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빈 교도소: 이란이 세상에 숨긴 가장 무거운 비밀
2026년 3월, 테헤란 북부의 에빈 교도소가 또다시 타격됐다. 2025년 6월에 이어 이번에도 타격당한 에빈 교도소는 단순한 구금 시설이 아니다. 202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수상 당시 갇혀 있던 공간이자, 이란이 외국인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인질 외교의 실물 인프라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이 있기 때문에 더 정교하게 작동하는 곳. 에빈 교도소는 국제법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가슴 아픈 곳이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23일
2026년 3월 23일 오전, 영국인 린지 포먼(Lindsay Foreman)은 테헤란 에빈 교도소(Evin Prison) 7동의 유선 전화기를 들었다. 아들 조(Joe)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마디를 전했다. "시작됐어." 오토바이 여행 중 간첩 혐의로 체포된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전화를 끊기도 전에 폭발음이 감방 창문을 부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금속 침대 아래로 몸을 숨겼다.
같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이란 에너지 인프라 타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였다. 주식시장은 급등했고 유가는 급락했다. 그리고 에빈 교도소 7동에서는 수감자들이 침대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
테헤란 북쪽, 산기슭에 자리 잡은 곳
이란의 수도 테헤란(Tehran) 북부, 엘부르즈(Alborz) 산맥 기슭에 에빈 교도소가 있다. 1972년 팔레비(Pahlavi) 왕조 시절 처음 세워졌고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에도 용도가 바뀌지 않았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교도소는 그대로였다. 아니, 더 바빠졌다.
이곳에 수용되는 사람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체제에 불편한 존재인가, 아닌가다. 그 때문에 이란 내부에서는 이곳을 '에빈 대학교(Evin University)'라고 부른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농담이 아니다. 이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교수가, 가장 예리하게 사회를 비판하는 기자가, 가장 용감하게 법정에 선 변호사가 이곳에 수감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성이 감금된 장소. 그것이 에빈 교도소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의 구조를 보여준다
2023년 노벨 평화상이 발표됐을 때, 수상자는 교도소 안에 있었다. 나르게스 모하마디(Narges Mohammadi)는 이란 당국에 의해 총 13차례 체포되어 31년 징역형과 154대의 태형을 선고받은 인권 활동가다. 죄목은 국가 안보 위협, 선전 유포, 히잡 강제에 대한 공개 반대. 세계가 그에게 최고의 영예를 부여하는 동안, 그는 에빈 교도소 안에 있었다. 그는 2024년 12월 의료 사유로 일시 석방됐다가 2026년 2월 마샤드(Mashhad)에서 재체포되어 7년 이상의 추가 형량을 선고받았다. 이란은 노벨상 수상자를 두 번 가뒀다.
영국의 자선재단 직원인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Nazanin Zaghari-Ratcliffe)는 2016년 이란을 방문했다가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6년 만인 2022년 3월 16일 석방됐는데, 그 배경에는 영국이 이란에 3억 9,380만 파운드 규모의 군수 계약 채무를 갚은 사실이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란의 행위가 채무 협상을 위한 인질 취득(hostage-taking)에 해당한다고 공식 판정했다. 그의 몸값은 채무 상환이었다.
모하마디는 침묵시켜야 할 내부의 목소리였다. 자가리-랫클리프는 협상 테이블에 올릴 외부의 카드였다. 에빈 교도소는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탈리아 기자 체칠리아 살라(Cecilia Sala)를 포함한 복수의 외국인들이 에빈 교도소에 구금됐고 이는 이란의 국제 협상에서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됐다. 이란은 이 전략을 반복적으로 구사해왔다.
법은 있는가
이란에 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에빈 교도소에서 자주 적용되는 죄명 중 하나는 이란 이슬람형법의 '지상에서의 부패(Mofsed-e-fel-arz)'다.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로 분류되며, 그 정의는 극도로 광범위하다.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가 이 죄목에 해당할 수 있다. 법조문이 해석의 여지를 최대한 열어두도록 설계되어 있다.
