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저널리즘 2026 #2: 얼마나 멋진가에서 어디로 가는가로

기업 뉴스룸은 브랜드 채널에서 저널리즘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팟캐스트로 평판을 회복했고, JP모건은 식음료 콘텐츠까지 확장했다. 레드불은 미디어 수익을 창출하는 음료 회사가 됐다. 하지만 Shell과 BP의 그린워싱은 담론과 실체의 괴리를 보여준다. 3세대 뉴스룸의 핵심은 AI 시대 지식 인프라 구축이다. 선택지는 명확하다. 정교한 마케팅 도구로 남을 것인가, 산업의 권위 있는 출처가 될 것인가.

기업 마케팅(확성기, 배너)과 언론(마이크, 수첩)의 결합을 시각화한 현대적인 아이소메트릭 일러스트. '기업 뉴스룸'과 '콘텐츠 전략'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깔끔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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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뉴스룸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우리가 얼마나 멋진가"를 말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산업이 어디로 가는가"를 분석하는 비즈니스 저널리즘이다. 전자는 독자를 잠재 고객으로 보고 후자는 정보 소비자로 본다. 전자는 친근함을 팔고 후자는 권위를 쌓는다. 2026년 기업 콘텐트 전략의 핵심은 이 둘 중 어디에 서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목소리를 낼지 아는 데 있다.

골드만삭스의 선택: 광고 대신 팟캐스트

2016년 9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인하우스 콘텐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뱀파이어 오징어(vampire squid)'로 불리며 추락한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광고 대신 선택한 무기는 팟캐스트 Exchanges at Goldman Sachs였다.

주 2회 발행되는 이 팟캐스트는 글로벌 경제와 시장 동향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제품을 팔지 않는다. 자사 리서치 플랫폼의 전문성을 빌려 "지금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설명할 뿐이다. 결과는? 2020년 쇼티 어워즈(Shorty Awards) Best Branded Podcast 수상, 2025년 웨비 어워즈(Webby Awards)까지. 콘텐트를 접한 이들의 기업 호감도는 상승했고, 밀레니얼 인재 유치라는 전략적 목표도 달성했다.

이 회사의 미디어 관계 책임자 Andrea Williams는 2021년 합류 후 "더 능동적이고 덜 반응적인(more proactive and less reactive)"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추진 중이다. 더 능동적이고 덜 반응적인이라는 표현은 골드만삭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변화를 설명한다.

능동적(proactive)이라는 것은 기업이 먼저 주도적으로 메시지를 만들어 발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이나 외부의 질문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하는 방식이다. 반면 반응적(reactive)이라는 것은 언론 보도나 외부 이슈에 대응하는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누군가 질문하면 답하고, 기사가 나오면 해명한다. 즉, 골드만삭스는 "언론이 우리에 대해 쓸 때까지 기다렸다가 반응하기보다는, 우리가 직접 팟캐스트 같은 콘텐츠를 통해 메시지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JP모건의 실험: 금융에서 식음료까지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는 2013년부터 체계적인 뉴스룸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CMO가 의장을 맡는 편집위원회, 외부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그리고 내부 전문가의 지식을 콘텐트로 전환하는 시스템. 초기에는 금융 도구와 소기업 팁 같은 실용 정보에 집중했다.

2021년, 전략이 바뀌었다. 유명 레스토랑 리뷰 사이트 더 인패튜에이션(The Infatuation)을 인수한 것이다. 카드 회원에게 식음료 관련 혜택과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트를 통합했다. 금융사가 '무엇을 먹을까'를 다루는 이유? CMO 칼라 핫산(Carla Hassan)의 설명은 간결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가치를 제공하려면, 금융을 넘어서야 한다."

2015년 제작한 5부작 브라운스빌(Brownsville) 프로젝트는 더 과감했다. 뉴욕 브루클린 브라운스빌 지역 리더들을 조명한 탐사보도 형식의 멀티미디어 시리즈. 금융 상품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지역사회 활성화 노력과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 콘텐트를 본 사용자는 웹사이트에 3배 더 오래 머물렀고, 상품 신청률도 높아졌다.

레드불의 역설: 음료수를 파는 미디어 회사

"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를 파는 미디어 회사다." 창업자 디트리히 마테슈츠(Dietrich Mateschitz)의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는 2007년 설립 이후 독립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매출 $2.52B(약 3조6천억, 2025년), 160개국 배급, 연간 1,250개 이벤트 제작.

