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자본을 이동시키는 방법: 토지보유세와 경제 리밸런싱
2026년 1월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자원배분 시정을 강조한 가운데,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토지보유세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핵심은 토지 공시가 1% 과세 후 전액 배당 환급 구조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상위 10%가 전체 토지의 78.4%를 소유해, 하위 80% 가구는 세금보다 배당을 많이 받는 순수혜자가 된다. 하지만 임대료 전가, 유동성 압박 등 현실적 과제가 남아있어 배당 선지급과 단계적 시행이 필수다. 부동산 경제에서 혁신 경제로의 구조 전환, 그 설계도를 분석한다.
1. 부동산 경제를 바꿔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1월 27일 국무회의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에 집중된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자원 배분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비생산적인 부동산의 과도한 팽창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국민경제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긴급추가> 2026년 1월 28일, 청와대는 다주택 중과 유예 종료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종료 시점을 5월 9일에서 한두 달 뒤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연장’이 아닌 ‘연기’로 표현했는데, 세입자 명도 등 거래에 필요한 시간 확보와 작년 10·15 대책으로 급격히 확대된 조정대상지역 주민들의 인식 부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5월 9일까지 계약 체결 시 이후 거래 완료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그리고 신규 조정대상지역 주민에게 추가 기간을 제공할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을 2월 첫째~둘째 주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 발언은 단순히 집값을 잡겠다는 수준이 아니다. 대통령은 자본이 부동산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생산성 있는 투자로 흘러가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코스피 5000 시대라는 성과를 지속하려면 자본이 꾸준히 주식 시장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6년 5월 9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 없이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더이상 ‘버티면 이긴다’는 시장 학습효과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할까?
하지만 양도세는 본질적으로 거래세다. 매도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므로, 세율이 높을수록 다주택자는 팔지 않고 버티는 전략을 선택한다. 2020-2022년 문재인 정부의 양도세 중과 시기, 다주택자 보유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고 거래량은 급감했다. 매물 잠금 현상이 심화되자 공급 부족으로 집값은 상승했다.
역사적으로 다주택자들은 ‘정권은 바뀐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2008년, 2013년, 2022년 모두 규제 완화가 있었다. 양도세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이번엔 다르다’는 신뢰를 주기 어렵다. 오히려 지금 팔면 세금 폭탄, 버티면 나중에 감면 기대를 강화할 수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양도세 중과만으로는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만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매물 잠김 현상은 부동산 시장에서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고 보유만 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양도세 중과 유예를 기대하거나,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거나, 높은 양도소득세를 내느니 차라리 갖고 있겠다는 판단을 할 때 주로 발생한다.
그래서 용혜인 대표는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도세는 파는 순간에만 부과되므로 집주인이 계속 보유하면 세금을 피할 수 있지만, 보유세는 매년 부과되므로 보유 자체에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양도세에 무겁게 세금을 매기는 것과 동시에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야 매물이 잠기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2. 기본소득당의 토지보유세 설계 구조
기본소득당은 지난해 11월 26일 「토지세 및 토지배당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건물을 제외하고 토지 공시가격에만 기본세율 1%를 부과한 뒤, 세수 전액을 국민에게 토지배당으로 환급하는 구조다.
과세 대상과 세율
법안은 토지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건물은 개인이 생산적으로 투자해 가치가 상승한 것인데 비해 토지는 사회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가치가 상승한다는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철학을 따른다. 예컨대 강남 땅값이 오른 이유는 소유주의 노력이 아니라 지하철, 학군, 상권 등 공동체가 만든 가치 때문이다.
세율은 기본세율 1%에 0.7~1.3% 범위 내 탄력세율을 적용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공시가격 10억원 토지는 연 1,000만원, 1억원 토지는 연 100만원을 부담한다.
토지배당 메커니즘과 이중과세 차단
기본소득당의 보유세 핵심은 세수를 국고로 흡수하지 않고 전액 국민배당으로 환급한다는 점이다. 기본소득당은 2024년 지가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약 100~140만원 수준의 배당이 가능하다고 추산한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1인당 연 96만원, 4인 가구는 연 384만원을 받는다.
이중과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법안 제10조는 기존 재산세(토지분) 납부액을 토지세액에서 공제하도록 설계했다. 세금 위에 세금을 얹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 재산세를 공제한 순증분만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 실질적으로는 재산세 체계를 토지보유세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세수 전액을 환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과거 종합부동산세 강화 시도가 겪었던 세금 폭탄 프레임을 정면 돌파한다. 2020년대 초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는 중산층 반발로 정치적 부담이 되었다. 기본소득당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한다. 증세가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회 환원으로 프레임을 전환했다.
결정적 차이는 배당 환급이다. 상위 10%가 전체 토지의 78.4%를 소유한 구조에서, 1% 단일세율로 걷은 세금을 전 국민에게 균등 배분하면 수학적으로 다음 결과가 나온다.
