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인가 보복인가: FTC는 왜 미디어 평가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나
2025년 5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미디어 신뢰도 평가 기업 뉴스가드에 21페이지짜리 민사 정보요구명령을 발부했다. 같은 해 옴니콤, IPG 합병 동의명령에는 뉴스가드 서비스 사용 금지 조항이 삽입됐다. 브랜드 세이프티 시장 점유율 0.1% 미만의 기업에 반독점 조사라는 형식이 동원됐다. 뉴스가드는 극우 미디어에 맞는 평가를 했을 뿐이다. 뉴스맥스의 로비, 퍼거슨의 공언, 그리고 라드브루흐가 경고한 형식과 실질의 분열. 소프트 검열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16일
권력이 평가를 거절한다면, 그것은 평가가 잘못되서가 아니다.
1. 수치가 권력이 되는 순간
2025년 5월 20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는 미디어 신뢰도 평가 기업 뉴스가드 테크놀로지스(NewsGuard Technologies)에 21페이지짜리 민사 정보요구명령(Civil Investigative Demand)을 발부했다. 연방거래위원회가 뉴스가드에 요구한 것은 방대했다. 신뢰도 평가 기록 전체, 고객 목록, 창업 이후의 모든 내부 통신, 평가 방법론 개발 과정 문서 등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한 분량이다. 뉴스가드는 40,000페이지 이상의 문서를 제출했으나 연방거래위원회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민사 정보요구명령보다 더 결정적인 압박은 따로 있다. 같은 해 6월, 연방거래위원회는 광고업계 세계 최대 미디어 바잉 그룹 합병 건을 심사하면서 이례적인 조항을 제안 동의명령에 끼워 넣었다. 미국 3위 광고그룹 옴니콤(Omnicom)과 4위 인터퍼블릭 그룹(Interpublic Group, IPG)의 135억 달러($13.5B) 합병을 심사하는 동의명령(consent order) — 최종 승인은 2025년 9월 26일 — 에, "제3자가 설정한 저널리즘 기준이나 윤리 준수 여부를 기반으로 한 광고 배분"을 금지하는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이 조항이 뉴스가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려면 뉴스가드가 광고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뉴스가드는 어떻게 광고 수익을 통제하는가
뉴스가드는 2018년 설립된 미디어 신뢰도 평가 서비스다. 기자와 편집인으로 구성된 분석팀이 뉴스 사이트의 저널리즘 기준 준수 여부를 평가해 0~100점의 신뢰도 점수를 매긴다. 오보 게재 여부, 출처 다양성, 뉴스와 의견의 구분, 오류 정정 여부 등 9가지 비정치적 기준이 평가의 잣대다. 60점 이상이면 '그린(신뢰 가능)', 60점 미만이면 '레드(신뢰 불가)'가 부여된다.
뉴스가드의 신뢰도 등급은 35,000개 이상의 온라인 뉴스 소스에 대해 브랜드 세이프티(brand safety) 데이터를 제공하며, 광고주들이 프로그래매틱 광고를 집행할 때 이 데이터를 활용해 품질이 낮은 사이트에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광고 집행 방식은 두 갈래다. 광고주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경우 단 하나의 기준이라도 위반한 사이트를 모두 배제하는 '맥시멈 세이프티' 세그먼트를 쓸 수 있고, 반대로 도달 범위를 넓히면서도 명백한 허위정보만 피하려면 QAnon 음모론이나 러시아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최악의 사이트만 거르는 '베이직 세이프티' 세그먼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즉, 뉴스가드 점수가 낮으면 광고주 설정에 따라 프로그래매틱 광고 입찰 자체에서 자동 배제된다.
뉴스가드 데이터를 활용해 신뢰도 높은 뉴스 사이트만 타기팅한 사례 연구에서는 클릭률이 143% 증가하고 CPM(광고 1,000회 노출 비용)은 9%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광고주 입장에서 뉴스가드 고점수 사이트는 도달률과 비용 효율 모두 유리하다는 의미다. 반대로 저점수 사이트는 광고 단가와 물량 모두 불리해진다.
