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파행: 사전투표 폐지를 요구한 국힘의 속내
2026년 4월 8일 정개특위 1소위가 파행됐다. 국민의힘이 외국인 선거권 강화와 사전투표 폐지를 요구하며 회의를 거부했다. 민주개혁진보 5당의 정치개혁 입법 시한인 4월 10일까지 이틀이 남은 시점이다. 두 요구는 정개특위 의제와 무관하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라 파행의 설계다.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이미 세 번 어겼다. 절차를 어기면 어기는 쪽에 이익이 돌아간다. 레이로그 정치개혁 시리즈 5편.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8일
2026년 4월 8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 농성장 앞에 기본소득당 노서영 최고위원이 섰다. 발언은 차분했지만 숫자 하나가 먼저 나왔다. "4월 10일까지 단 이틀입니다." 민주개혁진보 5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 입법 시한이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전, 예정되어 있던 정개특위 1소위가 파행됐다.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거부한 것이다. 거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외국인 선거권 요건을 강화하라. 사전투표제를 폐지하라.
이 두 요구를 기억해 두자. 글의 끝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두 가지 요구의 해부
외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은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 이상, 만 18세 이상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에서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대선과 총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내란본당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이것은 외국인 투표권이 선거 결과를 왜곡한다는 주장의 실증적 반례로 작동한다.
사전투표 폐지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란본당은 2025년 2월 사전투표 폐지와 본투표 3일 확대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 예고했다. 2025년 대선에서 당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는 수락연설에서 사전투표 폐지를 공약했다. 이것은 일시적 협상 전술이 아니라 일관된 당론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정개특위 1소위 테이블에서 이 요구가 나왔는가.
답은 간단하다. 이 두 요구는 정개특위의 의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 정개특위는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다. 사전투표 폐지는 선거구 획정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선거권 강화는 비례대표 확대 협상 사안이 아니다. 관련 없는 요구를 연결된 것처럼 제출하는 행위는 협상이 아니라 파행의 설계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것은 부정선거 가짜뉴스를 정치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시도다. 사전투표 부정 의혹은 이미 수차례 검증을 거쳐 근거가 없음이 확인됐다. 2022년 내란본당이 압승한 선거도 사전투표 제도 아래서 치러졌다. 그 선거 결과는 받아들이면서 사전투표 제도는 폐지하자는 주장이 어떤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독자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

적법절차가 다시 묻는다
4편에서 적법절차의 렌즈로 이 사태를 읽었다. 형사소송법에서 적법절차 원칙(due process of law)이 강조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가권력을 가진 쪽이 절차를 어겨서 이익을 보는 구조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다. 선거제도도 같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선거일 6개월 전, 즉 2025년 12월 5일이었다. 국회는 지키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를 선언하며 제시한 입법 시한은 2026년 2월 19일이었다. 여러번 강조하지만 국회는 또 지키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질적 마감으로 제시한 날짜는 2026년 4월 17일이다. 오늘로부터 9일 남았다.
세 번의 시한이 있었다. 그리고 세 번 모두 어겼다.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국가권력이 언제든 개인을 짓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에서 법정 시한이 존재하는 이유도 같다. 소수 정당과 신인 후보, 무소속 이용자는 선거구가 확정돼야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시한을 어기면 어기는 쪽에 이익이 돌아간다. 오래된 조직, 두꺼운 지갑, 이미 알려진 이름을 가진 쪽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정개특위 위원장 송기헌 의원은 경실련에 "이번 주 내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4월 7일의 약속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오늘, 내란본당이 소위를 파행시켰다. 약속과 파행이 24시간 간격으로 충돌하고 있다.
절차 위반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정개특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8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비교섭단체에 기본소득당, 진보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이 1석을 나눠 갖는 구조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기초단체장 6명을 포함해 489명이었다. 경쟁이 없는 선거구에서 이용자는 선택권 자체를 빼앗겼다. 이 구조를 만든 선거제도가 지금 이 시간에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오늘 내란본당의 소위 거부는 단기적으로 민주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읽힌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양당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협상이 지연될수록 소수 정당의 요구, 그러니까 비례대표 30% 확대, 중대선거구제 법제화,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는 더 작아지거나 사라진다. 3편에서 분석한 이중 배제 구조가 여기서도 작동한다. 소선거구제 아래서 소수 정당은 의석을 키우기 어렵고 의석이 작은 소수 정당의 요구는 테이블 위에 오르지 못한다. 파행은 그 구조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노서영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발언문에서 민주당을 향해 직접 말했다. "파멸하는 국민의힘을 핑계 삼아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지도부가 결단하고 내부를 설득해,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지키십시오." 이것은 예의를 갖춘 경고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파행을 비판하면서 그 파행 덕분에 개혁 요구를 피할 시간을 벌고 있다. 4편에서 기록한 대로, 2025년 12월 12일 정청래 대표가 5당 연석회의에서 약속한 정치개혁 공조는 오늘 1소위 파행의 혼란 속에서 다시 한번 희미해지고 있다.

