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인가 퇴화인가: 임은정에게 보낸 정성호의 편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임은정 지검장의 검찰 비판 발언을 경고한 사건은 폐지당한 검찰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지극히 부당한 행위다. 검찰청은 국민 불신 1위(신뢰 22%, 불신 69%)로 2025년 9월 폐지가 결정됐다. 개혁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오히려 검찰을 보호하는 모순. 안정을 명분으로 비판을 차단하면 제도는 겉으로만 단단하고 내부는 썩어간다. 진정한 개혁은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비판을 제도 개선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안정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화이트헤드는 <이성의 기능>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정으로 보이는 것은 실은 상대적으로 느린 위축된 쇠퇴 과정이다." 겉보기에 안정되어 보이는 제도와 사회도, 내부에서는 이미 힘을 잃고 서서히 썩어 들어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최종 목표가 되는 순간부터 퇴화가 시작된다. 강물이 흐를 때는 생명이 살아 있지만 고이면 썩는 법이다. 화이트헤드가 강조한 이 통찰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논란, 특히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임은정 지검장에게 보냈다는 서신과 맞물려 깊은 울림을 던진다.
발언의 전말: 중립성이라는 방패
MBC 보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최근 서신을 통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고위공직자로서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개인적 의견을 SNS에 올리거나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적 중립성이나 업무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올 수 있는 언행에 유의하고, 일선 검찰청 검사장으로서 모범을 보이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 장관이 문제 삼은 발언은 구체적이다. 임 지검장은 국회 공청회에서 검찰 인사를 "인사 참사"라 불렀고, 특정 검사들을 "검찰개혁 5적"으로 표현했다. SNS에는 "찐윤 검사들을 승진시키며 포장지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말을 들었다"고 적어, 자신의 인사를 둘러싼 외부 평가를 공개했다. 정 장관은 이를 '부적절한 발언'으로 규정하며, 앞으로도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가 개혁되어야 하는가
그러나 이 발언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검찰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 2025년 9월 26일, 국회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48년 설립된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검찰청이 폐지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민이 가장 불신하는 기관 1위가 검찰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검찰 신뢰는 22%, 불신 69%로 나타났다. 이것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검찰이 더 이상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국민적 판단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한 검찰의 권한 집중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누적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검찰 개혁을 주도하고, 썩은 조직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정 장관은 무엇을 했는가? 검찰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했다. 검찰 인사를 '참사'라 부르고, '찐윤 검사'라는 표현으로 조직 내 권력 구조를 문제 삼은 임은정 지검장을 경고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 장관이 검찰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오히려 검찰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비판이다. 임 지검장은 국회 공청회에서 "정 장관의 검찰 개혁안은 검사장 자리 늘리기 수준"이라며 "정 장관의 말도 검찰이 말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연대는 긴급 성명에서 "개혁을 위해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더니 검사에게 포위돼 검사의 스피커 노릇이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연성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사퇴를 요구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기득권을 위한 맞춤형 선물이며,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영속화를 꿈꾸는 검찰 제국의 대관식"이라고 비판했다.
개혁해야 할 조직을 보호하는 장관.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합리성의 외피: 정 장관의 편지는 합리적인가?
외견상 정 장관의 입장은 합리적이다. 고위공직자는 신중해야 하고, 조직의 신뢰는 지켜져야 한다. 특히 검찰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에서 내부 갈등이 공론화되면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이해된다. '찐윤 검사'라는 표현은 조직 내 특정 집단을 낙인찍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인사 참사'라는 발언은 인사권자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임 지검장의 발언이 과연 비판적 이성의 발현인가, 아니면 조직 내 권력 투쟁의 공개적 표출인가? 이 질문은 중요하다. 만약 후자라면, 정 장관의 우려는 정당하다. 조직은 일정한 위계와 질서 속에서 작동하며, 그 질서가 무너지면 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찐윤 검사'라는 표현이 문제라면, 그런 표현이 나오게 만든 구조 자체는 어떤가? 임 지검장이 외부에서 들었다고 밝힌 그 우려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조직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비판 이전에, 그 신뢰는 애초에 얼마나 견고했는가?
국민 불신 1위의 조직. 폐지가 결정된 조직. 그 조직 내부에서 '인사 참사'라는 발언이 나왔다면, 우리는 발언을 문제 삼기 전에 인사 구조를 먼저 들여다봐야 하지 않는가?
화이트헤드의 칼날: 안정이 억압하는 것
화이트헤드의 관점에서 보면, 정 장관의 태도는 제도의 자기보존 본능이 작동하는 전형적 사례다. 썩어가는 조직은 스스로를 개혁하지 않는다. 대신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비판을 차단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정 장관이 임 지검장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은, 겉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중립성은 무엇을 보호하는가? 개혁이 필요한 조직의 현 상태를, 즉 화이트헤드가 말한 '위축된 쇠퇴'를 보호한다.