- 토지 없는 40% → 세금 0원, 배당 96만원 = 순이익
- 소형 토지 보유 40% → 세금 < 배당 = 순이익
- 중형 토지 보유 10% → 세금 ≒ 배당 = 중립
- 대형 토지 보유 10% → 세금 >> 배당 = 순부담
전체 가구의 약 8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아진다. 그래서 기본소득당은 보유세야 말로 조세 저항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하는 것이다. 당이 "조세 저항 극복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수학적 근거다.
3. 실제 부담 계층: 토지 소유 집중도 분석
토지 소유의 극심한 불평등
한국의 토지 소유 구조는 극도로 편중되어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5년 7월 발표한 '2024년 말 기준 토지소유현황'에 따르면, 개인 기준 상위 10%가 전체 사유지의 78.4%를 소유한다. 상위 1%는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한다.
반대로 하위 50%는 토지 보유량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무주택 가구가 전체의 약 40%에 달하며, 이들은 토지를 전혀 보유하지 않는다. 이 극심한 불평등 구조가 80%의 순수혜자를 만든다.
80% 순수혜자 시뮬레이션
무주택 세입자 (전체의 약 40%): 이들은 토지를 보유하지 않으므로 세금 부담이 전혀 없다. 1인 가구는 연 96만원, 4인 가구는 연 384만원을 순수익으로 받는다.
소형 1주택 실거주자 (토지 공시가 1억원): 연 100만원을 부담하지만 가구원 3인 기준 연 288만원을 배당받는다. 기존 재산세 납부액을 공제하면 실질 부담은 더 낮아진다. 순이익은 연 188만원 이상이다.
중형 1주택 실거주자 (토지 공시가 3억원): 연 300만원을 부담하고 가구원 3인 기준 연 288만원을 배당받는다. 재산세 공제 후 순부담은 연 12만원 수준이다. 이는 해당 토지의 연간 가치 상승분(통상 3~5%)을 고려하면 극히 낮은 기회비용이다. 3억원 토지가 연 3%만 올라도 900만원의 자산 증식 효과가 있으므로 12만원은 전체 이익의 1.3%에 불과하다.
다주택자 (토지 공시가 10억원): 연 1,000만원을 부담하고 가구원 3인 기준 연 288만원을 배당받는다. 순부담은 연 712만원이다. 이들이 실질적 부담층이다.
이 구조에서 실질적으로 보유세를 부담하는 계층은 다주택자와 대규모 토지 소유자뿐이다. 토지 소유의 극심한 불평등(상위 10%가 78.4% 점유) 때문에 전체 가구의 80%가 순수혜자가 된다는 주장은 통계적으로 정확하다.
4. 비판적 검토: 팩트와 한계
이론적 타당성과 경제적 효율성
보유세가 경제적 왜곡을 최소화하는 조세 수단이라는 점은 경제학계의 오랜 합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와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토지가치세를 가장 효율적인 세금으로 평가했다.
실행의 난제
유동성 압박 문제
토지를 많이 보유했지만 현금 흐름이 적은 고령 1주택자는 실질적 부담을 느낀다. 은퇴 세대는 소득이 없어도 토지 가치가 높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법안은 이를 위해 납부 유예나 연금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세금을 나중에 내거나 주택 담보로 연금처럼 받는 방식이 가능하다.
임대료 전가 가능성: 이론 vs 현실
OECD는 여러 연구에서 토지가치세의 장점을 확인했다. 토지는 공급이 고정되어 있어서(더 만들 수 없으므로)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집주인이 "세금 나왔으니 월세 올릴게요"라고 하면, 세입자는 다른 집으로 이동하고 시장 경쟁으로 월세는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한 이론이다. 현실의 한국 임대차 시장은 다르다. 세입자는 이사 비용, 학군 문제, 직장 거리, 보증금 회수 등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렵다. 협상력은 항상 집주인에게 있었다. 2020-2022년 부동산 광풍 시기,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었지만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월세를 대폭 인상했다.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의 형평성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이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지역별, 주택 유형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투명한 평가 기준과 이의 제기 절차가 필수다. 하지만 이는 토지보유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재산세 체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치적 현실성
국회 통과가 가장 큰 관문이다. 재정경제부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실제로 논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용혜인 대표는 "법안은 이미 발의되어 있고 국회에서 심사만 하면 된다"고 압박하지만,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는 정치 과정은 여전히 길고 험난하다.
구조 전환의 설계도
용혜인 대표의 논평은 한 정당의 대표로서 대통령의 의도를 정책 실행으로 전환하라는 정치적 요구다. 동시에 부동산 공화국을 혁신 경제로 바꾸는 구조적 설계도를 제시한다.
논리는 탄탄하다. 토지 소유의 극심한 불평등(상위 10%가 78.4% 점유)은 2024년 말 국토부 통계가 증명한다. 보유세의 경제적 효율성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OECD가 검증했다. 80% 순수혜자 구조는 조세 저항을 극복하는 현실적 방안이다. 재산세 공제 조항은 이중과세 논란을 원천 차단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정치적 의지와 국민적 합의에 달려 있다. 이 제안은 이론과 현실, 경제학과 정치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치밀하고 치열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니까 말이다.
참고자료

