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구글이 싸우는 동안 애플이 한 일
애플은 AI를 못 만들면서도 AI 전쟁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다. 오픈AI, 구글, 앤스로픽이 챗봇을 아이폰으로 유통하는 댓가로 앱스토어 수수료를 낼 때마다 애플 계좌에 돈이 쌓인다. 2025년 한 해 동안 AI 앱들이 낸 수수료만 9억 달러. 그 중 75%는 챗GPT 혼자서 냈다. 그런데 이 통행세 구조에 이미 네 개의 균열이 생겼다. 중국 정부의 압박, 조니 아이브의 새 기기, EU의 규제 전쟁, 그리고 한국이 세계 최초로 만든 법의 실패. 통행세 모델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20일
2025년 8월, 애플 앱스토어에서 AI 앱들이 벌어들인 월간 수익이 1억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AppMagic 집계에 따르면 그해 연간으로는 약 9억 달러가 됐다. 그 돈의 75%는 챗GPT 하나에서 나왔다. 애플은 자기 AI 비서 시리(Siri)가 챗GPT에 비해 한 세대 뒤처진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AI 전쟁이 뜨거워질수록 오히려 돈을 더 버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역설이라면,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역설이다.
통행세 징수자의 초상
애플은 AI를 만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제대로 된 AI를 못 만들고 있다. 시리 개발을 총괄하던 최고 AI 책임자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는 2024년 말 자리를 떠났다. 시리는 알람을 맞추고 날씨를 알려주지만 대화를 기억하지 못한다. 챗GPT처럼 논문을 요약하거나 코드를 짜지 못한다. 그 때 사람들이 애플을 비웃던 기억이 떠오른다. AI 제대로 못 만드니 앞으로 애플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고.
그런데 애플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애플과 구글은 올해 나올 새 시리에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얹기로 했다. 자기 기술의 한계를 경쟁사 기술로 메운다는 선언이었다.
놀랍게도 애플 주가는 흔들리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보고 있는 것은 AI 기술 경쟁의 승패가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가 분기마다 30조~40조 원씩 서버와 인프라에 쏟아붓는 동안, 애플의 설비 투자는 10조 원 안팎에서 조용히 유지됐다.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기준 애플의 연간 매출은 4,161억 달러였고, 서비스 부문은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애플의 사업 모델은 AI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AI 전쟁이 벌어지는 땅을 소유하는 것이다.
아이폰은 오픈AI, 앤스로픽(Anthropic), 구글, xAI가 만든 챗봇이 사람들 손에 닿는 가장 중요한 통로다. 그 통로를 지나려면 '앱스토어 세금'을 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구독료의 첫해 30%, 이후 매년 15%다.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 소기업은 첫해부터 15%이고 2026년 기준 실질 평균은 약 23%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도 구조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AI 기업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가입자를 늘릴수록, 애플 계좌로 들어오는 돈도 함께 늘어난다.
이것을 흔히 '통행세 모델'이라고 부른다. 도로는 내가 만들지 않았지만, 내가 소유한 길목을 지나는 모든 사람에게 통행료를 받는 것. 애플은 이 구조를 스마트폰 생태계라는 도로 위에 완성했고, AI 혁명은 그 도로의 가치를 오히려 높여주고 있다.
투자자 존슨 애셋 매니지먼트(Johnson Asset Management)의 찰스 라인하트(Charles Rinehart)는 "애플이 막대한 투자 없이 AI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통행료 징수소'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평가는 지금까지는 맞았다. 그러나 통행세 모델은 영원하지 않다. 이미 균열의 신호들이 네 방향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균열의 네 전선
첫 번째 균열: 중국이 먼저 움직였다
2026년 3월 15일,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 수수료를 30%에서 25%로 낮췄다. 중소 개발사와 미니앱은 15%에서 12%로. 애플은 "모든 개발자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조건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설마 애플이 이제서야 공정함을 알게 된 것은 아닐게다. 중국 정부 부처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한 분석가는 "순수하게 경쟁력 유지를 위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건 이 결정의 대조 대상이다. 유럽연합(EU)은 2025년 4월, 디지털 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에 5억 유로 벌금을 때렸다. 앱 개발사들이 앱스토어 밖에서 더 싸게 팔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조차 막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럼에도 2025년 12월 개발자 연합이 EU에 보낸 서한은 "애플이 외부 결제에도 사실상 20% 수수료를 유지하며 법을 흉내만 내고 있다"고 고발했다.
