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왜 도시가 농어촌을 지켜야 하는가?
농어촌 소멸은 시골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위기다. 인구 과밀로 도시가 겪는 주거난, 교통 혼잡, 복지 비용 증가는 모두의 삶을 위협한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과 식량 안보, 도시 문제 해소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다.

사라져가는 농어촌, 그리고 도시의 그림자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 하나둘 문을 닫는 학교와 상점, 그리고 홀로 남은 노인들의 깊은 주름. 이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 농어촌의 냉정한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08만 9천 명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으며[1],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에 가까운 118곳(52%)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2].
이 문제를 그저 시골의 비극으로 치부하고 계신가? 천만의 말씀이다. 텅 비어가는 농어촌의 반대편에는 감당 못 할 인구가 몰려든 도시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끝 모를 주거난과 교통지옥,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복지 비용은 도시의 삶을 갉아먹고 국가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한다.
이제 낡은 해법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국가 균형 발전의 새로운 푯대로 <농어촌기본소득법>이 마침내 국회에 발의되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2025년 8월 대표발의한 이 법안[3]이 왜 농어촌을 넘어 바로 우리 도시민의 삶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투자일 수밖에 없는지 그 본질을 깊이 파고들어 보겠다.
농어촌기본소득, 무엇이며 왜 지금인가?
농어촌기본소득은 복잡한 정책이 아니다. 전국 읍·면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월 30만 원(연 3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돈이 지역 안에서 돌게 만들어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 소멸 직전의 지역 경제에 새로운 피를 돌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정책이 왜 이토록 절박하게 필요한 것일까?
구조적 불균형의 심화: 2024년 기준 농가소득은 5,060만 원[4]으로 도시 근로자 가구소득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이 압도적인 경제적 불균형은 사람들을 농어촌에서 도시로 밀어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기존 정책의 명백한 실패: 그동안 수십, 수백 조의 예산을 쏟아부은 대규모 시설 투자, 거점 도시 육성 전략은 결과적으로 농어촌의 공동화와 소멸을 막지 못했다. 이제는 거대한 건물이 아닌, 사람의 삶을 직접 바꾸는 소득 중심 전략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이 법안의 출발점이다.
오랜 현장의 목소리: 이 법안은 2025년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여러 지방의회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을 국회에 강력히 요구한 바 있으며, 농어촌에서 시작해 도시로 확대될 가능성을 품은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농어촌의 활력이 어떻게 도시민의 삶을 구원하는가
농어촌기본소득을 시골 사람들에게 돈 나눠주는 정책으로 본다면, 우리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이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전체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1. 대한민국의 뿌리와 미래를 지키는 일
"농어촌의 소멸은 곧 대한민국의 뿌리와 식량, 바다와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처럼 농어촌의 붕괴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국경과 맞닿은 해양 영토를 수호하고 기후 위기와 국제 분쟁 속에서 식량 안보를 지키는 일은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다. 농어촌 주민들은 그 자체로 우리 모두의 안보를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2. 도시 과밀화 문제 해결의 열쇠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 분산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이는 살인적인 서울의 집값, 매일 겪는 교통 혼잡, 끝없이 증가하는 복지 비용을 줄여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재정을 핑계로 이 투자를 미룬다면 결국 우리는 수도권 과밀화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수십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미래 세대와 함께 떠안게 될 것이다.
3.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
우리는 농림어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가치를 잊고 산다. 깨끗한 물과 공기, 국토 환경 보전, 탄소 흡수, 재생에너지 등 이들의 다원적 기능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이러한 공익적 가치 생산에 대한 시혜가 아닌 정당한 보상이다. 이는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해외 사례가 증명하는 길: 알래스카는 1982년부터 석유 판매 수익으로 조성한 항구 기금의 투자 수익을 모든 주민에게 배당금(PFD)으로 지급해 왔다[5]. 이는 알래스카를 미국에서 가장 평등한 주 중 하나로 만들었고, 인구 유출을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농어촌의 공익적 가치를 공동의 자산으로 본다면, 알래스카의 모델은 우리에게 강력한 영감을 준다. 핀란드, 스페인 등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 역시 주민의 정신 건강 증진과 사회적 신뢰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다.
