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AI의 추천: SKT AAAI 2026 논문이 보여준 추천 기술의 진화
SK텔레콤이 개발한 AI 추천 모델 'One Model 4.0'이 세계 최고 수준 AI 학회 AAAI 2026에서 상위 4% 현장 발표로 선정됐다. 이용자의 행동 맥락을 이해하고 추천 이유를 자연어로 설명하는 이 기술은 LLM 추론과 협업 필터링, 추론 능력 강화학습을 결합했다. T월드, T멤버십 등 실제 서비스에 적용돼 클릭률 최대 2배 향상이라는 성과를 냈다. 3년간 CIKM, SIGIR, AAAI 등 세계 최고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인정받으며, AX 기업으로 전환 중인 SKT의 AI 연구 역량을 증명했다.
프롤로그: 주목할 만한 성과
2026년 1월, 싱가포르. 세계 AI 학회 빅4 중 하나인 AAAI(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Artificial Intelligence)의 무대에 SK텔레콤의 연구자들이 섰다. 발표 주제는 'One Model 4.0'. 이용자의 행동 맥락을 이해하고 추천 이유까지 설명하는 AI 추천 모델이었다.
24,000편의 논문 중 상위 4%만 주어지는 데다가 논문 제출 편 수가 늘어 채택률이 18%까지 떨어진 치열한 경쟁을 뚫은 성과다. AI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SKT가 자체 개발한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학회에서 인정받았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부: 무엇이 인정받았는가
기술의 본질
One Model 4.0이 시도한 건 추천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다. 기존 추천 시스템이 "이 상품 어때요?"라고 물었다면, 이 AI는 "최근 이용 패턴을 보니 이 상품이 지금 상황에 맞는 이유는 이렇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핵심 메커니즘은 세 가지 기술의 결합이다.
첫째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다. 비슷한 이용 패턴을 가진 이용자들의 선호를 분석한다. 둘째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 추론이다. 현재 맥락과 상황을 자연어로 이해하고 설명한다. 셋째는 추론 능력 강화학습이다. AI가 여러 설명 방식을 생성해보고 가장 효과적인 것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학습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이렇다. "최근 OTT 이용이 많으시네요. 이번 주말 개봉작 보실 거면 5G 비디오 무제한 요금제가 한 달간 10GB 추가로 제공돼서 유리합니다." 단순한 상품명이 아니라 이용자의 이용 패턴, 타이밍, 구체적 혜택을 연결한 설명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학계가 주목한 이유
AAAI가 이 연구를 상위 4%로 선정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최신 AI 이론의 실전 적용이다. 추론 능력 강화학습(Reasoning with Reinforcement Learning)은 학계에서 주목받는 최신 기법이지만 실제 대규모 서비스에 적용해 효과를 검증한 사례는 드물다. One Model은 T월드, T멤버십 같은 실제 서비스에서 클릭률 최대 2배 향상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냈다.
둘째,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의 실용성이다. LLM만 이용하면 컴퓨팅 비용이 높고 전통적 협업 필터링만 쓰면 설명력이 부족하다. SKT는 두 방식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비용 효율성과 설명 품질을 모두 확보했다. 이런 공학적 균형이 실무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셋째, 지속적 진화의 증거다. 버전 1.0은 2023년 CIKM(국제정보지식관리학회)에 채택됐다. 버전 2.0은 2024년 SIGIR(국제정보검색학회)에서 우수 논문상(Best Paper Honorable Mention)을 받았다. 버전 3.0은 CIKM 2025 워크숍에서 공개됐고 버전 4.0이 AAAI 2026 현장 발표로 이어졌다. 3년간 매년 세계 최고 학회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건 체계적인 연구 역량의 증명이다.
AX 기업으로서의 역량 증명
SKT는 2025년 AI 기업으로의 전환(AI Transformation, A.X)을 선언했다. 통신사에서 AI 중심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성과는 그 선언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체 데이터, 자체 연구 조직, 실제 서비스 적용이라는 완결된 루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통신사가 보유한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와 실제 서비스 환경이라는 강점을 AI 연구로 연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 기업이 데이터 기반 응용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2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지금 당장 달라지는 것
T월드 앱을 열면 이미 이 AI가 작동하고 있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추천 메시지가 자연스럽다. "5G 프리미어 에센셜 추천" 같은 단순 상품명 대신 "최근 영상 시청이 많으시네요. 이번 달 데이터 무제한 혜택 어떠세요?" 같은 맥락 있는 문장으로 바뀌었다.
둘째, 추천 이유를 알 수 있다. 왜 이 상품이 나한테 뜨는지 근거가 보이니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판단할 수 있다. 셋째, 실제로 유용한 추천이 늘었다. SKT 발표로는 클릭률이 최대 2배 높아졌다. 이건 단순히 더 많이 팔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용자가 실제로 관심 있어 하는 추천이 늘었다는 뜻이다.
중기적으로 기대되는 변화
이 기술이 다른 서비스로 확대되면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요금제 상담에서는 "해외 출장이 잦으시네요. 현재 요금제는 로밍비가 높은 편인데, A 요금제로 변경하면 연간 약 18만 원 절약 가능합니다" 같은 구체적 조언이 가능하다.
멤버십 혜택 안내에서는 "이번 달 영화 예매 3회 하셨는데, 등급 올리면 1+1 쿠폰 받으실 수 있어요. 다음 달까지 2회만 더 예매하면 승급됩니다" 같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실시간 알림도 개선된다. "오늘 데이터 이용량이 평소보다 많네요. 속도 제한 전에 1GB 추가하실래요?" 같은 적시 조언이 가능하다.
