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어떻게 언어를 무기로 삼는가

찰스턴 공항의 욕설 의원과 여의도의 막말 정치인들.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권력 언어의 패턴은 같다. 그러나 처리 방식은 완전 달랐다. 미국은 기록했지만, 한국은 각주로 지웠다. “찌질한 놈”, “초선은 앉아 있어” 같은 발언이 국회 속기록에서 사라질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혐오와 폭력을 기록하지 않는 사회는 AI 시대에 그 폭력을 복제한다. 이제 책임을 기록해야 한다.

권력은 어떻게 언어를 무기로 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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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31일, 찰스턴(Charleston) 공항. 급여도 제대로 못 받는 TSA 직원들이 암살 위협을 받는 의원을 지키고 있었다. 그 의원은 그들에게 "fucking incompetent(빌어먹을 무능한 놈들)"라고 말했다. 경찰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혔다: "의원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 행동을 제지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함부로 말하는 행태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만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 여의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권력 언어의 글로벌 패턴

낸시 메이스(Nancy Mace) 공화당 의원은 공항 보안 프로토콜 현장에서 자신의 지위를 방패 삼았다. "this is no way to treat a fucking US Representative"—욕설과 권력 선언을 동시에 작동시킨 이중 언어다. 그녀는 Tim Scott 상원의원을 언급하며 "You would never treat Tim Scott like this"라고 말했다. 인종 카드를 꺼내 자신을 피해자로 재구성하려는 전략이었다.

한국 국회도 다르지 않다. 2025년 10월 14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에게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폭로되자, 회의장에서 "이 한심한 XX야"라며 욕설을 반복했다. 최민희 위원장이 퇴장 명령을 내렸지만 그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메이스는 자신의 안전을 이유로 타인을 공격했다. 박정훈은 자신의 장인(12·12 쿠데타 가담자)이 언급된 것을 이유로 동료 의원을 모욕했다. 두 사람 모두 권력을 언어의 방패이자 무기로 삼았다.

한국만의 특수성: 왜 더 위험한가

1. 위계 폭력의 구조화

나경원 의원(국민의힘, 5선)은 2025년 9월 2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초선)을 향해 외쳤다: "초선은 가만히 앉아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있어!" 이 발언은 민주당 초선 70명 명의로 윤리위 제소되었지만, 나 의원은 사과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메이스가 "US Representative"를 강조하며 자기 방어를 한 것과 달리 나경원은 당선 횟수를 권력의 근거로 명시했다. 이건 위계를 선언하고 강제하는 권력 행사다.

2. 신상 공격의 무기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2025년 9월 16일 법사위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83세, 2018년 부인 사별)에게 "사모님 뭐하세요"라고 물었다. 박 의원이 "돌아가셨어요"라고 답하자, 곽 의원은 "그렇죠?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되는 거예요"라고 말도 안되는 발언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간 좀 돼라"며 격분했고, 곽 의원은 정회 후 사과했다.

메이스는 자신의 지위를 방패로 삼았지만, 한국 극우 의원들은 타인의 사생활을 무기로 삼는다. 가족, 개인사를 공적 회의에서 조롱의 소재로 쓰는 건 정책 논쟁이 아니라 인격 파괴다.

3. 본회의의 오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25년 9월 9일 본회의장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외쳤다. 민주당은 이를 "살인예비·음모"에 해당한다며 징계안을 제출했다. 송 원내대표는 8일 후 유감을 표명했으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노상원 수첩에는 계엄 후 5,000~10,000명을 수거(체포)하고, A급 500명을 사살·폭파 등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송 의원의 발언은 국가 최고 입법기관의 본회의장에서 나왔다.

시스템의 무력함

찰스턴 공항에서 메이스는 경찰 보고서에 기록되었다. 언론은 보도했고 대변인은 해명했다. 시스템이 작동했다.

여의도는? 박정훈 의원은 윤리위 제소되었지만 징계는 지연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초선 비하 발언은 징계안이 제출되었으나 결과는 불명확하다. 곽규택 의원은 사과 후 윤리위 제소 방침이 나왔으나 후속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송언석 의원은 유감만 표명했을 뿐이다.

경찰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Any other person acting and talking the way she did, our department would have addressed the behavior." 미국은 최소한 기록이라도 남긴다. 한국 의사록에는 "부적절한 발언 삭제"라는 각주만 남는다.

AI 시대, 혐오는 범죄다

플랫폼이 바뀌고, 알고리즘이 진화하고, AI가 콘텐츠를 생성하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기술이 진보할수록 언어는 퇴행하고 있다.

유튜브 쇼츠는 욕설을 바이럴로 만들고 X는 혐오를 리트윗으로 증폭시킨다. 정치인들은 이제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스마트폰 속에서 언어를 설계한다. "찌질한 놈"이라는 문자는 국감장 스크린에 띄워지고, "초선은 앉아 있어"라는 발언은 클립으로 편집되어 알고리즘을 탄다.

이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범죄다.

AI가 혐오언어를 학습하고 생성형 AI가 차별적 텍스트를 양산하는 시대에 권력자들이 공적 공간에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쓴다는 건 디지털 공론장 전체를 오염시키는 행위다. 소셜 미디어에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달면 처벌받는다. 하지만 본회의장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면 "유감"으로 끝난다. 이게 말이 되는가?

법은 명확하다. 명예훼손, 모욕죄, 협박죄, 업무방해죄. 온라인에서 타인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신상을 공개하거나 협박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법사위에서, 본회의장에서 같은 행위를 하면 "윤리위 제소"로 그친다. 22대 국회에서 윤리위는 아직 구성도 안됐고 따라서 징계는 수개월 지연되고 결과는 흐지부지된다.

이 이중 잣대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

디지털 정치 시대에 언어는 곧 코드다. 정치인이 쓰는 혐오언어는 AI 학습 데이터가 되고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 기준이 되고 시민들의 일상 언어로 복제된다. 찰스턴의 메이스는 경찰 보고서에 기록되어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여의도 극우 의원들은 의사록 각주로 사라지고, 다시 돌아와 같은 말을 반복한다.

  • 박정훈은 "찌질한 놈"이라는 문자를 보냈고, 국감장에서 "이 한심한 XX야"라고 했다.
  • 나경원은 "초선은 앉아 있어"라며 동료 의원을 침묵시켰다.
  • 곽규택은 사별한 배우자를 언급하며 상대를 모욕했다.
  • 송언석은 "제발 그리됐으면"이라며 죽음을 암시했다.

이들은 모두 범죄를 저질렀다. 일반 시민이 소셜 미디어에서 같은 말을 했다면 즉시 수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각주만 남기고 사라진다. AI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학습한 데이터를 반환할 뿐이다. 만약 AI가 국회 의사록을 학습한다면 이 모든 혐오언어가 "공식 기록"으로 재생산된다. 우리는 지금 범죄를 공식화하고 그것을 AI에게 학습시키고 있다.

권력이 언어를 선택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 선택에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욕설이 각주로 지워지는 한, 혐오가 유감으로 넘어가는 한,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는 이미 무너졌다. 기록하지 않은 범죄는 반복된다. 처벌하지 않은 폭력은 정상화된다. 찰스턴에서 메이스는 기록되었다. 여의도에서 극우 의원들은 각주가 되었다.

그 차이가 법치와 무법의 거리다. 국회 속기록이 남기지 않는다면 우리 머리 속에서 지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