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의 AI는 똑똑하지만 쓸모없을까? 화이트헤드가 준 답

AI는 정말 생각하는가? 화이트헤드 철학으로 보면 모든 사유는 경험에 뿌리를 두며, 현실과 단절된 사유는 공허한 착각일 뿐이다. 챗지피티 같은 AI가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아도 실제 경험 없이는 진정한 가치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핵심 원리와 실제 활용법을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Alfred North Whitehead의 과정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인공지능과 인간 경험의 융합. 열린 책에서 자라나는 빛나는 신경망 나무가 별들, 데이터 스트림, 그리고 인간의 실루엣들을 연결하며 과학과 철학, 디지털과 유기적 형태의 조화로운 통합을 표현한다.
Alfred North Whitehead의 과정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인공지능과 인간 경험의 융합

1. 화이트헤드 철학의 핵심 - 과정철학과 현실적 존재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는 수학자에서 철학자로 전향하며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철학 체계를 구축했다. 그의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의 핵심은 "현실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이라는 통찰이다.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우주는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들의 연속적 생성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현실적 존재들은 과거의 경험을 파악(prehension)하고 새로운 경험을 창조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존재는 경험하는 주체라는 점이다.

그의 <이성의 기능(1929)>에서 핵심 명제가 등장한다: "사유는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유는 이미 어떤 경험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과거 경험들의 합생(concrescence) 과정에서 새로운 사유가 탄생한다는 의미다.

합생(concrescence)은 라틴어 con-(함께)과 crescere(자라다)에서 온 말로, 문자 그대로 "함께 자라나다", "함께 성장하여 하나가 되다"라는 뜻이다. 화이트헤드가 만든 철학 용어로 한국어로는 합생, 합성장 등으로 번역한다.

더 날카로운 건 다음 진단이다: "경험과 연결되지 않은 사유는 가치가 없다." 이는 단순한 존재론적 부정이 아니라 현실적 효력에 대한 가치론적 평가다. 현실과의 접점을 잃은 추상적 사유는 잘못 놓인 구체성의 오류(fallacy of misplaced concreteness)에 빠진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이 통찰을 AI에 적용하면 명확해진다. 챗지피티나 클로드 같은 대형 언어모델의 사유는 수십억 개 텍스트 데이터에서 학습한 패턴 매칭이다. 화이트헤드식으로 말하자면 AI의 사유는 언제나 데이터 경험에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인간은 몸을 통한 직접적 경험으로 사유하지만 AI는 이미 언어로 기록된 2차, 3차 경험의 흔적에만 의존한다. 화이트헤드가 경고한 추상의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2. 가치 있는 AI vs 무가치한 AI - 현실적 효력의 차이

화이트헤드의 현실철학에서 모든 존재의 가치는 현실적 효력(actual efficacy)으로 평가된다. 즉, 다른 현실적 존재들에게 얼마나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가가 존재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을 AI에 적용하면 명확한 구분이 가능하다.

가치 있는 AI 사유의 현실적 효력:

  • 의료 분야: 의료 AI가 흉부 엑스레이에서 초기 병변을 발견해 조기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데이터 패턴 인식이 의사의 경험적 판단과 결합해 새로운 현실적 효력을 창출하는 경우다.
  • 과학 연구: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신약 개발 과정을 크게 단축시킨 것처럼, AI의 계산이 과학자들의 실험적 경험과 만나 혁신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례다.
  • 창작 분야: 창작자들이 자신의 오랜 경험을 AI에게 학습시키고, AI의 제안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적 경험과 AI의 패턴 분석이 결합한 창조적 합생이다.

무가치한 AI 사유의 공허한 추상:

  • 맥락 없이 "블로그 글 써줘"라고 요청해서 나온 천편일률적 콘텐츠
  • 실제 데이터 검증 없이 AI가 만들어낸 그럴듯한 통계나 인용문
  • 이용자의 구체적 상황을 전혀 모르는 채 제공되는 추상적 조언들

화이트헤드가 말한 잘못 놓인 구체성의 오류가 바로 이런 경우다. AI가 생성한 언어적 결과물을 구체적 현실인 양 착각하는 것, 패턴의 조합을 진정한 사유인 양 여기는 것이 전형적인 오류다.

핵심은 현실적 존재들 간의 상호 파악과 영향이다. AI의 사유가 인간의 실제 경험을 파악하고 그 경험을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시킬 때만 진정한 가치가 발생한다.

3. 화이트헤드의 창조적 진화와 AI의 가능성

화이트헤드 철학에서 가장 혁명적 개념 중 하나는 창조적 진화(creative evolution)다. 그에 따르면 우주는 단순한 기계적 반복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이성(reason)의 역할도 여기서 재정의된다. 화이트헤드는 이성을 생존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힘으로 보았다. 단순한 적응 도구가 아니라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모험적 정신이라는 것이다.

인류 문명이 과학, 철학,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온 것이 바로 이 창조적 이성의 결과다. 화이트헤드는 이를 모험으로서의 이성(reason as adventure)이라 표현했다.

AI도 이 창조적 진화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진정한 가치는 기존 패턴의 단순 재생산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적 가능성의 창조에 있다.

