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혼돈을 읽는 법: 길 찾기

일상이 지겹고 의미 없게 느껴질 때, 그것은 단순한 무기력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 길을 잃었다는 불안 대신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으로 해석할 때 불확실성은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된다. 경험이라는 무거운 가구를 치워내고 ‘처음’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완성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그 과정이 곧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여정이다.

고요한 풍경 속 갈림길에 서 있는 인물이 전환기의 불안과 새로운 길 찾기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요즘 따라 일이 재미없다.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 이유가 없긴, 노화가 지속되고 있지 - 아침에 눈 뜨기가 무겁고,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분명 하는 일도 있고 해야 할 것들도 있는데, 어쩐지 활력이 없다. 가끔씩 일어나는 이벤트도 부담스럽다. 뭔가 달라져야 하는 건 아닐까.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감정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유독 더 그렇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갑자기 의미 없게 느껴지고, 쌓아온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것 같기도 하다. 지겹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냥 나이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답답하고, 그렇다고 섣불리 뭔가를 바꾸기에는 위험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이 기분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일까. 관점을 조금 바꾼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길을 잃었다고? 아니면 새 길을 찾는 중?

"나는 지금 길을 잃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불안하다. 목적지도 모른 채 헤매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철학의 이해 수업에서 자끄 데리다 얘기를 들었다. 우리가 쓰는 말이나 개념이 생각보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같은 상황도 어떤 말로 부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말을 바꿔보니 같은 혼란이 탐색의 과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그래서 요즘 내가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나 보다. 먹으면 왜 스트레스가 풀릴까. 맛있는 걸 먹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장 쉽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니까. 대신 댓가를 치러야 한다. 몸무게라는.

몸무게도 치러야 할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적당히 먹고 현재의 불확실함을 "길 잃음"으로 해석하느냐, "길 찾기"로 해석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방향감각을 잃는 것과 방향을 바꾸는 것은 초기 증상이 비슷하다. 둘 다 혼란스럽고, 둘 다 불안하다. 하지만 잃는다는 건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찾는다는 건 미래로 나아가려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답답함이 퇴행의 신호인지 진보의 신호인지는, 결국 내 관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전문가라는 족쇄

사실 그동안 일을 잘해왔다. 그러나 어떤 핑계를 대든 지난 3~4년은 참 힘든 과정이었다. 어떻게든 이 과정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시도가 어려워졌다.

누구든 같은 일을 오래 하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다. 전문가라고 부르기도 하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전문가라는 정체성이 양날의 검 같다.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고정된 자아상은 "나는 이런 사람도 될 수 있어"라는 가능성을 억압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 딜레마가 심해진다. 젊을 때는 시행착오를 해도 되지만, 이 나이에는 "실패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오히려 이 나이 무렵이야말로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아닐까.

불안정함을 다르게 읽기

확실함은 편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익숙함 속에서는 성장이 멈춘다.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뇌도 몸도 점점 굳어진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정함은 어쩌면 생명체로서의 본능적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불확실함이 주는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보자.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지만, 동시에 흥미진진한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고,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콘텐트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이란 가장 쓸모없는, 하지만 버릴 수 없는 가구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치워버릴 수는 없고 자리만 차지해서 결국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그런 가구 말이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니 이 가구들을 치워야 새로운 걸 들일 공간이 생기는 것 같다.

처음이라는 말의 힘

"처음"이라는 말에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뭔가 특별한 설렘이 있는가 하면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경험의 가구를 치워버리려면 두려움을 버려야 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완성되지 않은 채로 정체하는 건 가능하다. 정체를 피하려면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가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 같다.

아주 나쁘게 생각하면 지금은 바닥을 계속 내려가는 중이거나 어느 정도 정체된 상태겠지. 그러나 고민을 시작한다는 건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신호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이다. 전환기에서 정체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에너지를 발산하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Read more

중앙에 스레드(Threads) 로고가 보라색과 파란색 그라데이션으로 위치하고, 주변에는 '400M MAU', '692만 vs 757만', '다양한 연령대'라는 데이터 포인트가 황금색 선으로 연결된 인포그래픽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

2025년 Threads 분석: X를 넘어 새로운 강자로

2025년 스레드는 전 세계 MAU 4억 명, 모바일 DAU에서 X 추월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더욱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며 692만 MAU로 X(757만)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밈 문화, 반말 소통, 직장인과 전문가 커뮤니티 활성화 등이 한국 시장의 독특한 성장 동력이다. 다양한 연령대가 골고루 활동하며, 퍼스널 브랜딩과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2025년 광고 출시로 본격적인 수익화에 돌입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셜 미디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By Ray Awesome
황혼 무렵 뉴스룸에서 제로 클릭 검색 화면을 바라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에드워드 호퍼 스타일의 우울하고 고독한 분위기로 전통 검색 시대의 종말을 상징한다.

비즈니스 저널리즘 2026 #3: AI가 인용하는 AI-Citable 전략

2026년 2월, 검색의 룰이 바뀌고 있다. 구글 검색의 69%가 클릭 없이 끝난다.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팟은 2년 만에 방문자 75%를 잃었다. 비즈니스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직원 21%를 내보냈다. 전 세계 언론사와 미디어의 구글 방문자는 1년 새 33% 사라졌다. 하지만 언제나 반작용은 있다. AI 검색으로 온 방문자의 구매 전환율은 일반 검색보다 23배 높고, 경제적 가치는 4.4배다.

By Ray Awesome
고층 사무실 내부. 해 질 녘 통창 앞에 선, 리더의 품격을 고민하는 남자의 실루엣과 멀리 보이는 화려한 파티가 열리는 저택. 차가운 블루톤의 미니멀한 사무실과 대비되는 황금빛 노을 광선.

리더의 품격: 팀 쿡은 왜 멜라니아 영화를 보러 갔을까

프레티가 사망한 날, 한 거대 기술 기업의 수장은 멜라니아의 영화 상영회에 참석했다. 이것은 도덕성 논쟁이 아니다. 리더의 품격과 기업의 사회적 매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했고, 팀 쿡은 현실 정치 속에서 제국을 지킨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는가로 증명된다. 사회적 비극 앞에서 리더의 '불참'은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연대의 메시지다. 파티에 가지 않을 용기, 어쩌면 이것이 이 시대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일지 모른다.

By Ray Awesome
인공지능과 우주 기술의 융합을 상징하는 에드워드 호퍼 풍의 일러스트레이션. 고독한 인물이 AI 데이터가 흐르는 화면을 마주하고 있으며, 창밖으로는 SpaceX의 로켓 발사가 목격된다. 기술적 변혁 속에서의 고독과 성찰을 담은 정교한 빛의 묘사

주간리포트: AI가 권력의 새로운 문법을 그린다

2026년 1월 마지막 주에서 2월 첫 주, AI 생태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머스크는 1.25조 달러 규모로 스페이스X와 xAI를 합병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4,400억 달러를 날렸다. CEO들은 AI ROI에 낙관적이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유발 하라리는 10년 내 AI의 법인격화를 예측했고 한국은 AI 기본법을 전면 시행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스마트 글래스를 예고했으며, 한국 직장인 61.5%는 이미 AI를 쓴다. 통합과 분리, 투자와 회수, 규제와 혁신의 모든 축이 팽팽하다.

By Ray Awes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