SKT는 연내 T우주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핵심은 추천이 일방적 상품 제안에서 상황을 고려한 조언으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남아있는 질문들
물론 기술이 완벽한 건 아니다. 여전히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 AI가 설명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게 항상 이용자에게 최선인가 하는 건 별개 문제다. 예를 들어 AI는 "요금제 변경이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현재 요금제를 유지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AI는 SKT 상품 범위 안에서만 최적화하기 때문에 타사 상품이 더 유리한 경우는 알려주지 않는다.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또한 AI가 제시하는 혜택이 단기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이용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추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목표(매출 증대)와 이용자의 목표(실질적 이익)를 동시에 추구하지만 두 목표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3부: 추천 기술의 의미와 과제
기술 진화의 방향
One Model 4.0이 보여주는 건 추천 기술의 자연스러운 진화 방향이다. 초기 추천 시스템은 단순했다. "이런 사람들이 이걸 샀어요" 정도였다. 다음 단계는 개인화였다. "당신의 이용 패턴을 보니 이게 맞을 것 같아요"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설명 가능성의 시대다. "당신의 최근 이용 패턴이 이러니, 이런 이유로 이 상품이 맞습니다"로 진화하고 있다.
이 진화는 기술적으로나 이용자 경험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이다. 설명이 없는 추천보다는 이유를 아는 추천이 낫다. 기계적인 메시지보다는 맥락을 고려한 안내가 낫다. SKT의 연구는 이런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용자 관점에서 가치
이용자 입장에서 이 기술의 가치는 명확하다. 첫째, 정보의 질이 높아진다. 무작위 추천이 아니라 나의 상황에 맞는 제안을 받을 수 있다. 둘째, 판단 근거를 얻는다. 왜 이게 추천되는지 알면 수용 여부를 더 잘 결정할 수 있다. 셋째, 시간을 절약한다. 수많은 옵션 중에서 나에게 맞는 걸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추천은 여전히 기업의 관점에서 설계된다. 하지만 최소한 "왜 이 추천을 받는지" 알 수 있다는 건 중요한 진전이다. 이용자는 그 이유를 보고 자신에게 정말 유용한지 판단할 수 있다.
산업적 의미
AX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SKT가 AI 추천 연구로 세계 학회에서 인정받았다는 건 산업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AI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연구 역량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플랫폼 기업들이 AI 연구를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SKT의 사례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자체 데이터와 서비스 환경을 활용해 실용적인 AI를 개발하고, 그 성과를 학계에서 검증받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AI 기업으로의 전환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과제
기술이 더 발전하려면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투명성이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해 추천하는지 더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용자 제어권이다. 추천을 받을지 말지, 어떤 데이터를 이용할지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다양성이다. 추천이 정교해질수록 이용자가 익숙한 것만 보게 될 위험이 있다. 새로운 것을 탐색할 기회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은 SKT만의 문제가 아니라 추천 시스템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4부: 더 나은 추천을 위한 방향
균형잡힌 추천이란
좋은 추천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세 가지 균형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의 목표와 이용자의 이익 사이의 균형이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이용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추천이어야 한다. 둘째, 추천과 탐색의 균형이다. 편리한 추천도 좋지만 이용자가 스스로 찾아볼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셋째, 개인화와 다양성의 균형이다. 취향에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도 있어야 한다.
One Model 4.0은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진전을 보였다.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게 했고, 맥락을 고려해 실제로 유용한 추천을 늘렸다.
기술 발전의 방향
추천 기술이 더 발전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장기적 관점의 추천이다. 지금 당장 좋은 것뿐 아니라 6개월, 1년 후를 고려한 조언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비교 정보 제공이다. 하나만 추천하는 게 아니라 여러 옵션을 비교해서 보여주면 더 좋다. 셋째, 추천하지 않는 것도 추천이다. 때로는 "지금은 바꾸지 않는 게 낫다"는 조언도 필요하다.
이런 기능들이 추가되면 추천은 단순한 마케팅 도구를 넘어 진짜 의미의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용자의 역할
기술이 발전하는 것만큼 이용자의 리터러시도 중요하다. 추천을 받을 때 몇 가지를 생각해보면 좋다. 첫째, "이 추천이 정말 나한테 맞나?" 스스로 질문하기. 둘째, "다른 옵션은 없나?" 탐색해보기. 셋째, "장기적으로도 이득인가?" 따져보기.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최종 결정은 이용자의 몫이다. 추천을 참고하되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에필로그: 의미 있는 진전
One Model 4.0의 가치
SKT의 AAAI 2026 논문 발표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기술적으로는 최신 AI 이론을 대규모 실전 서비스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학술적으로는 AX 기업으로 전환 중인 한국 통신사의 AI 연구 역량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실용적으로는 수백만 이용자에게 더 나은 추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상 받은 연구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3년간 지속적으로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며 성과를 쌓아온 것도 일회성 성공이 아닌 체계적 역량의 증거다.
앞으로의 전망
추천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LLM 기반 추천은 이제 시작 단계고 앞으로 더 정교해질 것이다. 중요한 건 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느냐다. 단순히 판매를 늘리는 도구로만 쓰일 것인가, 아니면 이용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조언자로 진화할 것인가.
SKT의 연구는 후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설명 가능한 추천, 맥락을 고려한 추천,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추천. 이런 방향으로 계속 발전한다면 추천 기술은 우리 삶에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
결국 좋은 기술이란 사람을 도와주는 기술이다. One Model 4.0이 보여준 건 AI 추천이 단순한 상품 나열을 넘어, 이용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수준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한 진전이다.
앞으로 이 기술이 더 발전해서 추천이 성가신 광고가 아니라 유용한 조언으로 느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만드는 데 AI 기업으로 전환 중인 한국 기업들이 기여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