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에 실망했다: 빅테크는 왜 정의를 버렸나

2025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실리콘밸리에서 세 개의 장면이 펼쳐졌다. 8월 6일, 팀 쿡이 백악관에서 트럼프에게 24K 금받침대가 달린 유리 원반을 건넸고 며칠 후 애플은 100% 반도체 관세에서 면제되었다. 9월 4일, 33명의 빅테크 CEO가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고IQ 그룹"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수천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10월 9일, 애플은 ICE 추적 앱들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이 세 장면은 권력과 자본, 그리고 '정의'라는 개념이 디지털 영역에서 어떻게 균열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승인된 파란색 화면과 제한된 빨간색 화면으로 나뉜 스마트폰, 중앙의 기업 로고 벽과 표현의 자유 시위대
기업 권력의 벽 앞에서 대조되는 디지털 자유: 승인된 왼쪽과 제한된 오른쪽, 이중 잣대를 상징하는 화면

CEO들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허상

현재 미국 빅테크 CEO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공개 비판을 자제하는 이유는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관세 면제와 규제 완화를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9월 4일 백악관 만찬에서 팀 쿡은 "대통령께서 분위기를 조성해주셔서 600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샘 알트먼은 "이렇게 혁신 친화적인 대통령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며 트럼프 개인을 찬양했다. 세르게이 브린은 "대통령의 행정부가 우리 기업들과 싸우는 대신 지원해주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마크 저커버그의 핫마이크 발언이었다. 공식적으로 6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던 그가 기자들이 나간 후 트럼프에게 "죄송합니다, 준비가 안 되어 있었어요. 대통령께서 어떤 숫자를 원하시는지 확실하지 않았거든요"라고 사과했다. 이 한 마디가 모든 것을 폭로했다. 투자 약속은 사전 계획이 아니라 권력자가 듣고 싶어할 만한 숫자를 즉석에서 추정한 것이었다. 실제로 메타의 2024년 자본지출은 약 400억 달러였고, 2025년 계획도 660억-720억 달러 수준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와 관세 면제를 통해 빅테크에 실질적 이익을 제공한다. 애플은 2025년 2분기에만 관세로 8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 팀 쿡의 황금 원반 선물은 이런 손실을 피하기 위한 보험료였던 셈이다. 이는 자발적 지지가 아니라 정치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수십억 달러 이익의 교환이다. 보호비 구조처럼 작동하는 이 정치-기업 관계는 정상적인 시장경제가 아니라 권력에 의한 착취에 가깝다.

Think Different의 배신, 이중 잣대의 등장

2025년 10월 9일, 애플은 ICE 추적 앱 ICEBlock, Eyes Up, Red Dot, DEICER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공식 이유는 "명예훼손적, 차별적 콘텐츠"였다. 스탠포드 대학의 리아나 페퍼콘 연구자는 이렇게 비판했다. "특히 실망스러운 것은 마틴 루터 킹, 간디, 무하마드 알리를 내세운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만든 회사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이다. 이들 중 누구도 오늘날의 ICE를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는 더 깊다. 애플은 구글 소유의 Waze 앱이 경찰 위치 추적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한다. 애플 지도와 구글 지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ICE 요원 추적만은 "취약 집단 보호"를 명분으로 차단한다. 이는 경찰 추적 앱은 허용하고 ICE 추적 앱만 차단하는 이중 잣대다. 정치적으로 안전한 영역은 허용하고 민감한 영역은 차단하는 것이다. 시장 논리와 정치적 계산이 헌법적 가치를 압도한 순간이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Don't be evil(악이 되지 말자)"라는 선언은 2015년 Alphabet 재편 후 공식 문서에서 축소되었다. 한때 정부의 백도어 요구에 저항했던 애플이 이제는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여러 이벤트에 참석하며 정치적 위험을 회피한다. 그들은 더 이상 정의로운 기술기업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자본의 거대조직으로 기능한다.

법적 저항의 가능성과 기업 의지의 부재

법적으로 보면 기업이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저항하는 방법은 존재한다.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의 데이비드 그린은 명확히 말한다. "이 앱들은 헌법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의 자유를 발행하고 있다. 공공 장소에서 목격한 사건에 대한 사실 정보를 공익 문제로 게시하는 것이다."

수정헌법 1조는 분명하다. 공적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기록과 공유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는다. ICE 추적 앱 개발자들은 이 원칙에 근거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ICEBlock의 조슈아 아론은 "믿을 수 없는 법률 팀이 있으며 모든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yes Up의 개발자 마크도 "애플이 거부할 때마다 항소할 것이다. 앱스토어에 다시 올라올 때까지. 그들이 하는 것은 순수한 비겁함"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문제는 '법적 가능성'과 '기업의 의지' 사이의 간극이다. 애플은 법적으로 이 앱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 압력 앞에서 후퇴를 선택했다. 거대기업은 권력과 직접 충돌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사실상 저항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법적 저항의 본질은 기업이 단순한 시장 플레이어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지닌 주체로서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오늘날의 기술기업은 이 선택을 회피하고 있다.