사전투표 폐지가 다시 돌아온다
글 앞에서 던진 두 가지 요구로 돌아가자. 외국인 선거권 강화와 사전투표 폐지.
이 두 요구는 협상 의제가 아니다. 협상 중단의 구실이다. 합의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요구를 제출하고 그것이 거부되면 파행의 책임을 상대에게 넘긴다. 동시에 부정선거론이라는 프레임을 지방선거 직전 시점에 다시 유통시킨다. 정치적으로는 일석이조다.
그러나 그 계산이 작동하는 동안 선거구는 여전히 획정되지 않는다.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기준으로, 2016년 이후 법정 시한을 지킨 선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서울신문 보도는 확인해 준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다.
4월 10일 시한 안에 합의가 이루어지거나 말거나 사전투표 폐지와 외국인 선거권 강화는 실제로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내란본당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요구의 실제 기능은 무엇인가. 오늘 농성장 앞에서 노서영 최고위원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 내란본당은 "부정선거 가짜뉴스의 망령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뒷걸음질 치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협박이라는 단어가 과하게 느껴진다면, 협상 불가능한 요구를 시한 이틀 전에 제출하는 행위를 다른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답해보시기 바란다.
농성장은 여전히 거기 있다
4편에서 적었듯, 기본소득당과 개혁진보 정당들의 농성은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다. 맥스웰 맥콤스(Maxwell McCombs)와 도널드 쇼(Donald Shaw)가 1972년 Public Opinion Quarterly에서 공식화한 의제 설정 이론은 이렇게 작동한다. 언론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하지만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지는 결정한다. 이 명제가 4편에서 분석한 구조보다 오늘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개특위 파행 자체는 뉴스가 된다. 그러나 그 파행이 지속되는 동안 농성장에서 올라오는 목소리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
형사소송의 언어를 빌리면 독수독과(毒樹毒果, fruit of the poisonous tree) 원칙이 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서 파생된 2차 증거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원칙이다. 절차 위반의 오염은 결과물 전체로 번진다. 이 논리를 선거제도에 대입하면, 헌재의 선거구 획정 명령을 무시한 채 치러지는 6.3 지방선거는 이미 그 오염에 노출돼 있다. 비례성 없는 선거구조 위에서 완성된 어떤 개혁도 다음 정권교체와 함께 원점으로 돌아갈 구조적 조건을 안고 태어난다.
이틀이 남았다. 그 이틀 안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좋다. 그러지 못하더라도 선관위의 실질 마감인 4월 17일까지 9일이 더 있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다. 거대 양당이 이 구조를 바꿀 의지가 있는가.
글쎄다.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기준으로 기록을 살펴보면 2016년 이후 단 한 번도 법정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그 기록을 바꾸려면 기록된 약속들을 되돌려 읽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서명한 결의문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농성장은 오늘도 거기 있다. 꽃샘추위가 아니라 농성추위가 오늘도 농성천막을 춥게 흔든다. / raylogue
FAQ
Q1. 2026년 정개특위 1소위 파행이란 무엇인가?
A. 2026년 4월 8일, 국민의힘이 외국인 선거권 요건 강화와 사전투표제 폐지를 조건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제1소위원회 회의 참석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사건이다. 민주개혁진보 5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 입법 시한인 4월 10일을 이틀 앞두고 파행이 발생했다.
Q2. 국민의힘은 왜 사전투표 폐지를 정개특위에서 요구하는가?
A. 국민의힘은 2025년 2월부터 사전투표제 폐지를 일관된 당론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사전투표 폐지는 정개특위의 설치 목적인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선거제도 개혁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기본소득당은 이 요구를 협상 의제가 아니라 협상 중단의 구실로 규정했다.
Q3.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언제였는가?
A. 공직선거법상 법정 시한은 선거일 180일 전인 2025년 12월 5일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를 선언하며 제시한 입법 시한은 2026년 2월 19일이었다. 두 시한 모두 국회가 이행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실질적 마지막 마감은 2026년 4월 17일이다.
Q4. 외국인 영주권자는 한국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가?
A.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영주권 취득 3년 이상, 만 18세 이상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에서만 선거권이 부여된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사실은 외국인 투표권이 선거 결과를 왜곡한다는 주장의 실증적 반례로 작동한다.
Q5. 정개특위 파행이 소수 정당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정개특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8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협상이 지연될수록 소수 정당의 핵심 요구인 비례대표 30% 확대, 중대선거구제 법제화,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489명에 달해 이용자의 선택권이 구조적으로 박탈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