유럽의 법적 제재에는 버티고, 중국의 시장 압박에는 순응했다. 이 차이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법학자 H.L.A. 하트(H.L.A. Hart)는 The Concept of Law(1961)에서 "법이 실제로 힘을 발휘하려면, 좋은 조문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을 강제할 현실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딱 이 상황이다. 디지털 시장법 DMA는 잘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법 조문 없이도 애플을 움직였다. 중국 매출이 전체의 약 18%를 차지하는 현실이, 5억 유로 벌금보다 훨씬 강한 압박이었다. 규칙과 현실이 부딪힐 때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대부분이 그렇듯이 2026년의 애플도 현실을 택했다.
두 번째 균열: 오픈AI는 새 길을 닦고 있다
2025년 5월, 오픈AI는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Jony Ive)의 회사 io를 64억 달러에 샀다.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를 만들었던 바로 그 손이 이제 애플의 통행세 모델을 뚫고 나갈 기기를 만들고 있다. 코드명 'Sweetpea'. 화면이 없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웨어러블 기기다. 최신 2나노미터 칩을 달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를 탑재한다. 샘 알트만(Sam Altman)은 이 기기가 스마트폰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이라고 했다. 올해 하반기 공개, 첫 생산 목표 4,000~5,000만 대, 폭스콘(Foxconn)이 만든다.
스위트피는 몹시 단순한 기기 같지만 - 실물을 본 적이 없으니 - 또다른 의미가 있다. Sweetpea의 진짜 의미는 기기가 아니라 구조다. 쉽게 말해 앱스토어가 없다. 아이폰 운영체제도 없다. 챗GPT가 애플 통행세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에게 직접 닿는 길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 질문이 생긴다. 화면도 없는 AI 기기가 진짜 아이폰을 대신할 수 있는가?
아이폰이 사람들을 붙잡고 있는 건 앱스토어 수수료 때문만이 아니다. 10년 치 사진, 메시지 기록, 카드 정보, 연락처, 달력. 이 모든 것이 아이폰 안에 쌓여 있다. 애플의 진짜 강점은 앱스토어 수수료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이미 아이폰 위에 켜켜이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나는 "삶의 맥락 점유"라고 부른다.
스위트피가 성공하려면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아이폰 안에 쌓인 자기 삶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그 없이도 완결되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이건 AI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데이터의 문제다. 이미 이 길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은 2억 4,000만 달러를 모아 2024년 4월 699달러짜리 AI Pin을 내놨다. 결과는 처참했다. 출시 4개월 만에 반품이 신규 판매를 앞질렀다. 2025년 2월 HP에 1억 1,600만 달러에 팔리며 서비스를 끝냈다. 판매 목표 10만 대 중 실제 나간 건 1만 대였다. 전 애플 디자이너들이 만든 화면 없는 AI 기기의 첫 번째 실험은 그렇게 끝났다.
그래도 오픈AI의 이 시도가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이 움직임 자체가 애플에 보내는 신호다. 가장 강한 AI 회사가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통행세 모델의 수명이 이제 협상 테이블 위에 올랐다는 것.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삶의 맥락"이 애플의 보호막이라면 스위트피 같은 외부 기기는 그 보호막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기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답은 결국 데이터를 이사(data portability)해야 하는데 있다. 10년 치 사진과 메시지가 아이폰 밖으로 자유롭게 나올 수 있을 때, 비로소 스위트피는 진지한 대안이 된다.
EU는 이미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로 옮길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AI 비서들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진화할수록 사진은 어차피 구글 포토에 대화 맥락은 AI 기억 속에 결제는 어디서나 쓰는 지갑에 흩어진다. 그때가 되면 아이폰이 붙들고 있던 "내 삶의 기록"이라는 강점은 서서히 의미를 잃는다. 애플이 온디바이스 AI와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흐름을 가능한 한 아이폰 안에 가두려는 방어 전략이기도 하다.
세 번째 균열: 챗GPT가 내는 세금의 역설
애플 AI 앱스토어 수익의 75%는 챗GPT에서 나온다. 오픈AI는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독하는 것도 허용하지만, 별도 할인이나 혜택은 없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테스트 결과다. 이상하지 않은가. 오픈AI가 정말 애플 수수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홈페이지 구독에 10% 할인만 줘도 상당수 사람이 움직일 것이다. 그런데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앱스토어 결제는 너무 편하다. 이미 저장된 카드로 탭 한 번이면 끝난다. 홈페이지로 유도하면 카드 번호를 다시 치고, 주소를 입력해야 한다. 그 작은 불편이 가입을 포기하게 만든다. 지금 당장 구독자 숫자가 장기적인 독립보다 더 중요한 이 시점에서 오픈AI는 스스로 통행세를 정당화하고 있다.