연방거래위원회의 동의명령에 삽입된 "제3자가 설정한 저널리즘 기준 기반 광고 배분 금지" 조항은 바로 이 구조를 겨냥한다. 옴니콤과 그 계열 광고 에이전시들이 뉴스가드의 점수를 광고 집행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뉴스가드 입장에서 이것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었다. 옴니콤은 세계 최대의 미디어 바잉 그룹이다. 옴니콤 계열 에이전시들이 뉴스가드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순간, 뉴스가드의 핵심 수익 모델이 흔들린다. 연방거래위원회 의장 앤드루 퍼거슨(Andrew Ferguson)은 동의명령 발표와 함께 뉴스가드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이 기업이 "광고업계의 병목 지점을 이용해 정치적, 이념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고 공개 성명에서 밝혔다.
뉴스맥스(Newsmax)는 1998년 크리스토퍼 러디(Christopher Ruddy)가 창립한 미국 케이블 뉴스,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4년 케이블 채널 뉴스맥스 TV를 개시했으며,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폭스 뉴스에 등을 돌린 뒤 시청자가 대거 유입되며 급성장했다. 뉴스가드 등급과 충돌하기 시작한 건 2020년 대선 보도에서다. 뉴스맥스는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 주장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보수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이후 전자투표기 기업 스마트매틱(Smartmatic)과의 선거 부정 관련 보도를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에 연루됐고, 2024년 9월 4,000만 달러를 지불하는 합의로 마무리했다. 2024년 12월 기준 뉴스가드는 뉴스맥스에 20점을 부여했다. 뉴스맥스는 폭스 뉴스(69.5점)보다 약 50점 낮은 이 점수에 강하게 반발하며, 의회와 규제 당국에 뉴스가드에 대한 압박을 요청하는 로비를 지속해왔다.
OAN(One America News Network)은 2013년 설립된 미국 보수 성향 케이블 뉴스 채널이다. 수익의 최대 90%가 AT&T 계열 다이렉TV로부터 나왔다는 2020년 법정 증언이 나올 만큼 케이블 송출 계약료 중심의 특이한 수익 구조를 가졌다. 그럼에도 뉴스가드 저점수의 영향을 받은 이유는 케이블 외 성장 경로인 온라인·디지털 광고 집행에도 브랜드 세이프티 도구의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OAN은 2024년 3월 마이클 코언 관련 허위 보도를 인정하며 합의했고, 앞서 2022년에는 조지아주 2020년 대선에 광범위한 부정이 없었다고 공식 인정하는 합의를 한 바 있다. 2024년 12월 기준 OAN 역시 20점을 받았다.
폭스 뉴스와 뉴스맥스, OAN 사이의 50점
미국 보수 미디어의 스펙트럼에서 뉴스맥스와 OAN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이해하면 이 사건의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폭스 뉴스는 보수 성향이지만 일정한 저널리즘 형식을 유지한다. 스트레이트 뉴스 데스크와 오피니언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분리하고,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당선을 인정했다. 바로 그 순간 트럼프 지지층이 대거 뉴스맥스와 OAN으로 이탈했다. 폭스가 "배신"한 바로 그 지점, 선거 결과 인정하기를 뉴스맥스와 OAN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두 채널의 성격은 폭스 뉴스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폭스 뉴스가 포기한 것으로 만들어졌다.
뉴스맥스는 창립자 러디가 트럼프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편집 방향이 트럼프 지지를 사실상의 전제로 깔고 있다. 그래도 상장사라는 법적 지위 때문에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는 한다. 스마트매틱에 4,000만 달러, 도미니언에 6,700만 달러를 내고 합의한 것이 그 증거다. OAN은 더 극단적인 위치에 있다. 케이블 송출 계약료 중심의 수익 구조 덕분에 광고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고, 그만큼 편집 제약도 적었다. QAnon 관련 콘텐츠와 러시아 친화적 프레임이 다른 매체보다 노골적으로 등장했다. 폭스 뉴스 69.5점, 뉴스맥스, OAN 각 20점의 점수 차이는 는 단순한 정치 성향의 차이가 아니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보수 성향이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매체들이 "오보 게재 금지"라는 평가 기준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건의 배경이다. 그 50점의 거리는 저널리즘 기준을 실제로 위반했는가 아닌가의 경계다.
그렇다면 연방거래위원회는 정말 반독점법 위반을 우려해서 뉴스가드를 압박하는가, 아니면 낮은 점수를 받은 매체들의 이해관계를 대리하는가?