시민의 권리, 어떻게 지지를 행동으로 바꿀까?
이제 이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도시 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첫째, 인식을 전환하자. 농어촌기본소득은 단순 복지가 아닌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미래 투자다. 이 법안의 주무 부처를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행정안전부로 지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농정을 넘어선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의 핵심이라는 선언이다.
둘째, 재정 우려에 대한 합리적 이해가 필요하다.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비판에 대해 법안 발의자들은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상식적인 조세 개혁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말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 투자이고 어디에 재원을 우선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때로 과감한 결단을 요구한다.
셋째,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이 법안은 기본소득당,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29명의 국회의원과 농어촌 현장 단체,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발의했다[6]. 이는 소수 정치인의 주장이 아닌, 시대적 요구임을 증명한다.
넷째, 정보를 공유하고 여론을 형성하자. 이러한 내용을 주변에 알리고, 농어촌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다섯째, 정책적 움직임에 지지를 표명하자. 농어촌 주민들의 기자회견과 전국민 추진연대 발족과 같은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온라인으로라도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변화를 만드는 직접적인 행동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농어촌의 활력이 도시의 번영으로, 모두를 위한 길
농어촌의 소멸은 도시의 미래를 저당 잡는 시한폭탄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이 폭탄을 제거하고, 도시와 농어촌이 함께 살아나는 상생의 길을 여는 가장 현실적인 설계도다.
2025년을 농어촌기본소득 제정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에 우리 도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더해질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진정한 균형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단순히 농어촌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의 마중물이다.
Q&A
Q1. 농어촌기본소득이 정확히 무엇인가?
A1. 전국 읍·면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월 3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Q2. 도시에 사는 사람이 왜 이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A2. 농어촌 붕괴는 도시 과밀화, 주거난, 교통 문제, 사회적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 분산을 유도해 도시 문제를 완화하고, 식량 안보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지키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Q3. 그냥 돈을 나눠주는 복지 정책 아닌가?
A3. 아니다. 단순 복지를 넘어 농어촌이 창출하는 식량안보, 환경보전 등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자 소멸 위기의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경제 정책이며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미래 투자의 성격을 가진다.
Q4.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천문학적인 돈이 들 것 같은데?
A4. 법안을 발의한 측에서는 불필요한 부자감세 철회 및 상식적인 조세 개혁을 통해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수도권 과밀화 비용(연간 수십조 원)과 비교하면 훨씬 효율적인 투자라는 시각이다.
Q5. 해외에도 비슷한 성공 사례가 있나?
A5. 미국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석유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여 불평등을 완화하고 인구 유출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보았다. 이는 공동의 자산을 주민 전체가 공유하는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출처
[1] 영농자재신문, "농가 인구 200만 시대 붕괴 초읽기", 2024년
http://www.newsfm.kr/news/article.html?no=8934
[2] 교육플러스, "[유성동 칼럼] 전국 시군구 52% 소멸위험지역", 2023년
https://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36
[3] 한국NGO신문, "용혜인 의원, 농어촌기본소득으로 지역소멸에 맞서다", 2024년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11506
[4] KOSIS 국가통계포털, 농가소득 통계 (2024년 기준 50,597천원)
https://kosis.kr/search/search.do?query=%EC%86%8C%EB%93%9D%EB%A5%A0
[5] 알래스카 영구기금 배당 공식 사이트
https://pfd.alaska.gov/
[6] 보령저널뉴스, "국회 똑순이
용혜인 '농어촌 소멸 위기, 기본소득이 해답'", 2024년
http://www.bj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630
[7] 한국고용정보원, "지방소멸 2024: 광역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 2024년
https://www.keis.or.kr
[8] 국가균형발전종합정보시스템(NABIS), 인구감소대응 정책자료
https://www.nabis.go.kr/contentsDetailView.do?menucd=258&menuFla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