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공영화 요구 확산: 왜 서울 버스는 사모펀드의 수익처가 됐나
서울 버스 준공영제는 20년간 6조 원 넘는 세금을 투입하며 공공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사모펀드의 안정적 수익처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고배당 정책, 비용 절감으로 인한 안전 위협, 단기 차익 추구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민운동본부는 서울시가 직접 버스 회사를 인수해 공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는 세금 누수 방지와 공공성 강화, 투명한 비용 산출을 위한 구조 개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도시정책 논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20년간 6조 원 넘는 혈세가 투입된 버스 준공영제, 사모펀드 배당 잔치 논란 속 '서울시 인수' 시민운동 확산
매일 아침 출근길, 당연하게 이용하는 서울 시내버스. 하지만 우리가 탄 버스가 서울시 소유가 아니라 단기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PEF)의 자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2004년 도입 이후 20년 넘게 운영된 '버스 준공영제'가 사모펀드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사모펀드가 가져간 버스를 다시 시민의 품으로 되찾아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사모펀드 시내버스 서울시 인수 시민운동본부'(이하 시민운동본부)가 출범해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노동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등 28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시민운동본부는 사모펀드 소유의 버스 회사를 서울시가 직접 인수해 교통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영은 서울시, 수익은 사모펀드: 버스 준공영제의 현주소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민간 버스 회사들의 수익성 위주 노선 운영과 서비스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노선 조정 등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서울시가 갖는 대신 운송 수입으로 충당되지 않는 적자 전액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도입 초기 노선 합리화와 운전자 처우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준공영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운송 수입과 관계없이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운영비 전액을 보전받는 구조다. 이는 버스 회사가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수입을 증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유인을 없애버렸다. 결과적으로 경영 위험은 공공(서울시)이 떠안고, 이익은 민간(버스회사)이 가져가는 '비대칭 정산 구조'가 고착화됐다.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감했을 때도 적자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메워졌다.
실제로 서울시가 버스 회사에 지원한 재정지원금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2004년부터 2022년까지 18년간 투입된 혈세는 총 6조 3천억 원에 달하며, 최근에는 연간 지원금이 8,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시민들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버스 요금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버스 인수: 배당 이익 잔치
바로 이 지점에서 사모펀드가 등장했다.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적자가 나도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안정적인 이윤까지 보장하는' 준공영제 버스 사업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발견했다. 이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에 뛰어들어 버스 회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관리 감독을 맡은 서울시는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동안 무엇을 했을까? 준공영제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서울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준공영제의 운영권은 서울시에 있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민간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노선 결정권, 운영 감독권, 적자 보전 의무를, 버스 회사는 회사 소유권, 면허권, 차량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 구조에서 버스 회사는 여전히 민간 사기업이다. 서울시가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주고 운영을 관리감독할 뿐, 회사의 소유권 변동(M&A)은 순전히 버스 회사의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동안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사모펀드가 버스 회사를 인수하는 걸 방치했다. 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현재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등 4개 사모펀드가 서울 시내버스 회사 7곳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버스의 약 14%에 해당하는 1,035대에 이른다. 시민의 발이 되어야 할 공공재가 소수 투자자의 이익을 위한 금융 상품으로 변질된 것이다.
시민 세금으로 벌이는 고배당 잔치
사모펀드가 버스 회사를 인수한 후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고배당 정책'이다. 이들은 시민 세금으로 보전받은 이익을 서비스 개선이나 안전에 재투자하기보다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데 집중했다. 심지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해에도 배당을 하거나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당하는 비상식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시내버스 회사의 배당액은 222억 원에서 581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56.98%로 국내 기업 평균(약 26%)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는 준공영제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배당 잔치이며, 그 재원은 결국 시민의 세금과 버스 요금에서 나온 것이다.
안전 위협하는 비용 절감과 먹튀 준비
수익 극대화를 위해 사모펀드는 위험한 비용 절감도 서슴지 않는다. 타이어 등 정비 부품의 교체 주기를 늦추고 정비 인력을 감축하며 심지어 차고지를 매각해 그 차익을 배당금으로 사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행태는 운전기사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높여 시민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더 큰 문제는 사모펀드의 최종 목표가 '먹튀(Exit)'라는 점이다. 이들은 통상 3~5년의 투자 기간이 지나면 회사를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무리한 비용 절감을 감행하고, 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긴다. 대표적인 운용사인 차파트너스는 2025년 말 투자금 회수를 위해 일부 버스 회사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다. 만약 이 회사들을 또 다른 사모펀드가 인수한다면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직접 인수하라: 시민운동의 요구와 대안
시민운동본부는 사모펀드가 버스 회사를 매물로 내놓은 지금이 교통 공공성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서울시가 직접 이 회사들을 인수해 '공영제'로 운영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시내버스는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발이자 시민의 권리입니다. 서울시는 사모펀드가 매각하는 버스 회사를 반드시 직접 인수해 공공교통 주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시민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中
서울시가 버스 회사를 인수하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세금 낭비 중단 및 재투자. 그동안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던 수억 원의 고액 배당금을 절감해 시민 안전을 위한 차량 정비 강화, 운전자 처우 개선, 노선 확충 등 공공성 강화에 재투자할 수 있다.
둘째, 시민 중심의 노선 운영. 버스 회사의 이익이 아닌 시민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노선과 배차를 결정할 수 있다. 교통 소외지역에도 안정적인 버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셋째, 투명한 비용 산출. 일부 노선을 공영제로 직접 운영하면 실제 운영에 필요한 정확한 '표준운송원가'를 산출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불투명하게 책정되는 준공영제 재정 지원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전체 버스 시스템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비용 문제와 9호선의 교훈
서울시는 공영화에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매년 8천 억이 넘는 돈을 퍼붓고 있으면서 막대한 초기 비용 운운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시민운동본부는 공영화 초기 비용은 배당금 절감 등을 통해 수년 내 회수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또한 이미 서울시에는 성공적인 선례가 있다.
바로 서울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 사례다. 2013년 서울시는 사모펀드인 맥쿼리인프라가 주도하던 9호선의 과도한 요금 인상 시도를 시민의 힘으로 막아내고 지분 구조를 변경해 운영 비용을 3조 원 이상 절감한 경험이 있다. 이는 민간 투자 사업의 문제를 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공공성을 회복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버스 문제 해결의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버스를 시민에게: 공공교통 활성화를 위한 시민의 선택
사모펀드 버스 회사 인수는 단순히 몇몇 기업의 소유권을 바꾸는 문제를 넘어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버스 공영화는 시민 안전 강화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중요한 실천이기도 하다.
시민운동본부는 서울시의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라인 서명운동과 거리 선전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년 동안 세금으로 운영되어 온 버스 준공영제의 구조적 모순이 사모펀드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 지금, 서울시가 시민의 요구에 응답해 '버스를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결단을 내릴지, 아니면 말도 안되는 한강 버스나 종묘 앞 고층건물 세우기에 집중할지 그 선택을 지켜봐야 한다. 지방 선거가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