디지털 정의의 철학적 재정의

정의는 법률 이전에 공동체의 '정당성'과 '공공성'을 지탱하는 원리다. 고대 아테네의 공론장에서 시작된 정의 개념은 근대 헌정주의와 결합해 '권력의 정당한 제한'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정의는 훨씬 복잡하다. 오늘날의 권력은 국가와 시장,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결합된 형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기술기업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조직이 아니라 정보 유통과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다. 따라서 그들이 침묵하거나 편승하는 순간 정의의 균형추는 기울어진다. 8월의 황금 원반, 9월의 아부 경연, 10월의 앱 삭제. 이 세 사건은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디지털 권력이 정치 권력에 굴복하는 과정이다.

디지털 정의를 구현하려면 네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투명성의 원칙 확립이다. 애플은 왜 ICE 앱은 차단하고 경찰 추적 앱은 허용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둘째, 공공 알고리즘 거버넌스 구축이다. 앱 삭제 결정에 독립적인 심의 기구를 두어야 한다.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 있는 인권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 법과 철학의 교차점 복원이다. EFF 같은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수정헌법 1조를 기반으로 한 소송에 동참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 저항의 사회적 연대 강화다. 기술적 대안을 통한 저항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결합되어야 한다.

저항은 계속된다

트럼프 정권을 향한 빅테크 CEO들의 미묘한 지지는 그들의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디지털 권력의 정의와 책임의식 부재를 드러내는 신호다. 8월의 황금 원반, 9월의 허구적 투자 약속, 10월의 앱 삭제. 이 세 장면은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정의는 시장의 압력 앞에서 흔적만 남았다.

그러나 저항은 끝나지 않았다. ICEBlock 개발자들은 구글 플레이와 웹사이트에서 앱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 Eyes Up의 마크는 "앱스토어에 다시 올라올 때까지 항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법적으로 기업이 정부의 비정상 정책에 맞설 방법은 존재한다. 철학적으로 정의란 공동체의 정당성 구조 안에서 구현되는 가치다. 디지털 정의는 단순한 '윤리적 선언'이 아니라 정치적 실천과 공적 책임의 결합일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립'을 가장한 침묵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을 자임하는 기술 리더십이다. 24K 금받침대 위에 올린 민주주의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다. 그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보여주듯, 그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Q&A

Q1. 2025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실리콘밸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A1. 세 가지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 8월 6일 팀 쿡이 트럼프에게 24K 금받침대가 달린 유리 원반을 선물했고 며칠 후 애플은 반도체 관세에서 면제되었다. 9월 4일 33명의 빅테크 CEO가 백악관 만찬에서 수천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트럼프를 찬양했다. 10월 9일 애플은 ICE 추적 앱들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Q2. 저커버그의 핫마이크 발언이 왜 중요한가?
A2. 저커버그는 공식적으로 6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기자들이 나간 후 "대통령께서 어떤 숫자를 원하시는지 확실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이는 투자 약속이 사전 계획이 아니라 즉석에서 만들어진 아부용 숫자였음을 보여준다.

Q3. 애플의 ICE 앱 삭제는 왜 이중 잣대인가?
A3. 애플은 경찰 위치를 추적하는 Waze, 애플 지도, 구글 지도는 허용하면서 ICE 추적 앱만 차단했다. 같은 성격의 법 집행기관 추적 기능인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ICE만 "취약 집단 보호"를 명분으로 막은 것이다.

Q4. 이것이 Think Different 캠페인과 어떻게 모순되나?
A4. 스탠포드 대학 연구자는 "마틴 루터 킹, 간디, 무하마드 알리를 내세운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만든 회사에서 나온 결정이라 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들 중 누구도 오늘날의 ICE를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Q5. 법적으로 기업이 저항할 방법은 없나?
A5. 존재한다. EFF의 데이비드 그린은 "이 앱들은 수정헌법 1조로 보호받는 표현의 자유"라고 명확히 밝혔다. 공적 장소에서 목격한 사건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의 의지 부재다.

Q6. 개발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6. ICEBlock의 조슈아 아론은 "모든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 했고, Eyes Up의 마크는 "앱스토어에 다시 올라올 때까지 항소할 것"이라 선언했다. 이들은 구글 플레이와 웹사이트에서 앱을 계속 제공하며 저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