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kg의 논리: 이란 우라늄 강제 압수는 불법 위에 불법을 쌓는다
미국이 이란 이스파한과 나탄즈에 매장된 농축 우라늄 약 450킬로그램을 군사 작전으로 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법리는 선제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se)이지만, 공습은 이란과의 제3차 제네바 협상 라운드가 종료된 이틀 뒤 감행됐다. 스탠퍼드 국제법 선임 강사 앨런 와이너는 선제적 자위권의 요건인 '임박한 위협'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짚는다. 압수가 성공해도 이란의 핵 기술 지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작전의 실제 목적은 무엇인가.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30일
미국이 이란의 핵물질을 군사력으로 빼앗아 올 수 있다. 이 문장은 뉴스 헤드라인이 아니라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실제로 검토된 작전 계획이다. 2026년 3월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관리 다수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이스파한(Isfahan)과 나탄즈(Natanz) 핵시설에 매장된 농축 우라늄 약 450킬로그램을 군사 작전으로 추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것이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건 우리가 국제질서에 대해 아직 어떤 가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영토 안에 있는 자산을 그 국가의 동의 없이 무력으로 가져온다. 현대 국제법 체계가 1945년 이후 가장 강하게 금지해온 행위 목록의 맨 앞에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옵션'으로 논의되고 있다.
법의 언어로 이 사태를 해석해야 할 이유가 있다. 국제법으로 금지된 것을 하겠다고 검토하는게 가능한 일인가. 아, 물론 이미 트럼프가 국제법을 무수히 어겼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작전의 물리학: 잠깐 들렀다 나가는 거래가 아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2025년 6월 공동 공습으로 타격한 이스파한 핵시설 지하 터널과 나탄즈 저장소 잔해 아래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Rafael Grossi)는 주요 재고가 이 두 곳에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수치는 컬럼비아대 선임 연구원이자 전직 이란 핵협상가인 리처드 네퓨(Richard Nephew)에 따르면, 60% 고농축 우라늄은 40~50개의 특수 원통에 담겨 있어 트럭 여러 대를 채울 분량이 된다. 이 원통들을 꺼내려면 전투 병력이 외곽을 장악하는 동안 방사성 물질 처리 특수 훈련을 받은 팀이 잔해를 파헤치고 지뢰와 부비트랩을 제거해야 한다. 임시 비행장이 없으면 물자를 반입하고 핵물질을 반출할 수단 자체가 없다.
전 미 중부사령관(CENTCOM) 조셉 보텔(Joseph Votel) 예비역 대장의 표현이 이 작전의 성격을 압축한다. "이것은 잠깐 들렀다 나가는 식의 거래가 아니다(This is not a quick in and out kind of deal)." 전문가들은 완료까지 수일에서 최대 1주일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미군 병력은 그 기간 내내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된 채 이란 영토 안에 머물러야 한다.
트럼프가 4월 중순 종전이 목표라서 이 작전이 전쟁 기간을 크게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WSJ은 전했다. 그러나 이 계산은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제 압수 시도가 오히려 전쟁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전쟁 전의 전쟁이 이미 위법이었다면
이 작전의 합법성을 따지기 전에 작전의 전제가 된 전쟁 자체의 법적 지위를 먼저 짚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감행한 이란 선제 공습, 공식 명칭 'Operation Epic Fury(작전명: 서사적 분노)'는 유엔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했다는 국제법학자들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유엔헌장 2조 4항은 회원국들이 타국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방식으로 무력을 행사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금지한다. 예외는 오직 두 가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또는 유엔헌장 제51조가 규정하는 자위권(self-defense)의 행사.
스탠퍼드 로스쿨 국제법 선임 강사 앨런 와이너(Allen Weiner)는 이 공습의 법적 문제를 명확하게 짚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법리는 선제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se)이다. 공격이 현실화하기 전에, 임박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치는 것이 허용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와이너는 선제적 자위권의 법적 요건은 엄격하다고 강조한다: "그 요건은 '임박한(imminent)' 위협이다. 이란이 미국 이익에 일반적 안보 위협을 가한다는 것, 또는 미래 어느 시점에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임박한 공격의 위협이 아니다."