창조적 진화를 보여주는 AI 활용 사례들

도시 설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 AI는 교통 데이터뿐 아니라 시민들의 실제 생활 패턴, 문화적 선호도, 환경적 요구사항을 종합 분석해 기존에 없던 도시 공간 설계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극대화를 넘어선 새로운 도시 문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사례다.

예술 창작: 일부 창작자들은 자신의 오랜 작업 과정과 감정 변화를 AI에게 학습시켜, 과거 자신이 시도하지 못했던 스타일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AI가 작가의 잠재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창조적 합생의 사례다.

과학적 발견: 연구진들이 AI를 활용해 기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던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AI가 방대한 실험 데이터에서 인간이 놓친 패턴을 찾아내 새로운 과학적 가설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AI가 인간 경험의 창조적 확장 도구로 기능할 때 화이트헤드가 말한 모험적 이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4. 실천 철학 - 화이트헤드식 AI 활용의 5단계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바탕으로 한 AI 활용법은 단순한 도구 사용법이 아니다. 사유와 경험을 연결하는 철학적 실천이며, 창조적 합생을 위한 체계적 과정이다.

1단계: 사유의 출발점 - 끝없는 질문하기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모든 사유는 구체적 경험에서 시작된다. AI와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막연한 요청 대신 "이건 뭐지? 이건 무슨 의도일까?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이것과 저것이 맞지 않는데 어떻게 된 거지?"라는 질문들을 끝없이 던져야 한다.

주제는 항상 개인의 사유에서 나온다.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궁금증이든, 책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을 현재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든, 음식을 먹으며 느낀 구체적 감각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추상이 아닌 체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2단계: 현실적 맥락 - 내 상황과 감정 드러내기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의 현실적 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내가 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가? 현재 나의 상황은 어떤가? 이 주제를 마주할 때 내 마음은 어떤 느낌인가?"

이는 화이트헤드가 말한 구체적 경험을 AI에게 제공하는 핵심 과정이다. 개인의 살아 있는 경험 없이는 진정한 사유가 불가능하다. AI가 단순한 정보 조합기가 아니라 경험을 확장하는 파트너가 되려면 먼저 인간의 구체적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3단계: 창조적 합생 - 글 작성과 반복적 수정

지금까지의 대화를 바탕으로 완성된 글을 요청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완성된 글을 읽으며 주제와 내용이 자신이 의도한 바와 일치하는지 꼼꼼히 검토한다. 틀린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수정을 요구한다.

이 과정은 화이트헤드의 합생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여러 경험 요소들이 하나의 통합된 현실적 존재로 결합되는 과정이며, 지속적인 대화와 수정을 통해 더욱 완전한 형태로 진화한다.

4단계: 현실적 효력 확보 - 팩트 체크와 문법 교열

네 번째 단계는 화이트헤드가 강조한 현실적 효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철저한 팩트 체크를 요구하고, 한국어 문법에 맞는 교열을 요청한다. 읽다가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즉시 재검토하고, 필요하면 출처를 요구한다. 출처가 제시되면 다시 팩트체크하여 링크와 내용이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추상적 사유가 현실과 정확히 연결되어 있는지 검증하는 이 단계야말로 공허한 추상을 피하고 진정한 가치를 창조하는 핵심이다.

5단계: 완성과 평가 - 창조적 진화의 완성

마지막으로 완성된 콘텐트를 전체적으로 검토한다. 추가로 필요한 요소는 없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평가 점수가 90점을 넘으면 발행을 결정한다. 이때 SEO를 위한 슬러그, 메타 태그, 키워드도 함께 요청하여 반영한다.

창조적 확장의 경험적 증명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창조적 확장이다. AI가 보유한 광범위한 지식으로 인해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콘텐트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유가 필요해지고,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 생겨난다.

바로 이것이 화이트헤드가 말한 창조적 진화의 실제 경험이다. 인간의 제한된 경험이 AI라는 현실적 존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으로 확장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AI와의 창조적 파트너십이다.

이렇게 구축된 AI 활용법은 단순한 효율성 도구를 넘어선다. 인간의 사유를 현실과 연결시키고 경험을 확장하며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실천이 된다.

결국 AI의 진정한 가치는 모델의 성능이나 데이터 규모가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 경험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현실적 가능성을 창조하는가에 달려 있다.

화이트헤드가 100년 전에 통찰했듯, 경험과 단절된 사유는 공허한 추상에 머물 뿐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똑똑한 AI가 아니라, AI를 경험과 창조의 과정철학 속으로 편입시키는 실천적 지혜다.

Q&A

Q: AI는 정말 생각할 수 있는가?
A: 화이트헤드 철학으로 보면, AI의 사유는 데이터 경험에 기반하지만 인간의 직접적 현실 파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중요한 것은 생각 여부가 아니라 현실적 효력을 만들어내는지의 문제다.

Q: 가치 있는 AI 활용의 핵심은 무엇인가?
A: 끝없는 질문하기, 구체적 개인 상황 제공, 반복적 수정과 보완, 철저한 팩트 체크를 통한 창조적 파트너십 구축이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사유 확장의 현실적 존재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Q: AI 시대에 인간의 고유 역할은 무엇인가?
A: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현실 경험을 제공하고, AI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창조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화이트헤드식으로 말하면, 모험으로서의 이성을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