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월급만 투명한 이유: AI 시대, 세법이 정직한 자를 벌주고 있다

근로소득자는 월급에서 세금이 자동 공제되지만 플랫폼 사업자나 AI 기업은 세금을 적당히 조정한다. 이러한 세원 포착력의 불균형은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 구조적 불공정으로 이어진다. AI 시대에는 기술적으로 모든 소득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음에도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근로소득자만 투명한 세법을 넘어, 모든 소득이 공정하게 과세되는 새로운 조세 정의의 체계를 만들어야 할 때다.

공평한 세금 제도 덕분에 환하게 웃는 한국 여성의 모습
공평한 세금은 우리 모두를 웃게 만들 것이다. Image created by Gemini.

"근로소득자만 세금을 투명하게 낸다. 이것이 공정한가?"

월급명세서를 받는 우리는 이 질문의 무게를 안다. 총 급여 350만 원이 통장에는 290만 원으로 찍힌다. 소득세 25만 원, 주민세 2만 5천 원, 그리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까지 합치면 전체 급여의 17%가 사라진다.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다. 월급을 받기도 전에 회사가 이미 원천징수했다. 우리는 그저 결과만 확인할 뿐이다.

이것이 근로소득의 운명이다. 명확하고 투명하고 실시간이며 도망칠 틈이 없다. 매달 월급날이 되면 어김없이 세금이 공제되고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13월의 월급을 기대하거나 토해내야 할 세금을 걱정한다. 이 모든 과정이 투명하다. 너무나 투명해서 때로는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묘한 일이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금을 낸다. 유튜버는 구글로부터 달러로 수익을 받고 연말에 스스로 신고한다. 주식 투자자는 언제 주식을 팔지 즉 과세 시점을 자신이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이익을 저세율 국가로 이전시킨다.

세법을 공부하다가 갑자기 빡친 오늘, 이 불편한 진실을 살펴보겠다. 왜 세법은 보이는 소득에만 가혹하고 흐릿한 소득에는 관대한가. 그리고 AI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이 구조적 불공정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가.

세원 포착력의 잔혹한 불균형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소득의 유형에 따라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부과할 지 그 기준(과세 명확성이라고 한다)이 극단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세금을 얼마나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세금을 낼 때 얼마나 투명하게, 얼마나 도망칠 틈 없이 내야 하느냐의 문제다.

근로소득을 생각해보자. 원천징수라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회사는 우리에게 월급을 주기 전에 이미 세금을 떼어내고 국세청에 납부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실시간으로, 자동으로 그리고 완벽하게 노출된다. 회피는 불가능하다. 설령 우리가 세금을 내기 싫어도, 탈세를 하고 싶어도(!) 시스템적으로 방법이 없다.

하지만 다른 소득들은 어떤가. 사업소득은 자진신고에 의존한다. 자영업자는 장부를 작성하고 스스로 신고한다. 여기에는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 물론 불법이지만 일부 수익을 누락시키거나 비용을 부풀릴 수 있는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플랫폼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은 더 복잡하다. 해외 플랫폼을 통해 달러로 받은 수익을 해외 계좌에 보관하고 있으면 신고하지 않는 한 국세청이 즉각 알기 어렵다.

실제 데이터가 이 불균형을 증명한다. 법인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5%에서 2023년 3.3%로, 그리고 2024년에는 2.5%까지 급락했다. 기업들의 수익이 줄어들었거나 아니면 포착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서 2.5% 사이를 유지했다.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 때 노동자의 세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답은 너무나 단순하다. 근로소득은 포착하기 쉽고 나머지는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는 급여대장을 작성해야 하고 매달 원천징수 내역을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자동으로 작동한다. 인사팀이 급여를 처리하면 세금 공제는 자동으로 계산되고 국세청에는 자동으로 보고된다. 노동자는 이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못한다.

반면 자영업자는 장부를 선택적으로 정리할 수 있고 글로벌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이나 로열티 지급으로 위장해 저세율 국가로 이전시킬 수 있다. 세법은 결국 포착 가능한 것만 과세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단순히 징세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폭력이다.

OECD는 과거 한국의 직접세 과세기반이 협소하고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자영업자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원 포착 구조 자체가 불균형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불균형의 가장 큰 피해자는 월급명세서 하나로 모든 소득이 드러나는 노동자들이다.

