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창이 먼저 비면 진다: 이란 전쟁, 미사일 재고의 역설
이스라엘이 최상급 요격 미사일 애로우를 아끼기 시작했다. 애로우 3 한 발에 최대 300만 달러, 사드는 1,270만 달러. 반면 이란은 한 달에 미사일 100발 이상을 만든다. 개전 16일 만에 미국은 사드 재고를 40% 소진했다. 이란의 계산은 단순하다. 탄창이 먼저 비는 자가 진다. 그 계산이 지금 이스라엘의 하늘 위에서 검증되고 있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28일
2026년 3월, 이스라엘 남부 도시 디모나(Dimona)에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떨어졌다. 이스라엘 핵 시설이 있는 이 도시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스라엘이 요격을 시도했는데도 실패했다는 점이다. 인근 아라드(Arad) 시도 같은 날 직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애로우(Arrow)가 아니라 다윗의 물매(David's Sling, 맞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는 돌팔매질)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방어를 시도했고, WSJ의 표현을 빌리면 결과는 혼합(mixed results)이었다. 군사 용어로 '혼합된 결과'란 일부가 뚫렸다는 말이다.
방어에 실패하는 말은 이스라엘이 최고 등급의 요격 미사일인 애로우를 아끼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WSJ은 3월 27일 이스라엘이 "최상급 요격 미사일의 사용을 배급(rationing)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배급(rationing). 전시에 식량이나 연료를 배급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최첨단 방어 무기를 배급한다는 말은 낯설다. 그러나 이 단어가 지금 이스라엘 방공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담아낸다.
비대칭 경제학: 300만 달러 대 월 100발
애로우 3 요격 미사일 1발의 가격은 약 200만~300만 달러다. 사드(THAAD) 1발은 약 1,270만 달러다. 반면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쏘는 탄도미사일 샤하브(Shahab), 가드르(Ghadr) 계열은 훨씬 싸게 만든다.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3월 초 이 격차를 명확하게 공개했다. 이란은 월 100발 이상의 미사일을 생산하는 반면(전쟁 전 평시 기준), 미국의 요격기 생산은 "월 6~7발"에 불과하다고.
생산 속도가 15배에서 17배 난다. 이 숫자는 따로 설명할 필요 없다. 이란이 한 달 동안 만드는 미사일을 막으려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개월 치 요격기를 써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JINSA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6월의 12일 전쟁에서 미국은 사드 요격기를 약 92발 사용해 전체 재고의 14%를 소진했으며, 당시 생산 속도(연 96~130발)로 채우려면 3~8년이 걸린다. 그 전쟁이 끝나고 8개월 만에 2026년 전쟁이 시작됐다. 페인 연구소(Payne Institute)의 추정에 따르면 2026년 개전 후 불과 16일 만에 사드의 재고가 40%가 소진됐다. 두 전쟁을 거치며 미국의 사드 재고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소모전의 문법: 이란이 알고 있는 것
이것을 이란이 모를 리 없다. 이란 안보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B)의 하미드레자 아지지(Hamidreza Azizi)는 이란의 계산을 이렇게 정리했다: "걸프 지역과 이스라엘이 방어 능력을 공격자보다 먼저 소진할 것이라는 계산." 이것이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이란의 싸움 계획 자체라고 아지지는 분석한다.
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을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정의했다. 이 말은 소모전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상대를 물리적으로 부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상대의 의지와 능력을 천천히 깎아내는 것이 목표라는 논리 말이다. 이란이 발사하는 미사일 한 발의 비용은 애로우 3 한 발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이란은 지금 이 전쟁을 체제 생존과 협상력 확보라는 정치적 목표를 위한 소모전으로 운용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는 무기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방의 방어 예산을 갉아먹는 금융 공격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란의 이 전략은 효과가 있는가?
개전 16일 만에 미국은 ATACMS·PrSM 통합 재고의 약 46%를 소진했다. RUSI(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16일간 11,000발 이상의 탄약이 사용됐으며, 이스라엘의 애로우 3 재고가 수일 내에 고갈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고를 채우는 데는 수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굳이 한 번 더 언급한다.
탄창 심연: 현대전이 발견한 새로운 약점
냉전 이후 미국 미사일 방어 정책을 30년 가까이 추적해온 CSIS의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책임자 톰 카라코(Tom Karako)는 WSJ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수년 치 생산량을 수주 만에 증발시키고 있다. 생산을 완전히 최대화해도, 방금 쓴 것을 대체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다." RUSI가 이 현상에 붙인 이름이 있다. "매거진 어비스(magazine abyss, 탄창의 심연: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고정밀 무기의 재고가 고강도 전쟁에서 생산 속도를 훨씬 웃도는 속도로 닳아 없어지는 문제다.