가장 강한 자가 가장 많은 세금을 낸다. 이건 역설이 아니라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다. 이 구조가 깨지는 순간은 스위트피가 나오는 시점과 겹칠 것이다.
네 번째 균열: 한국은 세계 최초 규제를 만들었는데, 작동하고 있는가
한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앱마켓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구글과 애플이 자기네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당시 전 세계 규제 당국이 주목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방통위가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플랫폼들의 행동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AI 구독 서비스가 앱스토어 수익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된 지금, 이 규제의 공백이 다시 주목받을 시점이 됐다.
유럽 DMA와 한국 인앱결제법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수수료를 얼마나 받느냐"라는 가격 문제를 겨냥한다. 그런데 애플의 진짜 힘은 수수료율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쉽게 떠나기 어려운 생태계, 즉 "내 삶의 기록이 모두 여기 있다"는 구조에서 나온다. 수수료를 30%에서 25%로 낮추는 건 통행세를 5원 깎아주는 것과 같다. 길 자체는 여전히 애플 것이다.
EU는 2026년에도 DMA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압박해도 독립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여전히 "규제 강도는 EU가 강하지만 실제 혜택은 미국이 더 낫다"고 한다. 에픽 게임즈 소송 이후 미국 개발자들은 외부 결제를 안내해도 수수료가 없다. EU 개발자들은 여전히 외부 결제에도 최대 20%를 낸다.
법이 플랫폼의 근본 구조를 바꾸지 못할 때, 법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것은 AI 시대에 한국 법학계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질문이다.
AI가 '앱'인 시대의 끝
2026년 현재, "아이폰이 AI의 핵심 유통망이다"라는 사실은 완고하다. AppMagic 수치가, 서비스 부문 850억 달러가, AI 앱 월간 수익 4억 달러가 그걸 증명한다. 이 숫자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완고한 사실들도 바뀐 적이 있다. 한때 "신문이 정보의 핵심 유통망이다"는 것도 완고한 사실이었다. "TV 광고가 브랜드의 핵심 통로다"도 마찬가지였다. 그 완고함은 맥락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조용히 소멸했다.
AI가 지금 "앱"으로 존재하는 건 기술적 필연이 아니라 현재의 맥락이다. AI가 점점 운영체제 역할을 흡수할수록, 예를 들어 검색을 대체하고, AI 비서가 앱 대신 서비스에 직접 접속하고, 스마트폰 없이 AI와 대화하는 기기들이 일상화되는 순간 앱스토어 수수료 모델이 서 있던 땅이 사라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전환이 빠르면 2028년, 늦어도 2030년쯤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스위트피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것은 이미 전환의 신호탄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 대의 AI 안경이 팔리고 있다. 퀄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은 이 숫자가 2026~2027년에 1억 대로 뛸 것이라고 봤다.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 애플의 전략은 역사상 가장 영리한 포식자의 것이다. 기술 경쟁에서 지면서도 돈 경쟁에서 이기는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 흠잡을 데 없다. 그러나 이 모델의 치명적 약점이 있다. 통행세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한 기술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기지 않는다. 시리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애플에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오픈AI가 스위트피로 시장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더 천천히, 더 조용히, AI 비서가 앱이라는 개념 자체를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앱을 다운로드하는 게 아니라 AI가 알아서 서비스에 접속하는 세계에서, 30% 수수료를 물릴 '앱'이라는 단위 자체가 사라진다.
보급로의 미래
2026년의 애플은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는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통행세 사업을 운영하는 영리한 지주의 얼굴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가 쌓은 성벽 안에서 기술을 발전시킬 이유를 잃어가는, 고전적인 독점 기업의 얼굴이다.
AI 전쟁의 전선은 더 좋은 AI 모델을 누가 만드느냐에 있지 않다. 사람들의 일상이 어떤 생태계 위에 쌓이느냐에 있다. 사진이 쌓이고, 메시지가 쌓이고, 결제 기록이 쌓이고, AI와의 대화가 쌓이는 곳. 그 축적의 무게가 플랫폼 지배력의 실체다.
규제는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경쟁사는 더 좋은 기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미 10년 치 기록을 아이폰에 쌓아놓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법도 기술도 한 번에 할 수 없는 일이다. 애플의 통행세 모델이 흔들리는 진짜 시점은 아이폰 경쟁자가 나타나는 날이 아니다. 사람들이 아이폰 위에 쌓인 자신의 삶을 굳이 지킬 이유가 없어지는 날이다. 그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이 온다는 것은, 이미 균열 중인 네 전선이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데이터는 쌓이고, 규제는 뒤따르고, 탈출은 설계된다. 그리고 변함없이 버텨온 사실들은 맥락이 바뀌는 순간 소멸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