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밀어내는 일자리, 기본소득이 대답이 될 수 있는가

아틀라스가 현대자동차 공장 라인을 향하고, IMF는 한국 일자리 절반이 AI에 노출됐다고 경고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은 2026년 3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위기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호남 집중, 청년 집중, 기본소득 선거연대라는 세 축으로 6.3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선언이다. 판 파레이스가 말한 '실질적 자유'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구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1석짜리 정당이 지역 의회 한 자리로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금빛 노을이 내리쬐는 한국의 빈 공장 바닥, 일렬로 늘어선 산업용 로봇과 그 끝에서 창밖 도시 전경을 응시하는 작업자의 실루엣이 담긴 광각의 시네마틱한 사진
노을빛이 스며든 적막한 공장 안, 고요히 멈춘 로봇 팔 사이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는 작업자의 뒷모습이 산업의 변천과 고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RayLogue: AI-created image(Google Gemini)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17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의 6.3 지방선거 전략으로 한국 진보정치의 재편 가능성을 미리 보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 정치가 따라잡지 못하는 속도

2026년 3월,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공장 투입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노동계가 술렁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인수해 현재 약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완전 자회사다. 아틀라스는 직립 보행, 계단 오르내리기, 물건 집어 나르기가 가능한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기본소득당 정책논평(2025년 11월)에서 직접 "피지컬 AI(로봇 등 물리 장치와 연결된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상당한 일자리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것이 단순한 기술 뉴스로 소비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다. 지금까지 "AI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육체 노동 영역이 이제 본격적인 대체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 사무직 대체 ->고숙련 화이트칼라 위협 -> 육체 노동 영역 침투. 이 순서가 10년 단위로 진행될 거라 예측했던 흐름이, 실제로는 3~5년 단위로 압축되고 있다. IMF 보고서 <미래 전환: 한국에서 AI 충격>(장수정 외, 2025)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일자리의 약 절반이 AI 영향에 노출되어 있고 노출 정도는 여성, 청년, 고학력층에서 더 크다. 일자리 충격의 속도가 정치 제도의 적응 속도를 넘어섰다.

그 간극을 메우겠다고 나선 정당이 있다. 기본소득당이다.

용혜인이라는 정치인이 이 시점에 소환되는 이유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2026년 3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6.3 지방선거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선언은 하나였다. "AI 대전환 시대, 기본소득당이 이번 6.3 지방선거 승리로 호남, 청년, 기본소득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차세대 진보정당으로 도약하겠다."

용혜인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2024년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된 2선 의원이다. 그리고 기본소득당은 창당 7년간 국고보조금 없이 당원과 시민의 후원만으로 재정을 충당해왔다. 200억 원이 넘는 국고보조금과 억대 공천헌금이 오가는 거대 정당과의 차이는 규모의 차이가 아니라 구조의 차이다. 이 척박한 토양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를 10년 가까이 밀어온 정치인의 발언은, 그 자체로 하나의 stubborn facts(사라지지 않는 사실)다.

그러나 1석짜리 정당의 대표 발언이 지방선거 담론을 바꿀 수 있는가. 이것이 이 글이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이다.

기본소득은 왜 지금인가

기본소득 논의의 사상적 기반 중 하나는 필리프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의 논증이다. 그는 1995년 저서 Real Freedom for All(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기본소득을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소득"으로 정의하며, 이것이 자유의 실질적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노동 능력 여부, 취업 의사 여부와 무관하게 생존 기반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은 형식적 자유만 있을 뿐 실질적 자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핵심 논지다.

이 말은 AI 대전환 시대 한국의 구체적 맥락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속도를 앞서는 구조에서 노동 시장 참여 의사가 있어도 일자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보편화된다. 그 조건에서 "취업하면 소득이 생긴다"는 전통적 복지 프레임은 전제 자체가 무너진다. 기본소득은 그 무너진 전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소득 기반의 설계다. 먼 미래의 의제가 아니라 전제가 붕괴하기 시작한 지금 당장 설계를 시작해야 하는 현재의 과제다.

용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AI 대전환으로 부는 늘어나지만 편중되고, 민생의 절대적 기반인 소득 위협은 현실이 되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6.3 선거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의 용혜인 대표 (자료출처 : 기본소득당)

왜 호남인가, 영남은 왜?

한국 정치의 지역주의 구도는 수십 년간 굳어진 구조적 현실이다. 팩트로 직시해야 한다.