AI 시대, 불공정은 더 심화된다

이 불균형이 AI 시대에 더욱 악화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소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세법은 여전히 1960년대 소득세법의 틀 안에 갇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ChatGPT를 활용해 1시간 만에 전자책을 작성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한다. 이 수익은 근로소득인가? 노동 시간은 겨우 1시간이다. 그렇다면 사업소득인가? 하지만 계속성과 반복성이 불분명하다. 저작권 수익인가? AI가 생성했으므로 저작권 귀속이 명확하지 않다. 현행법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그저 어딘가에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으로 억지로 분류할 뿐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어떤 유튜버의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아 1억 뷰를 기록했다. 광고 수익이 수천만 원 발생했다. 세법은 이 수익 전액을 크리에이터의 소득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정말로 이것이 공정한가? 만약 알고리즘의 추천이 없었다면 그 영상은 조회수 1만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1억 명에게 전달한 것은 알고리즘이다. 플랫폼의 기여는 어디로 갔는가? 보이지 않는다. 세법은 이를 계산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남긴 클릭 데이터, 검색 기록, 체류 시간이 AI 훈련에 사용되었다. AI회사는 이런 데이터들을 모아 모델을 훈련시켰고 그 결과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기여했다. 하지만 무보수로 노동했다. 그 노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부는 거대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전통적인 세법은 고용주와 노동자 또는 사업자와 거래처라는 명확한 관계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이 관계 안에서 원천징수 의무자가 명확히 정해진다. 회사는 직원의 월급에서 세금을 떼고 원천징수 영수증을 발급한다. 시스템이 작동한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는 이 구조를 완전히 파괴했다. 우버 기사는 우버의 직원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개인사업자인가? 애매하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부업으로 방 하나를 임대하는 사람을 사업자로 봐야 하나? AI를 활용해 프롬프트를 판매하는 사람은 어떤 범주에 속하는가? 정의조차 없다.

중간자가 사라지면 원천징수도 사라진다. 그리고 과세는 결국 개인의 양심적 신고에만 의존하게 된다. 이 시스템이 작동할 리 없다.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세금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구조에 묶여 있는 노동자만 계속해서 투명하게 세금을 낸다. 나머지는 회색지대에 머문다.

정의는 평등한 투명성을 요구한다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란 공정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사고 실험을 제시한다. 당신이 어떤 사회적 위치에 태어날지 전혀 모르는 상태 즉 무지의 베일 뒤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부자 집에 태어날 수도 있고 가난한 집에 태어날 수도 있다. 건강할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당신은 어떤 사회 구조를 선택하겠는가?

이 질문을 세법에 적용해보자. 당신이 미래에 근로자가 될지 유튜버가 될지 AI 개발자가 될지 플랫폼 사업자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가정하자(위에서 언급한 무지의 베일에 갖힌 상태). 이런 상태에서 당신은 어떤 세법을 선택하겠는가?

예컨대 근로소득은 100% 투명하게 포착되고, 플랫폼 소득은 50% 정도만 포착되며, AI가 생성한 소득은 거의 포착되지 않는 현재의 세법을 A라고 하자. 반면 모든 소득 유형이 90% 이상 균등하게 포착되는 경우를 B라고 하자.

무지의 베일 뒤에서라면 당연히 B안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정한 시스템이라면 소득의 형태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A안 속에서 살고 있다. 이것이 불공정의 본질이다. 근로소득자만 투명성의 의무를 지는 세법은 롤스가 금지한 임의적 차별이다. 출생이라는 우연한 요소가 즉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생계를 꾸리게 되는가라는 우연이 과세 부담을 결정하게 만든다.

롤스는 이렇게도 말했다. "정의의 주체는 사회의 기본 구조다." 세법은 바로 그 기본 구조의 핵심이다. 만약 세법 자체가 임의적 불평등을 생산한다면, 그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당신의 월급명세서가 바뀌는 날

다시 우리의 월급명세서로 돌아가자. 17%가 공제된 그 명세서를 보면서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왜 나만 투명한가? 왜 AI 기업은, 글로벌 테크 기업은 흐릿한가?

20세기 세법은 보이는 것만 과세하는 시스템이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기술의 한계였다. 컴퓨터도 없고 실시간 데이터 연동도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2025년 지금 인류는 실시간 데이터 연동 기술을, API 자동화를, 심지어 블록체인 추적 기술까지 갖고 있다. 기술적 한계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의지뿐이다.

노동자만 세금을 투명하게 내는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모두가 투명하게 내거나, 아무도 투명하게 내지 않거나. 중간은 없다. 반쪽짜리 투명성은 정의가 아니라 차별이다. 세금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매겨지는 날이야 말로 성실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의 시작이자 AI 시대 조세정의의 출발점이다.

"근로소득자만 투명하게 과세되는 사회는 정직한 자만 벌 받는 사회다."

이것이 지금 우리 세법이 마주한 시험이다. 21세기를 사는 지금, 우리는 기술적으로 공평하게 세법을 적용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행만 남았다. 누가 실행할 것인가. 실행에 반대하는 자들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