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울려 퍼진 교황의 목소리
교황 레오 14세는 “마음과 마음의 만남”을 강조하며 디지털 크리에이터에게 존재와 만남의 의미, 치유와 연결의 본질을 되묻는다. 바이럴을 넘어 진짜 소통을 고민할 때다.

2025년 7월 29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전한 교황 레오 14세의 말씀은 현대를 살아가는 콘텐트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마음에 담아야 할 이야기다.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의 만남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It is not simply a matter of generating content, but of creating an encounter of hearts."는 그의 말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살아가는 나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만들어왔는가? 그리고 그것이 진정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는가?
Address of His Holiness Pope Leo XIV
to Catholic Digital Missionaries and Influencers
존재와 만남의 의미
교황은 인간을 단순한 정보의 수용체가 아닌 고유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상호 인격주의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타인을 타겟 오디언스나 팔로워라는 숫자로 환원시켜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교황은 그 숫자 뒤에 숨어있는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존재, 그들의 아픔과 기쁨, 그리고 깊은 내면의 갈망을 보라고 말한다.
이는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 부버가 말한 '나-그것'의 관계가 아닌 '나-너'의 관계, 즉 상대방을 도구나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생산할 때, 나는 과연 상대방을 '너'로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좋아요와 조횟수를 올려줄 '그것'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은총과 증거의 삶
종교적 관점에서 교황의 말씀은 더욱 깊은 의미를 갖는다.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 개입하는 신비로운 순간이다. 카톨릭 교도는 아니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나 역시 진정한 만남 안에는 인간의 노력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공명과 위로 그리고 변화의 순간들이다.
'살아있는 증거'라는 표현도 인상 깊다. 복음은 단순히 전달되는 정보가 아니라 삶을 통해 증명되는 진리라는 것이다. 이는 현대의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말과 행동의 불일치로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메시지다. 나는 소셜 미디어에 그럴듯한 말들을 쏟아내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그 말들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교황의 말씀은 이런 나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연결의 역설
사회적 관점에서 교황의 메시지는 현대 디지털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을 지적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를 전 세계와 연결해주지만 정작 옆에 있는 사람과는 소통하지 못하게 만든다. 나 역시 이런 역설적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온라인에서는 수백 명과 소통하지만 정작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교황은 바로 이런 피상적 연결의 문화를 경고한다. 클릭과 좋아요, 공유 수로 측정되는 성공이 아니라 진정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관계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혐오와 분열이 확산되는 디지털 공간에서, 교황의 '마음과 마음의 만남'은 치유와 화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상처와 치유의 나눔
가장 인간적인 차원에서 교황의 말씀은 우리 모두가 가진 근본적인 갈망을 건드린다. 우리는 모두 이해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며 누군가와 진정으로 연결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차갑고 무관심하다.
교황이 말하는 '마음의 만남'은 바로 이런 인간의 근본적 필요에 대한 응답이다. 그것은 완벽함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과 상처를 인정하고 함께 치유해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가장 깊은 감동을 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그것은 화려한 콘텐츠나 완벽한 메시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진솔한 고백이나 따뜻한 위로의 말이었다. 그런 순간들에서 나는 진정한 '만남'의 힘을 경험했다.
존경받기 어려운 시대의 목소리
가치관이 빠르게 혼합하는 요즘은 종교 지도자이 좀처럼 존경받기 힘든 시대다. 종교 지도자의 스캔들과 위선, 그리고 시대착오적 발언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종교적 권위에 대해 회의적이다. 극우적 성향을 주저없이 드러내는 한국 교회와 목사들, 내란에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종교 지도자들은 과연 신의 존재를 믿는 자들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들에게서 수천 억의 재산이 발견됐다는 말을 들으면 기가 막히다. 이럴 때 교황 레오 14세는 높은 곳에서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우리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하며 함께 길을 찾자고 제안한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에 교황의 목소리가 갖는 특별한 의미다. 그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언어로 소통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잃지 않는다.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 혁신과 전통의 균형을 추구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영성의 길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서 모든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진정한 크리에이터란 무엇인가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만들어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갈 것인가? 단순히 바이럴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에 진정으로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기보다는 진솔한 나의 모습을 나누며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연결을 만들어가고 싶다.
30여 년을 같은 일의 테두리에서 살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클라이언트와 알고리즘은 여전히 클릭과 조회수를 요구할 것이고, 시장은 여전히 화제성과 자극성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교황의 말씀은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느리고 어려운 길일 수 있지만 결국 더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길이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그 순간의 기적이 AI의 시대에도 가능하리라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