예스(yes)를 선택한 계약 보유자들은 예상 배당을 받지 못했다. 칼시 CEO는 수수료 환불과 부분 손실 보상을 발표했으나 트레이더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폴리마켓에서는 Magamyman이라는 계정이 하메네이 권좌 이탈에 베팅해 53만 3,000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미국 의회에서는 내부 정보 악용 의혹과 함께 관련 입법을 예고했다. (WIRED) (NPR)

이 사태를 단순히 금융 자본주의의 윤리적 파산으로 규정하는 것은 분석의 정밀도를 떨어뜨린다. 미국 상품거래규제 당국(CFTC)은 사망, 암살, 전쟁에 직접 연동된 계약을 이미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규제 회색 지대가 폭발적으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권좌에서 물러날 것인가'라는 형식을 빌려 암살을 베팅 대상으로 삼는 시장이 합법의 경계에서 작동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장을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전쟁의 비극이 실시간 배당률로 치환되는 예측 시장의 대중화는 미국이 상실한 도덕적 권위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규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칙의 언어로 도박을 포장하는 데 이 시장이 능숙해졌기 때문이다.

파편4. 고무줄이 된 국제법과 예외 상태의 일상화

미국은 '예방적 자위권'을 내세웠으나 상원 정보위원회 간사 마크 워너는 브리핑 이후 "이란에 의한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의 증거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헌법 전문가들과 복수의 의원들은 이번 작전이 의회의 전쟁 선포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CBS News) (Senator Warren) 이 사태는 두 가지 층위의 규범이 동시에 붕괴되었음을 드러낸다. 첫째 국내법 차원에서는 미국 헌법이 전쟁 선포권을 의회에 귀속시키고 있음에도, 실제 관행은 이를 행정부의 단독 권한으로 사실상 전환해 왔다. 둘째 국제법적 차원에서는 '임박한 위협'에 대한 구체적 증거 없이 단행된 이번 참수 작전이 유엔 헌장 제51조의 자위권 조항을 재해석 가능한 도구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 선례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예방적 자위권이라는 명분을 빌린 선제 타격의 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선례가 미국 스스로 설계하고 주도해온 전후 국제 질서를 미국 스스로 해체하는 형국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 짐을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감당 못 할 것 같다. 그래서 트럼프 미국은 계속 무너질 것이고 트럼프 이후 미국은 후퇴한 역사를 일으키기에 큰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