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겐 영화, 베트남에겐 현실: 우리가 몰랐던 베트남 전쟁의 추악한 진실

미국에겐 영화였고, 베트남에겐 현실이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터닝포인트: 베트남 전쟁>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이념의 전쟁 뒤편에 숨어 있던 권력의 타락과 구조적 기만을 낱낱이 드러낸다. 남베트남의 부패, 마담 뉴의 오만, 미국 정부의 조작과 은폐가 어떻게 역사의 비극을 만들어냈는지 되짚는다.

미국에겐 영화, 베트남에겐 현실: 우리가 몰랐던 베트남 전쟁의 추악한 진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굉장히 찬란한 역사를 만들었는데 일류로 가다가 삼류로 떨어진 터닝포인트가 바로 베트남전이다. 베트남전을 이끌어간 미국의 지도자들이 전부 거짓말장이었기 때문이다. - 도올 김용옥

베트남 전쟁은 미국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단순히 전장에서의 패배가 아니라, 국가가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이 타락하며 국민을 기만하려 했던 구조적 실패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터닝포인트: 베트남 전쟁> 제1화는 바로 이 지점을 첨예하게 파고든다. 많은 이들이 베트남 전쟁을 ‘공산주의와 자유 진영의 이념 전쟁’으로 기억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베트남 정권의 부패와 미국의 추악한 이권 개입이라는,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숨겨져 있다.

남베트남, 자유의 이름으로 타락하다: 응오딘지엠 정권의 실상

흔히 베트남 전쟁을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한 자유 진영의 성전’으로 포장하지만, 그 한 축이었던 남베트남 정권은 결코 자유롭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세워진 응오딘지엠 정권은 부패와 독재로 얼룩졌다. 응오딘지엠 대통령은 가톨릭 편향 정책으로 다수의 불교도를 탄압했고, 정치적 반대 세력은 가차 없이 숙청했다. 그의 동생 응오딘뉴와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했던 부인 쩐레쑤언(마담 뉴)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온갖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특히 마담 뉴는 분신으로 항거한 불교 승려를 향해 “승려 바비큐 쇼”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아 국제적인 공분을 샀으며, 전시 상황에도 사치와 오만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폭정은 결국 1963년 군부 쿠데타로 이어졌고, 응오딘지엠과 응오딘뉴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쿠데타의 배후에는 그들을 지지했던 미국 CIA의 암묵적인 동의, 혹은 방조가 있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은 이미 CIA 보고서 등을 통해 남베트남 정권의 무능과 부패,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공산주의 확산 방지’라는 명분 아래 이를 묵인했던 것이다. 결국 남베트남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허울 좋은 구호 아래 소수 권력층의 탐욕과 부패가 만연한 실패한 국가로 전락했다.

미국의 개입과 기만: 통킹만 사건과 거짓의 수렁

남베트남 정권의 부패와 무능은 미국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미국 스스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미국 정부는 처음부터 베트남 전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의 반발을 우려해 전면적인 참전을 숨기고, 군사 고문단 파견과 제한적인 지원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파병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기만적인 전략의 정점에는 ‘통킹만 사건’이 있다.

1964년 8월, 미국은 북베트남 해군이 통킹만에서 미 해군 구축함 매독스호를 두 차례 공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빌미로 존슨 행정부는 의회로부터 ‘통킹만 결의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이는 사실상 미국이 베트남 전면전에 돌입하는 백지수표가 됐다. 그러나 훗날 ‘펜타곤 페이퍼’를 통해 폭로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첫 번째 공격은 미 해군의 선제 도발에 대한 북베트남의 대응이었으며, 두 번째 공격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극히 불확실한 정보에 기반한 조작이었음이 드러났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과 의회를 속이고 전쟁을 확대했다. 결국 ‘쉽게 이길 수 있다’던 전쟁은 기약 없이 길어졌고,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의 피와 막대한 전비만 낭비한 채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속이려 한 만큼, 진실을 늦추려 한 만큼, 미국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다.

거짓된 낙관론의 종말: 구정 대공세와 미라이 학살의 충격

미국 정부의 낙관적인 전쟁 전망과 달리, 베트남 전쟁은 점점 더 참혹한 양상으로 치달았다. 1968년 1월,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은 남베트남 전역의 주요 도시와 미군 기지에 대규모 기습 공격인 ‘구정 대공세(Tet Offensive)’를 감행했습니다. 비록 군사적으로는 북베트남과 베트콩의 실패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사이공의 미국 대사관이 공격받는 장면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미국 정부가 선전하던 ‘승리 직전’이라는 주장이 허구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내 반전 여론을 급격히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같은 해 3월, 미라이 마을에서는 미군에 의한 끔찍한 민간인 학살 사건, 이른바 ‘미라이 학살’이 발생했다. 비무장 상태의 여성, 노인, 어린아이를 포함한 수백 명의 양민이 미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다. 이 사건은 한동안 은폐되었으나, 1년 뒤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미라이 학살은 베트남 전쟁의 비인도성과 미군의 잔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으며, 미국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러한 사건들은 미국 국민들에게 전쟁의 추악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고,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겨진 미국의 위선을 깨닫게 했다.

진실의 폭로와 저항의 물결: 펜타곤 페이퍼와 반전 시위

미국 정부의 거짓과 기만은 결국 내부 고발과 국민적 저항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왔다. 1971년, 국방부 비밀 보고서인 ‘펜타곤 페이퍼’가 뉴욕 타임스를 통해 폭로되었는데 이 문서는 트루먼 행정부부터 존슨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베트남 전쟁 개입의 실상과 확전 계획을 국민에게 숨기고 여론을 조작해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통킹만 사건이 미국의 조작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는 엄청난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으며 전쟁의 정당성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펜타곤 페이퍼 폭로는 이미 거세지고 있던 미국 내 반전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징병제에 대한 반발, 전쟁의 도덕성에 대한 회의, 정부의 기만에 대한 분노는 수많은 미국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학생, 청년, 지식인, 예술가, 종교인, 심지어 참전 군인들까지 반전 시위에 동참했다.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에서부터 징병 카드 소각, 대학 점거 농성 등 다양한 형태의 저항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러한 반전 운동은 미국 정부에 큰 압박을 가했고, 결국 닉슨 행정부의 점진적인 미군 철수와 베트남화 정책 추진, 그리고 징병제 폐지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쟁은 총이 아니라 거짓말로 지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의 교훈

결국 베트남 전쟁은 총알보다 거짓말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한 전쟁이었다. 남베트남 정권의 부패와 무능, 그리고 이를 알면서도 자국의 이익과 체면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개입을 강행했던 미국의 오만과 기만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했다. 명확한 목적도 없이 시작된 전쟁, 자국민을 위하지 않았던 남베트남 정부, 그리고 국민과 진실 사이에 끊임없이 벽을 쌓았던 미국. 이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베트남이라는 수렁을 더욱 깊게 만들었던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터닝포인트>가 보여주듯, 베트남 전쟁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한 국가의 도덕적 타락과 시스템의 붕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누구에 의해 타락했으며, 왜 실패했는지 묻는다면 그 답은 명확하다. 남베트남 권력층의 끝없는 탐욕과 미국의 오판 및 방조,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을 외면한 정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우리에게 진실의 가치와 권력의 오용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경고하고 있다.

PS> 이 글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터닝포인트: 베트남 전쟁 편에 대한 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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