2. 배후 추적: 퍼거슨, 뉴스맥스, 그리고 점수 하나
연방거래위원회 의장 앤드루 퍼거슨은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전부터 뉴스가드를 공개 표적으로 삼았다. 2024년 11월, 그는 SNS에 "뉴스가드가 반독점법을 위반하면서 보수, 독립 미디어에 대한 광고 보이콧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12월에는 연방거래위원회가 뉴스가드를 조사해야 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1월에 연방거래위원회 의장이 되었고 5월에 21페이지짜리 민사 정보요구명령이 나왔다. 공언에서 행동까지 불과 4개월이 걸렸다.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 의장 브렌던 카(Brendan Carr) 역시 2024년 11월 뉴스가드를 "검열 카르텔"의 일원으로 지목하는 서한을 테크 기업들에 발송했다. 두 규제기관의 수장이 동시에 같은 민간 평가 기업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 압박의 실제 추진력을 이해하려면 뉴스맥스를 들여다봐야 한다. 뉴스맥스는 의회와 규제 당국에 뉴스가드의 입을 막으라고 반복적으로 로비해왔다. 하원 감독위원회(House Oversight Committee) 위원장 제임스 코머(James Comer)가 뉴스가드 조사를 시작한 것도 뉴스맥스에 출연한 직후였다. 뉴스맥스 대변인 빌 다디(Bill Daddi)는 뉴스가드를 "보수 미디어를 표적으로 삼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뉴스가드 공동 최고경영자 스티븐 브릴(Steven Brill)의 반박은 단호했다. "내가 정치 활동에 참여한 건 대학·법대 시절에 공화당 출신 뉴욕시장을 위해 일한 것이 전부다."
뉴스맥스의 점수가 20점이 아니었다면 이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문제가 아니라 광고 수익의 문제다. 낮은 신뢰도 등급은 브랜드 세이프티 시스템에서 해당 매체를 배제하는 기준이 되고, 그것은 직접적으로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점수 하나가 광고 수익의 생사를 가르는 구조 안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매체가 평가 기업을 제거하려 하는 것은 이해관계의 논리로는 합리적이다. 다만 그것이 국가 권력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실행될 때 사건의 성격이 달라진다.
3. 라드브루흐 공식과 집행 권력의 왜곡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브루흐(Gustav Radbruch)는 1946년 에세이 <률적 불법과 초법률적 법(Gesetzliches Unrecht und übergesetzliches Recht)>에서 법적 안정성과 정의가 충돌할 때 판사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논했다. 그의 공식의 핵심은 이것이다. 법 형식이 정의와 너무나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충돌할 때(unerträglich), 그 법은 효력을 잃는다. 이 공식은 나치 독일의 법률적 불의를 목격한 직후 나왔다. "법이라는 형식을 갖추었다"는 것이 불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이 서술은 2026년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행사하는 집행 권력과 유추적으로 맞닿아 있다. 라드브루흐 공식은 원래 법률 자체의 효력 문제를 다루는 이론이고, 연방거래위원회의 행위는 법률의 집행 방식의 문제다. 따라서 이것은 개념의 직접 적용이 아니라 유추적 확장이다. 더 직접적인 규범 근거는 수정헌법 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와 편집 판단에 대한 국가 개입 금지, 그리고 헌법상 적법절차(due process) 원칙이다. 그러나 라드브루흐가 경고한 구조적 패턴은 여기서도 선명하게 작동하고 있다. 법 형식이 실질을 감추는 방식으로 사용될 때, 그 법은 목적 자체를 배반한다.
연방거래위원회가 뉴스가드에 발부한 민사 정보요구명령은 반독점 조사라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사 정보요구명령은 뉴스가드의 신뢰도 평가 방법론, 고객 목록, 내부 통신 전체를 요구한다. 뉴스가드가 편집 판단을 내리는 과정 전체가 정부의 검토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뉴스가드는 이것이 수정헌법 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 특히 편집 판단에 대한 정부 개입 금지를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어떤 발언자든 정부에게 자신이 편향되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는 브릴의 말은 이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헌법적으로 편향될 권리가 있는 언론에게, 국가가 편향성을 심문하는 것이다.
법 형식은 반독점이다. 실질은 편집 판단에 대한 국가 개입이다. 이것이 라드브루흐가 말한 형식과 실질의 분열이 유추적으로 적용되는 지점이다.