매거진 어비스는 냉전 이후 서방 방산 산업이 걸어온 길에서 비롯된다. 소련이 무너진 뒤 서방은 대규모 재래전 대신 제한적 분쟁을 상정했다. 소수의 정밀 고가 무기로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그 결과 사드의 연간 생산량은 96발. 이것은 이란이 한 달에 만드는 미사일 수보다도 적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이 4배 증산(연 400발) 계약을 체결했지만, 납품까지는 12~18개월이 걸린다. 계약서가 공장 생산 라인을 즉시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2025년 11월 레이든라파엘(Raytheon-Rafael) 합작법인은 약 1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아이언돔(Iron Dome)용 타미르(Tamir) 요격 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언돔은 단거리 위협을 막는 하위 기종이다. 이스라엘은 상위 기종인 애로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위 기종인 아이언돔을 중거리 위협에까지 늘려 쓰고 있고, 동시에 하위 계층의 생산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방어의 모든 층위에서 동시에 재고 압박이 생기고 있다.
전쟁은 짧아지는가, 길어지는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횟수는 보도에 따르면 개전 첫날 약 480발에서 10일 만에 40발로, 90% 넘게 줄었다. CENTCOM도 이란의 미사일 발사가 "86%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합참의장 댄 케인(Dan Caine) 장군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이 9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들만 보면 전쟁은 이미 끝났거나 끝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낙관론에는 구멍이 있다.
첫째, 이란은 발사대를 분산·이동식으로 바꿔 탐지와 타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고정 발사대 300개 이상이 파괴됐지만, 이동식 발사대는 훨씬 찾기 어렵다. IRGC 대변인 알리 모하마드 나에이니(Ali Mohammad Naeini) 소장은 3월 21일 "전쟁 중에도 미사일 생산이 이어지고 있으며 비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선전인지 사실인지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둘째, 이란은 클러스터 탄두 전술을 쓰고 있다. 하나의 미사일이 대기권에 들어온 뒤 수십 개의 자탄(submunition)을 흩뿌리면 방어 측은 하나의 표적이 아니라 흩어진 여러 위협에 동시에 맞서야 한다. 이 전술은 요격 비용을 몇 배씩 불어나게 만든다.
셋째, 헤즈볼라는 매일 수십 발의 발사체를 이스라엘에 쏘고 있다. 이란의 직접 발사 능력이 90% 줄어도,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쉬지 못한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능력이 줄어들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재고 소진 속도는 느려진다. 그러나 이란이 남은 능력을 '괴롭히기 사격(harassment fire)'으로 전환하면, 쉽게 말해서 발사 횟수는 줄지만 끊기지 않게 꾸준히 공격하면 이스라엘은 경보 체계와 방공망을 계속 켜두어야 한다. 단기 결전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낮은 강도로 이어지는 분쟁에서는 방어 측의 재고가 더 빠르게 닳는다.
결국 이 전쟁의 길이를 결정하는 것은 군사 능력만이 아니라 두 가지 요인이다. 하나는 정치적 결단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언제 "충분하다"고 판단하는가다. 다른 하나는 방산 공장이 계약에 따라 실제 탄약을 만드는 속도다. 톰 카라코는 "이것은 국가적으로 희소한 자원이며, 세계 다른 지역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것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군사 분석가의 발언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고다.
매거진 어비스가 드러낸 구조의 문제
이 전쟁이 드러낸 것은 이란의 군사력이 아니다. 서방 방산 체계의 구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이 문제를 제기했다. PAC-3, 스팅어, 하이마스 탄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들의 재고 고갈은 반복해서 보도됐다. 이제 이란 전쟁이 같은 구조를 더 압축된 시간 안에 다시 보여주고 있다. 카라코의 말대로, "(우크라이나 같은) 다른 전장들도 점점 매거진 어비스의 결과를 겪을 것이다."
냉전이 끝난 뒤 서방은 대량 생산과 재고 유지 대신 소수 정예의 고가 무기에 투자했다. 소련이 무너졌고, 대규모 재래전은 없을 것이며, 제한적 분쟁에는 정밀 무기 몇 발로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전제가 우크라이나에서 처음 흔들렸고, 이란 전쟁에서 무너지고 있다. 고강도 현대전에서 요격 비용과 생산 속도의 격차는 방어의 약점이 된다.
탄창의 깊이가 전쟁의 길이를 규정한다. 이것은 새로운 명제가 아니다.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도 2차 세계대전의 태평양 전쟁도 공장 생산 속도가 결국 승부를 결정했다. 이란은 그 교훈을 알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서방 동맹이 그 교훈을 공장 설비로 옮기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다. 록히드마틴의 증산 계약은 12~18개월 후에야 효과를 낸다. 그때까지 디모나의 주민들은 지하 대피소에서 시간을 센다.
참고로 이 글에서 인용된 군사 분석 기관(JINSA, FDD, Alma Research)은 이스라엘 및 친서방 성향의 연구 기관이다. 이란 측 능력에 대한 독립적 검증은 제한적이며, 이란의 자국 주장은 이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한다. / ray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