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과 깃털: 주유소 기름값은 왜 오를 때만 로켓인가

언제나 기름값은 로켓처럼 오르고 깃털처럼 내려온다. 이 비대칭의 배경에는 사후 정산제라는 거래 구조와 오피넷이라는 공공 가격 인프라가 있다. 오피넷은 평상시 소비자의 연간 유류비를 수십만 원까지도 아껴주는 도구지만 유가 충격 국면에서는 같은 도구가 주유소들의 실시간 가격 동조화를 가속한다. 도구는 중립이 아니다. 같은 인프라가 조건에 따라 누구 편에서 작동하는지가 달라진다.

붉은 폭발적 붓질과 창백한 하강 선이 대각선으로 대비되는 앙포르멜 스타일의 추상 유화. 상승과 하락의 속도 차이를 시각화
오를 때는 폭발, 내릴 때는 증발: 기름값 비대칭의 구조를 색과 붓질로 압축한 제스처 추상화.©RayLogue: AI-created image(Google Gemini)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22일

2026년 3월 5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34원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날 국무회의에서 "오를 때는 엄청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것은 대통령의 직감이 아니다. 경제학에 이미 이름이 붙은 현상이다. '로켓 앤드 페더(rockets and feathers)', 즉 '로켓과 깃털'이라고 부른다. 유가가 오를 때는 로켓처럼 치솟고, 내릴 때는 깃털처럼 천천히 내려온다는 뜻이다.

기름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 탐욕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 정유사는 주유소에 기름을 팔 때 일단 임시 가격으로 납품한다. 그리고 일주일 또는 한 달 뒤, 그 기간 동안 국제 유가가 얼마나 변했는지 따져 최종 가격을 다시 정산한다. 사후 정산제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지금 당장 기름이 싸더라도, "한 달 뒤 정산하면 비싸게 내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는 순간 주유소는 미리 가격을 올린다. 손해를 보기 전에 올리는 것이다. 반대로 유가가 내릴 때는 어떨까. "지금 싸더라도 정산은 나중에 하니까, 굳이 지금 당장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오를 때 빠르고 내릴 때 느린 구조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진다.

사후 정산제는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체계 아래서 허용된 거래 관행이다. 유가 급등기마다 비판이 반복되지만 제도 자체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것이 기름값의 첫 번째 층이다.

도구는 중립이 아니다

두 번째 층은 더 최근의 이야기다.

오피넷(OPINET)은 한국석유공사가 2008년부터 운영하는 유가정보 플랫폼이다. 전국 1만 2천여 개 주유소의 실시간 판매 가격을 공개하고, 티맵, 카카오내비 같은 내비게이션 앱과 연동해 운전 중에도 주변 최저가 주유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말 기준 연간 이용자 수는 2억 3천만 명이고, 2026년 1월에는 이동 거리와 차량 연비까지 반영한 개인 맞춤형 최적 주유소 안내 기능을 추가했다.

오피넷은 평상시에는 소비자 편에서 확실히 작동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오피넷을 활용한 합리적인 주유 선택만으로 연간 22~44만 원의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 같은 동네 주유소끼리도 리터당 1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고 오피넷은 그 격차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보여준다. 가격이 내릴 때 소비자가 더 싼 곳을 찾으면 주유소는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압력이 실제로 작동한다.

문제는 유가가 폭등하는 충격 국면이다. 이때는 방향이 뒤집힌다.

한 주유소가 가격을 올리는 순간, 그 정보는 오피넷을 통해 인근 경쟁 주유소들에게도 즉시 보인다. "저 집이 1,890원으로 올렸네. 나도 올려도 되겠다." 과거에는 경쟁자의 가격을 알려면 직접 차를 몰고 돌아다니거나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5초면 된다. 모든 주유소가 동시에 올리면 최저가 자체가 올라간다. 소비자는 "그나마 싼 곳"을 찾을 수 있을 뿐, "안 오른 곳"은 찾을 수 없다. 탐색 비용이 아무리 낮아도 비교 대상 전체가 올라버리면 소용이 없다.

독일에서 비슷한 구조가 실증됐다. 독일은 2013년 모든 주유소가 가격을 바꿀 때마다 연방카르텔청에 실시간으로 신고하도록 의무화했고, 이 데이터를 소비자 앱과 GPS에 즉시 공개했다. 이후 알고리즘 가격 책정 소프트웨어가 확산되면서 경쟁사의 가격 변동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평균 소매 가격이 추가 상승했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한국 주유소들이 독일처럼 자동화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오피넷을 통한 수동 실시간 모니터링만으로도 동조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오피넷이 나쁜 도구라는 말이 아니다. 같은 도구가 조건에 따라 누구 편에서 작동하는지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합의 없는 담합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이 나온다. 이것은 담합인가?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3월 9일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통상 국제 유가가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 가량 걸리는데, 이번에는 그 시차가 비정상적으로 짧았다는 판단이다. 담합 여부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그러나 법적 판단과 별개로 이 구조에는 합의 없이도 가격이 수렴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내재되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묵시적 공조(tacit collusion)'라고 부른다. 약속하지 않아도, 같은 정보를 동시에 갖고, 같은 인센티브가 작동하면, 행동이 같아진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알베르토 카발로(Alberto Cavallo) 교수는 이 메커니즘의 작동 원리를 추적해 왔다. 2018년 NBER 연구에서 그는 온라인 경쟁과 알고리즘 가격 책정이 가격 변경의 빈도를 높이고 지역 간 균일화를 촉진했으며, 이 변화가 유가 충격 같은 전국적 이벤트에 대한 가격 반응 속도를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가 2024년 발표한 연구의 제목은 단도직입적이다. "Large Shocks Travel Fast" - 큰 충격은 빠르게 전파된다.

이란-미국 전쟁은 큰 충격이다. 그리고 오피넷과 내비게이션 앱으로 연결된 한국의 1만 2천여 개 주유소는 카발로의 언어로 말하자면, 충격을 순식간에 전국 가격으로 번환시키는 네트워크다.

가격 상한제, 그리고 남은 질문

정부는 2026년 3월 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한 것이다. 단기 충격을 억누르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사후 정산제의 구조도 오피넷이 충격 국면에서 만들어내는 실시간 가격 동조 환경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것은 주유소의 문제가 아니다

주유소 업계는 정유사 공급가격이 이미 리터당 1,800원 수준에 달해 그대로 팔면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주유소 주인을 탓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 구조 안에서 개별 주유소가 홀로 "나는 안 올리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쟁자가 다 올리는데 나만 안 올리면 손해를 보고 사후 정산에서 더 높은 공급가를 청구받으면 적자가 난다.

탓해야 할 것은 구조다. 정산 방식이 상승 편향적으로 설계된 것, 실시간 가격 공개가 평상시에는 소비자를 위해 작동하다가 충격 국면에서는 가격 동조화를 가속하는 것, 그리고 디지털화가 이 모든 속도를 끌어올린 것. 이 세 요소가 겹친 자리에서 기름값 로켓이 발사된다. 주유소 전광판의 가격은 디지털화된 가격 환경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비용을 지우는지를 매일 아침 도로변에서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오피넷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국가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공공 인프라다. 그 인프라가 평상시에는 소비자 편에서 작동하다가 충격 국면에서는 가격 동조화를 가속하는 조건으로 전환된다면, 이것은 설계의 한계인가 아니면 예측 가능했던 결과를 묵인한 것인가. 소비자를 위한다는 공공 인프라가 어떤 조건에서 누구의 이익을 실제로 보호하는지 묻지 않는 한 다음 유가에 쇼크가 올 때 우리는 같은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