유튜브 구독자 2,400만, 인스타그램 팔로워 2,800만.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전략이다. 레드불은 자사 제품 언급을 최소화하고 익스트림 스포츠와 문화 콘텐트의 질을 극대화했다. 700명 이상의 선수를 브랜드 앰배서더이자 콘텐트 크리에이터로 활용한다.

그 결과 전통 언론사들이 레드불 콘텐트에 비용을 지불하고 기사를 구매한다.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정점이다. 제품이 아니라 태도를 판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 점유율 43%는 광고가 아니라 콘텐트로 만들어졌다.

Shell과 BP의 이중성: 그린워싱의 증거

에너지 기업의 뉴스룸은 더 복잡한 게임을 한다. 셸(Shell)은 2025년 3월 'deliver more value with less emissions' 전략 가속화를 발표했다. BP는 디지털 혁신 사례를 강조한다. AI 기반 'Wells Assistant'가 100년치 데이터를 활용해 수천 시간을 절약했고, 'Optimization Genie'는 하루 2,000배럴 생산량을 증가시켰다.

문제는 실체다. 2022년 PLOS One 논문은 BP, 셰브론, 엑손모빌, 셸의 청정에너지 담론을 분석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이들의 청정에너지 관련 메시지는 증가했지만 실제 투자액은 전체 지출의 0.3%에 불과했다. 학술적으로 입증된 그린워싱이다.

뉴스룸 콘텐트는 청정 에너지 전환 담론을 적극 부각하지만, 동시에 Gulf of America의 Kaikias waterflood 프로젝트 같은 화석연료로 생산성을 극대화한 것도 보도한다. 한 편은 청정, 한 편은 화석. 이중 메시지다. 기업 뉴스룸이 신뢰 구축의 도구인가, 정교한 마케팅 전략인가. 답은 사실에 있다.

저널리스트들의 C-레벨 진출: 신뢰의 전문가를 영입하다

기업들은 왜 기자 출신을 CCO(Chief Communications Officer)로 앉히는가?

롭 블랙웰(Rob Blackwell)은 아메리칸 뱅커(American Banker) 편집장 출신으로 인트라파이 네트워크(IntraFi Network)의 최고 콘텐트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가 됐다. 금융 정책 전문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콘텐트 전략을 총괄한다. 아만다 로세터(Amanda Rosseter)는 CNN 특파원/앵커 출신으로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최고 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드 책임자(Chief Communications and Brand Officer)로 합류했다.

이들이 가진 건 단순한 글쓰기 능력이 아니다. 저널리즘적 객관성에 대한 이해, 규제와 정책 환경에 대한 깊은 통찰, 미디어 작동 방식에 대한 정확한 감각이다. 금융 산업처럼 신뢰가 곧 자산인 분야에서 이들은 기업 콘텐트를 단순 마케팅 자료가 아닌 독립적인 정보 소스로 포지셔닝한다.

한국 기업의 선택지: 3세대로 가는 길

삼성전자 뉴스룸은 2015년 국내 최초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표방했다. 2018년까지 45개국 29개 현지법인 뉴스룸을 개설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이야기' 중심이다.

GS칼텍스 미디어허브와 SK하이닉스 뉴스룸은 다른 길을 간다. 에너지 산업 전반(GS칼텍스)이나 반도체 기술과 AI 인프라의 관계(SK하이닉스) 같은 산업 분석을 축적한다. AI 검색 환경에서 해당 산업 질문에 답변할 때 이들 콘텐트가 근거로 인용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3세대 뉴스룸은 브랜드 호감도를 넘어 AI 엔진이 인용할 수 있는 지식 인프라를 만든다. 광고는 사라지지만, 공개된 웹에 축적된 권위 있는 콘텐트는 남는다. 한국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홍보냐, 지식이냐.

기업 뉴스룸 미디어화는 돌릴 수 없는 흐름

기업 미디어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셸과 BP의 사례가 보여주듯, 담론과 실체가 다르면 학술 연구가 그린워싱을 입증한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의 성공은 진정성에서 나왔다. 제품을 팔지 않고 통찰을 제공했을 때, 독자는 브랜드를 신뢰했다.

기업 뉴스룸의 미래는 두 갈래다. 하나는 정교한 마케팅 도구로 남는 것. 다른 하나는 산업의 지식 인프라가 되는 것. 돌려 말하면 레드불처럼 콘텐트 자체로 수익을 내거나, SK하이닉스처럼 AI 시대의 권위 있는 출처가 되거나.

선택은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원칙은 하나다. 팩트와 균형 잡힌 이야기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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