4. 반독점인가, 보복인가
연방거래위원회가 정말 반독점을 우려한다면 왜 뉴스가드만을 이토록 광범위하게 압박하는가?
뉴스가드 자신이 연방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소장에서 밝힌 수치가 있다. 자사의 브랜드 세이프티 시장 점유율은 0.1% 미만이다. 반독점법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경쟁을 제한할 때 적용된다. 0.1% 미만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이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주장은, 뉴스가드의 표현을 빌리면 "반독점 조사의 정당한 대상이 될 수 없다."
연방거래위원회가 이 사건에서 발부한 유사한 민사 정보요구명령은 뉴스가드 외에도 16건 이상이 있었다. 그 중에는 미디어 워치독 기관 미디어 매터스(Media Matters for America)도 포함됐다.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보수 성향 미디어에 비판적이거나 보수 매체에 낮은 평가를 내린 기관들이다.
법원도 이 점을 주목했다.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판사 대브니 프리드리히(Dabney Friedrich)는 심리에서 "소환장이 이렇게 광범위한 다른 유사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고 연방거래위원회 측은 뉴스가드와 미디어 매터스가 유사한 수준이라고만 답했다.
퍼거슨 의장이 연방거래위원회 의장 후보 시절부터 뉴스가드를 표적으로 삼겠다고 공언했고 취임 직후 조사를 개시했으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옴니콤 합병 동의명령에 뉴스가드 배제 조항이 삽입됐다. 이 시간 순서를 놓고 이것이 순수한 반독점 집행이라고 주장하려면 매우 설득력 있는 반증이 필요하다.
5. 소프트 검열의 작동 원리
그러나 이것은 뉴스가드의 문제만이 아니다. 직접 검열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시적이기 때문에 저항을 낳는다. "이 기사를 삭제하라"는 명령은 헌법적 도전을 즉각 촉발한다. 그러나 소프트 검열은 다르게 작동한다. 광고 수익 경로를 차단하고, 조사를 장기화하고, 문서 제출 요구를 반복한다. 뉴스가드는 소송에서 이미 사업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연방거래위원회의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결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뉴스가드가 입은 경제적 손실은 되돌릴 수 없다.
과정 자체가 벌이 되는 구조
이것이 사법적 판단의 시차가 소프트 검열의 핵심 무기가 되는 이유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과정 자체가 벌이 된다. 뉴스가드가 싸우는 동안 다른 미디어 평가 서비스들은 이 사건을 보고 있다. 그들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아마도 이것이다. "보수 매체에 낮은 점수를 주면, 이런 일이 생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위축 효과(chilling effect)의 실체다. 누구도 "뉴스가드처럼 되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사건이 진행되고, 다음 기관은 자신의 평가 기준을 다시 한번 검토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구조에서 살아남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의 stubborn facts(해석이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사실)의 의미가 다시 선명해진다. 이 개념은 Adventures of Ideas(1933)에서 제시된 것으로, 사실은 해석, 선호, 이론적 편의에 의해 무시되거나 재구성될 수 없는 저항적 실재라는 것이다. 이 서술은 지금 이 사건에 정확히 번역된다. 뉴스맥스가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을 반복 보도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압박이 가해져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 보도가 스마트매틱 소송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그렇다. 뉴스가드가 그 매체에 20점을 준 근거가 된 저널리즘 기준 위반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국가 권력은 민간 평가 기관을 위협할 수 있다. 광고 경로를 차단하고, 민사 정보요구명령을 발부하고, 합병 조건에 배제 조항을 삽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발행된 오보의 기록은 지울 수 없다. 화이트헤드의 언어로 말하면 그것은 이미 일어난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다. 일어난 것은 일어난 것으로 남는다.
이 사건이 한국 미디어 생태계에 던지는 질문은 직접적이다. 한국에서도 신뢰도 평가, 팩트체크 기관, 독립 저널리즘 매체들은 광고와 정부 관계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 서 있다. 소프트 검열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고 수익 구조와 국가 권력이 교차하는 모든 언론 생태계의 문제다.
연방거래위원회가 뉴스가드의 편집 기준을 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편집 기준을 손에 넣으면 그 기준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준이 바뀌면 점수가 바뀐다. 그것이 국가가 미디어 신뢰를 관리하는 가장 부드럽고 가장 위험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