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피터 하윗의 경고: 카카오톡 사태로 본 독점의 폐혜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하윗 교수는 한국경제에 ‘공정 경쟁’이라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하윗 교수는 강력한 반독점 정책, 외부 아이디어 수용, 교역 다변화를 한국이 지속 성장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조건으로 강조했다. 특히 AI 시대에는 제도 설계가 더욱 중요함을 시사했다. 카카오 사례를 통해 드러난 독점의 폐해와 함께, 하윗 교수의 메시지를 살펴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하윗 교수가 파란색 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에서 여러 기자들의 마이크 앞에서 미소 지으며 인터뷰하는 모습
Peter Howitt. image by manus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하윗 교수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명확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처럼 성공적인 국가가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반독점 정책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경제학적 조언을 넘어,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갈림길을 제시한다. 하윗 교수의 이론과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카카오 사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피터 하윗, 그는 누구인가?

피터 하윗(Peter Howitt) 교수는 캐나다 태생으로 현재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거시경제학의 대가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전 세계의 양모 가격이 끊임없이 변동하는 것을 보며 품었던 "왜 가격은 오르고 내리는가?"라는 순수한 질문에서 경제학자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 호기심은 그를 평생의 연구로 이끌었고 마침내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으로 필리프 아기옹, 조엘 모키어 교수와 함께 2025년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를 안게 했다.

그의 이론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혁신이며, 이 혁신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새롭고 더 나은 기술이나 제품이 나타나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대체하면서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개념이다. 이는 마치 새로운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기존의 피처폰 시장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슘페터를 넘어선 통찰: 경쟁이 혁신을 이끈다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는 본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제시한 개념이다. 하지만 하윗 교수는 슘페터의 이론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슘페터는 독점적 지위가 혁신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 혁신의 인센티브가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하윗과 아기옹 교수는 연구를 통해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았다. 바로 경쟁 탈출 효과(competition avoidance effect)이다.

이들의 모델에 따르면 오히려 시장이 치열하게 경쟁적일수록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유인을 더 크게 갖는다. 반면 한번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기업은 새로운 도전자들을 견제하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 데에만 몰두할 뿐, 파괴적인 혁신을 감행할 동기를 잃어버리기 쉽다. 하윗 교수는 노벨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조지프 슘페터는 과거 독점이 혁신의 동기라고 주장했지만, 우리의 연구는 경쟁으로부터의 탈출이 더 강한 혁신 유인임을 보여줬다"며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존의 시장 선도 기업은 혁신을 지속하고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더 큰 유인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사례: 독점은 어떻게 혁신을 파괴하는가

하윗 교수의 경고는 한국 사회에 너무나도 익숙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카카오 사태다.

카카오모빌리티: 경쟁자를 제거하다

택시 호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쟁의 싹을 잘라버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우티, 타다 등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들에게 그들의 운행 데이터와 같은 핵심 영업비밀을 넘기도록 강요했다. 만약 이를 거부하면, 자사의 카카오T 앱에서 해당 경쟁사 소속 택시 기사들의 호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배제해버렸다. 결국 반반택시, 마카롱택시 등은 사업을 철수했고,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타다 역시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경쟁사들은 고사했다.

카카오톡: 소비자를 무시하다

더 생생한 사례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에서 찾을 수 있다. 2025년 9월, 카카오는 15년 만에 카카오톡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친구 목록 대신 인스타그램처럼 피드가 먼저 나오도록 바꿨다. 그 피드 사이사이에는 전면형 광고가 들어갔다. 국민 메신저로서 5천만 명이 사용하는 압도적 지배력을 가진 카카오는 이용자들의 편의보다 광고 수익 극대화를 우선시했다. 빠르고 간편한 소통이라는 메신저의 본질은 뒷전이었다.

이용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카톡 절대 업데이트하지 마라"는 경고가 온라인을 뒤덮었고, 심지어 유명 연예인들까지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카카오는 단 6일 만에 백기를 들고 기존 방식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독점 기업의 오만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만약 카카오톡이 독점이 아니었다면, 만약 경쟁 메신저들이 활발히 존재했다면, 카카오는 감히 이렇게 함부로 UI를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사용자들이 언제든 다른 메신저로 갈아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면 카카오는 더 나은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혁신했을 것이다.

이 두 사례는 하윗 교수가 지적한 독점의 해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카카오는 더 나은 서비스와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대신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여 경쟁자를 제거하고 소비자를 무시하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 그 결과 시장의 혁신은 정체되었고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잃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신규 진입자들이 기존의 강자를 위협하며 시장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 거대 독점 기업에 의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세 가지 길

하윗 교수는 한국 경제가 미래에도 혁신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세 가지 핵심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 강력한 반독점 정책으로 경쟁 시장 유지

하윗 교수는 노벨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도 일부 산업에서 독점적 권력이 커져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성공한 나라가 앞으로도 혁신을 이어가고자 할 때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새로운 기술은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외부 혁신가에 의해 등장하지만, 그들이 성공하면 곧 새로운 기득권이 된다"며 "제도는 이런 세대교체를 막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사례에서 보듯, 혁신적인 경쟁자들이 등장해도 거대 플랫폼이 문을 걸어 잠그면 창조적 파괴는 일어날 수 없다.

2. 고령화에 대응한 외부 아이디어와 인재의 적극 수용

하윗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조언을 건넸다. 그는 "혁신은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에서 더 활발히 일어나는 경향이 있어 고령화가 전반적으로 혁신에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국 고령화 문제 해결의 핵심은 외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개방성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의 유입이 제한되지 않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 나라의 모든 아이디어가 반드시 자국 내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는 국경을 넘어 흐를 수 있으며, 학계도 그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며 외국 연구인력, 이민, 국제 협력 등을 통해 혁신 동력을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3. 보호무역 환경 속에서 교역 파트너 다변화 추진

하윗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한국에 실질적인 조언을 제시했다. 그는 "대규모 무역 전쟁이나 관세 인상, 교역 제한 조치로 시장이 위축되고 각국이 국경 장벽 비용 증가로 자국 내에서만 거래하게 되면 새 상품을 개발·판매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자들의 접근 가능한 시장이 줄어들고 혁신의 유인 역시 약화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큰 국가에 대해서는 "주요 교역국 중 일부가 무역을 줄이려 한다면 다른 교역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세계에는 (무역에서) 후퇴하는 나라 외에도 수많은 다른 교역국들이 존재한다"며 교역망 다변화를 통한 혁신 생태계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시대, 새로운 도전과 제도의 역할

하윗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AI를 "전기, 증기기관차, 20세기 IT 혁명을 잇는 또 하나의 범용기술"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재는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창조적 파괴의 효과가 어디로 향할지 불투명한 대재편의 시기(big shakeout period)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지만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파괴할 위험이 있다"며 "이 충돌은 규제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의 사적 유인만으로는 이 갈등을 사회에 가장 최선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경쟁과 적절한 규제를 통해 혁신의 과실이 소수가 아닌 사회 전체에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적 설계라는 것이다.

반독점 정책은 혁신으로 가는 꼭 필요한 길

2025년 노벨 경제학상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반독점 정책을 통해 공정한 경쟁의 운동장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점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엄중히 감시하고 제재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도전자들이 언제든 시장에 진입하여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국경을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교역 파트너를 다변화하여 혁신의 통로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윗 교수의 이론과 카카오의 사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혁신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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