화이트헤드는 사변적 이성의 목적이 안정이 아니라 진보라고 분명히 했다. 사변적 이성은 주어진 사실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창조적 전진을 추구한다. 이성의 권위는 안정 속에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실을 재해석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과정에서만 정당화된다.
공직자의 언행이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언행이 제도를 갱신하고 사회의 창조적 가능성을 열어가는가, 아니면 단순히 현 체제를 고착화하는가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후자에 가까운 위험을 안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다는 명분 아래 검찰 내부의 문제 제기와 비판을 봉쇄한다면, 제도는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실제로는 '위축된 쇠퇴'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다.
'찐윤 검사'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기 전에, 왜 그런 표현이 검찰 내부에서 통용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특정 인사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류되고, 승진과 보직이 그 기준으로 결정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 아닌가? 임 지검장의 발언이 문제라면, 그 발언이 지적하는 구조적 문제는 왜 논의하지 않는가?
역사가 증명한 안정의 함정
역사는 이를 수없이 증명해 왔다. 과거 노예제도는 자연 질서로 간주되었고,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지 않았던 시대 역시 안정된 권위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 안정은 화이트헤드가 경계했던, 어리석고 잔혹하며 저급한 사변의 산물에 불과했다. 그런 안정이 최종적 권위로 받아들여졌다면,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인권 진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늘날 검찰 조직 내에서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노예제가 '사회 질서'라는 이름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질서 교란'으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검찰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가 '정치적 편향'으로 규정되는 구조 역시, 같은 논리가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정 인사가 '찐윤'으로 분류되고, 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차단되면, 조직 내부에서 문제 제기 자체가 억제된다. 그리고 문제 제기가 사라진 조직은 자정 능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검찰청이 폐지되기까지 이른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닌가? 내부의 비판을 차단하고, '조직의 안정'만을 강조하다가, 결국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것이다.
안정의 진짜 비용: 무엇을 잃는가
화이트헤드는 진정한 안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안정이라 부르는 것은 사실상 천천히 퇴화하는 과정이다. 기업이 혁신을 멈추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정치 제도가 개혁을 외면하면 신뢰를 잃는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학습과 성장을 멈추면 겉보기엔 평온해도 결국 쇠퇴한다.
법무부가 보여준 태도는 이 점에서 우려스럽다. 조직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안정만을 강조하면, 제도는 스스로 바로잡을 힘을 잃고, 결국 내부에서 썩어 들어가게 된다. 임 지검장의 발언이 조직에 부담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부담을 회피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부담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제도의 진화다.
안정은 잠시 필요한 숨 고르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위험으로 변한다. 검찰은 이미 그 교훈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내부 비판을 차단하고 안정만을 추구하다가, 결국 폐지라는 극단적 결과를 맞이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사회적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그 안정이 창조적 이성을 억압한다면 결국 같은 역사를 반복할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법무부가 진정한 권위를 원한다면, 안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판과 개혁의 이성적 에너지를 제도 안에서 길러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첫째, 안정이 아니라 투명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검찰 인사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 특정 성향이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투명성이 확보되면, 임 지검장 같은 발언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문제가 없다면 드러낼 것이 없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찐윤 검사'라는 표현을 문제 삼기보다, 왜 그런 표현이 생겼는지를 밝히는 것이 먼저다.
둘째, 중립성이 아니라 책임성을 우선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비판을 봉쇄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고위공직자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고,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 임 지검장의 발언을 문제 삼기보다, 그 발언이 지적하는 인사 구조의 문제를 검증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개혁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싸고 도는 모습은 책임의 전도다.
셋째, 비판을 제도 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적 목소리는 불편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제도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비판이 사라진 조직은 이미 죽은 조직이다. 검찰청이 폐지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부 비판을 차단하고 안정만 추구하다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법무부가 해야 할 일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비판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비판을 제도 개선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결론: 우리가 지켜야 할 것
화이트헤드의 말대로, 안정은 언제나 퇴보할 위험을 안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안정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진보다. 안정은 진보를 위한 토대일 때만 의미가 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조직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보호는 문제를 덮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하는 데서 온다. 검찰청이 폐지된 이유를 돌아보라. 내부 비판을 차단하고 안정만을 추구한 결과가 무엇이었는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권위주의적 안정이 아니라, 사유와 실천이 순환하며 열어가는 창조적 진보다.
결국 안정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리고 그 수단이 진보를 가로막는 순간, 그것은 퇴화로 전락한다. 강물은 흘러야 생명을 품는다. 고인 물은 아무리 맑아 보여도, 이미 썩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도 그 교훈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정성호 장관의 여러 발언과 이번 편지는 국민이 장관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의심의 원인이 장관에게 있으므로, 책임 역시 장관이 져야 할 것이다.
[최종 교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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