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스택 AI, MWC 2026에서 밝힌 SKT의 선언

SKT가 MWC 2026에서 풀스택 AI를 선언했습니다. 컴퓨터 설비, AI 두뇌, 이용자 서비스까지 세 층 전부를 직접 쥐겠다는 선언입니다. 통신사가 이 언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비교 대상이 KT가 아니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임을 뜻합니다. AI 시대에는 한 층만 잘해서는 시장을 쥘 수 없습니다. 데이터, 모델, 서비스가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을 가진 기업이 이깁니다. SKT의 선언은 용감합니다. 실현 여부는 MWC 이후가 답할 것입니다.

SKT의 풀스택 AI 전략을 상징하는 일러스트. 바르셀로나 야경 위에 인프라, 모델, 서비스 세 층이 빛의 탑처럼 쌓여 있으며, MWC 2026 선언을 시각화한 편집 일러스트레이션.
Image Creted by Google Gemini.

풀스택 AI란 무엇인가

풀스택(Full Stack)은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언어였습니다. 웹 개발 커뮤니티가 200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에 걸쳐 프론트엔드(이용자 화면)와 백엔드(서버,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다룰 수 있는 개발자를 풀스택 개발자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의미는 단순했습니다. 분업의 경계를 넘어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 정확한 기원 시점에 대해선 자료마다 이견이 있지만, 2010년대 초 개발자들이 각자 맡은 영역만 깊이 파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그 반작용으로 다시 주목받은 건 분명합니다.

이 용어가 AI와 결합한 건 2023~2024년의 일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가 투자 판단 기준으로 풀스택 AI 기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델 층을 직접 소유하고 추론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며 이용자의 업무 흐름까지 통제하는 기업을 풀스택 AI 기업이라고 정의한 것입니다. 단순히 오픈AI API를 끌어다 쓰는 래퍼(wrapper·갖다 쓰기) 스타트업과 대척점에 서는 개념이었습니다. 

기술 업계에서 이 개념이 확산되면서 풀스택 AI는 데이터 파이프라인부터 컴퓨팅, 머신러닝(ML) 모델, 앱 서비스 층까지 전부 직접 갖추는 역량을 뜻하게 됐습니다. 2024년 이후 와이콤비네이터 포트폴리오 분석에 따르면 풀스택 AI 기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스타트업의 소수입니다. 

SKT는 왜 이 표현을 선택했는가

SKT 뉴스를 자세히 읽어보면 구조가 명확합니다. 인프라, 모델,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풀스택 AI. 세 단어가 각각 하나의 층(Layer·계층)을 담당합니다. 층이란 AI 시스템을 구성하는 역할별 구분입니다. 요리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인프라 층은 주방과 냉장고처럼 AI가 작동하기 위한 컴퓨터 설비입니다. 모델 층은 요리사의 레시피와 기술 처럼데이터를 받아 생각하고 판단하는 AI 두뇌 자체입니다. 서비스 층은 손님 앞에 나오는 음식 같은 이용자가 실제로 쓰는 앱과 기능입니다. 풀스택이란 이 세 층 모두를 자기 손으로 쥐겠다는 선언입니다.

인프라 층

인프라 층은 쉽게 말해 AI가 돌아가는 컴퓨터 설비 전체입니다. SKT는 여기에 세 가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첫째, 서울 가산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GPU 클러스터 '해인'입니다. AI 모델을 실제로 구동하는 연산 장비 묶음입니다. 둘째, 페타서스(Petasus)라는 자체 클라우드입니다. 이 연산 자원을 외부 기업에도 빌려주는 플랫폼으로, 서버를 직접 사지 않아도 AI를 돌릴 수 있게 해줍니다. 셋째, 울산에 AWS와 함께 짓고 있는 대형 데이터센터입니다. 아직 완공 전인 미래 거점입니다.