법학에서 법치(rule of law)와 법을 통한 통치(rule by law)를 구분하는 것은 개념을 구분하자는 뜻이 아니다. 법치는 권력을 법 앞에 세운다. 법을 위한 통치는 법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한다. 에빈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형적인 '법을 통한 통치'의 산물이다. 법이 있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있기 때문에 더 정교하게 작동한다.
에빈 교도소 내에는 이란 사법부의 일반 관할이 아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와 정보부(Ministry of Intelligence and Security)가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특별 구역들이 존재한다.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유엔 인권이사회는 수십 년간 이 구역에서의 고문, 독방 구금, 적법 절차 없는 처형에 대한 보고를 기록해왔다. 국제법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공간이라는 뜻이다. 법은 있다. 그러나 그 법은 보호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1988년 여름, 이란 최고지도자 호메이니(Khomeini)의 명령 아래 이란 전역 32개 이상 도시의 교도소에서 정치범들이 집단 처형됐다. 에빈 교도소는 이 처형이 실행된 핵심 장소 중 하나였다.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사망자를 2,800~5,000명으로, 국제 앰네스티는 2018년 보고서에서 약 5,000명으로 추산한다. 이란 정부는 지금까지 이 사건을 공식 인정한 적이 없다.
정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위험에 처하는 것은 그 정권이 오래 가둬온 사람들이다. 1988년이 그것을 증명했다.
두 번의 타격, 그리고 지금
역사는 반복됐다. 방식만 달라졌을 뿐이다.
2025년 6월 23일,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Twelve-Day War)' 마지막 날, 이스라엘은 에빈 교도소를 직접 타격했다. 이란 정부 발표 기준 최대 79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에는 교도관, 수감자, 면회 중이던 가족, 5세 아동, 의무 복무 중이던 10대 청년들이 포함됐다. 폭격은 오전 11시 면회 시간에 이루어졌다. 도서관, 면회실, 의무실, 검사실, 다수의 감방이 파괴됐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에빈 교도소가 "정권 탄압 기구"라며 타격 사실을 시인했다. IDF는 교도소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첩보 활동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2026년 3월 13일, 유엔 독립 국제 사실조사단 의장 사라 후사인(Sara Hossain)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 공격이 "민간 물건에 대한 의도적 공격"이라는 전쟁범죄를 구성한다고 공식 판정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HRW도 동일한 결론을 냈다.
그리고 전쟁범죄 판정이 나온 바로 같은 달,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다시 공습을 시작했다.
2026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에빈 교도소의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3월 6일 보고서에 따르면 수감자들이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자 카드가 작동을 멈췄다. 여성 구역에는 빵만 제한적으로 지급됐다. 3월 3일에는 에빈 교도소 일부 벽이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다. 고위 보안 시설인 209동 수감자 일부는 불명확한 장소로 이송됐다. 유엔 이란 인권 전문가 마이 사토(Mai Sato)는 수감자 가족들이 연락을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식량과 의약품이 심각하게 부족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WSJ 기사가 전하는 영국인 린지 포먼은 이 상황의 현재형이다. 그는 지금 이 글이 쓰이는 순간에도 에빈 교도소 7동에 있다. 트럼프의 '5일 유예' 발표는 그를 포함한 수감자들의 생사가 협상 변수 중 하나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선언과 현실 사이의 거리
1949년 제네바 협약(Geneva Conventions)은 무력 충돌 상황에서 민간인과 피억류자를 보호하는 규범 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2025년에 이어 2026년 에빈 교도소가 또다시 타격됐을 때 이 규범이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의 깡패 같은 행동으로 인해 이미 국제법들의 존재는 희미해졌다.
에빈 교도소는 이란만의 현상이 아니다. 권력이 두려움을 느낄 때 법을 도구로 삼는 구조, 인간을 협상 자산으로 처리하는 논리,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불투명성.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어떤 공간이 만들어지는가를 에빈 교도소는 반세기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선언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큰 거리가 있는가. 그 거리를 직시하는 것이 에빈 교도소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새로운 독재자가 등장했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한 또다른 에빈 교도소는 언제든 어디서든 만들어질 수 있다. /ray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