역대 선거 데이터를 보면 대구, 경북(TK)과 부산, 경남(PK)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압도적 우위를 점해왔다. 2024년 총선에서 대구, 경북은 국민의힘이 지역구를 사실상 전부 가져갔고 비례 득표율에서도 진보 계열 소수정당의 영남 성적은 미미했다. 이 구도에서 기본소득당 같은 소수 진보정당이 영남 지역구에서 의석을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지역주의 구도는 팩트지만, "영남 유권자 전체가 보수"라는 명제는 팩트가 아니다.

부산, 울산, 경남(PK)은 전통적으로 노동 기반이 강한 지역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 계열이 경쟁력을 보인 사례가 있다. 1997년 대선은 DJP 연합의 충청 연대가, 2002년 대선은 노무현 돌풍과 부울경의 일부 이탈이 진보, 개혁 진영의 승리에 기여했다. 영남 내에서도 AI 일자리 위협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제조업 노동자와 청년층은 기본소득 의제에 공명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의 정당 지지 구조와 체감 공명이 실제 투표 행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기본소득당이 이번 선거에서 호남과 수도권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전략 선택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승산 있는 곳에 올인하는 것은 소수정당의 생존 논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기본소득 의제가 "호남과 수도권 청년의 의제"로만 프레이밍된다면 그것은 의제의 보편성을 스스로 좁히는 위험이기도 하다.

호남 전략의 구조적 근거

기본소득당은 호남 집중 전략의 근거로 민주당,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용혜인은 "38년 호남 독점 정당체제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로 그 독점은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진단은 전략적 포지셔닝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 근거 있는 분석이기도 하다. 한국의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호남은 진보 소수정당이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경향이 있다. 정의당, 민중당 등이 호남 비례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낸 사례가 있다. 지역구에서는 독점이 유지되더라도 정당 득표율에서는 균열이 있다는 뜻이다. 기본소득당이 노리는 것은 그 균열의 틈이다.

용혜인 대표는 직접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아 광주 동구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전남·광주·전북을 발로 뛰겠다고 밝혔다. 광주동구(박은영), 전북임실(김철호), 군산(고명석 기초후보) 등의 지방의원 후보가 이미 출마를 선언했다. 이것을 성과 있는 전략으로 볼 것인가, 희망적 관측으로 볼 것인가. 그것은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다.

기본소득이 넘어야 할 진짜 벽

기본소득 의제의 앞에 놓인 장벽은 이념이 아니다.

가장 큰 장벽은 재원 설계의 구체성이다. "AI 대전환으로 부가 늘어난다"는 진단은 맞다. 그러나 그 부가 누구에게 귀속되고 어떤 과세 구조를 통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계 없이는 의제가 선언에 머문다. 기본소득당은 탄소세, 토지세, AI이익공유제 등의 재원 방안을 공식 정책논평에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 세율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3월 말 예정된 26대 공약 발표 이후 확인이 필요하다.

두 번째 장벽은 노동운동과의 긴장이다. 기본소득은 노동 중심 복지 패러다임과 충돌한다. "기본소득을 주면 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 동력이 약해진다"는 노조 측 우려는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구조적 긴장이다. 기본소득당이 "AI 시대의 노동 재설계"를 의제로 내걸면서 동시에 노동 기반 호남 유권자를 공략하려면, 이 긴장을 회피가 아니라 정면으로 다루어야 한다.

세 번째 장벽은 거대 양당의 의제 흡수다. 민주당 양기대 전 의원이 이미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로봇세와 AI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건 것에서 보이듯 민주당이 기본소득 의제의 일부를 흡수해 플랫폼화할 경우 소수정당으로서 기본소득당의 의제 차별성은 희석된다. 용혜인이 "이재명은 하지만 민주당은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한 발언은 이 긴장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의제 정치(issue politics)에서 소수정당 1석의 가치는 의석수와 무관하게 해당 의제를 공론장에 고정시키는 기능에 있다. 기본소득당이 21대 국회 1석으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실시와 아동청소년기본소득 확대를 이끌어낸 것이 그 증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 의회 한 자리를 내는 것은 그 기능을 지역 단위로 확장하는 시도다.

기본소득당의 6.3 지방선거 전략은 전술적으로 정교하다. 호남, 청년, 비례 득표율이라는 세 축을 명확히 설정하고 의제 독자성을 중심에 놓았다. 그러나 전술이 정교하다고 해서 구조적으로 쌓인 벽을 넘는 것은 아니다.

AI가 밀어내는 일자리를 기본소득이 받아낼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답의 일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본소득당이 지역 의회에 단 한 명이라도 의원을 내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다가온 AI, 로봇 시대. 대안은 기본소득. 기본소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