공습이 시작된 2026년 2월 28일은 미국과 이란이 제네바에서 제3차 협상 라운드를 마친 지 이틀 뒤였다. 오만 외무장관은 협상 타결 직전까지 "돌파구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다음 라운드는 3월 2일로 예정돼 있었다. IAEA는 구조적 핵무기 프로그램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2025년 의회 청문회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으며 최고지도자가 2003년에 중단된 프로그램을 재가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가능 시점에 대해 국방정보국(DIA)은 2035년까지 개발을 결정할 경우에야 최대 60발의 ICBM 보유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합의 선언이 나온 바로 그날, 폭탄이 떨어졌다. 임박한 위협이 없는 곳에서 선제적 자위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내가 트럼프와 네타냐후를 전범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핵물질 강제 압수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이제 본론이다. 전쟁 자체의 합법성 문제를 잠시 옆에 두더라도, 이란 영토 안에서 이란 소유의 핵물질을 동의 없이 군사력으로 압수하는 행위는 독립적으로 어떤 법적 성격을 갖는가.
국제법에는 전시 노획(war booty)이라는 오래된 개념이 있다. 그러나 현대 전쟁법, 특히 1907년 헤이그 육전법규(Hague Regulations)와 제네바협약 체제는 사유재산의 약탈을 금지하고 국가 재산의 압수에도 엄격한 조건을 부여한다. 핵물질의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NPT(핵비확산조약,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제4조 1항은 모든 당사국의 평화적 목적을 위한 핵에너지 이용을 '양도할 수 없는 권리(inalienable right)'로 규정한다.
이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무력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전 미 중부사령부 국제법 수석이었던 레이철 밴랜딩햄(Rachel VanLandingham) 예비역 공군 중령은 에픽 퓨리 작전 자체에 대해 "국내외 법을 다중으로 위반한다"고 밝혔다. "유엔헌장을 여러 측면에서 위반할 뿐 아니라, 미국 헌법과 전쟁권한결의(War Powers Resolution)도 명백히 위반한다." 핵물질 강제 압수 작전은 이 위반 위에 위반을 쌓는 구조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논리로 이것을 정당화하는가. 핵심은 우라늄을 법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위협 요소로 재규정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애미 연설에서 이란의 우라늄을 "핵먼지(nuclear dust)"라고 불렀을 때, 그것은 나름 계산이었다. 소유권 있는 자산을 먼지로 환원하면 그것을 치우는 행위는 약탈이 아니라 청소가 된다. 언어가 법적 정당화의 첫 번째 전선이다. 도대체 트럼프의 말장난은 가르치는 선생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그 자체가 말장난의 화신인가.
압수 성공 후의 빈 서사
그러나 법적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아 있다. 작전이 성공한다고 가정해보자. 450킬로그램의 우라늄을 가져오면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한 가지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 미국 관리들도 인정하듯, 이란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지하 농축 시설을 건설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핵물질 압수는 현재의 재고를 제거하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능력, 즉 지식과 기술 기반은 건드리지 못한다.
IAEA 사무총장 그로시는 이미 이 함정을 짚었다. CBS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You cannot unlearn what you've learned(배운 것은 잊을 수 없다)." 물리적 시설이 파괴되어도 이란이 수십 년간 쌓아온 핵 기술 지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로시는 이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을 여전히 안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협상의 틀로 돌아가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구조적 공백이 작전의 실질적 목적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우라늄 압수가 핵 위협 제거를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실제 목적은 무엇인가. 협상 테이블에서 이란을 압박하는 레버리지인가. 국내 정치적 성과인가. 아니면 강제로라도 핵물질을 확보함으로써 이란의 미래 핵 능력 개발 시간을 늦추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이 작전의 법적, 전략적 논리는 모두 같은 지점으로 귀결된다. 현대 국제질서의 가장 근본적인 규범, 무력에 의한 영토 침범 금지, 주권 국가의 자산 보호, 전쟁 개시에 필요한 정당한 사유가 '핵 위협'이라는 명분 아래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선례가 정착하면 세계는 달라진다.
규범이 무너지는 방식
규범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예외가 예외로 인정받는 순간부터 서서히 잠식된다.
1981년 6월, 이스라엘이 이라크 오시라크(Osirak) 핵반응로를 공습했을 때(작전명: 오페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같은 해 6월 19일 결의 48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해 이 행위를 규탄했다. 선제 공격이라도 무력 사용에는 국제법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규범이 그때는 살아있었다. 45년 뒤, 같은 논리의 공격은 규탄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됐다.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둔 이란에게 이틀 만에 폭탄이 떨어졌다. IAEA는 구조적 핵무기 프로그램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선제적 자위권의 법리적 요건인 '임박한 위협'은 충족되지 않았다. 이 사실들은 누군가의 해석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것들은 완고하게 거기 있다.
법의 언어는 이 사태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드러낸다. 강제 압수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는 것은 우라늄 450킬로그램보다 훨씬 무겁다. 그것은 무력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요구했던 질서의 잔여분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질서의 붕괴가 한반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본다. 이란이 무너지면, 북한은 무엇을 배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