모델 층

모델 층은 SKT가 직접 만든 AI 두뇌입니다. 핵심은 에이닷엑스 케이원(A.X K1)으로, 5,190억 개(519B)의 파라미터(AI가 학습하는 지식의 단위)를 갖춘 한국어 거대 언어 모델입니다. 크고 작은 모델을 묶은 에이닷엑스(A.X) 시리즈가 여기에 속합니다. 또한 SKT는 정부 주도의 한국어 AI 공동 개발 사업인 독파모 2단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체 모델만으로 채우지 못하는 빈틈을 국가 협력으로 보완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519B라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해가 생깁니다. 에이닷엑스 케이원은 모에(MoE·Mixture of Experts, 전문가 혼합) 구조로 설계돼 있어서, 실제 답변을 생성할 때는 전체 파라미터 중 330억 개(33B)만 선택적으로 작동합니다. 500명의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지만 매번 질문에 맞는 33명만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숫자가 크다고 그만큼 연산을 쏟아붓는 게 아닙니다.

서비스 층

서비스 층은 이용자가 실제로 손에 쥐고 쓰는 앱과 기능들입니다. 에이닷 전화는 통화에 AI를 결합한 서비스이고, 에이닷 노트는 음성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정리해줍니다. 케어비아(CareVia)는 행동인식 기술로 고령층과 환자를 돌보는 AI 서비스입니다. 나머지 셋은 로봇과 피지컬 AI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공장이나 도시 같은 실제 공간을 컴퓨터 안에 정밀하게 복제해 로봇이 판단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로봇 트레이닝 플랫폼은 가상 환경과 실제 현장을 연결해 로봇이 몸으로 감각을 익히도록 훈련시킵니다. 시냅스고(SynapsEgo)는 카메라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각 인식 솔루션입니다.

SKT가 풀스택 AI라는 표현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시장에서 자기 위치를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입니다. MWC는 통신사들의 경연장인데, 통신사라는 정체성으로는 AI 시대의 주역임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풀스택 AI는 단번에 '우리는 통신 파이프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지능 전체를 설계하는 회사'라는 선언이 됩니다. 통신의 수직통합자에서 AI의 수직통합자로의 전환 선언입니다.

둘째는 글로벌 협력의 언어입니다. 이 뉴스에는 해외 통신사,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와의 협력 모색이 명시돼 있습니다. 풀스택은 실리콘밸리와 유럽 기술 업계가 이미 공유하는 공통된 시각입니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같은 게임을 한다는 신호입니다.

다른 AI 기업들은 이 용어를 어떻게 쓰는가

쓰임새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먼저 스타트업에서 사용합니다.'우리는 단순 API 래퍼가 아니다'라는 차별화의 표현 방식입니다. 자체 모델 + 자체 추론 인프라 + 자체 이용자 화면 구조를 갖춘다는 의미로 투자자를 설득하는 논리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가 이 기준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2024년 이후 급격히 확산됐습니다.

다음으로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AWS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풀스택이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쓰지 않지만 사실상 이 전략을 가장 먼저, 가장 깊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칩(반도체)부터 클라우드, 모델, 서비스까지 모든 층을 수직통합합니다. 언어를 쓰지 않아도 이미 풀스택입니다.

SKT의 위치는 흥미롭게도 그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스타트업처럼 이 언어를 적극적으로 선언하면서 대기업처럼 실제 인프라와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통신사가 이 언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업종의 경계 해체를 뜻합니다.

기술적 관점: 수직통합의 귀환

소프트웨어 산업은 오랫동안 역할을 잘게 나누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앱을 만드는 회사는 서버 걱정을 안 해도 됐습니다.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회사가 컴퓨터 자원을 빌려줬으니까요. 결제 기능이 필요하면 직접 만들 필요 없이 결제 전문 회사의 기능을 가져다 붙였습니다. 지도, 번역, 로그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은 잘하는 것만 해라, 나머지는 잘하는 사람 것을 가져다 쓰면 된다'는 게 시대의 원칙이었습니다.

AI는 이 흐름에 균열을 냅니다. AI의 성능은 위에서 설명한 층과 층 사이의 최적화에서 나옵니다.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추론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모델 구조가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 낭비입니다. 분업은 각 층의 효율을 높이지만 층 사이의 마찰을 만들어냅니다. 풀스택은 그 마찰을 제거하는 전략입니다.

수직통합이 다시 무게중심을 얻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엔 아이폰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이 아니라, 데이터+컴퓨팅+지능+경험의 통합입니다. 그렇다고 분업이 소멸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특정 한 층에 집중합니다. 다만 시장의 지배력과 수익은 모든 층을 쥔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지식의 소유 문제, 그리고 오픈소스의 역설

풀스택 AI가 뜻하는 더 깊은 의미는 지식 생산 수단의 소유권입니다.

마르크스는 생산 수단을 누가 소유하느냐가 사회 구조를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AI 시대에 생산 수단은 모델입니다. 모델을 빌려 쓰는 기업과 모델을 소유한 기업은 근본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모델을 빌려 쓰는 기업은 API 가격이 오르면 속수무책입니다. 모델을 직접 가진 기업은 그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스택을 쥐면 수익을 쥔다'는 논리는 사실 마르크스가 150년 전에 한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생산 수단을 누가 소유하느냐가 권력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SKT는 에이닷엑스 케이원을 아파치 2.0 라이선스(사용 허가)로 오픈소스 공개했습니다. 풀스택 AI의 핵심 자산인 모델을 외부에 공개하면 경쟁자도 이를 쓸 수 있는데 이것이 스택 독점과 충돌하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공존할 수 있습니다. 모델을 공개하더라도 추론 인프라, 학습 데이터, 이용자 경험(UX)은 독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 모델은 생태계 확장과 인재 유입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메타가 라마를 공개하면서 오히려 AI 업계의 영향력을 키운 것이 그 사례입니다. 단, 이 전략이 효과를 내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모델을 공개하더라도 컴퓨터 설비, 학습 데이터, 이용자 경험이라는 나머지 층에서 실질적인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메타는 그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SKT가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지는 아직 답이 없습니다.

SKT가 에이닷엑스 케이원을 직접 개발하고 독파모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의 AI 주권 문제와 연결됩니다. 언어 모델은 언어를 다루고 언어는 문화입니다. 한국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모델을 외국 기업이 소유한다는 것은 문화적 자율성의 일부를 이양하는 것입니다. 풀스택 AI는 그 맥락에서 기술 주권 선언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집중의 시대, 그리고 협력이라는 모순

풀스택 AI는 기술적으로는 자립을 의미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집중을 낳습니다.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모두 가진 기업은 혼자 돌아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이용자가 서비스를 쓸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모델이 똑똑해지고, 모델이 똑똑해질수록 서비스가 더 좋아져 이용자가 더 모입니다. 이 고리가 한번 돌기 시작하면 뒤늦게 뛰어든 경쟁자가 끼어들 틈은 점점 좁아집니다.

그런데 SKT 뉴스를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있습니다. 풀스택 AI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해외 통신사,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와의 협력을 적극 모색합니다. 자립을 선언하는 기업이 왜 협력을 강조할까요? 자립과 협력은 사실 모순이 아닙니다. 핵심 스택은 직접 쥐되, 생태계는 개방하는 전략입니다. 해인 클러스터를 직접 소유하면서 AWS와 울산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하는 것처럼 SKT는 핵심은 자강하고 주변은 협력으로 확장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합니다. 수직통합과 생태계 구축은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강한 기업들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사합니다.

SKT가 뉴스 한 켠에 AI 운영 원칙 체계 'T.H.E. AI(by Telco, for Humanity, with Ethics AI)'를 언급한 것은 이 지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집중이 커질수록 윤리와 거버넌스를 함께 언급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집니다. 기술적 집중이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함께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무게중심의 이동

결국 풀스택 AI라는 용어가 진짜로 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분업에서 통합으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분업의 시대가 끝난다는 게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자, 데이터를 가진 자, 컴퓨팅을 가진 자, 이용자를 가진 자가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개발자들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게 아니라 누가 시장을 쥐느냐의 문제입니다.

SKT가 MWC 무대에서 이 언어를 들고 나선 것은 용감한 선택입니다. 통신사가 풀스택 AI 기업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비교 대상은 더 이상 KT나 LG유플러스가 아닙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NVIDIA)가 됩니다. 더 크고 강한 링에 자청해서 올라간 것입니다.

인프라와 모델과 서비스가 균형 있게 통합된 기업만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SKT가 가산의 해인 클러스터를 바탕으로, 울산의 미래 데이터센터를 더해가면서, 모에 구조의 에이닷엑스 케이원을 그 위에 얹어 세 층의 균형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해내느냐. 그것이 MWC26 이후에 답해야 할 진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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